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40
239화. 봄비 (2)
강소는 자신을 바라보는 김지은의 눈망울이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셨구나.’
그는 김호은의 말을 떠올렸다.
“사실 오늘이 엄마 기일이거든요. 오늘이 누나에게 가장 힘든 날이에요. 누나가 4살 때 바로 앞에서 어머니가 마수에 의해 돌아가셨거든요.”
그제야 강소는 왜 오늘따라 김지은이 안 하던 실수를 연발했는지 이해했다.
하지만 굳이 그걸 김지은에게 말하지 않았다.
단지, 그녀에게 우산을 씌워 주며 말할 뿐이었다.
“아직 봄비라서, 차갑습니다.”
“저, 감기 같은 거 안 걸려요.”
그녀는 망설이다가 결국 말했다.
“저, 각성자니까요.”
지금까지 1년을 일반인이라고 속여 왔지만, 더 이상은 속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룡길드의 흑장미 헌터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김지은의 눈이 커졌다.
S급 각성자라 추측되는 강소이기에 자신이 각성자라는 것은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까지 알 줄은 생각도 못했다.
“어, 어떻게…… 아셨어요?”
“어쩌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 다른 사람도……?”
“모를 겁니다.”
‘하영이는 알지도 모르지만요.’라는 말이 입에서 맴돌았으나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역시 알바 오빠는 좋은 사람이에요.”
김지은의 말에 강소는 쓰게 웃었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상대적이니까.
“집에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강소 덕분에, 오늘 김지은이 집으로 가는 길은 괴롭지 않았다.
* * *
저녁이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산을 쓴 김명희는 약속된 시간에 맞추어 식당으로 향했다.
“음?”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의 식당이라 어딘지 몰랐는데, 도착해 보니 그곳은 상당히 분위기 있는 식당이었다.
“여기가 맞는 거지?”
그녀는 성진호가 예약했다면서 보낸 상호명과 전화번호를 간판과 대조해 보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자, 깨끗한 제복을 입은 직원이 나와 맞아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혹시 예약이 되어 있으신가요?”
“네. 성진호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을 거예요.”
“혹시 김명희 님이십니까?”
“맞아요.”
그녀의 대답에 직원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자리로 모시겠습니다.”
김명희는 직원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고, 곧 한 식탁으로 안내되었다.
성진호가 김명희를 보고 빙긋 웃었다.
“어서 와.”
“늦어서 미안해.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
김명희는 의자에 앉았다.
“뭐 먹을래?”
성진호가 메뉴판을 내밀었고, 그녀는 메뉴를 골랐다.
둘 다 같은 안심 스테이크였다.
굽기만 웰던과 미디움 웰던으로 달랐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이렇게 좋은 곳에서 저녁을 먹자고 하고?”
김명희의 물음에 성진호는 혀를 차며,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선물이야.”
“응?”
그녀는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 들어있는 반짝이는 작은 나팔 모양 펜던트를 보았다.
“목걸이네?”
“생일선물이야.”
“응?”
“오늘 네 생일이잖아. 네 생일을 네가 까먹으면 어떻게 하냐?”
“…….”
잠시 말이 없던 김명희의 눈이 커졌다.
“진짜네.”
정말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명진이가 안 챙겨 줘?”
“지금 명진이 출장 중이잖아.”
“아, 그렇지.”
성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전라도 쪽에서 갑자기 게이트 웨이브가 일어나서 결국 역류해 버렸다.
하여 전라도 쪽에 자리 잡고 있는 거송 길드에서 처리에 나섰는데, 부상자가 너무 많이 나와 각성자 협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하여 김명진이 팀장으로 있는 팀원들 몇 명과 함께 출장을 간 것.
“전에 연락 왔는데 너무 바빠서 연락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했어.”
“조금 전에 보고 들어왔거든. 상황이 거의 마무리 되고 있다니까 곧 돌아올 거야.”
김명희는 목걸이를 보았다.
“아무튼, 생일 축하해 줘서 고마워.”
“한 번 목에 걸어 봐.”
김명희는 목걸이를 꺼내 손을 목 뒤로하고 목걸이를 걸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내가 해 줄게.”
성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뒤로 갔다.
그리고 그녀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김명희는 목 뒤에서 느껴지는 간질거림에 기분이 이상했다.
그녀가 성진호와 친구 사이를 이어 가고 있었지만, 그를 남자로 생각한 적도 많았다.
성진호는 진짜 좋은 남자였으니까.
그리고 그의 마음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마음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럴 거면 아예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성진호라는 인간이 너무 안쓰러웠다.
자신에게 거절당한 성진호가 어떤 상태가 될지 뻔히 아니까.
문득 레스토랑에서 존 밀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뭐가 그리 두려우신 겁니까?”
단 한마디였지만, 그 말이 김명희의 정곡을 찔렀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녀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스러져 간, 자신이 사랑했던 부모님처럼, 자신이 사랑했던 친구들처럼, 자신이 사랑했던 선배 우해인처럼…….
성진호 역시 자신이 사랑하면, 자신의 눈앞에서 스러져 갈까 봐.
그래서 두려웠다.
“자, 됐다.”
성진호가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거울 봐봐.”
김명희는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자신의 목을 비춰 보았다.
“예쁘다.”
상당히 자신에게 잘 어울렸다.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이네.”
곧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음식은 상당히 맛있었고, 직접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은 감미로웠다.
곁들여 마시는 와인 역시 향기로웠다.
정말 모든 것이 완벽했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커피와 파인애플 잼이 들어있는 쿠키가 나왔다.
“저기 있잖아. 명희야.”
성진호는 뭔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어? 왜?”
“우리…… 그동안 무척 오랫동안 알고 지냈잖아.”
“그건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우리…….”
그때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김명희의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자 액정에는 동생 김명진의 이름이 떠 있었다.
그 순간, 왜인지 느낌이 싸했다. 그는 성진호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누, 누나?
“응. 나야. 무슨 일이야?”
– 하, 다행이다. 누나랑 마지막으로 통화할 수 있어서.
“무슨 소리야? 마지막이라니?”
통화음이 치직거렸다.
– 여기 지금 난리 났어. 갑자기 웨어울프들이 게이트에서 막 쏟아져 나와서…… 나 지금 후방인데 코앞까지 들이닥쳐서 나도 싸워야 할 것 같아.
“뭐?”
– 그런데 나 오러가 거의 바닥나서…… 싸우다가 죽을 것 같아서. 그래서 누나랑 마지막으로 통화하고, 큽, 통화하고 싶어서…….
김명진은 울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기 때문일 터.
– 누나…… 나 무서워.
“명진아…….”
– 그래도, 싸워야겠지? 명색이 팀장인데 비겁하게 혼자 도망칠 수는 없겠지? 그렇지?
“……명진아.”
– 누나. 미안해.
뚝.
전화가 끊어졌다. 김명희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명진아! 명진아!”
하지만 이미 끊겨 버린 전화기는 답이 없었고, 다시 통화를 눌렀지만 받지 않았다.
성진호도 막 전화로 상황을 보고 받았다.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명진이야?”
김명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하는 통화래. 무섭대. 명진이가…… 죽을 것 같대…….”
성진호는 아무 말 없이 김명희를 안아 주었고, 그의 품에서 그녀는 엉엉 울었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서울, 김명진이 있는 곳은 전라도였다.
어떻게 당장 손 쓸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이신 헌터님이 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1분 1초가 긴박한 상황이었고, 아무리 제로급 각성자 이신이라 해도 5분 안에 그곳으로 달려갈 수는 없었다.
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성진호는 이를 악물었다.
“미안하다.”
그의 말에 김명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그녀의 사랑하는 동생이, 하나 남은 가족이 스러져 가고 있었다.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에서.
‘지금 당장 갈 수만 있다면! 그러면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때였다.
“……!”
그녀의 뇌리에 지금 당장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떠올랐다.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자신 앞에 성진호가 있고, 강소의 존재는 비밀이라는 것도 잊은 지 오래였다.
하나 남은 가족의 절체절명 앞에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 같은 건 없었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강소 씨?”
– 목소리가 이상하군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살려 주세요.”
– 네?
“제 동생을! 명진이를 살려 주세요! 제발요!”
* * *
상황은 무척 좋지 않았다.
갑작스런 B급 게이트의 웨이브와 그로 인한 역류.
안에서 쏟아져 나온 마수를 간신히 처리했고, 더는 마수가 쏟아져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저 게이트를 닫기 위해 거송 길드의 팀원들이 들어갔다.
하지만.
갑자기 게이트에서 나온 건 길드원들이 아니라 A급 게이트에서나 볼 법한 수백 마리의 웨어울프 무리였다.
그런 케이스는 처음이었다.
결국, 거송 길드와 지원을 온 군인들은 순식간에 밀려 버렸다.
삽시간에 후방까지 밀려난 그들의 임무는 단 하나.
지원이 올 때까지 마수들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해서 말이다.
하여 후방에서 치료 임무 중이던 김명진 역시 전투 기술을 가지고 있기에 전선에 나서야 했다.
그 말은, 귀한 인재인 힐러까지 전선에 나서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었다.
창을 잡은 그의 손이 떨렸다.
꽉-!
그는 창을 잡은 두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했다.
쿠아아아악!
저 멀리서 웨어울프 무리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비가 내려 시야를 가렸지만, 쩍 벌린 입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은 잘만 보였다.
소름이 돋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누나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없으면, 누나가 많이 슬퍼하겠지.’
그래도 매형이 될 사람이 위로해 주면 금방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누가 매형이 될까? 진호 형이 괜찮을 것 같은데. 이제 그만 진호 형 마음을 받아 주면 좋을 텐데.’
어느새, 웨어울프 무리가 코앞까지 왔고, 김명진은 창을 휘둘렀다.
깡-!
웨어울프의 발톱과 창날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그제야 현실감이 느껴졌다.
크르르륵!
집요한 마수, 웨어울프는 김명진을 노리고 그의 주변을 뱅글뱅글 돌았다.
탓-!
순간 기회를 잡은 웨어울프는 그를 향해 달려들었고, 김명진은 땅을 구르며 공격을 피했다.
푹-!
그와 동시에 창으로 웨어울프의 목을 찔렀다.
피로, 온몸이 젖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다른 웨어울프가 그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윽!”
창을 너무 깊숙하게 찔렀는지, 잘 빠지지 않았다.
웨어울프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타앗-!
“으악!”
간신히 피했지만, 웨어울프의 발톱에 스치며 팔이 찢겼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 힐을 쓰지 않고 창을 회수하는 선택을 했다.
결국, 창을 회수하는 데 성공한 그는 이를 악물었다.
“아, 나! 미치겠네.”
그가 다친 것을 알아차렸는지, 다른 웨어울프가 합세했다.
역시 무리생활을 하는 마수였다.
카앙!
캉-!
두 마리의 웨어울프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고, 김명진은 직감했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것을.
콰직-!
그의 팔을 무는 악력과, 어마어마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너무 아파서,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놔라.”
그때, 그의 귀에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내 조력자의 동생이다.”
그 말에 웨어울프들은 겁을 먹고 김명진의 팔을 놓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김명진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그런 건 처음 봤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 말을 한 남자를 보았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봤던 목소리의 남자는 뒷모습만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파바바바박-!
그 남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곧 웨어울프들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비현실적인, 장면이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24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