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85
284화. 현충일, 그리고…… (2)
유하영의 말에 박홍인이 말을 이었다.
“하영이도 아나 모르겠는데, 현충일 추념식 참석자들이 입장할 때 방문 선물 같은 것을 드리거든. 거기에 사탕을 넣어서 함께 드리기로 했어. 그럼 되겠지?”
어제 유하영의 말을 그냥 넘길 수 없었던 유순태가 고영민에게 유하영이 사탕을 주고 싶다는 말과 비용을 부담하겠다며 전화했고, 이에 고영민이 국가보훈부 직원과 상의하겠다고 했다.
이에 박홍인이 윗선과 상의했고 오늘 긍정적인 답변을 가져온 것.
김지은의 입김이 들어간 덕이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비밀로 하고 내색하지 않았다.
박홍인의 말에 유하영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람들이 아주 좋아할 거예요!”
* * *
서울 공항.
국가의 중요한 인물이 탄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그곳에 스텔스 모드를 해제한 비행기가 서서히 착륙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지원 3과장 신경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2팀의 팀장과 직원들에게 말했다.
“이제 마중하러 나가야겠군.”
“네.”
지원 3과의 별명은 유통 및 해외부였고, 마정석과 아티펙트, 방어구 등등의 유통을 비롯해 다른 나라와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었다.
“김해철 길드장님. 슬슬 나가시죠.”
“그러죠.”
오늘 일본에서 방문하기로 했다.
이틀 전 최종 방문 명단을 받았는데, 예상대로 쿠로다 사유리 헌터가 포함되어 있었다.
쿠로다 사유리는 S급 헌터.
그에 상응하는 한국 측 사람이 맞이해야 했고, 하여 지원 3과장 신경석과 S급 헌터인 적룡길드장 김해철이 그들을 맞이하기로 했다.
비행기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다가 멈추는 것을 보고 그들은 게이트로 나갔다.
치익-.
비행기의 출입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두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내렸다.
또각, 또각.
검은색 생머리를 허리까지 늘어트리고 검은색 옷을 입은 미녀가 김해철과 신경석에게 다가왔다.
추념식을 위해 방문한 만큼 검은색 옷을 입었지만 왠지 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한국의 적룡길드의 길드장 김해철입니다.”
“각성자 협회 지원 3과장 신경석입니다. 이렇게 현충일 추념식을 위해 조화를 가지고 직접 오시다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환대에 감사합니다. 일본 방위성 대마수국 소속 부국장 쿠로다 사유리입니다.”
“대마수국 소속 직원 스즈키 렌입니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의 후지모토 슈이치입니다.”
“아시아대양주국의 야나기 케이코입니다.”
통역기를 사용하고 있기에 따로 통역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었다.
“피곤하실 텐데, 숙소로 모시겠습니다.”
신경석의 말에 쿠로다 사유리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만, 괜찮습니다. 비행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으니까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총리께서 대통령님과 협회장님께 안부 인사를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언제쯤 뵐 수 있을까요?”
“오늘 저녁 만찬 때 뵐 수 있습니다. 안부는 그때 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신경석은 미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럼 숙소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들은 차를 타고 이동했고, 곧 숙소에 도착했다.
각성자 협회 옆에 마련된 숙소로 전에 한미중 헌터특별훈련 당시 한국에 방문했던 이들이 묵었던 곳이었다.
그들은 각자 배정된 숙소에 들어갔다.
한국 측에서는 그들을 배려하여 1인 1실을 주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신경석의 말에 쿠로다 사유리는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달깍.
띠리링.
문이 닫히며, 자동잠금장치가 작동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쿠로다 사유리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고, 당혹스러움이 드러났다.
‘내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하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방 안의 소파에 앉았다.
벌써 머리가 아파 왔다.
* * *
쿠로다 사유리 일행을 숙소에 안내해 주고 1층 로비로 내려온 신경석은 1층 라운지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해철과 함께 각성자 협회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7층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보안검색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갔고, 전략실장 강은혜를 마주했다.
아침에 만났기에 따로 인사는 하지 않았다.
“오셨군요. 그럼, 회의실로 가죠.”
1급 회의실은 66층에 있었지만, 전략실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었다.
회의실에 들어가니 이미 지원1과와 감찰1과, 감찰2과, 집행1과, 집행2과의 과장들이 앉아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성진호가 그들에게 말했고, 신경석과 김해철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난 그저 서 있기만 했을 뿐인데. 일은 신 과장이 다 했지.”
“길드장님이 계셔서 든든했습니다. 하하하.”
신경석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일본이 다급하기는 한가 봅니다. 도착하자마자 협회장님을 언제 뵐 수 있는지 물어보니 말입니다.”
“이 정도로 신경 써서 파견한 것도 처음이니까요. 그 외 다른 특이사항은 없었습니까?”
“같이 온 이들 중에 야나기 케이코라는 여자가 있는데, 눈동자를 열심히 굴리더군요.”
“정찰인가요?”
“아마 그런 의도도 있겠지요.”
그 말에 이어 김해철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나 더, 기밀로 하고 있는, 쿠로다 사유리 헌터의 세 번째 능력이 뭔지 알겠더군.”
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김해철을 향했다.
“매혹의 향기.”
“네?”
“말 그대로 향기로 타인을 매혹하는 그런 능력이지. 나와 신 과장을 매혹하려 시도한 모양인데 그게 될 리가 있나.”
놀라운 정보였지만, 그곳의 그 누구도 김해철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김해철이 S급이 되면서 각성한 세 번째 능력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능력의 서’라는 능력으로서 각성자를 보면 그자가 각성한 능력이 뭔지 알 수 있게 하는 능력이었다.
“아! 그래서였군요. 어쩐지.”
신경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갑자기 살짝 거북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렇겠지. 자네의 능력이 쿠로다 사유리 헌터의 능력을 방어했을 테니.”
신경석은 A급 각성자로 검술 능력과 ‘마음의 방패’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마음을 지키는 방어기제와 비슷했다.
“어? 그럼 길드장님께서는?”
“매혹의 향기라는 능력에는 몇 가지 단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상대가 향기를 맡지 못하거나 그 향기를 다른 향으로 덮어 버리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김해철은 씩 웃으며 말했다.
“요즘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비염이 있어서 말이지. 그래서 냄새를 잘 못 맡아.”
“…….”
순간 정적이 흘렀고, 모두 빵 터져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쿠로다 헌터도 참 안 되었습니다. 하필이면 마중 나온 사람 둘 다 능력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었으니!”
“그러게 말이야.”
강은혜가 웃으며 동의했다.
“아무튼, 잘 지켜보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때 신경석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까부터 몇 분 간격으로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는데,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람이었다.
그는 쿠로다 사유리 일행의 움직임을 일거수일투족까지 보고하도록 숙소의 직원에게 언질을 해 놓았다.
숙소의 직원들 역시 지원 3과 2팀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경석의 부하 직원이었다.
“벌써 뭔가 행동을 시작했군요. 아까부터 계속해서 메시지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래요?”
김명희가 물었다.
“그래서 지금 뭘 하고 있죠?”
“짜장면 배달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네?”
잠시 그들은 고개를 갸웃했고, 신경석이 말을 이었다.
“쿠로다 헌터 일행이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고 싶다고 부탁했나 봅니다.”
“네? 짜장면이요?”
“한국에만 있는 음식이라면서, 무슨 맛인지 궁금하다고…… 그래서 짜장면을 시켜 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어디에 시켰대요?”
“양춘각에 시켰다고 합니다.”
“…….”
그 말을 듣는 순간, 성진호와 김명희는 놀라 움찔했다.
“왜 양춘각에……?”
“그야, 이 근방에서 양춘각이 짜장면이 제일 맛있는 집이니까요.”
* * *
“네! 알겠습니다.”
김지은은 경쾌한 목소리로 주문을 받았다.
“진혁 씨! 짜장면 두 그릇이요!”
“네!”
딸랑.
그때 문이 열리고 철가방을 든 강소가 들어왔다.
“다음 배달은 어디입니까?”
“여기요.”
김지은은 배달지가 적혀 있는 쪽지를 건넸고, 강소는 그 쪽지를 보았다.
“아, 그렇군요. 짜장면 네 그릇은 나왔습니까?”
“네. 방금 나왔어요.”
강소는 준비대 위에 있는 짜장면 그릇을 랩으로 싸서 철가방 안에 넣었다.
그리고 나무젓가락과 김치 단무지 등등을 넣고 철가방을 닫았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강소는 김지은의 배웅을 받으며 양춘각을 나섰다.
“음, 이게 서른다섯 번째 배달인가?”
그는 발을 굴렀고, 곧 각성자 협회로 향했다.
이번 배달지는 각성자 협회 옆에 붙어 있는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탓-!
강소는 순식간에 도착했다.
“여기군.”
그곳은 전에 강소가 와 본 적이 있는 건물이었다.
조셉 화이트가 방한했을 때, 걱정하는 이신을 위해 조셉 화이트의 실력을 보러 왔었으니까.
‘이신 동생과 싸우던 조셉을 기절시켜 이곳에 배달도 했었지.’
그랬던 이곳에 짜장면 배달이라니!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그는 주문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곳 역시 까다로운 보안검색이 있었기 때문이다.
곧, 문이 열리고 한 직원이 나왔다.
“양춘각에서 오셨죠?”
“네. 그렇습니다.”
강소의 대답에 직원이 말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네.”
“죄송하지만 보안상, 헬멧은 벗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강소가 직원을 따라간 곳은 2층의 라운지였다.
거기까지는 배달부가 갈 수 있는 곳인 것 같았다.
강소가 그곳의 탁자 위에 음식을 내려놓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남자 둘 여자 둘이었는데, 그중 강소의 관심을 끄는 한 여자가 있었다.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의 미녀였는데, 강소는 그녀의 외모가 아닌 그 실력에 관심이 있었다.
‘저 정도면 S급인가?’
그들은 자신들끼리 모국어로 이야기를 했는데, 강소는 그들의 언어가 일본어라는 것을 알았다.
전에 일본에서 만들었다는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에 성진호 과장과 김명희 과장이 말했던 자들이 이들인가 보군.’
강소는 재빨리 그들의 기운을 살폈고, 명정심법을 익혔을 때의 효율까지 계산해 냈다.
‘명정심법을 그대로 익혀도 부작용은 없겠지만 효율은 한 60~70퍼센트 정도인가?’
그런데 왠지 그 사람들은 갑자기 강소를 보더니 멍한 표정을 지었다.
‘왜 저런 표정이지?’
강소는 직원에게 식대를 받아 전대에 넣고는 그곳에서 나왔다.
다음 배달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뒤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기 때문이다.
* * *
‘뭐…… 뭐지?’
쿠로다 사유리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짜장면 배달이 왔다는 말에 그녀는 일행과 함께 2층 라운지로 내려왔다.
그리고 식탁 위에 짜장면을 올려놓고 있는 누군가를 보았다.
평범한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은 청년이었는데, 그 얼굴을 본 순간 쿠로다 사유리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자신이 봐 왔던 그 어떤 남자 보다 잘생겼으니까.
‘저 얼굴로 배달부를 한다고?’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세 명의 이들도 모두 넋을 잃고 강소를 보았다.
하지만 강소는 무심한 얼굴로 그저 묵묵히 식탁 위에 음식을 올려놓을 뿐이었다.
“맛있게 드십시오.”
그 배달부는 탁하고 철가방의 문을 닫고, 시크하게 뒤 돌아섰다.
그 모습에 쿠로다 사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저, 자, 잠시만요!”
강소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저…… 그러니까.”
쿠로다 사유리의 입에서는 제멋대로 말이 나왔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그건 왜 물으십니까?”
쿠로다 사유리는 정신을 차리고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제 이름은 쿠로다 사유리예요. 일본의 S급 헌터이죠.”
“그렇군요.”
“노, 놀라지 않으시네요?”
쿠로다 사유리에게는 강소의 담담한 반응이 이상했다. 언제나 사람들을 그녀의 정체를 알면 호들갑과 함께 격한 반응을 보였으니까.
그의 물음에 강소가 되물었다.
“……놀래야 합니까?”
무림에서 온 배달부 28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