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88
287화. 현충일, 그리고…… (5)
유하영에게 다가온 멤버는 반디였다. 그는 생글생글 웃으며 유하영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하영이 맞지?”
“네. 안녕하세요.”
“하영이가 볼 때, 우리가 그렇게 잘생기지 않나 보네?”
그렇게 묻는 반디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장난을 좋아하는 건 도깨비의 종족 특성이었으니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유하영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도깨비 중에서는 잘생겼어요.”
“그럼 인간 중에서는 누가 잘생겼는데?”
“강소 오빠요.”
“그럼 도깨비랑 인간이랑 합쳐서, 누가 잘생겼어?”
그 물음에 유하영은 단호하게 말했다.
“강소 오빠요.”
“강소…… 오빠라는 사람이 누군데?”
“우리 가게에서 같이 사는 오빠예요.”
유하영의 말에 백은하가 수줍은 표정으로 부연 설명을 했다.
“유하영 양의 부모님이 하시는 중국집에서 배달부로 일하는 분이세요.”
“그렇군요. 그런데 레이디께서는 유하영 양과 어떤 관계이신지?”
“스타일리스트예요.”
“아,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반디는 빙긋 웃으며 유하영을 보았고, 짓궂은 질문을 하였다.
“그럼 하영이는 강소 오빠랑 결혼할 거야?”
그 물음에 유하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잘생겼다면서?”
“오빠가요, 제가 결혼할 나이가 되면 하부지가 될 나이라도 했어요.”
“응? 강소 오빠라는 사람이 몇 살인데?”
그 물음에 백은하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올해 서른여섯 살이세요. 하영 양 아버지와 동갑이에요.”
“…….”
그 말에 유하영과 반디의 말을 듣고 있던 준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서른여섯 살인데도 잘생겼다는 거네? 옆의 스타일리스트 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건 맞아요.”
도깨비들은 본능적으로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백은하가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서른여섯인데…… 고등학생 정도로밖에 안 보이거든요.”
그녀의 말에 뒤에 서 있던 하태복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도깨비 장단의 멤버들은 강소라는 사람에 대해서 호기심이 들었다.
유하영은 말을 이었다.
“강소 오빠가 자신은 작은 아빠로 생각하라고 했어요. 그리고 유치원 선생님이 아빠랑은 결혼하는 거 아니라고 했어요.”
“그, 그렇구나.”
그때 스탭이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행사가 시작됩니다. 스탠바이 해 주세요.”
* * *
국립중앙현충원.
각성자 협회와 정부의 관계자들, 그리고 각 헌터길드의 길드장들이 참석한 자리에 쿠로다 사유리를 비롯한 일본 사절들 역시 참석해 있었다.
“지금부터 현충일 추념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마정석 마이크를 통해 사회자의 목소리가 식장에 울려 퍼졌다.
“먼저,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 내빈들께서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십시오.”
두두두 거리는 드럼 소리와 함께 음악이 울렸다. 무대 옆에서 군악대가 직접 연주하는 곡이었다.
내빈들은 모두 가슴에 손을 올린 채 계양된 조기를 바라보았다.
스피커를 통해 장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태극기 앞에…… 굳게 맹세합니다.]“바로.”
사회자는 순서를 이어 갔다.
“다음으로는 애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애국가 제창은 무지개 꿈으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유하영 어린이가 제창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과 함께 무대 위로 유하영이 올라왔다.
검은색의 투피스를 입고 뽀짝뽀짝 걸어 무대 위로 올라오는 유하영의 모습에 대형 화면으로 보고 있던 하객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유하영은 무대의 마이크 앞에 섰고, 군악대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유하영의 입을 통해 애국가가 불리는 그 순간, 그 애국가를 들은 사람들은 그 첫 소절부터 울컥했다.
유하영이 부르는 애국가를 들으며 사람들은 마수, 혹은 블랙맨과 싸우다 죽은 많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격변의 시대가 오기 이전에 수많은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떠올렸다.
수많은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유하영이 부르는 애국가에 눈시울이 붉어지다 못해 가슴이 미어졌다.
마수나 블랙맨들과 싸우다 죽은 이들은 자신들 옆의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 가족이었으니까.
유하영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무언가를 자극하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다 괜찮을 거라고, 이제 괜찮을 거라고.
애국가가 제창되고 있는 이 순간 많은 이들이 생방송으로 추념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마치 대한민국이 멈춘 듯했다.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마침내 애국가가 4절까지 모두 끝나고, 유하영이 무대 밑으로 내려가자 다시 사람들은 움직였다.
“……아.”
사회자도 잠시 말문을 잃었지만, 프로답게 정신을 차리고 다음 순서를 진행했다.
“다음 순서는 순국선열 및 전몰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이 있겠습니다. 묵념!”
애애애앵-!
그 순간 전국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정각 10시였다.
“바로! 다음은…….”
묵념이 끝난 후, 헌화 및 분향 시간이었다. 가장 먼저 헌화하고 분향하는 건 대통령이었다.
권력으로 봤을 땐 각성자 협회장이 더 위에 있었지만, 행정부의 수반은 대통령이었으니까.
먼저 대한민국의 내빈들이 헌화하고 분향하는 동안 쿠로다 사유리는 잠시 쉴 수 있는 틈을 얻었다.
그녀는 아직도 멍한 표정이었는데, 그녀를 그렇게 만든 건 바로 유하영이었다.
유하영이 부르는 애국가를 듣는데, 한국인이 아님에도 마음이 울컥해지며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건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와 함께 온 일행들까지 놀라게 했다.
쿠로다 사유리는 그녀의 이름이 말하는 대로, 검은 백합이라 불릴 정도로 냉혹한 성격이기도 했다.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 헌터가 죽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유하영이 부르는 애국가를 듣고 울다니!
그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혹시 근처에 감정을 조절하는 각성자라도 있는 겁니까?”
“괜찮으십니까?”
그들의 작은 속삭임에 쿠로다 사유리는 손을 들며 괜찮음을 표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여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눈을 감으니 유하영의 귀염뽀짝한 모습이 떠올라 당혹스러웠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해야 했다.
노래로 자신을 울린 것과는 별개로, 유하영은 무척이나 귀여웠다.
* * *
그 시각.
“이야! 우리 하영이 노래 진짜 잘하지 않냐?”
TV 생중계로 유하영의 모습을 지켜보던 유순태의 말에 강소와 황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하영이는 정말 노래를 잘한다. 하영이만큼 성취가 좋은 제자도 없다.”
“하영이는 정말 천재인 것 같아요. 어? 그런데 제자라니요?”
황진혁의 물음에 대답한 건 유순태였다.
“하영이에게 노래를 알려 주는 건 강소거든.”
“그래요? 그럼 강소 씨도 노래를 잘 한다는 거네요?”
“네!”
대답한 건 오동수였다.
오늘 김지은에게 일이 있다는 말에 학교에 가지 않는 오동수가 대신 알바를 하기로 한 것.
오동수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저희 언제 노래방에 가요. 강소 형, 노래 진짜 잘하거든요.”
그 말에 강소는 손을 저었다.
“그 정도는 아니다.”
“헤븐스 차일드의 형들도 인정한 실력이잖아요.”
“그러면 실력이 프로급이라는 것 아닙니까?”
“프로는 무슨…….”
강소는 고개를 돌려 TV를 보았다.
“하영이가 주고 싶어 했던 사탕, 모두가 받았겠지?”
“그랬을 거다. 입장할 때 주는 기념품 가방에 담아서 준다고 했으니까.”
“돈 많이 들었겠네.”
“생각보다는 많이 안 들었어. RD엔터에서 홍보 차원이라면서 반을 부담하기도 했고 말이지.”
“그랬구나.”
* * *
현충일 추념식 행사의 식순 중 대통령과 각성자 협회장의 추념사까지 마치자, 뭔지 모를 긴장감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중요한 행사는 끝냈기 때문이었다.
“오늘 추념식을 위해, 아이돌 그룹 도깨비 장단이 추모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도깨비 장단은 도깨비로 이루어진 그룹으로서, 인간들과 도깨비의 문화 교류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곧 군악대가 연주하는 음식이 들려오고, 도깨비 장단의 네 멤버들은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기 시작했다.
“아, 아아아, 아, 아아아.”
평소의 신나는 그런 노래가 아닌, 차분하고 구슬픈 음성이었다.
“우리들은, 기억하고 있어. 우리들은, 잊지 않고 있어. 당신들의 눈물을, 고통을, 그리고 웃음까지도…….”
영훈과 반디 그리고 준호와 해성의 노래에 하객들은 마음에 위로를 받고 있었다.
특히 영훈과 준호의 목소리에는 절절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마수와의 전투로 인해 자신들의 양육자가 전사했고 그들은 그 모습을 지켜봤었으니까.
결국 영훈과 준호는 그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툭,
그 눈물이 무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툭,
투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비에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곧 왜 기념품으로 우산을 줬는지 깨달았다.
몇몇 이들이 기념품으로 받은 우산을 펴기 시작하자 곧 모든 내빈들이 우산을 폈다.
사실 그 우산은 한 직원의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도깨비와 인간이 함께 싸웠다는 의미도 있기에 도깨비 장단을 무대에 세우기는 했지만, 도깨비가 울면 비가 내렸다.
그리고 야외 행사에 비가 내리는 건 곤란했다.
그때 한 직원이 말했다. “그러면 기념품으로 우산을 드리죠.”라고.
그 아이디어가 지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추모의 노래가 끝나고, 네 명의 멤버들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다음은 헌시 낭독이었다.
그런데,
슥,
스윽.
내리는 비를 맞고 현충원의 바닥에서 붉은색 갓의 버섯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걸 확인한 이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이 버섯…… 어디서 본 것 같은……?”
하지만 평소 게이트에 자주 들어갔던 길드장들은 그 버섯이 뭔지 알아차렸다.
“이거, 붉은 눈물버섯 아닌가?”
“정말인데?”
“이런!”
지금 비를 맞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빈석이 웅성거리자, 각성자 협회장은 즉시 직원을 보내 상황을 파악하게 했다.
곧 돌아온 직원이 상황을 설명했다.
“땅에서 대규모의 붉은 눈물버섯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뭐? 붉은 눈물버섯?”
그건 게이트 안에서 자라는 버섯 중 하나로서, 생명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포자를 흡입하게 되면 약 30분 정도 미각에 자극을 주는데, 그게 무척 매운맛으로 느껴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눈물이 날 정도로 맵다고 해서 붉은 눈물 버섯이었다.
그리고 그 포자는 특이하게 버섯이 자란 후에 퍼지는 것이 아니라 버섯이 나고 있을 때 퍼졌다.
“어떻게 할까요?”
“앞으로 남은 식순이 현충일의 노래뿐이니, 그건 건너뛰고 바로 폐회식을 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상황 조사가 필요할 것 같군. 지원 1과 1팀장을 부르게.”
“알겠습니다.”
1팀장 이연곤은 사이코메트리 능력자였으니, 어찌 된 일인지 알아낼 수 있을 터.
“그리고, 집행과 직원들 출동하라고 하게.”
“네.”
게이트 생물을 허가 없이 반출하고 그걸 땅에 뿌린 것은 엄연한 생태계 교란 행위였고 또한 범죄행위였으니까.
윤한종은 한숨을 내쉬었다.
‘블랙맨의 장난인가? 아니면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머리가 아파 왔다.
그와 별개로 상황은 벌써 많이 진행되어 있었다.
포자가 퍼지기 시작했고, 내빈들은 혀에 느껴지는 매운맛에 물을 들이켜느라 추념식은 진정이 되지 않고 있었다.
사회자가 내빈들에게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자라난 버섯은 붉은 눈물버섯으로,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진정해 주십시오.”
“윽! 매, 매워!”
“하! 맵다!”
하지만 소란은 진정되지 않았다.
매운맛을 참는 건, 힘든 일이었으니까.
그때, 내빈들 중 일부는 기념품으로 준 우산이 들어 있던 종이가방 안에 사탕이 있음을 떠올렸다.
[하영이가 여러분을 위로하고 싶어요] 라고 인쇄된 스티커가 붙여진 막대사탕이었다.사람들은 그 사탕의 포장지를 벗겨 입에 넣었고, 그제야 혀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사실 붉은 눈물버섯의 포자는 설탕이 닿으면 무력화되었다.
그래서 게이트를 공략할 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반드시 챙기는 것이 사탕이었다.
유하영의 사탕을 꼭 줘야 한다는 주장으로 인해 기념품에 포함되었던 사탕이, 지금 내빈들의 혀를 위로해 주고 있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28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