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45
344화. 경호 의뢰 (4)
최효성의 말에 강소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처음 뵙습니다.”
“아, 그런가요?”
하지만 최효성은 왠지 강소가 낯설지 않았다.
‘저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면 기억이 나지 않을 리가 없는데?’
그러나 상대가 초면이라고 하고 자신 또한 기억이 나지 않았으니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관사로 가죠.”
“알겠습니다.”
국립 B&T 마정석 연구소 충청지소의 연구관은 총 3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좌우에 마정석 바이오관, 마정석 기술관이 있었고 가운데 본관이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작은 동산을 넘어 작은 아파트 몇 개가 있었다.
그곳이 바로 관사였다.
연구관에서 관사까지는 차를 타고 3분 정도 걸렸다.
최효성의 가족들은 강소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관사로 향했다.
“아! 관사가 보이네요.”
최예진이 말했다.
외부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그게 힘든 사람들은 관사에서 살 수 있게 지원해 주고 있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관사는 연구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가족들이 함께 사는 관사는 연구소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강소는 관사 앞 주차장에 주차했다.
그리고 최효성의 가족과 함께 아파트로 들어갔다.
최효성 박사의 집은 혼자 사는 곳이라 그런지 그의 지위에 비해 그리 크지 않았다.
‘이 정도면 17평 정도 되려나?’
슥 둘러보니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었다.
‘깔끔한 성격이시군.’
어지럽혀 있는 것이 없어 강소는 그리 짐작했다.
아무튼, 이곳에 위험한 것은 느껴지지 않으니 이제 자신은 퇴장할 시간이었다.
강소는 인벤토리에서 도시락 4개를 꺼내어 내밀었다.
“저, 여기 사장님께서 준비하신 음식입니다.”
“어머! 고마워요.”
강소가 도시락을 현관 앞 방바닥에 내려놓자 오정희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들어와요. 마침 점심시간이니까 같이 먹어요.”
“저는 괜찮습니다.”
강소는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자신은 차에서 대기할 예정이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충분히 위협은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정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옆 가게 총각인데요.”
“맞아요.”
최효성이 헛기침을 했다.
“험험, 안사람과 예진이의 말대로입니다. 점심은 함께 드시지요.”
이렇게까지 말하자 계속 거절하기도 그랬다.
“알겠습니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강소는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소파에 앉았고, 오정희와 최예진은 부엌의 4인용 식탁 위에 이것저것 음식을 차리기 시작했다.
“…….”
“…….”
강소와 최효성은 소파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다 최효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안사람의 옆 가게라면 양춘각일 텐데, 무슨 일을 하십니까?”
“잘 아시는군요. 저는 그곳에서 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F급 각성자인데 달리는 능력을 각성했거든요.
“그렇습니까? 유 사장 부부는 잘 계십니까?”
“네.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영이도 잘 자라고 있고요.”
“하영이가 아주 어릴 때 보고 보지 못했는데, 예진이가 그러더군요. 요즘 TV에 나온다고.”
“맞습니다. ‘그들의 청사초롱’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유하영을 주제로 그들은 서먹함을 없앨 수 있었다.
강소는 핸드폰을 꺼내어 유하영의 팬클럽에 들어가 그 안에 있는 사진을 보여 주었다.
“오! 정말 많이 컸군요.”
“그렇죠?”
“어릴 때도 귀여웠는데 말이죠. 하하하.”
최효성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예진이도 어릴 때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릅니다.”
그 말에 주방에서 음식을 차리던 최예진이 말했다.
“아빠! 강소 오빠 앞에서 그런 이야기 하지 말아요! 제가 창피하잖아요.”
“괜찮습니다.”
강소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예진 씨의 어릴 때 사진은 이미 짜장면을 배달하면서 봤습니다. 액자가 가게 벽에 걸려 있더군요.”
“네?”
“유치원 소풍 때 찍은 사진 말입니다.”
“엄마?”
최예진의 말에 오정희가 말했다.
“왜? 나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흐뭇하기만 한데?”
“…….”
최예진을 뺀 나머지는 웃음을 터트렸다.
최효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름이 강소라고 했나요?”
“그렇습니다.”
“그럼 강 씨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강소가 말을 이었다.
“편의상, 강 씨라고 했지만 사실 강소는 그냥 이름입니다. 성은 모릅니다. 고립인이거든요.”
강소는 그렇게 설명했다.
“그렇군요.”
최효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몇 년 전만 해도 고립인이 참 많았었지요.”
강소는 최효성이라는 사람에게서 지금까지 만났던 이들과는 좀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건 자신이 진짜 경호원이 아니라 중국집에서 배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황하거나 하는 기색이 없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F급 각성자라는 것을 밝혔는데도 말이다.
‘보통은, 놀라곤 했었지. 간혹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표정이기도 했고.’
강소는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생각했다.
살수였던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역설적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직업에 엄연히 빈부 차이는 존재했다.
‘그리고, 내가 살던 곳이나 이곳이나 빈부 차이가 곧 귀천의 차이이니…….’
그게 강소에게는 못내 씁쓸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기를 쓰고 되려는 좋은 직업은 즉,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뜻했으니까.
그리고 높은 등급의 각성자가 각광받는 이유 또한 수입 때문이었고.
그렇다고 강소가 돈이 필요 없다라든지 그런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는 부류는 아니었다.
‘돈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강소는 현실주의자였다.
아무튼, 그렇기에 최효성이 신기하게 생각되었다.
“저…… 박사님이라고 불러도 됩니까?”
“편하신 대로 하세요.”
“박사님께서는 제가 중국집에서 배달을 한다는 사실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으시는군요.”
“제가 왜 당황해야 합니까?”
“그야…… 저는 F급 각성자입니다. 그러니까…….”
“풋-!”
그 말에 최효성은 웃었다.
“그거 참 재미있는 농담입니다.”
“네?”
“지금 강소 씨가 사용하고 있는 인벤토리, 그걸 생각하고 만들어 낸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그러고 보니 김명희에게 들었다.
최효성 박사가 만든 것 중 하나가 바로 인벤토리라고.
최효성이 단언하듯 말했다.
“다른 사람 눈은 속여도 제 눈은 속이지 못합니다. 아까 인벤토리에서 저 도시락들을 꺼냈을 때 확신했습니다. 강소 씨가 F급 각성자가 아님을요.”
“……!”
“F급이라는 건 아마 사정이 있겠지요. 그리고 김명희 과장님이 믿고 맡긴 분입니다.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최효성은 생각보다 예리한 사람이었다.
그때 오정희가 그들을 불렀다.
“어서 와서 식사하세요.”
그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오정희가 만들어 온 음식들을 먹었다.
“이것도 좀 먹어 봐요.”
“그래.”
“이것도요. 당신 좋아하는 고사리나물을 무쳐 봤어요.”
“고마워.”
“아, 여기 육전도 좀 먹고요.”
“당신도 좀 먹어.”
오정희는 최효성의 앞 접시에 이것저것 음식을 놓아주었다.
그는 그런 오정희의 관심이 싫지 않은지 얼굴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보기 좋은 한 쌍의 부부였다.
‘순태와 안주인도, 10년 정도 뒤에 저런 모습이려나?’
강소는 미소 지었다.
후식으로 자두와 블루베리, 그리고 커피 한 잔을 마셨다.
“험험.”
최효성이 헛기침을 하며 강소에게 말했다.
“사실 방에 가구를 옮길 것이 있는데, 마침 잘 되었군. 좀 도와줄 수 있겠나?”
그 물음에 강소가 흔쾌히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때 최예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도 도와드릴게요.”
“아니야.”
최효성은 손을 내저었다.
“여기 강소 씨만 있으면 돼. 그러니까 과일 좀 먹고 있어.”
강소는 최효성의 뒤를 따라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소리 없이 웃었다.
방 안에는 케이크 상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효성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을 보니, 혼자서 이벤트를 하기 부끄러웠던 것 같았다.
강소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이걸 옮기면 되는 겁니까?”
“험, 험험. 그러네.”
“확실히 혼자 옮기는 건 무리가 있겠군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힘이 좀 세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재빨리 케이크를 꺼냈고, 상자 위에 놓았다.
그리고 촛불을 꽂고 불을 붙였다.
모든 것은 불과 10초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고, 그 빠른 손놀림에 최효성은 만족한 표정이었다.
“험, 험험. 그럼 이제 나가지.”
그리고, 등장한 케이크에 오정희와 최예진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어?”
“웬 케이크예요?”
“험험, 생일 축하해. 여보.”
“어머나!”
그 케이크는 바로, 오정희의 생일 케이크였다.
“생일이 불과 며칠 전이었는데, 전화로만 축하한다고 해서 마음에 걸렸거든.”
최예진이 얼른 바람을 잡았다.
“그럼 노래가 빠지면 안 되죠! 생일 축하합니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촛불까지 끄고 오정희의 케이크 커팅까지 이어졌다.
짝짝짝짝-!
참 행복한, 휴가였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참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으니까.
“여보, 몸 건강히 있어야 해요.”
“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아빠! 밥 거르시고 그러면 안 돼요!”
“알았어.”
강소는 그들의 작별을 지켜보았고, 최효성에게 인사를 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박사님.”
“내 가족들을 잘 부탁하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소는 차에 탔고, 오정희와 최예진을 태운 차는 천천히 국립 B&T 마정석 연구소 충청지소에서 벗어났다.
* * *
박순덕은 담배를 빼 물었다.
그리고 옆의 부하에게 말했다.
“지금 몇 시냐?”
“밤 8시입니다. 이제 슬슬 오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박순덕은 블랙맨 단체인 ‘검은 지네’의 보스였다.
검은 지네는 국내에서 제법 큰 지하 조직으로 이루어진 블랙맨 단체였다.
최근 그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던 ‘검은 꼬리’의 한국 지부가 일망타진되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검은 꼬리’의 해외 지부에서 연락이 왔다.
검거된 ‘검은 꼬리’의 간부들이 갇혀 있는 ‘아공간 감옥’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다면 엄청난 대가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검은 꼬리’에서 장악하고 있던 모든 세력의 양도와 엄청난 양의 금이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모든 것을 걸 가치가 있었다.
‘인생 한 방이니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인 결과, 아공간 감옥을 만든 자가 최효성 박사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 후,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전문이었다.
납치와 협박.
최효성 박사는 보안이 철저한 연구소 안에서 살다시피 하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그 가족을 납치하는 것.
하지만 그를 위해 계속 보냈던 조직원들이 하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며칠 전에 보냈던 두 명의 엘리트 조직원들이 갑자기 실종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뭔가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오늘 그가 직접 나선 것.
오늘의 작전은 간단했다.
그건 최효성 박사의 가족을 납치하는 것이었다.
오늘 그 가족들이 외출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목적이 무엇인지도 짐작이 갔으니까.
그리고 오늘 돌아올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즉 오늘 이 도로를 통해 귀가한다는 것이지. 하하하! 역시 난 똑똑해!’
최효성 박사의 가족들을 지키는 경호원들이 있었지만, 오늘 동원한 조직원들만 이십여 명이었다.
그때였다.
“저기 차가 옵니다!”
부하의 말에 박순덕은 얼른 몸을 바로 했다.
그리고 차를 납치하기 위한 만만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끼익-!
“응?”
잘 오던 차가 갑자기 멈추었다.
“눈치챘나?”
그래 봤자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박순덕이 외쳤다.
“야! 쳐!”
“네!”
조직원들은 그 차를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어? 어어?”
그 조직원들이 하나둘씩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있었다.
“뭐, 뭐야? 도깨비 도로야?”
그리고 마침내 그 역시, 그들이 함정을 파 놓고 기다리고 있던 도로에서 사라졌다.
.
.
.
박순덕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이상하게 미끄덩거렸다.
“뭐, 뭐야! 여긴!”
간신히 일어났을 때 자신과 부하들은 이상한 존재들 가운데 있었다.
그들은 사람의 옷을 입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여우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이 왠지 싸했다.
“족장님, 지금 저 녀석들이 전을 부치려고 준비한 반죽을 다 쏟았는데요?”
“아, 아깝게…….”
“부치기만 하면 되는 건데…….”
“이거 만들려고 8시간을 고생했는데.”
“방금 강소 님에게 전언이 왔다. 죽지 않을 정도면 얼마든지 패도 된다고 하셨다.”
“호오? 그래요? 죽지, 않을, 정도, 말씀이죠?”
순간 박순덕은 생각했다.
여기가 어딘지 알 수는 없었지만…….
‘×됐다!’라고.
무림에서 온 배달부 34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