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44
343화. 경호 의뢰 (3)
늦은 밤.
최효성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요즘 그가 주력하고 있는 것은, 각성자가 아니어도 사용할 수 있는 아공간 가방의 개량이었다.
현재보다 공간을 좀 더 넓히는 연구이다.
그건 그의 이상을 위한 계획 중 하나였다.
그는 설계 도면이 그려진 종이를 바라보며 연필로 설계도를 수정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그는 고개를 돌려 달력을 보았다.
휴가 표시를 했다가 지운 흔적이 보였다.
자신이 가족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에게 폐를 끼칠 순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때였다.
따르르르릉-!
그의 앞에 놓인, 전화기가 울렸다.
‘누구지? 이 시간에?’
그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 받았습니다. 마정석 활용실장 최효성입니다.”
– 네, 오늘 숙직 당번 바이오실 2팀장 김정안입니다.
“아, 김 팀장. 오늘 숙직인가 보군.”
– 네, 역시 사무실에 계시는군요. 은탑의 감찰2과장님의 전화입니다. 전화 돌리겠습니다.
“고맙네.”
딸깍.
곧 전화 회선을 연결하는 소리와 함께, 수화기 너머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안녕하세요. 최 박사님. 감찰2과장 김명희입니다.
“아! 김명희 과장님! 오랜만입니다.”
– 다름이 아니라, 돌아오는 월요일에 시간을 비울 수 있으신지 여쭈어 보려고요.
“월요일 말입니까?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최효성의 물음에 김명희의 살짝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 이번에 휴가를 포기하셨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가족들과 만나는 것 정도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네에?”
그는 놀라서 물었다.
“어떻게 말입니까? 아니, 그게 가능합니까? 지금 블랙맨들 때문에…….”
– 그래서 제가 업계 최고의 경호원에게 의뢰했어요.
“하지만 저 때문에 많은 사람이 힘들어지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 그런 말씀 마세요. 박사님 덕분에 이 세상은 더욱 발전하고 또 윤택해지고 있잖아요. 이 정도는 누리실 자격이 있으세요.
김명희는 말을 이었다.
– 힘들게 의뢰한 만큼, 만족하실 거예요. 그러니까 박사님의 거절은, 거절합니다.
* * *
월요일 새벽.
강소는 일찍 일어나 외출 준비를 했다.
오늘은 그에게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최효성 박사와 그 가족들을 경호하는 일이었다.
그는 오늘의 일정을 머릿속으로 정리해 보았다.
‘음, 우선 사랑 꽃집의 오 사장님과 예진 씨를 데리고 국립 B&T 마정석 연구소 충청지소로 이동 후,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다시 오 사장님과 예진 씨를 보호하면서 이곳으로 돌아온다. 간단하군.’
강소는 김명희가 보내 준 옷을 입었다.
깔끔한 검은색 정장이었다.
옷을 입고 거울을 보니,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경호원 같군.’
만약 그의 모습을 김지은이 봤다면, 그녀는 강소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방에 빼곡하게 붙여 놓았을 것이 분명했다.
강소가 홀로 나가자, 유순태가 주방에 있었다.
“좋은 아침이다.”
“그래. 이제 가려는 거냐?”
유순태도 오늘 강소가 무엇을 위해 외출하는지 알고 있었다.
“한 30분 정도 있다가 나갈 예정이다.”
“그럼 잘됐네.”
“……?”
유순태는 두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오늘 아침은 샌드위치거든. 아침도 안 먹여 보내는 건 좀 그래서 말이야. 우유는 냉장고에 있어.”
“고맙다.”
강소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어 컵에 따랐다.
그가 살던 곳에서 우유는 음식이라기보다는 각기병이나 뼈가 상할 때의 치료약으로 쓰였다.
그가 살던 세계의 유목민들은 짐승의 젖을 자주 먹곤 했지만 그것도 많이 먹을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짐승의 젖을 사람이 많이 먹으면 새끼를 잘 키우기 힘드니까.
그러니 우유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이 세계가 강소에게는 참 신기했다.
강소가 우유가 든 컵을 들고 식탁 앞에 앉았고, 막 샌드위치를 만든 유순태가 접시에 샌드위치를 담아 강소에게 주었다.
“자.”
“잘 먹을게.”
강소가 샌드위치를 먹을 때, 2층에서 유하영이 눈을 비비며 내려왔다.
“딸, 잘 잤어?”
“네.”
강소는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하영이 일어났네.”
“응. 오빠 어디, 가?”
그녀의 물음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오빠가 중요한 일이 있어서 외출하는 거야.”
“그렇구나.”
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소는 샌드위치를 다 먹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양치를 하고 나오자 어느새 유하영은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오늘, 촬영이 있다고 했었지?’
그는 피식 웃으며 유순태와 유하영에게 말했다.
“그럼 다녀올게.”
“잘 다녀와라.”
“어? 오빠. 잘 다녀와.”
강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양춘각을 나섰다.
그리고 황진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하루 잘 부탁한다.]자신이 최효성 박사의 가족 만남을 돕는 동안, 유순태 부부를 지킬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된 사람이 황진혁이었다.
이신이 최선이었지만, 그는 요즘 바빠 보였으니까.
할 일이 많은 사람에게 온종일 양춘각을 지켜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염치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황진혁에게 부탁했고 그는 흔쾌히 허락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최예진과 미래의 장인, 장모를 경호하는 일이었으니까.
곧 그에게 답장이 도착했다.
[다녀오십시오. 제가 똘이 1호로 잘 감시하고 있겠습니다.]그 답장에 강소는 미소 지었다.
똘이 1호는 황진혁이 부리는 마리오네트 중 하나였다.
그리고, 똘이 1호는 곰 인형의 모습이었다.
사실 마리오네트라는 능력은 사람처럼 머리와 팔다리가 있으면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했다.
곰 인형 역시 머리와 몸통, 팔다리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조정이 가능했다.
그리고 똘이 1호는 지금, 양춘각에 장식처럼 놓여 있었다.
물론 계속 마리오네트와 연결을 유지하고 있어야 했지만, 강소와의 훈련 덕분에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연결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강소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사랑 꽃집으로 향했다.
똑똑.
노크를 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사랑 꽃집의 오정희 사장과 최예진은 이미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저희를 경호해 주신다고 들었어요.”
“그렇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진혁 씨에게 들었어요. 잘 부탁드려요. 오빠.”
오정희와 최예진의 말에 강소는 미소 지었다.
“그냥 저는 의뢰받은 대로 할 뿐입니다.”
사실 강소와 최예진의 나이는 10살 이상 차이가 났지만, 최예진은 그를 오빠라고 불렀다.
전에 양춘각에 왔다가 유하영이 강소를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얼굴이 오빠야.”라는 그 말에 최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오빠 맞네. 그럼 나도 오빠라고 불러야겠다.”
그 후, 최예진에게 강소는 오빠가 되었다.
“그런데 오늘 정말 멋져요! 슈트빨이 예술인데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럼 오빠. 오늘 잘 부탁드려요.”
그 호칭에 강소는 그저 미소 지을 뿐이었다.
말하지 않았지만 강소에게 최예진은 친척 오빠였으니까.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만일의 상황이 발생하면 두 분을 데리고 도망가는 역할입니다.”
“네. 알겠어요.”
“어서 가요.”
그들은 모처럼 남편과 아빠를 만난다는 사실에 잔뜩 들떠 있었다.
“그런데 그건……?”
그들의 옆에는 5층 도시락이 네 개가 놓여 있었다.
그것도 제법 큰 도시락이었다.
오정희는 호호 웃었다.
“사실, 오늘 그이를 만난다고 해서 이것저것 음식을 하다 보니까 이렇게 많아졌지 뭐예요.”
“그렇습니까?”
최예진이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말도 마요, 오빠. 저거 한 칸에 한 종류씩이에요.”
그러니까, 총 20종류의 음식을 했다는 뜻이었다.
참 지극정성이었다.
그들이 도시락을 들려고 할 때, 강소가 말했다.
“우선 제 인벤토리에 넣겠습니다. 그리고 이따가 꺼내 드리지요.”
강소는 종이와 펜을 빌려 도시락에 메모를 적었다.
그리고 휙 손을 젓자, 그 도시락은 강소의 인벤토리로 들어갔다.
그들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탔다.
강소는 함께 움직이는 차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도 지금 움직이고 있군.’
그가 파악한 경호원의 수는 오정희와 최예진에 각 2명씩, 그리고 집 전체에 2명씩 해서 총 여섯 명이었다.
각성자 협회에서 여섯 명이나 인력을 들이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최효성 박사가 은탑에 있어 중요 인물이라는 뜻이겠지.’
* * *
강소의 인벤토리 안.
오늘도 호족들은 열심히 인벤토리 안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꼬롱이와 뽀뽀도 있었다.
사실 시골도 아니고 서울 대도시의 환경은 꼬롱이와 뽀뽀에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강소는 꼬롱이와 뽀뽀를 종종 인벤토리에 넣어서 풍부한 오러를 마시며 그 안에서 뛰어놀게끔 했다.
일종의 원기보충 개념인 것.
도도도도.
폴짝폴짝.
다다다다.
깡충깡충.
오늘도 꼬롱이와 뽀뽀는 인벤토리에서 술래잡기 중이었다.
술래잡기의 의미가 없었지만 말이다.
그때 꼬롱이의 코가 실룩였다.
“꼬뀨?”
고소하고 눅진한 기름 냄새였다.
꼬롱이는 냄새가 느껴지는 곳으로 다다다 달려갔다.
마침내, 꼬롱이는 보았다.
네 개의 도시락을!
꼬롱이는 그 도시락으로 향했고, 바동거리며 도시락에 매달렸다.
그리고 도시락의 잠금장치를 낑낑대며 눌렀다.
딱!
딱-!
잠금쇠는 총 4개.
이제 2개의 잠금장치만 풀면 그 안에 있는 군침 돌게 하는 음식을 영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허! 이 녀석아. 이건 손대면 안 되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호족 족장 하랑이었다.
그리고 꼬롱이의 몸이 들렸다.
“뀨! 꼬뀨!”
꼬롱이가 허공에서 네 다리를 바동바동하는 와중에 하랑은 한 손으로 꼬롱이가 낑낑대면서 풀었던 잠금장치를 너무나도 허무하게 다시 잠갔다.
탁, 타닥.
하랑은 도시락에 붙어 있는 메모를 보았다.
[맡긴 물건, 이따가 다시 찾으러 오겠음.]강소가 맡긴 물건이니, 잘 보관해야 했다.
“그나저나 상당히 맛있는 냄새가 나는군.”
호족들은 코가 예민했기에 냄새만으로 도시락 안의 메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육전에, 야채전까지…… 전만 다섯 가지가 넘는군.”
하랑은 아직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꼬롱이를 보았다.
그 아래에서 뽀뽀는 무념무상의 얼굴로 뽀뽀 거리며 풀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뭐 가끔은 전을 부쳐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오늘은 모처럼 기분을 내 보기로 했다.
하랑은 요리를 담당한 호족을 호출했다.
삑-!
곧, 두 명의 호족이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오늘은 전을 해 먹도록 하자.”
“전이라! 좋지요!”
“재료는 충분한가?”
“물론입니다!”
밀가루는, 재배한 밀을 탈곡하여 보관 중인 것을 가루로 만들어 말리면 되었다.
계란은, 인벤토리에서 키우는 닭 덕분에 충분했다.
다행히 계란은 살생의 개념에 들어가지 않았다.
기름은, 갓 짠 들기름이 가득했다.
강소의 신묘한 인벤토리 덕분에 오늘 호족들의 식사 메뉴가 정해졌다.
* * *
끼익-.
어느새 강소는 국립 R&T 마정석 연구소 충청지소에 도착했다.
그들은 입구에서 신분증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탐지 능력을 가진 각성자가 차의 이곳저곳을 살폈고, 통과 지시를 내렸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보안!”
경호원이 경례를 붙였고, 강소 역시 경례를 해 주었다.
부우웅-.
연구소 건물은 입구에서 좀 떨어져 있었다.
차로는 3분 정도의 거리.
“아! 아빠다!”
최예진이 소리쳤다.
건물 앞에, 금테 안경을 쓴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최효성 박사였다.
“어서 와요! 예진이도 어서 와라!”
“보고 싶었어요.”
“저도 보고 싶었어요! 아빠!”
최효성 박사와 가족들이 해후를 기뻐하는 사이, 강소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왠지 가슴이 찡했다.
그때 최효성이 강소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소는 자신을 소개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강소입니다. 오늘 여러분을 경호하기 위해 왔습니다.”
“아, 김명희 과장님이 말씀하신 분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최효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혹시 저희…… 어디서 만난 적이 있던가요?”
무림에서 온 배달부 34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