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63
362화. 추석에는 하영이와 (2)
다음 날 아침.
유순태 가족과 강소는 유순태 부모님의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유 서방, 부모님 드릴 선물은 다 챙긴 건가?”
임송규의 물음에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빠짐없이 챙겼습니다.”
그때 임소영이 말했다.
“오빠는 오늘도 출근하는 거야?”
“그렇지 뭐.”
임송규는 멋쩍게 웃었다.
“우리 일이 추석이라고 쉴 수 있는 아니잖아.”
“그건 알지만…….”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잘 다녀와라.”
“알았어.”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올게요. 외삼촌.”
유순태 가족의 인사에 강소 역시 임송규에게 인사를 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운전은 유순태가 하기로 했다.
그들이 탄 빨간 경차가 출발하고, 혼자 남은 임송규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명절날에도 램프 포터 길드로 출근하는 건, 그 업계가 쉬는 날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명색이 길드장인데,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명절날 텅 빈 집에 혼자 있는 것은 기분이 이상한 일이었다.
“나도 슬슬 출근해야겠군.”
그래도 오늘 밤에 여동생네 식구들이 돌아온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 * *
유순태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다 왔다. 내리자.”
“네!”
예전에는 6살까지는 카시트를 사용하는 것이 의무화 되어 있었다.
차의 안전벨트가 아이에게 맞지 않아서, 사고가 났을 경우 아이를 보호해 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3살 미만이 아니라면 카시트가 필요 없었다.
자동차 시트 안에 미취학 아동을 위한 좌석 모드가 세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으로 아이의 몸을 감싸주었다.
유순태는 유하영의 좌석 모드를 해제하였고, 임소영이 문을 열자 그녀는 폴짝 뛰어 차에서 내렸다.
임송규의 집에서 출발한 지 2시간.
그들은 유순태의 부모님이 사시는 집에 도착했다.
“올라가자.”
“그래.”
그들은 두 손에 선물을 가득 들고,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아버지, 어머니!”
“저희 왔어요!”
유순태와 임소영의 말에 유건영과 박민애가 그들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서 와라!”
“하부지! 할머니!”
유하영이 쪼르르 달려가 박민애에게 폭 안겼다.
“우리 예쁜 손녀도 왔네!”
“헤헤헤.”
가족들의 인사가 끝나고, 강소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간 건강히 잘 지내셨습니까?”
“우리야 잘 지냈지. 강소 씨도 어서 와요.”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순태는 가져온 선물들을 다 내려놓았다.
그 선물에는 임송규가 보내는 선물도 있었는데, 귀한 홍삼으로 만든 음료였다.
유건영과 박민애는 웃으며 그것들을 받았다.
그들은 손을 씻고 거실에 모여 앉았다.
간단히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 박민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니, 뭐 도와드릴 거 없을까요?”
임소영의 물음에 박민애는 얼른 손을 저었다.
“몸도 무거운 애가 뭘 하려고 그래?”
“그래도 좀 도와드려야지요.”
“됐어.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까 앉아 있어라.”
그 작은 실랑이에 강소가 벌떡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요리라면, 제가 돕겠습니다. 고 여사님께 배워서 조금 거들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유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강소 오빠 요리 잘해요.”
“그래?”
유하영도 그리 말하니, 박민애는 강소에게 말했다.
“그럼 조금 도와줄래요?”
“알겠습니다.”
“앞치마가 필요하면 이거 사용해요.”
“네. 감사합니다.”
그 상황에 유순태가 슬그머니 일어나며 말했다.
“어머니, 저도 도와드릴까요?”
그 말에 박민애는 고개를 저었다.
“부엌 좁아서 여럿이 있으면 오히려 정신 사나워. 너는 상 펴고 숟가락이랑 젓가락 좀 놔라.”
“네.”
유순태가 거실에 상을 펴는 동안 강소는박민애의 지시대로 식사 준비를 도왔다.
“이 전은 데우기만 하면 돼요.”
“네.”
“잘하네요! 어쩜, 태우지도 않고 데운 것 좀 봐.”
“칭찬 감사합니다. 다음은 이 잡채입니까?”
“맞아요. 잡채에 들기름하고 간장 좀 넣고 버무리면 돼요.”
조금이나마 고혜미 여사에게 배운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음식 하는 것을 도울 수 있었다.
‘한식 위주로 배워두길 잘했군.’
강소는 완성된 요리들을 접시에 정갈하게 담아서 내놓았다.
그러면 유순태가 그걸 상 위에 세팅했다.
“다 했어요. 이제 먹죠.”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둣국까지 상 위에 올라가자, 모두 상 앞에 둘러앉았다.
“그럼 먹자.”
“네.”
유건영이 먼저 수저를 뜨자, 식사가 시작되었다.
임소영은 바닥에 앉기 힘들어서 소파 옆 보조 탁자 위에 따로 밥상을 차려 주었다.
“감사해요, 어머니.”
“당연히 그래야 하는 데 뭘 감사해.”
박민애는 손을 저었다.
“천천히 먹어라. 그러다 체하면 큰일이니까.”
“네.”
강소는 그 모습에 미소 지었다. 유순태의 인성이 좋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옛말에도 호부 밑에 견자 없다고 했으니, 인성 좋은 부모 아래 인성 나쁜 자녀가 나오기는 힘들지.’
그렇기에 유순태와 임소영 사이에서 유하영 같은 아이가 태어나고 또 그렇게 교육되는 것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후식으로 사과를 먹을 때, 유하영이 자신의 가방 안에서 자신의 머리만 한 주머니를 꺼냈다.
그건 강소가 만들어 준 색동 주머니였다.
“하부지! 할머니! 이거 선물이요.”
“이게 뭐니?”
“제가 하부지랑 할머니 드리는 거예요.”
유건영은 주머니를 받아, 열어 보았다. 안에는 사탕이 가득 차 있었다.
“어이쿠! 사탕이네?”
“네! 하부지랑 할머니가 사탕 좋아해서요.”
“그렇구나.”
“손녀딸에게 선물도 받아보고, 복 받았네.”
그들은 유하영의 선물에 환하게 웃었다.
“아 참, 오늘부터 3일 동안 오후 10시에 DBS에 하영이 나오는 거 아시죠?”
유순태의 말에 유건영과 박민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알지!”
“예약도 해 놨다.”
사실 이번에 유하영에게 추석 특집 방송 출연 섭외가 잔뜩 들어왔었다.
하지만 고영민이 다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이미 기존 촬영 스케줄에다가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 촬영도 추가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또 한 가지를 추가하는 건 아직 6살 아이의 체력으로는 무리였으니까.
그들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느덧 시간은 빠르게 흘러 저녁 먹을 때가 되었다.
“저희 잠시 나갔다 올게요.”
“저녁 먹어야지.”
“아! 저녁 메뉴는 짜장면이에요. 한 번도 이 아들이 만들어 준 짜장면을 드셔 본 적이 없으시잖아요.”
“그건 그렇지.”
“사실 짜장을 볶아 왔는데, 그게 차에 있어서요.”
유순태와 강소는 그걸 가지고 온다며 집에서 나왔다. 하지만 짜장 볶은 건 차 안에 없었다.
그들은 강소의 인벤토리로 들어왔다.
그곳에는 미리 세팅해 놓은 주방이 있었다.
“와, 이렇게 해 놓으니까 진짜 양춘각 주방이네.”
“네가 쓰던 것들이니까.”
유순태는 렌지에 웍을 올리며 말했다.
“생각해 보니까, 부모님께 한 번도 짜장면을 만들어 드린 적이 없더라고.”
“부모님이 너희 집에 오신 적이 없으신 거야?”
“오기는 하셨지. 그런데 이상하게 짜장면이 아니라 다른 것을 먹게 돼서 말이지.”
“뭔가 이해가 된다.”
그래서 오늘에서야 짜장면을 대접하게 된 것.
유순태는 열심히 짜장을 볶았고, 강소는 옆에서 면발을 삶았다.
유순태가 짜장을 집이 아닌 인벤토리에서 볶는 이유가 있었다.
짜장에서 불맛이 나려면 짜장을 볶을 때 약간의 불쇼가 필요해서 일반 가정집에서는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곧 짜장이 완성되었다.
“가자.”
“알았다.”
완성된 짜장과 면발을 통에 담았고, 인벤토리에서 나왔다.
그리고 서둘러 유건영과 박민애의 집으로 들어왔다.
“가져 왔어요!”
“왔냐?”
아직 따스한 면발을 그릇에 담았다.
그리고 그 위에 소스를 부었다.
그 사이, 강소는 다시 상을 폈고 그 위에 수저와 젓가락 그리고 단무지와 김치를 세팅했다.
마지막으로 짜장면 그릇이 놓였다.
“아직 따뜻하네? 차에 있었다면서?”
“요즘 통의 보온력이 좋아서요.”
“그래?”
유건영은 그러려니 하면서 긴장되는 마음으로 짜장면을 비볐다.
그로서는 처음 먹는 아들의 짜장면이었다.
“후룩.”
맛있었다.
유건영은 뭔가 안도가 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간신히 눈물을 참을 수 있었다.
“참 맛있네!”
옆에서 박민애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죠? 아들 짜장면이 맛집으로 소문났다니까요.”
“그런데 그걸 왜 지금에야 해 주는 건데?”
“하하하.”
그 모습에 강소는 미소 지었다.
그리고 짜장면을 크게 말아 입에 넣었다.
처음 이 짜장면을 처음 먹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나 지금이나 맛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
.
.
저녁을 먹은 후.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유건영과 박민애는 주차장까지 따라 나왔다.
“하부지, 할머니. 이따가 TV에서 나 봐야 해요.”
“알았다.”
“약속!”
“그래, 약속.”
유하영이 먼저 인사를 했다.
그리고 유순태와 임소영과도 인사를 주고받았다.
“어머니, 죄송해요. 자고 가야 하는 건데…….”
“조금 있으면 만삭인데, 편하게 자야지.”
“죄송해요.”
“죄송하긴…… 건강하면 되는 거야. 그래야 아이도 건강하지.”
“아버지, 어머니. 저희 갈게요.”
강소는 품에서 아주 작은 주머니 두 개를 꺼냈다.
“이거 받으십시오.”
“이게 뭔가?”
“향낭(香囊)입니다.”
“향낭?”
“네, 향을 넣은 주머니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강소가 살던 곳에서는 주로 단오에 향주머니를 만들어 차거나 선물했다.
주로 건강이나 벽사의 의미가 있었다.
“이 안에 몸에 좋은 향을 넣었습니다. 가까이 두시면 활력이 도는 효능이 있습니다.”
그런 효능이 있는 약재를 넣었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앙증맞기까지 한 모양의 주머니를 받으며 그들은 기뻐했다.
“고마워요.”
“잘 간직하겠네.”
그때 유순태가 물었다.
“혹시, 저 주머니도 직접 만든 거냐?”
“맞아.”
“이걸 직접 만들었다고요?”
“맞아요. 어머님. 그리고 하영이가 선물한 사탕이 들어 있던 주머니도 직접 만들었어요.”
임소영의 말에 그들은 깜짝 놀랐다.
너무 정교하고 예뻐서 파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만든 거였다.
“정말 잘 만들었네.”
그들은 감탄했다.
유순태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진짜 갈게요.”
“안녕히 계십시오.”
그들은 차에 탔다.
가는 길은, 강소가 운전하기로 했다.
그는 운전대를 잡았고, 차는 출발했다.
유건영과 박민애가 손을 흔들었고, 유하영 역시 손을 흔들었다.
강소는 백미러를 통해 그들 부부를 보았다.
그 표정에는 서운함이 엿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걸 내색하지 않고 그들을 보낸 것.
‘다음에는 좀 길게 있다 오자고 해야겠군.’
그렇게 무척 짧은, 고향 방문이 마무리되었다.
* * *
따르르릉.
“네, 각성자 협회입니다. 아, 네, 그 건은…….”
따르르릉.
“네, 각성자 협회입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오늘도 각성자 협회의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명절인 추석 연휴라는 건, 별 의미가 없었다.
그래도 신입들은 선배들의 배려로 명절을 지낼 수 있었지만 말이다.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성진호는 안경을 벗고 피곤한 눈을 손으로 꾹 눌렀다.
“하아…….”
추석에도 블랙맨과 게이트, 마수에 대한 정보들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아직 터지지 않은 게 참으로 신기했다.
그때,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자자, 떡입니다! 떡! 송편이 왔습니다.”
고개를 들어 보니, 2팀장인 백은호가 1팀에 떡을 돌리고 있었다.
성진호는 유리로 된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웬 떡인가?”
“아, 과장님. 이거 협회장님께서 돌리시는 겁니다.”
“아, 맞군.”
그건 성진호도 알고 있는 사안이었다.
명절을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송편을 돌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과장님도 받으세요.”
조그마한 케이스에 송편 세 개가 들어 있었다.
“잘 먹겠다고 메시지라도 보내야겠군.”
“아, 그거 말인데요. 메시지 금지랍니다.”
“응?”
그러고 보니 케이스에 작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여러분이 있기에 이 나라가 안전합니다. 항상 고맙고 미안합니다. 그리고, 잘 먹었다고 메시지 보내지 마세요.]백은호가 말을 이었다.
“보내는 사람은 한 통이지만, 받는 사람은 수백 통이거든요.”
“아…….”
무림에서 온 배달부 36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