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64
363화. 추석에는 하영이와 (3)
밤이었다.
차를 세운 강소가 옆자리에서 잠들어 있는 유순태를 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임소영과 유하영도 잠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강소는 그들을 깨우기 전에, 기운을 끌어올렸다.
피곤함을 풀어 주는, 회복의 기운이었다.
그 기운이 차 안에 가득 차자, 깨우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잠에서 깼다.
강소는 유순태를 보며 말했다.
“순태야. 도착했다. 일어나라.”
“어?”
유순태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다.
“벌써 도착했네?”
“그래, 잘 자더라. 그나저나 오늘 10시에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 하잖아. 그거 모니터링 한다고 하지 않았어?”
시계를 보니, 9시였다.
“아, 그렇지.”
유순태는 차에서 내렸다.
막 잠에서 깬 임소영과 유하영도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푹 잤는지, 깨니까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네.”
그건 강소가 차 안에 가득 채운 회복의 기운 때문이었지만, 그는 그냥 씩 웃을 뿐이었다.
“원래 피곤할 땐 한숨 자면 괜찮잖아.”
“그건 그렇지.”
“어서 들어가자.”
“그래. 그리고 운전 수고했어.”
그들은 임송규의 집으로 들어갔다. 임송규는 이미 퇴근해서 씻고 TV를 보는 중이었다.
“왔는가?”
“네.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라.”
“오빠. 다녀왔어.”
“피곤하겠네.”
“다녀왔습니다. 외삼촌.”
“그래. 하영아, 조부모님은 잘 뵙고 왔니?”
“네!”
강소 역시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2층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방에 딸린 욕실에서 씻고 나와 1층으로 내려왔다.
오늘 밤,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를 시청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메시지가 도착했다.
김지은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오빠, 즐거운 추석 되세요. 저희 내일모레 볼 수 있는 거죠? 오랫동안 보지 못하니까 많이 그리워요.]내일모레는 유하영의 팬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강소는 미소 지으며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도착한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이신과 오동수 등등 수많은 이들이 추석 잘 보내시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래서 강소는 그들에게 답장을 해 주었다.
* * *
김지은의 집.
김지은은 아예 영화관처럼 꾸며진 공간에 앉아 있었다.
그곳은 영상을 보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보통은 영화를 보는데 사용하겠지만 그녀의 경우 전투 피드백을 위해 사용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다른 용도로도 쓰이기 시작했다.
바로, 유하영이 나오는 프로그램의 감상을 위해서였다.
탁.
진모영이 김지은 앞에 간식을 놓았다.
“여기, 콜라와 감자 스틱입니다.”
“고마워.”
“아가씨를 보필하는 게 제 일인걸요.”
그때 김지은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고, 그걸 확인한 그녀는 꺅 소리를 내었다.
“어쩜 좋아! 알바 오빠도 내가 그립대.”
“네?”
“방금 메시지 보냈는데, 그렇게 답장이 왔어.”
“정말 그리 보냈습니까?”
“응응! 봐봐.”
진모영은 김지은이 건네는 핸드폰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사실 그 메시지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했다.
하지만,
차마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정말 그렇게 보내셨네요.”
“그렇지? 맞지?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네. 아니에요.”
그때 전면의 대형 화면에 프로그램 로고가 떠올랐다.
“아, 시작하네요!”
“아, 그러네?”
김지은은 얼른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파일럿 프로그램이었기에 아직 정식 오프닝 송은 없었다. 그래서 임시로 유하영과 노민아가 부른 노래들 중 하나를 오프닝 송으로 삽입했다.
[그대의 이야기를 들어 줄게요. 우리 함께 이야기해요~]황태준 작곡가가 예견이라도 했나 생각할 정도로, 딱 맞는 노래였다.
‘그냥 이걸 오프닝 송으로 써도 될 것 같은데?’
곧 화면에 유하영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귀염뽀짝하게 걸어 나왔고, 스튜디오 중앙에 서서 배꼽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유하영입니다. 여기,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 만나 볼 분들은 무척 잘생긴 오빠들이에요. 보이 그룹 FYG를 소개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김지은은 거의 울고 있었다.
“어쩜 좋아! 우리 하영이! 너무 귀엽고 예쁘고 깜찍하잖아!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졌어!”
그 모습을 보며 진모영은 그냥 웃었다.
유하영의 귀여움은 그녀 역시 인정했다.
하지만 그것과 덕질은 별개의 것이었으니까.
.
.
.
1시간 동안의 방송이 끝이 났다.
드디어 현실로 돌아온 김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이만.”
“어디 가십니까?”
진모영의 물음에 김지은이 당당하게 말했다.
“하영이의 귀여움을 온 세상이 알아야지! 하영이 방송 사진 뿌리러 가.”
“…….”
그리고, 그날 밤.
인터넷 서버를 타고 유하영의 방송에 대한 이야기는 수많은 곳으로 전달되었다.
그와 동시에 화제가 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게스트였던 FYG였다.
* * *
다음 날 아침.
FYG 멤버들은 잠에서 깼다.
오늘은 아침부터 개인 스케줄이 있었기 때문이다.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그런 스케줄이었지만, 정산을 받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을 해야 했으니까.
오늘이 추석이든 뭐든 방송계는 그런 게 없었기에 그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들이 사는, 5층 연립 주택의 앞쪽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렸다.
“음? 집 앞이 좀 시끄럽네?”
“무슨 일 있나?”
“싸움이라도 났나 보지.”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그리 말하며 냉장고 안에서 샌드위치를 꺼내었다.
매니저 한지훈이 눈치 보느라 굶는 게 제일 미련한 거라면서 사다 놓은 것이었다.
그들은 한지훈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리고, 인스턴트커피를 블랙으로 진하게 타서 한 잔 마셔서 정신을 깨웠다.
좁은 화장실에서 순번을 정해서 양치를 하고 볼일을 보았다.
다른 그룹들은 화장실 두 개에 큰 방이 몇 개나 있는 아파트를 숙소로 쓴다고 하지만, FYG의 숙소는 방 2개에 화장실 하나인 좁은 곳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이런 곳이라도 숙소를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소위 ‘뜨지 못한 그룹’이었으니까.
당당하게 살고 싶었지만, 주변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준비 다 됐냐?”
“네.”
리더 민혁의 말에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오전 9시에 픽업하기로 했고, 다행히 각자 텀이 있었기 때문에 한지훈이 멤버들을 하나씩 하나씩 스케줄 장소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시계를 보니 오전 8시 20분이었다.
한지훈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다 보니, 너무 빨리 준비한 듯했다.
“형, 저 노트북 좀 써도 돼요?”
“그래.”
그들에게는 개인 핸드폰이 없었다.
1위를 해야 개인 핸드폰 사용 제한을 풀어주는 것이 업계의 암묵적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연락은 메일로 했다.
그들에게는 민혁이 숙소에 입주할 때 가져온 낡은 노트북이 있었다.
레이는 민혁의 허락을 받아 그의 노트북을 가져왔고, 밥상 겸 탁자 용도로 쓰는 좌식 탁자 위에 놓고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포털 사이트를 열고 로그인을 하려는데…….
‘어?’
순간 뭔가 이상한 글자가 그의 시선을 뺏어 버렸다.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 첫 방송…….]그걸 본 레이가 다른 멤버들에게 말했다.
“형, 저희가 출연했던 그 방송 있잖아요.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
“아, 맞다!”
“어제가 방송 날짜였지!”
“그걸 까먹고 있었네!”
“어쩔 수 없죠. 신곡으로 컴백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섰던 날이었잖아요.”
그리 말하며 레이는 그 기사를 클릭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3초 후.
“으어어어억!”
레이는 기겁해서 뒤로 발랑 넘어갔다.
“왜 그래?”
“으, 으억, 혀, 혀, 형…….”
레이는 말을 잇지 못했고,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그들은 레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화면을 보았다.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 시청률 40퍼센트 돌파!] [FYG! 눈물바다가 된 그들의 사연은?] [이것이 애교다! FYG의 곰 세 마리!] [진흙 속에 묻혀 있던 FYG라는 진주를 발견하다!] [서로에 대한 FYG의 진심,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다!]포털 사이트의 연예 뉴스란이 어제 방송되었던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에 관련된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FYG에 관한 기사도 무척 많았다.
이게 뭔 일인가 싶어 그들은 몇 번이고, 기사를 읽고 또 읽었다.
혹시 자신들이 잘못 본 걸까 봐.
온 세상이 그들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때였다.
따르르릉.
민혁이 가지고 있던 공용 핸드폰이 울렸다.
개인 핸드폰이 없다고 해도 공적인 연락은 필요했기에 회사에서 지급한 핸드폰이었다.
액정에는 매니저 한지훈 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여보세요.”
– 어, 민혁아. 너희 지금 어디냐?
“아직 숙소인데요.”
– 다행이네. 절대 나가면 안 된다. 지금 밖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네? 기자요?”
그제야 그들은 커튼을 걷고 살짝 밑을 바라보았다.
카메라를 든 이들이 보였다.
그제야 이 소란의 원인이 그들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 지금 나갔다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서 패닉 온다. 절대 우리가 갈 때까지 나가지 마.
“아, 네.”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 혹시 이거…… 어제 방송되었던 그것 때문이에요?”
– 맞아. 어떻게 알았어?
“포털 사이트 검색하다가요.”
– 방송 한 번으로 이런 난리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은 있지만 진짜 이럴 수도 있구나 싶다. 지금 나도 얼떨떨해서…….
“저, 회사에서는 뭐라고 하세요?”
– 지금 뭐라고 할 만한 상황이 못 돼. 홍보과고 어디고 지금 난리가 났거든.
“아…….”
– 아무튼, 우리가 갈 때까지 절대 나가면 안 된다. 문도 열어 주지 말고.
“네.”
전화가 끊어졌다.
민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멤버들을 보았다.
그들은 마치 미어캣 같은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애들아.”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어제 우리가 나왔던 방송 있잖아. 그거 대박 난 거 같아.”
“형, 그, 그러면…….”
“그래.”
민혁은 말을 이었다.
“우리, 떴다.”
“우아아아악!”
그 말에 멤버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환호했고, 곧 그 감격은 눈물이 되었다.
* * *
강소는 핸드폰으로 기사를 보았다.
어제 방송되었던 추석 파일럿 방송,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는 엄청난 화제였다.
6살 아이의 귀여움과 나이를 믿을 수 없을 만큼 매끄러운 진행력,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런 질문이 사람들의 호감을 산 것 같았다.
그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들어갔고, 맨 위에 올라와 있는 영상을 클릭했다.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유하영과 다섯 명의 FYG 멤버들이 깜찍한 율동을 하고 있었다.
그 영상의 조회수는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이번 방송을 계기로 FYG는 인기를 얻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전에 봤을 때 좋은 사람들인 것 같았는데 잘 되었군.’
그는 그리 생각하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 아침, 강소는 고 여사에게 만둣국 끓이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함께 만둣국을 먹었다.
오랜만에 추석에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라 그런지 임송규는 무척이나 흐뭇한 표정이었다.
“아, 그런데 오늘은 하영이 스케줄은 없는 거냐?”
그의 물음에 대답한 건 강소였다.
“이따가 잠시 팬 미팅 장소에 다녀와야 합니다.”
“강소가 동행하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강소는 오후에 다른 스케줄이 있었다.
한복을 찾으러 가야 했다.
보통 다른 가게는, 설날이나 추석에 쉬지만, 대여와 제작을 같이 하는 그 한복 가게는 그 특성상 쉬지 않았다.
명절 연휴가 그들의 대목이었으니까.
내일 오후에 사용한다고 하니, 오늘 찾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은 것.
한복이 필요한 이유는 내일 유하영의 팬 미팅 때문이었다.
꼭 한복을 입어야 참석할 수 있기에 이번에 마련하게 된 것.
‘드디어 나에게도 한복이 생기는 건가?’
그때였다.
강소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 번호는 그가 한복을 맞춘 한복 가게의 전화번호였다.
“여보세요?”
– 저, 강소 씨 되십니까?
“그렇습니다만.”
– 저, 죄송합니다. 오늘 가지러 오시기로 한 한복 말입니다. 그게…….
“……?”
– 약간의 사고가 나서…… 못 쓰게 되어 버렸습니다.
“네?”
무림에서 온 배달부 36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