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68
367화. 업계의 전설 (2)
유순태의 말에 순간, 차 안은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유순태는 말을 이었다.
“도플갱어가 아무리 인간의 모습을 완벽하게 훔친다고 해도, 딱 하나 그들 스스로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바로 손입니다.”
“……?”
“정확하게 말하면 손톱이죠. 도플갱어가 누군가의 모습을 훔칠 때 손톱으로 상대의 모습을 인식하여 그 모습을 훔치기 때문에 손톱이 인간들에 비해서 상당히 연약하죠. 그래서 이렇게 손톱을 튕기는 행동을 하지 못합니다.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하거든요.”
그 말에 팀원들은 푸핫 하고 웃었다.
“아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고작 그걸로 도플갱어를 알아볼 수 있다니!”
“인제 보니, 그럴듯하게 말하는 재주가 있네?”
“그리고, 신입이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운전기사는 신입의 일이었다.
그렇기에 팀원들은 운전하는 유순태가 신입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입? 누가 저분을 신입이라고 했지?”
“네?”
팀장의 말에 순간 팀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다들 팀장과 유순태를 바라보며 눈치를 살폈다.
팀장이 말을 이었다.
“저분의 성함은 유순태. 한 번쯤은 들어 본 적이 있겠지?”
“아!”
“그 전설적인!”
“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들의 말에 유순태가 말했다.
“그런 거로 대우받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해서요. 하하하. 미안합니다.”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선배님.”
팀장의 말에 유순태는 그냥 허허 웃을 뿐이었다.
팀원들은 얼른 유순태에게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하늘같은 선배님을 몰라보고.”
“괜찮아요. 몰랐는데요, 뭘.”
유순태는 사람 좋은 얼굴로 말했다.
그때 강소가 유순태에게 물었다.
“그런데, 방금 말했던 것. 도플갱어의 약점이랬지? 그거 진짜냐?”
“어, 그거? 진짜지 그럼.”
“하지만 다른 이들은 모르는 것 같은데? 그건 배우지 않는 건가?”
그 말에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교육받은 내용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중요한 내용이 많으니까 스킵했겠지. 그리고 도플갱어가 흔한 게 아니거든. 나도 7년 만에 처음 봤으니까.”
“그렇군.”
그 정도로 드물게 보이는 정도라면 교육과정에 없을 법했다.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가면서, 팀원들은 유순태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았고 그는 팀원들에게 가감 없이 말해 주었다.
그 대화는 B-1팀에게 있어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상당히 귀중한 조언들이었다.
게이트에서 10년을 버틴 짐꾼의 노하우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으니까.
끼익.
차는 도봉구에 생성된 B급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유순태는 임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말했다.
“다 왔습니다.”
“네.”
그들은 각자 개인 짐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차 뒤에서 무언가를 꺼냈는데 그걸 본 강소는 순간 당황했다.
“어? 저건…….”
그건, 지게였다.
그가 있던 세상에서도 자주 쓰이던 물건이었는데, 여기서 오랜만에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왜 그런 표정이야?”
유순태의 물음에 강소가 말했다.
“아니, 지게를 보니까 왠지 반가워서.”
“그래?”
그는 웃으며 말했다.
“들고 가야 하는 짐이 좀 많거든.”
“배낭이 있지 않아?”
“배낭에 들어가지 않는 것들이 상당히 많거든. 예를 들어서 저 솥단지 같은 게 배낭에 들어가겠냐?”
“아. 그렇군.”
B-1팀의 팀장과, 헌터들의 팀장이 서로 최종 조율을 하였다.
그리고 짐꾼들은 지게에, 헌터들이 요청하는 짐들을 추가로 실었다.
헌터 길드에서 따로 가져온 포션이나 스크롤 같은 것들 말이다.
그것들은 꼭 필요하지만 부피가 커서 짐꾼이 짊어지고 가야 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무사 귀환을 바랍니다. 아, 그리고 이거…….”
강소는 그들에게 사탕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혹시 안에서 당이 딸리면 드십시오.”
“감사합니다.”
유순태와 강소의 배웅을 받으며 짐꾼들은 헌터들의 뒤를 따라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부디 무사히 돌아와야 할 텐데 말이지.”
강소는 유순태를 보았다.
“누군가 죽었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더라고. 그렇게 많은 짐꾼들과 헌터들의 죽음을 보고 들었음에도 아직 죽음에는 덤덤해지지 못해서.”
“죽음에 덤덤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응?”
“죽음에 덤덤해지면, 인간이 아니게 되니까. 인간이기에 그리고 생명이 있기에 죽음에 민감한 거다.”
“그런 거겠지.”
“그래.”
강소는 이것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살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죽음에 무덤덤한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끔찍한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강소는 고개를 들어 이제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모습도 보이지 않는 짐꾼들을 바라보았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몸 안의 오러가 요동치는 한 남자가 있었다.
‘뭔가 계기가 있다면, 각성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그것도 살아남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사실 지금 당장 강소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클리어해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것저것 걸리는 것이 많았다.
위급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자신이 움직이는 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았다.
‘그래도 보험은 들어 놨으니까.’
강소는 자신이 나누어 준 사탕을 떠올리며 씩 웃었다.
유순태가 말했다.
“그럼 우리는 이만 가자. 지금 가면 딱 점심시간이니까 길드 식당에서 먹으면 돼.”
그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램프 포터 길드 식당의 밥이 엄청 맛있거든.”
* * *
그날 오후.
유순태와 강소는 점심을 먹고 이런저런 볼일을 보다가 유하영의 유치원 하원시간에 맞추어 새싹 유치원으로 향했다.
“아빠! 오빠!”
유하영은 도도도 달려와 유순태의 다리에 찰싹 붙었다.
“오늘도 잘 놀았어?”
“네!”
그들은 유하영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잠시 쉬고 있을 때, 유순태의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저 고영민입니다.
“네. 명절 잘 보내셨습니까?”
– 덕분에 잘 보냈습니다. 오늘 유하영 양과 관련한 일로 잠시 찾아뵈려 합니다.
“혹시 무슨 일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좋은 일입니다. 하하하.
“그럼 언제쯤 오실 예정이십니까?”
– 한 시간 뒤에 도착 예정입니다.
“네. 조심히 오십시오.”
잠시 후,
고영민이 임송규의 집에 방문했다.
강소는 앞에 방금 만든 사과 주스를 내놨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유하영은 두 손으로 컵을 들어 주스를 마셨다.
“아! 맛있어!”
“맛있다니 다행이구나.”
사과 주스는 고혜미 여사에게 배운 비법 주스 중 하나였다.
유하영의 말에 모두 웃으며 주스를 마셨다.
“정말 맛있네!”
“그냥 사과 주스가 아닌 듯합니다.”
“하하하.”
사과 주스를 한 모금 마신 고영민이 유순태 부부를 보았다.
“이번에 유하영 양이 출연한 오르골 스튜디오가 대박을 쳤습니다. 그건 아시죠?”
“네. 어느 정도는요.”
“그런데 그 대박이 그냥 대박이 아니라 초대박입니다. 토크쇼는 진행자가 주목을 받는 게 목적이 아니라 초대 손님이 주목을 받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렇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오르골 스튜디오는 진행자도 주목을 받고, 초대 손님 역시 주목을 받으니 초대박이죠.”
그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방송국에서 다음 개편을 앞두고 오르골 스튜디오를 정규 방송으로 편성하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네?”
그 말에 유순태 부부는 깜짝 놀랐다.
비록 파일럿 방송이지만 추석 연휴의 황금시간대에 방송된 것으로도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규 방송이라니!
“하지만 그냥 말만 나온 정도 아닙니까? 그걸로 설레발을 치는 건 좀 그런 것 같습니다.”
유순태의 말에 고영민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네?”
“설레발이 아닙니다. 제가 볼 때 이건 확정입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무려, 백승완 CP가 직접 말한 사안이니 말입니다. 아시잖습니까? 그 정도 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99퍼센트 확신이 없으면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렇죠.”
“그래서 미리 유하영 양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뵌 겁니다.”
그 말에 유순태는 유하영을 보며 물었다.
“하영아.”
“네.”
“하영이는 오르골 스튜디오, 계속 하고 싶어?”
그 물음에 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고 싶어요. 어른들 마음이가 ‘아야!’ 해서 내가 ‘호-’ 해 주고 싶어요.”
그렇게 유하영이 오르골 스튜디오에 계속해서 출연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
모두가 궁금한 얼굴로 고영민을 볼 때 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다음 달 초에 월계수 영화제가 있는 거 아시죠?”
월계수 영화제는 매년 10월 초에 열리는 대한민국의 영화제 중 하나였다.
대한민국에는 월계수 영화제와 금룡 영화제가 있었다.
월계수 영화제는 전년 10월부터 그 해 9월까지의 성적을 집계하여 시상했다.
금룡 영화제는 전년 12월부터 그 해 11월까지의 성적을 집계하여 12월 중순에 시상했다.
“유하영 양이 출연했던 ‘아가씨와 소녀’가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 때 개봉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그래서 이번 월계수 영화제의 수상자 후보로 노미네이트되었습니다.”
“아!”
“정말입니까?”
“어머나!”
그 말에 유순태 부부는 감격스러워했다.
월계수 영화제의 수상자 후보로 노미네이트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임이 분명했으니까.
“그래서 드레스도 맞추고 바쁠 것 같습니다. 하하하.”
* * *
그로부터 이틀 후.
유순태는 램프 포터 길드로 향했다.
오늘은 강소와 함께 하지 않았다.
오늘은 유하영의 촬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그는 싱글벙글이었다.
유하영이 월계수 영화제의 수상자 후보로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어제, 유하영이 드레스를 맞춰야 한다는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김지은에게 전화가 왔었다.
자신도 함께 가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유순태는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였다.
임소영이 따라가고 싶었어도, 요즘 몸이 무거워져서 그런 고된 일정은 무리였기 때문이다.
‘지은 씨가 센스가 있으니까 괜찮겠지.’
잠시 후.
그는 도봉구의 게이트에 도착했다.
함께 들어갔던 통신 담당 헌터에게서 곧 나올 거라는 소식을 들었기에 부지런히 움직였고, 다행히 시간에 맞추어 도착할 수 있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저 멀리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어, 게이트 입구의 색이 흐려진다!”
“나온다! 나와!”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시도했다.
하지만 게이트에서 나오는 이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지쳐 있었다.
“게이트에 대한 것은, 길드를 통해서 설명하겠습니다.”
팀장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뒤를 보니 붕대로 몸을 칭칭 동여맨 몇 명의 길드원들이 보였다.
그리고 들어갔던 인원과 나온 인원의 수에 차이가 있었다.
“…….”
유순태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정도면…… 짐꾼들은…….’
생각하지 않아도 뻔했다.
헌터들이 저 정도인데 짐꾼들이 무사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
헌터들의 뒤를 따라 나오는 짐꾼들의 수는, 10명.
정확하게 10명 전부 나왔다.
가슴 벅찬 희열이 느껴졌다.
유순태는 얼른 그들에게 달려갔고, 소리쳤다.
“램프 포터 길드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차량 준비되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그의 목소리를 들은 B-1팀 팀원들의 표정이 그제야 밝아졌다.
B-1팀의 팀원들은 차에 짐을 실었다.
그리고, 팀장이 유순태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네?”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영문을 몰라 유순태는 눈을 깜박였다.
“이번 게이트의 지형은, 늪지였습니다. 그리고 도플갱어가 나타났습니다.”
도플갱어는 늪지대에 사는 마수 중 하나였다.
그 말에 유순태가 되물었다.
“네? 도플갱어가 나타났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선배님의 조언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그거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제 조언이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하하하.”
그때 헌터 길드의 팀장이 유순태에게 다가왔고, 덕분에 피해가 적었다며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음, 그런데…….”
유순태는 짐꾼들 중 한 청년을 보며 말했다.
“저 팀원, 뭔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만?”
“역시 눈썰미가 살아 계십니다.”
팀장이 말했다.
“이번에 각성한 것 같습니다.”
“정말입니까? 와! 축하합니다! 무슨 능력입니까?”
“정의의 주먹이라는 능력입니다.”
“무투계 능력이군요.”
그들은 차에 올라탔고, 유순태는 시동을 걸었다.
“저, 그런데 전에 함께 오셨던 분은?”
“아, 강소라면 오늘 일이 있어서 함께 오지 않았습니다만.”
그의 대답에 팀장이 말했다.
“전에 그분이 주셨던 사탕 말입니다. 그거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여쭤봐 주시면 안 될까요?”
“……?”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 사탕, 엄청 효과가 좋아서 말입니다.”
그 말에 유순태는 생각했다.
‘강소야, 너 대체 이 사람들에게 뭘 준 거냐?’
유순태는 확신할 수 있었다.
뭘 줬든 결코 평범한 사탕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36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