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26
425화. 따뜻한 크리스마스 콘서트 (1)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유하영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무 앞에 서 있었다.
그 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작년에 구입했던 것을 다시 꺼내 놓은 것이다.
오늘 유순태는 유하영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 꾸미기를 계획했다.
“이거, 지팡이는 여기에 달 거예요.”
“그래. 아주 멋진 트리가 되겠는데?”
“정말요?”
“그럼! 하영이가 꾸미는 트리는 무척 예쁜 트리가 될 것이 분명하니까.”
유순태의 말에 유하영은 활짝 웃었다. 그리고 강소에게 금색 종을 주면서 말했다.
“이거는 오빠가 달아야 해.”
“알았다. 어디에 달까?”
“오빠가 마음에 드는 곳에 달면 되는데, 나는 여기에 달았으면 좋겠어.”
결국, 답은 정해져 있었다.
강소는 피식 웃으며 유하영이 원하는 곳에 종을 달았고, 유하영은 마음에 드는 표정이었다.
오늘은 12월 21일.
어제의 개업식은 성공적이었다.
유순태는 손님이 줄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도 곳곳에 수많은 경쟁 음식점이 생기고 있으니까.
그래서 떡도 300개만 맞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짜장면 맛집 양춘각을 기억하고 있었고, 또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열심히 돌린 양춘각 재개업을 알리는 홍보 물품도 개업식 성공에 한몫했다.
그 덕분인지 배달 손님과 홀 손님 모두 두 배 이상이었다.
그 와중에 쫄탕수는 호평이 자자했다.
배달 후 수거하는 그릇은 몰라도, 홀에서 다 먹은 그릇을 보면 아는 일이다.
그릇을 싹싹 비웠다는 건 먹을 만하다는 뜻이니까.
“채영아. 이건 어디에 달까?”
유하영은 임소영의 품에 안겨 있는 유채영에게 물었다. 아직 유채영은 옹알이도 하지 못하는 나이.
하지만 유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여기가 좋겠다고? 알았어.”
유하영은 웃으며 마저 장식을 달았다.
이제 남은 건 반짝이는 조명으로, 그건 유순태와 강소의 몫이었다.
그들은 열심히 조명으로 트리를 둘렀다.
예전에는 전기코드로 연결해야 조명이 들어왔지만, 마정석을 에너지로 쓰고 있는 요즘은 스위치 부분에 F급 마정석 4개 정도를 넣으면 되었다.
일종의 건전지를 넣는 식인 것.
“자, 이제 불 켠다.”
“네!”
유하영은 기대한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탁-!
조명을 켜는 순간, 트리는 오색 빛으로 물들었다.
“와! 예쁘다!”
유하영은 황홀한 표정으로 그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손을 맞잡으며 기원했다.
“다른 애들도 이렇게 예쁜 트리를 보면서 행복해 했으면 좋겠어요.”
유하영이 말하는 아이들은, 어려운 아이들을 말했다.
이번에 유하영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자선 공연을 하기로 한 것은 RD엔터의 생각이 아니었다.
얼마 전 TV에서 나오는, 한 어린이의 딱한 사정을 듣고 유하영이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사는데, 이 겨울에 저런 곳에서 살면 아플 거예요.”
“하영이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목도리를 선물하고 싶어요. 목도리 하면 따뜻해요.”
6살 아이다운 생각이었지만, 유순태 부부는 기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소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때 임소영이 말했다.
“그럼 이번 크리스마스이브 때 자선 공연을 해 볼래?”
“자선 공연이 뭐예요?”
“그건 하영이가 노래를 불러서 번 돈으로 아이들을 돕는 거야.”
“좋아요! 할래요!”
그렇게 해서 자선 공연이 결정된 것.
“모든 아이가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행복해 할 수 있다면 세상은 행복할 거예요.”
유하영의 말에 강소가 대답했다.
“그래, 하영이의 소원대로 될 거다.”
크리스마스트리의 조명이 반짝이며, 유순태 가족과 강소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였다.
참으로, 화려한 밤이었다.
* * *
고영민은 신이 나 있었다.
내일 있을 크리스마스이브의 자선 공연 때문이다.
원래 유하영과 노민아가 팬들과 함께 소소한 시간을 가지려 했지만, 예상보다 일이 커져 버렸다.
다른 가수들도 함께 하기로 한 것.
회의 끝에 이번 공연은 [따뜻한 크리스마스 콘서트]로 명명되었다.
이번 크리스마스이브 자선 공연의 목적이 아이들의 따뜻한 겨울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따뜻한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연일 화제였다.
[올해 12월 24일, 송후경 종합체육관이 따뜻해진다!] [티켓팅 시작 3분 만에 5만 석 전석 매진!] [어려운 어린이를 위한 유하영&노민아 자선 공연에, 국내 최정상급 가수들이 뭉쳤다.] [가수 이건호, 유하영과 노민아의 따뜻한 마음에 어른으로서 부끄러워 참석을 결정] [걸그룹 밀키웨이 걸즈, 유하영 노민아와 함께 뜻깊은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해요]가수들만이 아니라 영화배우를 비롯한 다른 분야의 연예인들도 한 손 보태기로 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으려 하지 않았으니, RD엔터에서 출연자들을 조율해야 했다.
당연히 그 중심에 고영민이 서 있었다.
임소영에게 의뢰를 받아 유하영과 노민아의 자선 공연을 기획한 이가 바로 고영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그래도 신이 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는 것은 그럴수록 자신의 입지가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고영민, 그는 결코 마냥 사람이 좋은 호인은 아니었다.
아득바득 매니저에서 실장까지 기어 올라온 철저하게 출세 지향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은 그에게 기회나 다름없었다.
고영민은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 유하영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그리고,
모든 일의 중심에는 자신이 아닌 강소가 있다는 것은 당연했다.
아무리 출세 지향적이라 해도 그걸 잊어버리는 건 안 될 일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자신은 살아 있지도 못했을 테니까.
그때 가수 3실의 직원이 그에게 다가왔다.
“실장님. 리허설 준비가 다 되었다고 연락 왔습니다.”
“알겠습니다.”
고영민은 핸드폰으로 차현태에게 전화해서 송후경 종합 체육관으로 유하영과 함께 가라는 말을 하는 대신 직접 말하기로 했다.
유하영은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이었다.
고영민이 보컬 연습실로 들어갔을 때, 유하영과 노민아는 부스 안에서 노래를 연습 중이었다.
내일 부를 노래를 연습하는 것.
어젯밤에 꿈을 꾸었죠.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나는
그런 꿈을 꾸었죠.
유하영과 노민아의 노래에 고영민은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노래였다.
‘무지개 꿈인가?’
내일 유하영과 노민아가 부를 노래는 총 5곡.
아무래도 내일의 행사는 그녀들이 주가 되는 행사였으니까.
그때 고영민이 온 것을 알아차린 차현태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장님 오셨습니까?”
“아, 수고하는군.”
고영민은 말을 이었다.
“내일 행사를 할 장소에서 연락이 왔는데, 리허설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해서.”
“아, 그렇군요. 그럼 얼른 출발하겠습니다.”
차현태가 대답했다.
“그럼 실장님께서는?”
“나는 따로 가도록 할게.”
“알겠습니다.”
고영민은 가는 길에 잠깐 양춘각에 들릴 생각이었다.
* * *
양춘각.
딸랑.
종이 울리며 강소가 철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오셨어요?”
“다음 배달 있습니까?”
“네. 블루 하우스에 쫄탕수 중자 하고 짜장면 세 개 배달이에요.”
“알겠습니다.”
강소는 랩으로 포장된 음식들을 철가방 안에 타다닥 넣고 다시 양춘각을 나섰다.
걸린 시간은 총 2분도 되지 않았다.
내일이 크리스마스이브라서 그런지 거리마다 알록달록한 조명과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강소는 그 후로도 열 건의 배달을 했다.
딸랑.
강소가 마지막 배달을 마치고 양춘각 안으로 돌아왔을 때, 고영민이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네. 고생 많으십니다.”
“아닙니다.”
그때 김지은이 얼른 물을 가져다주었고, 강소는 그 물을 받아 마셨다.
“감사합니다.”
“헤헤.”
김지은은 수줍은 표정을 지었고, 이에 고영민은 당황했다.
그녀의 정체도, 김지은의 평소 표정도 무척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김지은이 고영민을 보았고, 그 찌릿 하는 눈빛에 고영민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라는 제스처였다.
“험험, 양춘각의 쫄탕수가 유명하더군요.”
“아, 그렇습니까?”
유순태의 말에 고영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SNS에서 맛있다는 말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이거 유사품이 많이 나올 것 같은데 괜찮습니까?”
고영민이 말을 이었다.
“뭐가 잘 된다 싶으면 우후죽순 퍼지니 말입니다.”
“그건 그렇죠.”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지은 씨가 이거 특허 출원하면 좋겠다고 해서 이미 절차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유순태가 손으로 메뉴판을 가리켰고, 그걸 본 고영민이 눈웃음 지었다.
그 아래에는 특허 출원을 마친 음식이니 무단 도용 및 복제를 금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유순태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쫄면과 탕수육의 조합이라고 보면 안 됩니다. 이것저것 엄청 연구했으니까요.”
“하하하. 영업 비밀이라는 거군요.”
“그렇죠. 그래서 그냥 쫄면으로는 그 맛이 안 나올 겁니다.”
이래서 강소는 유순태가 좋았다.
호인이어도 호구는 아니었으니까.
고영민이 찾아온 본론을 꺼냈다.
“사실 지금 유하영 양이 송후경 종합 체육관에서 리허설 중일 겁니다. 저도 거기 가는 도중에 들린 겁니다.”
“아, 그러시군요.”
“이거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고영민이 내민 것은 봉투였는데, 유순태는 그걸 받아서 열어 보았다.
“……!”
그건 내일 있을 공연의 티켓이었다.
“S석으로 3장입니다.”
즉, VIP석 다음으로 가장 잘 보이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걸 어떻게?”
“어찌어찌 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순태가 고개를 숙였고, 고영민도 얼른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런데 혹시 이거 때문에 다른 분들이 기회를 뺏긴 건 아닐지 걱정스럽군요.”
그 말에 고영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원래 어떤 공연을 하든지 간에 좌석 몇 개는 빼놓습니다. 초청용으로 항상 준비하게 마련이니까요. 그러니 부담 가지실 필욘 없습니다.”
“그리 말씀하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사실 그 티켓은 눈독 들이는 자들이 많았지만, 그들 중 3명에게만 주는 건 여러모로 위험했다.
그래서 차라리 유하영의 가족들에게 주기로 한 것.
그게 가장 말이 나오지 않을 방법이었으니까.
유하영의 가족들에게 줬다는데, 그것 가지고 권력자들이 치사하게 나오지는 못할 테니까.
“그런데 송후경 종합 체육관에 정말 5만 명이 들어갑니까?”
강소가 고영민에게 물었다.
“전에 봤을 땐 기껏해야 2만 명 좀 넘게 수용할 수 있는 거로 봤는데 말입니다.”
고영민이 대답했다.
“가능합니다. 이번에 꽃잎을 열기로 해서 말입니다.”
“네?”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고, 그걸 본 김지은이 말했다.
“송후경 종합 체육관을 보시면 꽃봉오리 모습이죠?”
“그렇군요.”
“그런데 이 꽃봉오리가 활짝 열려요. 그리고 그 꽃잎이 사람들이 앉는 좌석이 되죠.”
여전히 강소가 고개를 갸웃하자 김지은이 말했다.
“인터넷에 송후경 종합체육관 꽃잎이라고 검색해 보세요.”
그 말에 강소는 핸드폰을 들어 검색했다.
“오!”
그제야 그는 이해할 수 있었다.
“마정석을 사용하는 거군요.”
“맞아요. 워낙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서 A급 마정석 5개 정도가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강소는 생각했다.
‘그게 많은 건가?’
강소의 인벤토리에 들어간 A급 마정석만 해도 10개가 넘었으니까.
그는 그 밑의 기사를 보더니 고개를 들며 물었다.
“그런데, 5년 만에 연다고요?”
“네.”
이번 ‘따뜻한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화제인 또 다른 이유.
그건 5년 만에 송후경 종합 체육관의 꽃잎을 열기 때문이다.
그 시각.
드드드드드-!
송후경 종합 체육관의 꽃잎이 활짝 펴지고 그걸 보며 아티스트들은 감격하고 있었다.
“이야! 하영이 덕분에 이 장면을 보네!”
“그러게 말이야.”
“고맙다. 하영아.”
리허설을 위해 온 가수들의 말에 유하영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해요. 사탕 드세요.”
그 말에 가수들은 얼른 한 줄로 서서 유하영에게 사탕을 받았다.
“앗싸! 하영이에게 사탕 받았다.”
“으으, 먹기 아깝다.”
공연의 목적이 어떻든, 가수들에게 이번 행사는 즐거운 축제였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42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