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59
458화. 수안곡 마을 (6)
강소가 말을 마쳤다.
“그렇게…… 된 겁니다.”
“…….”
강소의 말이 끝났지만,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슥.
그는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앨범과 책이 들어 있는 상자를 꺼냈다.
그걸 식탁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가보는 여기 있습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가장 먼저 움직인 이는 최효성이었다.
그는 앨범을 먼저 펼쳤다.
이전에 본 기억이 있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다시 그 앨범을 보니 뭔가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
그는 가만히 앨범 속 강소 부모님과 강소의 동생을 보았다.
강소의 동생 역시 잘생긴 얼굴이었고, 강소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최효성은 강소를 처음 봤을 때를 떠올렸다.
“그런데, 혹시 저희…… 어디서 만난 적이 있던가요?”
“아닙니다. 처음 뵙습니다.”
그렇기에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강소처럼 잘생긴 사람을 기억 못 할 리 없으니까.
하지만, 상대가 초면이라 했고 자신 역시 기억이 나지 않았기에 그냥 넘어갔었다.
최효성은 그때 강소가 낯설지 않게 느껴졌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신은 그 얼굴과 닮은 사람을 봤었다.
바로 이 사진을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강소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그러다 앨범 맨 마지막 장에 끼워진 종이를 보았을 때 최효성은 움찔했다.
[어디선가 반드시 살아 있을 거라 믿는 내 사랑하는 큰아들 최강소.]“최…… 강소?”
“네. 그게 제 이름입니다.”
그러고 보니 앞의 남자의 이름이 강소였다.
그때였다.
딸랑.
양춘각의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시, 실례합니다.”
60대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였고, 그를 보자마자 최한철이 외쳤다.
“아버지?”
“아, 한철아.”
“여기는 어떻게…… 아, 아니 그보다 인사하세요. 여기 작은아버지시고, 그리고 여기는 고모의…….”
“효성아!”
“형님!”
“이게 누구야! 송규랑 소영이도 이렇게 컸어? 아이고…….”
그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조카를 만나서 반가워하던 것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격한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같은 부모님 아래에서 나고 자란 친형제지간이었으니까.
“그런데, 효린이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때…….”
“크흑! 효린아!”
강소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여기 물 한 잔 드십시오. 그러다 탈진하실까 염려스럽습니다.”
강소가 물에 안정의 기운을 담아서 가져왔고, 그들은 물을 마셨다.
물에 담긴 기운 때문인지 그들은 곧 진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오신 거예요? 아버지?”
최한철의 물음에 그의 아버지 최효명이 대답했다.
“협회장님의 특별 허가가 있었다.”
“네?”
“상황을 어찌 아셨는지, 전화가 왔고 특별 허가로 인해서 이렇게 오게 되었다. 내일 아침까지는 돌아가야 하지만 말이다.”
강소는 고개를 들어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이신을 보았다.
외모변환 아티펙트로 변장하고 있는 그를 보자 이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작성하는 것 같더니, 이 일을 윤한종에게 알린 것이다.
강소는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 고맙다.
그 전음에 이신은 움찔했지만, 이내 미소 지었다.
강소가 전음을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상황이 진정되었을 때, 최효명은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상자와 그 안의 가보를 보았다.
“이게 무사했구나!”
“네,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그때 강소가 그에게 물었다.
“혹시, 이 안에 있던 마패를 챙기신 겁니까?”
“아, 그때 내가 마패를 챙겨서 도망을…… 그런데 그걸 어떻게?”
그의 물음에 최효명이 말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지금 상황이 심각하던 참이었습니다.”
최한철이 말을 이었다.
“이 강소라는 사람이 이 가보를 소유하겠다고…….”
“……!”
최효명은 ‘강소’라는 이름에 움찔했다.
그리고 그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혹시, 성이?”
“최 씨입니다.”
“혹시, 옥 나라에서 오셨습니까?”
“맞습니다.”
“그러면 이것을…….”
최효명은 가보로 남겨진 책을 건네며 물었다.
“이것을 읽으실 수 있으십니까?”
“물론입니다.”
“읽어 보시겠습니까?”
그 말에 강소는 첫 장부터 줄줄 읽어 내려갔고, 그 모습에 최효명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최효명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한문을 배웠다.
그리고, 고문서 읽는 법 역시 배웠는데 커 가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배운 고문서 읽는 법으로는 오직, 가보로 전해져 오는 책밖에는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부터 전해져 오는 한문으로 적힌 문서와, 가보로 전해져 오는 책은 같은 한문으로 적혀 있음에도 그 읽는 방법이 전혀 달랐다.
이에 그는 아버지에게 물었고, 아버지가 대답해 주었다.
“당연하지, 그건 옥 나라 말로 적혀 있는 기록이니까. 그걸 읽는다는 건 두 가지 의미뿐이지. 우리 집안사람이거나 아니면, 옥 나라에서 온 네 선조거나.”
잠깐 회상에 빠진 사이, 강소는 능숙하게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였다.
그는 그 자리에서 강소에게 절을 했다.
“절 받으십시오. 큰증조부님을 뵙습니다.”
그 모습에 최효성과 최한철, 그리고 임송규는 놀라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네? 형님? 그러면 이 사람의 말이 사실입니까?”
“그럼 이 강소라는 분이……?”
“…….”
강소는 빙그레 웃으며 최효명을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십시오. 저는 가문의 어른 대우를 받으려고 진실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당연히…….”
“제 말을 믿든 믿지 않든, 저는 그냥 최강소입니다.”
“저, 형님.”
그때 최효성이 최효명을 불렀다.
“이거 그냥 족보 같은 게 아니라, 기록이었습니까?”
“맞아.”
“하지만 저는 여기에 대해서 왜 기억이 없죠?”
“너도 배웠어. 근데 너는 재미없다고 도망쳐 버렸고.”
“네?”
“그때부터 넌…… 천생 이과였지.”
“…….”
최효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과라서 죄송하네요.”
한편, 임송규는 강소가 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만약 이런 이야기를 그때 들었다면 자신은 강소를 거짓말쟁이 혹은 사기꾼 취급했을 테니까.
그는 유순태를 보았다.
유순태는 훌쩍이며 지금의 상황을 보고 있었는데, 그 얼굴에는 강소에 대한 의심이 단 1도 없었다.
‘저 녀석이 인정한 사람이니까.’
유순태 스스로도 모르는 그만의 능력이 있었다.
사람이 좋아도 절대 나쁜 사람에게는 곁을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소가 말했다.
“제가 원하는 건,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사는 겁니다. 제가 말씀드린 건 그냥 알고만 계시면 됩니다.”
“하지만 호칭은 어떻게…….”
“그건…….”
강소가 웃으며 말했다.
“알아서 정하십시오. 할아버지나 조부 같은 호칭만 아니면 됩니다.”
“하지만…….”
“제 나이, 이제 서른일곱입니다. 이 나이에 할아버지 소리 듣기 싫습니다.”
“아…….”
그래서 정해진 호칭은 ‘강소 님’이었다.
* * *
다음 주 월요일.
유순태 일행은 강원도로 향했다.
오늘, 합동 분향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원도 지역 안식의 집에서 합동 분향식을 가진 후 유골이 안치될 예정이었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유채영은 오늘도 고혜미 여사와 함께 있어야 했다.
“다 왔습니다.”
강소의 말에 모두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안식의 집에 도착하자 그 앞에 서 있던 직원이 일일이 명단을 체크했다.
허락받지 않은 자는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에 들어가자 이미 최효명과 최효성 가족이 도착해 있었다.
최효명은 아직 연수 기간이었지만, 각성자 협회장의 특별 허가를 받고 참석했다.
그리고 임송규 역시 바쁜 와중에 휴가를 내었고.
“어서 오게나!”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네. 그리고…….”
최효명이 강소를 보며 말했다.
“강소 님도 어서 오십시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유하영이 두 손 공손하게 모으고 배꼽 인사를 했고, 그 모습에 어른들은 모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직원이 그들을 불렀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들은 직원을 따라 분향소로 향했다.
넓은 공간에는 앞에 위패와 사진이 놓여 있었다.
수안곡 마을에 있던 사진을 뒤져서 마련해 놓은 최효명 형제의 부모 영정 사진과 작은아버지 쪽 가족의 영정 사진이었다.
다행히 최효명은 그들의 얼굴을 기억했다.
그들은 그 앞에서 향을 피우고 예를 갖추었다.
“크흑! 아버지! 어머니! 이 아들이 드디어 부모님을 이렇게……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너무 늦었습니다.”
최효명은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한 듯 눈물을 흘렸고, 최효성 역시 부모님의 사진 앞에서 끅끅대었다.
그렇게 합동 분향식을 마친 후, 그들의 유골은 안식의 집에 안치되었다.
강소는 그 모습을 보다가 손을 들어 가슴을 꾹 눌렀다.
가슴이 아팠다.
경지가 점점 올라가면서 정말 오랜만에 느껴 본 감정이었기에…… 씁쓸해졌지만 말이다.
‘내가 너무 늦게 온 건가?’
자신이 조금만 더 일찍 돌아왔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왜 그때 이곳에 왔는지 알 수 없었기에, 의미 없는 가정일 뿐이었다.
그는 수안곡 마을에 살던 자신의 동생의 자손과 그리고 그 마을 주민들의 명복을 빌었다.
* * *
다음 날.
최한철은 각성자 협회에 출근했다.
그는 집행 1과의 2팀장으로, 얼음의 마법 B급 각성자였다.
하지만 최근에 명정심법을 통해 A급 각성자가 되면서 능력을 한 가지 더 각성했다.
그건 바로, 선술(扇術).
부채를 이용하여 싸우는 것으로, 꽤 드문 능력이기도 했다.
최한철은 얼음의 마법과 선술을 이용하여 ‘블리자드’라 불리는 기술을 만들어 냈다.
“팀장님, 오셨어요?”
당직을 맡은 직원이 그를 맞이했다.
밤을 새운 탓에 그 직원의 눈 밑이 퀭했다.
“방금 연락 왔는데, 출근하는 대로 전략실로 오라고 하시네요.”
“전략실?”
“네.”
최한철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략실은 다가가기 어려운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곳은 지원 1과와 마찬가지로 베일에 싸여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최한철 팀장님?”
“네.”
그가 전략실로 가자, 그 앞의 카운터에 앉아 있던 직원이 출입 허가증을 주었다.
그곳은 과장급 이상이 아니라면 반드시 출입 허가증이 있어야 출입할 수 있었다.
“들어가십시오.”
그는 문 앞의 경호원들의 검사를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 김명희가 그를 맞이했다.
“네. 안녕하십니까? 과장님.”
“이쪽으로 오세요.”
그녀가 최한철을 안내한 곳은 ‘홀리 웨폰 연구실’이라는 곳이었다.
“앉으세요.”
“네.”
“차 한 잔 드릴까요?”
“그냥 물 한 잔 주십시오.”
그 말에 김명희가 직접 물을 가져다주었다.
그때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홀리 웨폰 연구실의 직원, 한소희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한소희입니다.”
“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각성자 협회의 직원들도 일부만이 알고 있는 극비입니다.”
“……네?”
“들은 준비가 되셨습니까?”
최한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집행 1과의 2팀장이었고, 그만큼 극비 사항을 몇 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니까, 이 세상에는 홀리 웨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신의 의지가 담긴 무기이지요.”
“…….”
잠시 후.
최한철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가 방금 들은 이야기는, 정말 극비였다.
홀리 웨폰, 어둠의 족속 등등…….
이 중 한 가지만이라도 세상에 알려진다면…….
‘난리가 나겠군.’
문득 그는 궁금해졌다.
“정말…… 믿기 힘들지만, 믿어야겠죠. 그런데 왜 이야기를 왜 저에게 하는 겁니까?”
“이것 때문입니다.”
한소희는 자신이 들고 온 상자를 열어서 보여 주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영롱한 파란색의 보석이었다.
그 보석의 이름은 ‘수룡의 보옥’.
최한철은 처음 보는 것이기에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건?”
“아직 말씀을 듣지 못했나 보군요.”
“네?”
“이건 수안곡 마을에 잠들어 있던 것인데, 최근에 블랙맨들이 노리던 것이었죠.”
“블랙맨들이 말입니까?”
“거의 탈취 직전까지 갔지만, 강소 씨가 구해냈고 이렇게 저희가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강소…… 님이요?”
“아시는 분이죠?”
“아, 네…….”
물론 알고 있었다.
자신의 큰고조부이자, 그게 정말인지 아닌지 아직 믿을 수 없는 사람.
“그리고 이건, 홀리 웨폰의 핵이기도 합니다.”
“……!”
“네, 이제야 제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짐작이 가시는 것 같네요.”
한소희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걸로, 무기를 만들어 드리라는 강소 씨의 부탁이 있으셨습니다.”
“네?”
“그 선조가 남긴 것이니, 당연히 그 자손이 사용해야 하는 게 맞지 않겠냐고요.”
무림에서 온 배달부 45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