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60
459화. 백일잔치 (1)
강소는 유순태가 열심히 노트에 적고 있는 것을 보았다.
“뭘 적는 거냐?”
“아, 이번 채영이 백일잔치 상차림.”
이번 3월 6일이 유채영의 백일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100일이 되면 백일잔치를 해 주거든. 무사히 100일을 넘겼으니까 앞으로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라는 거지.”
“그렇군.”
“그리고 태어나서 100일이 되면, 그제야 1살이 되는 거라서.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나이를 세니까.”
유순태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숫자 100은 완전함을 뜻해서 이제 한 사람으로 완전해졌다는 뜻이기도 하고.”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잔치를 해 주는 거구나.”
“맞아. 그리고 돌잔치와 달리, 보통 백일잔치는 가까운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하면서 축하해 주지. 그래서 그 메뉴를 적는 거야.”
유순태는 볼펜으로 노트를 톡톡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백일잔치 음식도 주문하면 오긴 하는데, 우리 집이 식당이잖아. 그래서 내가 직접 하려고.”
“나도 도와주지.”
“그러면 나야 고맙지.”
유순태가 적은 것을 보니, 잡채랑 소갈비 등등이 있었다.
“음? 떡? 떡도 놓는 거냐?”
강소의 물음에 유순태가 대답했다.
“물론이지. 이 떡은 백일잔치에 빠질 수 없는 거니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떡 주문하러 가야 하거든. 같이 갈래?”
“같이? 뭐 살 게 많아?”
“아니, 그냥 돌아오는 길에 간식으로 버거나 사 올까 해서.”
“좋아. 그럼 난 새우 버거를 먹겠다.”
“그건 네 맘대로 하고.”
그들은 행복 상가에 속해 있는 떡집으로 향했다.
색동 떡집.
전에 개업식 떡을 주문했던, 유순태의 단골 떡집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김 사장님.”
유순태와 강소가 들어가니, 떡집 사장 김덕배가 그들을 맞이 주었다.
“안녕하세요. 유 사장님.”
산적 같은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친절한 김덕배 사장이다.
“저희 채영이 백일 떡 맞추러 왔습니다.”
“아, 벌써 채영이가 백일이군요.”
“네. 이번 6일이 백일입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길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떡은 어떻게 해 드릴까요?”
“소포장으로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 카탈로그를 보고 골라 보십시오.”
김덕배는 카탈로그를 내밀었다.
[백일 떡]이라고 적힌 글씨 아래로 여러 가지 디자인의 떡 패키지가 있었다.강소는 그걸 보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알아차렸다.
“아, 백설기와 수수팥떡이 반드시 들어가는군요.”
“맞습니다.”
김덕배도 강소가 고립인이라는 것을 알기에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백설기의 흰색을 뜻하는 백과 숫자 백의 발음이 같아서 아이가 백 살 넘게 장수하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수수팥떡은 수수와 팥이 붉은색이잖습니까? 그리고 붉은색은 부정과 액운을 막는다는 의미가 있죠.”
“그렇군요. 그럼 오색송편은 무슨 의미입니까?”
“오색송편은 만물의 조화와 오복, 그리고 속이 꽉 찬 사람이 되라는 뜻입니다.”
김덕배는 무지개떡도 마저 설명했다.
“무지개떡은 소원 성취를 뜻하고요.”
“그렇군요.”
그때 한참 고민하던 유순태가 말했다.
“여기, 백일떡 5번으로 하겠습니다.”
그건 백설기와 수수팥떡, 그리고 오색 송편과 무지개 떡이 조금씩 포장되어 있는 것이었다.
“네, 그럼 5번으로 100개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백일 떡은 반드시 100개를 준비해서 그걸 전부 나누어 먹어야 한다는 풍습이 있었다.
그래서 100개를 주문한 것.
두 사람은 그렇게 떡 주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버거를 샀다. 물론 허만철과 오동수의 것도 잊지 않았다.
* * *
각성자 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공방은 ‘꺼지지 않는 불꽃’ 서철이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계십니까?”
최한철의 방문에 김은식이 그를 맞이했다.
“오셨어요? 존나 좋은 날이죠?”
“아, 네.”
“커피 드릴까요?”
“제가 타 먹겠습니다. 저기 정수기랑 커피가 있군요.”
왠지, 김은식이 커피를 타 주면 친절한 얼굴로 ‘맛있게 처드세요.’라고 할 것 같았다.
“잠시 기다리시면 영감님이 나오실 거예요.”
“알겠습니다.”
최한철은 커피를 타서 로비에 있는 탁자 앞에 앉았다.
‘……’
그는 아직도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어둠의 족속들, 절망의 구슬, 등등의 이야기는 그러려니 했다.
게이트와 마수는 그런 게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강소라는 존재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묘했다.
‘수룡의 보옥…… 그게 선조가 남긴 거라고?’
딱 봐도 귀해 보이는 것을 선뜻 무기로 만들라고 내놓는 그 모습은 마치…….
본 적은 없지만, 손자에게 뭐든 주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고조부인가?’
아버지는 믿으라 했지만, 자신은 아직 믿을 수 없었다.
“왔는가?”
그때 공방의 문이 열리고 커다란 상자를 든 서철이 나왔다.
“아! 안녕하세요.”
“그래. 커피 다 마셨나?”
“네.”
“그럼 옆에 시험실로 가지.”
“알겠습니다.”
공방 옆에는 시험실이라 불리는 공간이 있었다.
무척 튼튼하게 만들어진 그곳은 각종 실드는 물론이고, 자가방어 기능까지 있었다.
그곳은 새로 만든 무기나 아티펙트 등을 시험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최한철도 무기를 받을 때 이곳에서 시험 삼아 휘둘러 본 적이 있었다.
곧, 그들은 투명한 부스가 있는 시험실에 도착했다.
서철은 그 앞의 탁자 위에 상자를 올려놓고, 그 뚜껑을 열었다.
곧 새로운 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은색의 철선(鐵扇)은 빛을 받아 오묘하면서도 신비로운 푸른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부채를 쥐는 쪽에 전에 봤던 파란색의 보석이 가공되어 박혀 있었다.
“이 철선은 ‘파누엘의 철선’이다. 네 능력인 얼음의 마법과 아주 상성이 좋을 거다.”
서철은 말을 이었다.
“수룡의 보옥은 물을 만들어 내는 아티펙트니까. 즉, 어디서든 그 철선만 있으면 얼음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지.”
얼음의 마법은, 뭐든 얼릴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그 능력에도 맹점은 존재했으니, 바로 수분이 없는 상태에서는 얼음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얼음이란 결국 물이 얼어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하지만 수룡의 보옥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얼음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면, 그건 전력에 큰 도움이 될 터.
“한 번 사용해 봐라.”
“네.”
최한철은 전신 방호구를 입고 철선을 들었다.
그리고 투명한 부스 안으로 들어가, 그 안에 있는 파란색 버튼을 눌렀다.
삐-!
[지금부터 무기 성능 시험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시험자는 방호구를 다시 한번 점검해 주십시오.]그 음성에 최한철은 방호구를 확인했다.
[그럼 10초 후, 시작합니다] [10, 9, 8…….]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마침내 1이 되는 순간.
슥! 슥슥-!
앞에 허수아비들이 나타났다.
최한철은 철선을 펼쳤고, 허수아비들을 공격했다.
슉-! 슈슉-!
철선이 휘둘러졌고, 허수아비들은 맥없이 부서졌다.
“오! 그립감도 그렇고 엄청 좋은데요?”
“이제 얼음 능력을 써 봐라.”
“네.”
최한철은 철선에 오러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철선을 휘두르며 얼음의 마법을 사용했다.
투두두두-!
허수아비들이 삽시간에 벌집이 되어 버렸다.
방금 사용한 건, 얼음을 상대방을 향해 쏘는 ‘아이스 볼트’였다.
평소 이 기술은 근처에 물이 있을 때만 가능했기에 비상용으로 물병에 물을 담아서 가지고 다니곤 했다.
그래 봤자 꼭 필요할 때만 몇 발을 발사할 수 있을 뿐.
하지만, 그런 준비 없이 철선에 박혀 있는 수룡의 보옥의 능력으로 아이스 블릿을 연사할 수 있게 된 것.
‘그럼…….’
새로운 무기 ‘파누엘의 철선’으로 펼치는 블리자드의 성능이 기대되었다.
곧 새로운 허수아비가 생성되었다.
최한철은 허수아비를 향해 블리자드를 사용해 보았다.
물과 얼음, 그리고 철선의 바람이 합쳐진 능력에 허수아비는 그대로 얼어 버렸고,
쨍-!
깨져서 산산조각이 났다.
“헐…….”
그는 서철을 보며 물었다.
“대, 대체 뭘 만드신 겁니까?”
“왜? 대단하냐?”
“엄청난데요?”
“더 날뛰어 봐라. 혹시 뭔가 불편한 거 있으면 얼른 고쳐야 하니까.”
곧 최한철 앞에, 오크들이 생성되었다.
.
.
.
약 30분 후.
최한철은 땀을 닦으며 방호구를 벗었다.
얼음의 마법을 사용하면서도 땀을 흘린다는 건, 그만큼 열심히 뛰었다는 뜻이다.
“어때? 뭐 불편한 건 없어?”
“있을 리가 없죠. 원래 쓰던 무기 같습니다.”
“다행이군.”
옆의 물병을 따서 목을 축이던 그는 서철을 보았다. 그 표정에 서철이 물었다.
“뭐냐? 그 표정은? 뭔가 골치 아픈 걸 묻고 싶다는 표정인데?”
“……질문이 있습니다.”
“역시…….”
서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뭐냐? 그 질문이라는 것이?”
“이 철선에 박힌 아티펙트를 준 사람이요. 강소라는 분 맞죠?”
“맞다.”
“그분…… 대체 누구죠?”
“글쎄다.”
서철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자에 대해서는 답하기가 좀 난해한데…….”
고민하던 그는 명쾌하게 한마디로 대답했다.
“그자는 엄청나게 센 우리 편이다.”
“네?”
“그러니까 그자에 대해서 걱정할 거 없다는 거지.”
“…….”
“네가 뭘 걱정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쓸데없는 걱정일 거다. 그러니까 나중에 만나면 감사하다고 인사나 해라.”
* * *
3월 6일 아침.
강소는 자리에서 일어나 운기조식을 하고 내려왔다.
옛날에는 백일잔치를 오전에 했다고 했지만, 서로 바쁜 요즘은 백일잔치를 오후에 했다.
그리고 양춘각도 오늘은 영업일.
날이 날인 만큼 점심까지만 영업하기로 했다.
강소가 부엌에 들어가 재료를 다듬고 있을 때, 유순태가 내려왔다.
“좋은 아침이다.”
“응.”
곧 허만철이 내려왔고, 다들 장사 준비를 했다.
그날 오후.
유건영과 박민애는 손녀의 백일잔치를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이번에는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무사히 양춘각에 도착했다.
유순태는 유채영의 백일잔치에 초대할 유채영의 외가 쪽 친척들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러니까, 우리 며늘아가의 친척들을 찾았다고?”
유순태의 아버지 유건영의 물음에 임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님.”
“그거 정말 잘 되었구나!”
“정말 기쁜 일이야.”
박민애가 고개를 끄덕이며 임소영의 손을 잡았다.
“내가 그동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얼마나 안쓰러웠는데.”
“그래도, 저를 아껴 주는 시댁이 있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생각해 주니, 내가 정말 고맙구나.”
이번에 상봉한 임소영의 친정 친척들은 유채영의 백일잔치 때 소개하기로 했다.
어차피 그때, 다들 모일 테니까.
강소는 임소영을 보았고, 그녀 역시 강소를 보며 빙긋 웃었다.
임소영은 강소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말해 봤자 복잡하기만 하니까.
딸랑.
“저 왔어요!”
양춘각의 문이 열리고 김지은이 들어왔다.
오늘 백일잔치를 도와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찍 왔네? 볼일 보고 온다지 않았어?”
유순태의 말에 김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볼일은 다 보고 왔어요.”
김지은은 오전에는 양춘각에서 알바를 했지만, 오후에는 적룡길드의 이사로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초인적인 스피드로 일을 마치고 온 것.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김지은은 유건영과 박민애 부부에게도 인사를 했고, 곧장 앞치마를 두르고 백일잔치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뭘 하면 될까?”
강소는 유순태에게 물었다. 그도 오늘 음식 하는 것을 돕기로 했기 때문이다.
“잡채를 해야 하니까, 채소를 잘라서 볶아야 해.”
“알겠다.”
그렇게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2층에서는 임소영과 유하영이 유채영에게 꼬까옷을 입히고 있었다.
태어나서 한 2달 정도는 무척 예민했지만, 요즘 들어 무척 얌전했다.
“채영아. 이렇게 해 봐. 언니가 옷 입혀 줄게.”
“까아.”
“잘했어.”
임소영이 유채영을 살짝 안고 있는 사이 유하영이 유채영에게 치마를 입히고 저고리를 입혔다.
그리고 조바위까지 쓰자, 귀여운 백일잔치 룩이 완성되었다.
그때 밑에서 북적북적하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들이 다 오셨나 보다. 채영아, 우리 내려가서 인사할까?”
“아부부!”
임소영은 유채영을 안고 1층으로 내려갔다.
“안녕하세요.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그녀의 인사에 그녀의 친정 친척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고생은 뭘. 당연히 와야지.”
“맞아요.”
“어머? 얘가 채영이에요? 예쁘기도 해라.”
“채영아. 채영이 외가 쪽 친척분들이야. 여기는 채영이 작은할아버지고…….”
그런데,
그들을 보는 유채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46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