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61
460화. 백일잔치 (2)
강소는 그런 유채영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그에게 유채영의 감정상태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표정이 아니라 기운의 파동을 통해 감정을 알아차리는 게 더 컸다.
사람의 표정은 얼마든지 꾸밀 수 있다.
하지만 기운의 파동은 쉽게 꾸밀 수 없기에, 강소는 그 방식을 더 선호했다.
‘분명 채영이는 처음 보는 이들일 텐데…….’
그때 유순태가 말했다.
“자자, 어서 앉으세요. 이제 백일잔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손님들은 자리에 앉았다.
임소영이 유채영을 안고 내려오기 전에 이미 유순태는 자신의 부모님에게 임소영의 친척들을 소개했다.
오늘 임소영의 친척들은 최한철과 그의 어머니 지현아, 오정미, 그리고 최예진과 황진혁, 임송규가 참석했다.
최효명은 지금 헌터 합숙 교육을 앞두고 합숙 중이었고, 최효성은 연구소에서 쉽게 나올 수 없었으니까.
그들의 사정 역시 최한철과 최예진이 설명했다.
대신 오늘은 최효명의 부인이자 최한철의 어머니가 참석했다.
지현아라는 이름이었는데, 그녀는 힐러 능력이 있어서 현재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 중이라고 했다.
쌀과 실타래, 그리고 떡 등이 놓인 백일상 앞에 유채영을 앉혀 놓았다.
그리고 김지은이 얼른 사진을 찍었다.
아기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옷매무새가 망가지니 얼른 사진을 찍는 게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아, 잘 나왔네! 그럼 이제 가족사진을 찍을게요.”
김지은의 말에 유순태와 임소영 그리고 유하영이 그 주변에 섰다.
그때 유순태가 강소에게 말했다.
“뭐 해, 안 오고?”
“응?”
“너도 우리 가족이잖아. 어서 와. 같이 사진 찍어야지.”
그 말에 강소는 유순태 옆에 섰고, 김지은은 사진을 찍었다.
“그럼 이제 할아버지랑 할머니 사진 찍을게요.”
유건영과 박민애가 앞으로 나가 사진을 찍었고, 외가쪽 친척들도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친척들별로 사진을 찍은 후 피로연이 시작되었다.
“그럼 이제 음식을 내오겠습니다.”
유순태와 황진혁은 음식을 접시에 담아서 준비대 위에 놓았다.
강소와 김지은 그리고 허만철은 음식들을 상에 차리기 시작했다.
미리 차려 놓아도 되었지만, 사진을 찍고 하다 보면 음식이 식기 때문에 차려 놓지 않았었다.
쌀밥과 귀한 미역국, 그리고 각종 음식들이 가득 차려졌고 오정미가 감탄했다.
“어머! 이걸 언제 다 했대?”
“황진혁 씨가 도와주었습니다.”
“호호호. 우리 황 서방이 요리는 또 잘하지.”
“여기 떡도 드십시오.”
유하영의 백일을 위해서 맞춘 백일 떡은 오늘 아침 일찍 양춘각에 배달되었다.
그리고 양춘각에 오는 손님들에게 하나씩 돌렸다.
언젠가부터 백일 떡은 받지 않는 것이 큰 실례가 되었기에 모든 손님이 기꺼이 떡을 받아갔다.
덕분에 가족끼리 먹을 것을 제외한 떡들은 빠르게 소진되었다.
“우리 집이 식당이라서 다행이야. 그게 아니면 그거 떡 다 돌리느라 힘들었을 거야.”
강소는 유순태의 말을 떠올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준비한 음식을 먹었다.
양춘각 식구들이 열심히 준비한 음식들답게 무척 맛있었다.
“어머! 이 잡채, 잘 무쳤네?”
지현아의 말에 유순태가 대답했다.
“아, 그건 강소가 만들었습니다.”
“그래요?”
최한철의 어머니 지현아 역시 강소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눈치가 빨랐기에 그저 음식을 잘한다고 칭찬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을 때, 최한철에게 전화가 왔다.
“네,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최한철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왜? 무슨 일 있어?”
지현아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출동 명령이 떨어졌어요.”
* * *
집행과의 역할은 주로, 블랙맨들을 제압하는 것이다.
그 말은 같은 각성자들을 상대하는 것.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마수를 상대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최한철의 상황처럼 말이다.
유채영의 백일잔치 도중, 다급하게 현장으로 온 최한철은 팀원의 설명을 들었다.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하고는 확인차 되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저 자식들이 마수를 테이밍 한다는 겁니까?”
그의 물음에 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인한 바에 의하면 B급 테이밍 능력 각성자가 있습니다. 그래서 B급 이하의 마수들을 이용하여 수송 차량을 습격한 겁니다.”
전국의 모든 마정석은 국립 마정석 보관소에 모이게끔 되어 있었다.
전국에 총 7개가 있는 그곳에서, 마정석은 그 용도에 맞게 가공되었다.
그 말은, 가전제품에 맞게 가공된 마정석은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블랙맨이 마정석 수송차량을 습격한 건, 가공 전의 마정석을 탈취하기 위해서였다.
블랙맨들에게도 마정석을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으니까.
수많은 문명의 발전을 끌어낸 에너지의 집합체인 마정석은 양날의 검이다.
잘못 쓰이면 상당히 위험했다.
그렇기에 마정석 보관소는 S급의 보안을 요했다.
그런 곳이니, 군대가 아닌 이상 일개 블랙맨들의 힘으로는 절대 뚫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수송차량을 탈취하는 것.
“그런데 마수들을 테이밍 할 수 있으면 그냥 마수들을 사냥하면 될 텐데 뭐 하러 수송 차량을 탈취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팀원의 말에 최한철이 대답했다.
“그것보다 이게 더 효율성이 좋으니까요.”
감찰과에서 마정석 수송차량을 습격한 이들을 특정했고, 지금 그가 팀장으로 있는 집행 1과의 2팀과 박철곤이 팀장으로 있는 특수부대, 즉 3팀이 그들의 일망타진을 위해 대기 중이었다.
치칙-!
그때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렸다.
– 응답하라. 여기는 올빼미. 오버.
– 소쩍새. 대기 중. 오버.
– 21시 00분. 작전을 시작한다. 변경 사항은 없다. 통신 아웃.
– 알았다. 통신 아웃.
박철곤과 통신을 끝낸 최한철이 탐원에게 말했다.
“준비하세요. 곧 들어갑니다.”
“네.”
최한철은 새로 얻은 무기를 꽉 쥐었다.
우웅-!
그의 감정에 동조하듯 파누엘의 철선이 공명했다.
그는 시계를 보았다.
시계의 숫자가 21시 00분이 되는 순간.
최한철은 팀원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작전의 시작이었다.
3팀이 길을 여는 사이, 2팀이 안으로 돌진했다.
2팀에게 맡겨진 임무는, 탈취한 마정석들을 회수하는 것이다.
“뭐, 뭐야! 어떻게 여기까지!”
최한철은 블랙맨들 중 하나를 제압해 물었다.
“마정석은 어디에 있지?”
“그, 그걸 내가 어떻게 알…….”
빠각-!
“크헉!”
“그래서 어디야?”
고통을 이기지 못한 듯 그는 얼른 손가락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인 이들이 블랙맨이다.
애초에 의리 따위는 없었다.
최한철과 팀원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그자가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그자가 일부러 틀린 곳을 알려 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곳으로 향하며 마주친 블랙맨들도 여러 번 취조했다.
그들이 가리킨 곳은 모두 같았고, 그건 두 가지 중 하나를 의미했다.
그곳에 정말 마정석이 있든지, 아니면 본격적으로 그들을 몰아넣기 위한 함정이든지.
두 상황 모두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정석이 있는 곳이라 하여도, 그곳을 지키는 뭔가가 있을 터이니까.
“그런데, 마수들을 테이밍 하는 놈이 있다지 않았습니까?”
“그랬죠.”
“그런데 왜 마수가 보이지 않는 겁니까?”
“……!”
최한철은 입술을 깨물었다.
마수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팀원의 물음에 최한철이 대답했다.
“어쩌겠습니까? 까라면 까야죠.”
그 말에 팀원들은 하하 웃었다.
말은 그리했지만 다들 마정석이 블랙맨들의 손에 들어가면 얼마나 많은 피해가 발생하게 될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웃으며 불길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게 그들이 선택한, 숭고한 사명이다.
“갑시다.”
그들은 마침내 마주한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왜 안 오나 했어.”
최한철은 넓은 공간 안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그 남자의 주변에는 마수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C급 또는 B급 마수였다.
“네놈이 이 일을 주도한 놈이냐?”
“뭐, 그렇다면 어떻게 할 건데?”
“그럼 네가 이경진이겠군.”
“맞아. 내가 이경진이야.”
“너를 체포한다.”
“체포? 할 수 있을까?”
이경진은 손을 휘둘렀고, 순간 그들이 들어온 공간의 문을 통해 한 무리의 마수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순식간에 포위되었다.
“마정석은 저곳에 있어.”
이경진은 손으로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마수들을 뚫고 지나가야 다다를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을 본 최한철은 이를 악물었다.
이곳은 마정석이 있는 곳이기도 했으며, 함정이기도 했다.
그들을 끌어들여 죽이기 위한 함정.
치직-!
그때 박철곤의 다급한 무전이 들렸다.
– 여기는 올빼미! 후퇴하라! 함정이다! 오버!
– 여기는 소쩍새.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 오버.
– 야! 최한철!
– 죄송합니다.
최한철은 무전을 끄고, 이경진을 노려보았다.
“누구의 사주를 받은 거지?”
“그걸 내가 왜 말해 줘야 하지?”
“그렇다면!”
그때, 마수들이 공격을 시작했고, 최한철은 박차고 튀어 나가며 외쳤다.
“작전 개시! 플랜 C!”
팀원들은 마수를 상대로 싸우기 시작했다.
플랜 C는 각개전투라는 의미였으니까.
최한철의 뇌리에 가족들과 이번에 만난 임소영의 가족들이 스쳐 지나갔다.
‘조카의 백일에 죽는다니! 나도 참 못된 삼촌이네.’
그는 파누엘의 철선을 휘둘렀다.
파바박-!
아이스 볼트가 생성되어 마수를 향해 쏘아졌다.
끼에엑!
까우우!
마수들이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
생각보다 철선의 위력이 엄청났다.
하지만, 그것보다 다른 점이 그에게 의문을 주었다.
마수들이 왠지 최한철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팀원들을 향해서는 거침없이 공격하고 있는 마수들이 유독 최한철에게는 다가오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는 김명희의 말을 떠올렸다.
“들었던 것처럼 홀리 웨폰은 어둠의 족속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죠. 그리고 마수 역시 어둠의 족속의 산물이니 그 효용성이 뛰어나답니다. 생각보다 훨씬.”
그땐 그러려니 했는데, 마수들 앞에서 직접 파누엘의 철선을 사용하는 지금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전과 비교하면 오러의 소모량도 훨씬 적었다.
‘이 정도면…….’
최한철이 팀원들에게 외쳤다.
“플랜 E!”
그건 팀장의 뒤로 피하라는 의미.
팀원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일사불란하게 몸을 빼서 최한철의 주변으로 모였다.
“뭘 어찌하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왠지 이 방법이면 통할 것 같아서요.”
최한철은 파누엘의 철선을 들었고, 뒤쪽의 바람의 마법을 각성한 팀원에게 말했다.
“나 좀 도와주십시오.”
“어떻게 할까요?”
“블리자드를 쓸 겁니다. 그 냉기를 최대한 넓게 퍼트려 주세요.”
“네.”
최한철은 철선을 들었고, 블리자드를 사용했다.
휘이잉-!
사방에 눈보라가 불었고, 팀원의 도움으로 냉기는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마침내!
챙!
채앵-!
얼어붙은 마수들이 그 자리에서 깨지고 있었다.
“헉, 허억-!”
최한철은 숨을 몰아쉬었다.
‘엄청나군…….’
방안을 가득 채웠던 마수의 3분의 2정도가 방금의 공격으로 사라졌다.
‘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무리 뒤에서 바람의 마법으로 도와줬다고 해도 엄청난 위력이었다.
“뭐 하는 거냐! 이 멍청한 것들아! 저 새끼들을 죽여 버려! 죽이라고!”
블랙맨 이경진이 능력을 사용하며 소리쳤지만, 남아 있는 마수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공간을 가득 채운 홀리 웨폰의 기운에 덜덜 떨 뿐이다.
“이제 끝난 것 같은데?”
최한철이 그리 말하며 이경진에게 다가갔다.
“네 명령을 따라 줄 마수가 없네?”
“히이익!”
최한철은 철선을 휘둘렀고, 그대로 이경진의 하반신을 얼리는 것으로 제압했다.
“아까 말했듯이, 이경진 너를 체포한다.”
.
.
.
작전은 성공했다.
블랙맨들이 탈취한 마정석은 되찾았고, 이경진을 비롯한 다른 블랙맨들도 체포하였다.
“한철아!”
3팀장 박철곤이 다급히 최한철에게 달려왔다.
“잘 살아왔다.”
그러곤 눈시울이 붉어진 눈으로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 손에, 모든 감정이 다 함축되어 있었다.
* * *
그날 밤.
모든 일을 마무리한 최한철은 양춘각으로 향했다.
그런데, 불 꺼진 양춘각 앞에 강소가 서 있었다.
“어떻게…….”
“왠지 올 것 같았습니다.”
최한철은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뭐 하시는 겁니까?”
“저…… 감사합니다. 이번에 새로운 무기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무기 덕분에 저와 제 팀원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최한철은 알고 있었다.
오늘 그가 살 수 있었던 것은 강소 덕분에 제때 새로운 무기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강소가 대답했다.
“그 보옥, 제 동생이 남긴 겁니다. 그 보옥에서 동생의 기운이 느껴졌지요. 어떻게 그걸 구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게 그 자손을 위해 쓰인다면 동생도 좋아할 겁니다.”
강소는 원래 보옥이 있던 곳에, 새로 아티펙트를 만들어 그곳에 심어 놓았다.
그러니 보옥이 없어도 그 마을에 물이 마르는 일은 없을 터였다.
어째서 동생이 남긴 보옥이 홀리 웨폰의 핵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손들을 향한 그 마음은 알 것 같았다.
그렇다면 형으로서, 그 마음에 부응해야 했다.
“살아남으십시오.”
“……!”
“그게, 그 보옥을 남긴 선조의 뜻입니다. 약속하실 수 있겠습니까?”
“네. 약속하겠습니다.”
최한철은 그를 보았고, 강소가 미소 지었다.
* * *
다음 날.
강소는 출근한 김지은에게 사진을 한 장 받았다.
그건 어제 찍은 유채영의 백일 사진이었다.
유순태 부부와, 유하영, 유채영, 그리고 강소까지 찍혀 있는 그 사진 속 모두가 웃고 있었다.
그걸 본 강소는 가슴이 따뜻해졌다.
‘가족…… 인가?’
그건 강소에게 있어 첫 가족사진이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46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