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58
457화. 수안곡 마을 (5)
유순태 일행과 최효성 가족 그리고 최한철이 서로 상봉의 기쁨을 나누고 있을 때,
천막 쪽에서 방송이 들렸다.
[임송규 님, 최효성 님, 최한철 님. 본부로 와 주세요]그 방송을 듣고 가운데 천막으로 가자, 그곳에 있던 직원이 말했다.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은 서로 친척 관계입니다.”
그 물음에 최효성이 대표로 대답했다.
“안 그래도, 지금 막 확인했습니다.”
“서로 만나게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DNA 검사 결과, 최효성 님의 부모님으로 확인된 유골이 있습니다.”
그 말에 최효성은 눈을 질끈 감았다.
사실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소식이었다.
직원이 뒤쪽에 있던 상자 중 두 개를 가져와 그들 앞에 놓았다.
그는 상자를 매만지며 감상에 잠겼다가, 다시 각성자 협회에 넘겼다.
어차피 따로 매장할 수 없었으니까.
마수에 의해 사망한 자들은 안식의 집에 안치되었고, 그 외에는 따로 각 지자체에서 마련한 납골당에 안치했다.
“여기 있습니다. 그럼 서류에 서명 부탁드립니다.”
직원은 서류를 내밀었는데, 거기에는 유골함에 들어 있는 유골이 누구의 유골인지, 연락 가능한 자손의 인적사항 등을 적게 되어 있었다.
혹시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임송규와 최한철 역시 연락처를 적었다.
“유골은 여기 강원도 지역에 있는 안식의 집에 안치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예규에 의하여 다음 주 월요일에 합동 분향식 후 안치되니 참석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직원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사실, 가까운 친척 관계인 분들의 유골도 있습니다.”
그때 최한철이 물었다.
“혹시 작은 할아버지 쪽이 아닐까요? 아버지에게 듣기로 이 마을에 작은 할아버지의 자손들이 함께 살았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에 최효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랬지.”
그가 말을 이었다.
“작은아버지랑 사촌 형들하고 그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직원이 가져온 유골함을 보며 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유골함의 숫자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그 가족 구성원의 숫자와 같았기 때문이다.
“다 죽었구나.”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유순태가 물었다.
“혹시 다른 곳에 살아남은 친척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말에 최효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희 집안이 워낙 손이 귀한 집안이라서…….”
그 말은 즉, 최효성의 숙부 집안의 유골을 챙겨 줄 사람이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이 유골들도 제가 맡겠습니다.”
“여기 서류를 적어 주세요.”
“…….”
숙부의 이름은 기억했지만, 나머지는 기억하지 못했기에 최효성은 머뭇거렸다.
그때 최한철이 그걸 알아차리고 말했다.
“아버지가 기억하실 겁니다. 그러니 이건 나중에 적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직원이 대답했다.
“그러면 그 관계만 적어 주세요.”
“네.”
최효성이 서류를 작성하는 동안, 강소는 뒤쪽을 보았다.
자손을 찾은 유골은 옆의 차에 실었는데, 아직 옮겨지지 않은 유골이 제법 있었다.
만약 그 유골들을 찾는 사람이 없다면, 강소가 그 유골들을 맡을 생각이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
.
.
유순태는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이미 4시를 넘어 5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여기서 이러는 것보다, 저희 가게로 가시죠. 제가 짜장면이라도 대접하겠습니다.”
“그래도 되나?”
최효성의 물음에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리고 저희 가게에서 식사하면서 이야기하시는 게 더 편하실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
“그럼 주소 알려 드리겠습니다.”
최한철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알려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각성자 협회 직원치고 양춘각이 어딘지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때 최한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먼저 출발하십시오. 저는 잠시 챙겨야 할 것이 있어서…….”
“챙겨야 할 거? 뭔데?”
최효성의 물음에 최한철이 대답했다.
“저희 집 가보요. 아버지가 장롱 안의 상자를 챙겨 와야 한다고 하셔서요.”
그 말에 최효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검은 상자.”
“네. 상황이 너무 급해서 아버지가 마패만 가지고 탈출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강소의 생각대로였다.
최한철이 말을 이었다.
“상자가 멀쩡하다면 그것을 챙겨와야 한다고 누누이 말씀하셨거든요.”
“그래? 아까 장롱에 없던데?”
“그래서 다시 찾아보려고요.”
그때, 강소가 말했다.
“그 상자라면,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 때문에 사람들을 헛수고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강소는 그들에게 가보를 담은 검은 상자의 행방을 밝혔다.
그리고 그들은 강소의 예상대로의 반응을 보였다.
“네? 왜 강소 씨가?”
“그걸 어째서 자네가 가지고 있는 건가?”
강소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대답했다.
“그건…… 양춘각에 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정이 있고 그걸 말하기에는…… 장소가 적당하지 않군요.”
그리고 유순태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먼저 가라.”
“응? 왜? 무슨 일 있어?”
그 말에 강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이 올 것 같아서 말이지.”
* * *
날이 저물었다.
아직 2월 말이었기에, 날은 금방 어두워졌으니까.
수안곡 마을을 찾았던 일반인들은 이제 다들 돌아가고, 그곳에 남은 이들은 각성자 협회에서 파견한 두어 명의 직원들뿐이었다.
그곳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도 아니었고, 보안이 중요한 곳도 아니었으니까.
그곳으로 수상해 보이는 20여 명의 이들이 향했다.
그들을 이끄는 리더가 마을에 상주하는 직원들이 있는 곳을 향해 동그란 공 하나를 굴렸다.
데구루루르.
그건 그냥 공이 아니었다.
식별에 혼란을 주는 아티펙트였다.
물론 상당히 비쌌고, 그 말은 즉 회수를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티펙트의 지속 시간은 약 1시간.
그 안에 이 마을에 있는 보물을 찾아야 했다.
징-.
장치가 작동을 시작했다.
리더가 수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에 다른 일행이 그 리더를 따라 마을 안으로 진입하였다.
아티펙트로 인해 직원들은 수상한 이들이 마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들 중 탐지 능력을 각성한 자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걸 본 리더가 고개를 끄덕였고, 수신호를 보냈다.
마을의 뒷산이라 불리는 곳.
그곳은 무척이나 험해서 쉽게 오르기 힘든 곳이었지만 전원 각성자로 이루어진 이들이었기에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었다.
“여깁니다.”
탐지 능력 각성자가 작은 목소리로 그리 말하며 한 지점을 가리켰다.
곧, 그들은 등에서 접이식 삽을 꺼내 땅을 파기 시작했다.
땅을 파는 것 역시 그 방면의 각성자가 있었지만, 그들이 택한 건 직접 삽으로 파는 것이다.
능력을 사용하여 땅을 파면 들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잔뜩 데리고 온 것이기도 했다.
사람이 많았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법 깊이 팔 수 있었다.
“그만.”
탐지 능력 각성자의 말에, 다들 삽질을 멈추었다.
리더는 그 아래로 내려갔다.
탁-!
땅굴 아래로 내려선 리더는 천천히 바닥을 손으로 훑었다.
그리고 염력을 사용하여 그 아래에 있는 무언가를 움직였다.
탁.
그때 손에 잡히는 뭔가가 있었다.
그는 그것을 집어 들었고, 씨익 웃었다.
“찾았다.”
그의 손에 들린 그것은 영롱한 빛을 내는 파란색의 보석이었다.
마정석은 아니었다.
그것의 이름은 ‘수룡의 보옥’.
물의 힘이 담긴 아티펙트로, 흙에 닿으면 물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깨끗하게 닦여 있는 지금은, 그저 반짝이는 보석일 뿐이었다.
‘수룡의 보옥’이 빠져나온 구멍을 통해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 봤자 금방 마르겠지만 말이다.
리더는 땅을 박차고 위로 올라왔다.
“그럼 이제 귀환하지.”
“네.”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갈 땐 가더라도, 그거 내놓고 가지?”
“……!”
낯선 목소리에 리더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 뒤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좋은 말 할 때 내놔. 그거 너희들 거 아니야. 이 마을의 것이지.”
정체불명의 이가 다가오자, 리더는 턱을 움직였다.
처리하라는 뜻.
“죽어라!”
“하앗!”
기합 소리와 함께 그들은 정체불명의 이에게 우르르 달려들었다.
.
.
.
잠시 후.
그들은 나란히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있었다.
“훌쩍.”
그들은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자신들이 이런 꼴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이라…….”
그들 앞에 서 있던 정체불명의 이는, 바로 강소였다.
그의 손에 ‘수룡의 보옥’이 들려 있었다.
이미 그들에게서 그 보석에 대한 설명은 들었다.
임송규의 말에 의하면 수안곡 마을은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했다.
물이 마르지 않으려면 수원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 어디에도 수원이 없었다. 그 말은 즉, 강소의 손에 들려 있는 아티펙트가 수원이라는 뜻.
그때,
그 아티펙트를 살펴보던 강소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 아티펙트, 아니, 이 보석…… 설마?’
무언가를 느꼈지만 우선 그것보다, 자신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이들의 처리가 먼저였다.
사실 그동안 유순태 가족과 또 자신과 인연을 맺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곳은 자신의 나라이기도 했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까, 블랙맨이라 불리는 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가 그 능력 때문인 것 같더라고.”
강소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각성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섣불리 이런 짓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거고 말이지.”
강소가 그들에게 다가가자 그들은 움찔했다.
“뭐, 뭘 하려고 그러…… 끄아아악!”
곧 그들 중 하나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너무나도 처절해서, 그 비명을 들은 이들 모두 몸이 굳어 버릴 정도였다.
“무, 무슨 짓을 한 거냐?”
리더가 소리쳐 물었고, 강소가 웃으며 대답했다.
“뭐 하긴, 코어를 부숴 버렸지.”
“……!”
“이제 너희들, 각성자 아니야.”
그것이 강소가 찾은 방법이었다.
물론 코어를 부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코어가 있어야 했다.
코어는 스스로 복구하려는 성질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섣불리 건드리면 그 반작용으로 코어를 부수려는 자가 위험해졌다.
그래서 각성자 협회에서도 블랙맨의 코어를 부수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하지만, 그 기운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강소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그러면서,
강소는 뜻밖의 것을 깨달았다.
방금 자신이 코어를 부수어 버린 자에게서, 더 이상 블랙맨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단 말이지?’
그날.
20여 명의 블랙맨들은, 코어를 잃었다.
* * *
“들어오십시오.”
딸랑.
종소리와 함께 양춘각 문이 열렸다.
유순태의 말에 모두들 양춘각으로 들어왔다.
임소영은 이미 차 안에서 고혜미 여사에게 전화하여 좀 늦을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친족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하자 고혜미 여사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앉으십시오. 제가 솜씨 한 번 발휘해 보겠습니다.”
유순태는 쫄탕수와 이런저런 중식들을 만들었다.
3층에서 허만철이 그를 돕기 위해 내려왔고, 수저와 젓가락을 놓았다.
“아, 강소 것도 놔. 금방 올 거야.”
“네. 사장님.”
허만철은 강소의 자리도 마련해 놨는데, 그걸 본 최한철이 물었다.
“그런데 강소 씨는 누구 만나고 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죠.”
“그런데 왜 자리를 마련하고 계시는 겁니까?”
“금방 올 거라서요.”
“네?”
그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딸랑.
그리고 강소가 들어왔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강소를 본 최한철이 놀라 물었다.
“벌써 오셨네요? 거기서 만난 분의 차라도 얻어 타고 오신 겁니까?”
그 물음에 강소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그냥…… 달려왔습니다.”
“네?”
그때 유순태가 요리를 내오며 말했다.
“자, 우선 드십시오. 식으면 맛이 없습니다.”
그들은 함께 식사했고, 어느덧 시간은 9시가 다 되어 갔다.
“안녕히 주무세요.”
유하영은 공손하게 인사하고 임소영의 손에 이끌려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오정희와 최예진 그리고 황진혁은 집으로 돌아갔다.
양춘각 1층 홀에 남아 있는 이들은, 유순태, 강소, 임송규, 그리고 최효성과 최한철뿐.
“그럼 이제…….”
최효성이 말을 꺼냈다.
“자네가 우리 집 가보를 가지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겠나?”
그 말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소는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그들에게 숨길지 말지 계속해서 고민했다.
하지만,
숨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무림에서 온 배달부 45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