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88
487화. 헌터 정기합숙교육 (2)
다음 날.
강소는 평소와 같이 배달 중이었다.
탓-! 탓-!
거침없이 달리던 그는 곧 인근의 한 길드 사무실에 도착했다.
백합 길드.
강소가 사는 동네에 자리 잡은 소규모 길드이다.
대한민국에는 적룡 길드나 레전드 길드 등과 같은 대형 길드도 있었지만, 헌터가 열 명도 되지 않는 소규모 길드도 많았다.
그들은 D급 이하의 게이트를 처리하거나, 다른 중소 길드와 연합하여 함께 게이트 레이드에 나섰다.
강소는 백합 길드 사무실의 초인종을 눌렀다.
– 네, 누구세요?
안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길드의 전반적인 행정 일을 처리하는 사무원의 목소리이다.
“양춘각입니다.”
– 아, 들어오세요.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길드 사무실은 다른 가게와 다르게 다른 고객들이 드나들기 쉬운 장소에 자리 잡지 않았다.
그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영업하지 않았으니까.
강소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단발머리의 여자가 그를 맞이했다. 자주 보는 얼굴이었다.
그 말은 이곳은 양춘각의 단골이라는 뜻.
“안녕하십니까. 회의실에 놔 드릴까요?”
“네.”
강소는 회의실에 들어가, 그곳에 상보를 깔고 음식을 놓았다.
짜장면 네 개, 볶음밥 네 개, 그리고 짬뽕 두 개.
서비스로 가져온 군만두 두 접시도 가운데에 놓았다.
마지막으로 단무지와 수저 그리고 젓가락을 꺼내어 상 위에 올려놓았다.
강소는 사무원에게 수첩을 보여 주었고, 쓰여 있는 금액을 확인한 사무원이 그 옆에 사인을 했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소는 회의실에서 나왔다.
“이게 왜 여기에 있어?”
“아, 죄송합니다.”
“저번 주 활동실적 서류는 작성하셨어요?”
“아, 아직…….”
“그걸 아직도 작성 안 하셨다고요?”
길드 사무원들과 헌터들은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 모습에 단발머리 사무원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정신없죠? 내일이 헌터 정기합숙교육이라서요.”
헌터 정기합숙교육 때 각성자 협회와 헌터총회에서는 합동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각 잡고 실시하는 감사는 아니었지만, 만약 하나라도 적발되면 골치 아파지기에 헌터들이 모두 모여 합숙교육에 들어가기 전에 미비 서류를 챙기는 것.
“그래도 식사는 하시면서 하십시오. 면발이 불으면 맛이 없습니다.”
“그래야죠. 호호.”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고,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식사하세요!”
“아, 밥.”
“밥 먹어야지.”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고 하는데, 밥은 좀 먹고 하자.”
“개는 건드리면 물잖아요.”
“나도 물어.”
“……네네, 어서 드세요.”
강소는 백합 길드에서 나오며 씩 웃었다.
‘내일 저들을 또 만나겠군.’
강소는 서울·경기 지역의 헌터 연수원에 외부 강사 형식으로 가게 되었으니까.
그날 오후.
강소는 새싹 유치원으로 향했다.
유하영의 하원을 위해서였다.
날이 좋아지자, 아이들은 실내가 아닌 놀이터에서 놀면서 자신들을 데리러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하영도 마찬가지였다.
강소는 많은 아이에게 둘러싸여 함께 노는 유하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모래 놀이를 하고 있나 보군.’
아이들의 촉감 발달과 창의성에 좋다는 이유로, 모래 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는 모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는 필수로 설치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강소는 갑자기 서글픈 감정이 들었다.
그가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마지막으로 했던 놀이가 바로 모래 놀이였으니까.
강소와 강소의 동네 친구 두 명은 함께 강변의 모래로 성을 만들고 있었다.
강소는 모래성에 장식할 돌을 찾기 위해 잠시 일행에서 떨어졌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고 정신을 차려 보니 낯선 곳이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하곤 했다.
그때 모래 놀이를 하러 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그는 피식 웃었다.
‘모두 쓸데없는 가정이고, 쓸데없는 감정이지.’
그는 억지로 그 감정을 눌렀다.
“하영아.”
그는 유하영을 불렀고, 모래 장난을 하던 유하영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오빠!”
강소는 뛰어온 유하영에게 말했다.
“손 닦아야지.”
“응.”
그는 수돗가로 유하영을 데리고 갔고, 그녀는 흐르는 물에 손을 닦았다.
아이의 키에 맞게 수전은 낮은 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강소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유하영의 손에 묻은 물을 닦아 주었다.
“이제 갈까?”
“응.”
유하영은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강소와 함께 RD엔터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형.”
유하영은 이미 와 있는 이들에게 인사했고, 아이돌 연습생들은 유하영을 반겨 주었다.
그리고 강소에게도 인사했다.
그동안 강소와 친해졌기 때문이다.
겁나게 잘생겨서 다가가기 어려웠지만, 생각보다 강소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하영이 왔네? 강소 형도 오셨어요.”
그때 권호가 다가왔다.
저번 적룡길드 부길드장 취임식 때 그의 숙부는 권호의 이용하여 테러를 감행하려 했었다.
하지만 강소의 개입으로 그 일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현재 그의 숙부 권평은 각성자 협회의 아공간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다.
강소가 전해 듣기로, 강소가 권호의 조부를 치료해 준 덕분에 조부는 전성기의 힘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여 당시 조부 권익을 치기 위해 습격했던 이들은 모두 권익의 날카로운 발톱에 제압당했다.
사실 권익의 건강을 위협했던 것은, 도깨비 부족의 족장 휘와 같은 문제였다.
몸 안에 마기가 침투했던 것.
그것을 해결해 주자, 권익은 금세 본신의 힘을 되찾았다.
아무튼, 이런저런 죄가 많았기에 권평은 쉽게 아공간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터였다.
“형, 저희 할아버지께서 꼭 한 번 들려 달라고 하셨어요.”
“알겠다. 기회를 봐서 들리도록 하지. 그런데 그 목걸이는……?”
“아, 이거요?”
권호는 목에 걸린 목걸이를 들어 보였다.
날카로운 호랑이 송곳니가 줄에 꿰여 있었다.
“저희 가문의 기물이에요.”
“기물?”
“시조님의 가장 날카로운 어금니인데요, 가주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그렇구나.”
“네. 이걸 숙부님이 훔쳐 가셨는데, 어제 되찾을 수 있었어요.”
“다행이구나.”
“할아버지가 어차피 다음 대 가주는 너니까, 너 가져라. 라고 하셔서요. 하하하.”
권호가 머쓱하게 웃었다.
“이 송곳니가 호랑이 힘이 솟아나게 한다네요.”
그 말에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녀석의 본체가 호랑이인데, 호랑이 힘이 솟아난다니……? 그 말이 그 말인데?’
그는 말을 이었다.
“어, 호랑이 만 마리의 힘이요.”
“그렇구나.”
그거면 이해가 되었다.
곧 그룹 세계정복의 연습이 시작되었고, 그 모습을 카메라가 촬영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한 달 남짓.
6월을 겨냥한 노래였기 때문에 5월부터 방송이 시작되고, 6월 초에 음원이 공개된다.
그리고 그룹원들이 속한 회사와 방송국에서 어지간히도 떡밥을 많이 뿌렸는지 사람들의 기대감이 어마어마했다.
‘그러고 보니, 연습을 쉰다고 했지?’
헌터들이 합숙 훈련에 들어가는 헌터 정기합숙교육을 하는 동안은 중요한 일이 아니면 쉬는 게 관례였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 전면에서 싸울 헌터들이 교육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최대한 몸을 사리는 것이다.
강소는 고개를 들어 노래하는 유하영을 보았다. 그녀는 강소를 향해 웃어 주었다.
그 미소에 강소 역시 미소 지었다.
* * *
새벽이 되었다.
헌터들의 집결 시간은 오전 9시.
하지만 교관들은 오전 7시까지 집결해야 했다.
“잘 다녀와.”
“그래. 몸 조심하고.”
“알았다.”
강소의 말에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철 씨는 이따가 출발하겠지?”
“아마도?”
허만철은 강소가 교관으로 헌터 연수원에 간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으니까.
말할 생각도 없었다.
그렇게 강소는 유순태에게 다시 손을 들어 보이고, 서울 외곽에 있는 헌터 연수원으로 향했다.
.
.
.
탓.
강소는 순식간에 연수원에 도착했다.
어느새 그는 준비한 검은색 헬멧을 쓰고 있었다.
“아, 오셨군요.”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성진호와 서철이 다가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성진호야 평소에도 검은색 정장을 입었으니 특별할 게 없지만, 서철까지 정장을 입고 있는 것은 의외였다.
아무래도 수제자 김은식이 유하영의 굿즈를 가지고 협박한 듯했다.
“오셨습니까? 멋지게 차려입고 오셨군요.”
그의 말에 서철이 투털거렸다.
“에잉, 멋지게 차려입고 오면 뭐 해? 어차피 교관 유니폼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하하하.”
그 말에 성진호가 웃으며 그를 달랬다.
“그래도 보기 나쁘지 않잖습니까. 그럼 가시죠.”
“그래.”
“그러죠.”
그들은 성진호와 함께 연수원 안으로 들어갔다.
‘제법, 넓군.’
강소가 넓다고 생각할 만큼, 정말 넓은 곳이었다.
천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은 물론이고, 큰 실내 체육시설와 그보다 넓은 연무장 등등…….
그걸 보면 이 나라가 헌터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지 알 것 같았다.
그건 당연했다.
헌터들의 수와 질이 곧 국력과 직결되니까.
“이쪽입니다.”
성진호는 한 건물을 가리켰다. 교관동이라고 적힌 현판이 달려 있었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문 앞에 앉아 있던 경비원이 일어나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어떻게 오셨습니까?”
“헌터 정기합숙훈련의 외부강사 자격으로 왔습니다.”
“세 분 모두 같은 용무이십니까?”
“네.”
“여기에 검지를 대 주십시오.”
그 말에 성진호가 먼저 검지를 기계에 가져다 대었다.
[인증되었습니다.]그와 동시에 경비원의 컴퓨터 화면에 그 신분이 떴다.
그걸 확인한 경비원이 말했다.
“되셨습니다. 그럼 다음 분.”
서철은 지문이 아니라 정맥 인식을 해야 했다.
대장장이라는 직업은 손의 지문을 없애고, 홍채마저 흐리게 만들었으니까.
서철의 신분도 확인한 경비원이 강소에게 말했다.
“다음 분.”
강소는 기계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경비원은 화면으로 강소의 정보를 볼 수 없었다. 단지 [보안상 블라인드 처리합니다.] 라는 글자만 떴을 뿐.
꿀꺽.
경비원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 말은 즉, 검은색 헬멧으로 모습을 가린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헬멧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렇다면 허가증을 보여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아, 아닙니다.”
경비원은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이 명찰을 착용하십시오. 모든 곳을 열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니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저 앞에 보이는 회의실로 가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그들은 각자 목에 명찰을 차고, 경비원이 알려 준 회의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수십 명의 교관이 보였다.
서울·경기 지역의 헌터들이 모두 모여 연수를 받는데, 교관들의 수가 적을 리가 없었다.
“늦었습니다.”
성진호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성진호입니다.”
“서철이오.”
“검은 헬멧입니다.”
그들의 말에 그들 중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 남자가 말했다.
“어서 오시게. 기다리고 있었네.”
김해철이었다.
S급인 데다가 국내 최고 길드의 길드장인 만큼, 교관들 사이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앉은 듯했다.
그들은 회의실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명패를 보았고 그 앞에 앉았다.
교관들은 강소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검은 헬멧을 쓴 모습은, 평범한 모습은 아니었으니까.
“대체 저자는 정체가 뭐야?”
“나도 모르지.”
“협회장님이 헬멧 쓰는 것을 허가해 주셨다면서?”
“혹시 블랙맨인가?”
“아! 그래서 정체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건가?”
“맞아! 그럴 수도 있겠군.”
그들의 수군거림을 강소가 듣지 못할 리 없었다.
하지만 강소는 상관하지 않았다.
저들의 수군거림은 곧 잊힐 허망한 메아리일 뿐이었으니까.
그때였다.
문이 열리고 두 명의 남녀가 들어왔다.
그들의 목에는 명찰이 걸려 있었다.
[서울·경기 헌터연수원 원장 왕은정] [서울·경기 헌터연수원 부원장 최효명]그들은 이 연수원의 원장과 부원장이다.
강소는 최효명을 보았다. 그에 대해서는 강소도 알고 있었다.
그의 증손자였으니까.
‘그리고, 원장이라…….’
왕은정이라는 이름의 원장은, 백발에 왜소한 체구의 중년 여자였는데 강소는 그녀를 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성진호에게 듣기로, 그녀의 무기는 도끼이고 신중한 성격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신중한 성격으로 슬그머니 마수에게 다가가서 도끼로 머리를 깨 버렸다고.
전성기 때 한창 날리다가 부상으로 은퇴했는데, 그 무위와 성격 때문에 연수원장이 되었다고 했다.
그때였다.
강소는 최효명을 보았고, 최효명은 강소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그를 불렀다.
“어, 어르신.”
“…….”
“……!”
그 호칭에 순간, 모든 이들의 눈이 커졌다.
“어르신?”
“방금 어르신이라고?”
“대체 어떤 분이 오신 거지?”
그들의 웅성거림에 강소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 이런. 나 아직 30대인데…….’
최효명의 그 발언으로,
강소는 졸지에 그곳의 교관들에게 어르신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48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