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22
521화. 배고프다 (1)
유하영과 다른 가수들이 전하는 위로와 함께, 추모 주간이 끝났다.
다음 주가 6월의 마지막 주였고, 그래서인지 날이 제법 더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냉면이 많이 나가기 시작하네.”
“그러게.”
강소는 붉은색 천에 쓰인 ‘냉면, 콩국수 개시’라는 글자를 보며 말했다.
“콩국수도 많이 나간다.”
“하긴, 콩국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좋아하니까.”
이미 양춘각 안에는 에어컨을 켜 놓고 있었다.
주방의 열기도 열기였지만, 사람들이 모일 때 발생하는 열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강소는 문을 보며 말했다.
“오랜만에 반가운 손님이 오네?”
“어? 누구?”
“동생.”
“아!”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소를 형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가 정식으로 동생 삼은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으니까.
딸랑.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어서 와라.”
“오랜만에 뵙습니다. 형님.”
그는 바로, 이신이었다.
대한민국의 제로급 각성자이자, 양춘각 근처의 달님 책방의 사장님이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하하하. 네.”
이신의 얼굴은 너무 유명했기에, 길거리를 다닐 땐 외모 변환 아티팩트를 사용하여 얼굴을 바꾼 상태로 활동했다.
그리고 유순태와 강소는 두 얼굴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동안 바빴겠구나.”
“하하하, 그렇죠. 뭐.”
6월에는 추모 주간뿐만 아니라 한미중 헌터 특별 훈련도 있었으니까.
“일이 끝나고, 휴가를 받았습니다.”
그는 하하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만약 게이트 안에서 고립되거나 그러면 구출하러 가야 하지만요.”
이신은 구출대의 대장도 맡고 있었고, 그가 가진 ‘공간의 열쇠’가 구출대의 핵심이었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뭐 하고 놀아야 휴가를 잘 보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음…….”
이신의 말에 그들 역시 고민했다.
그때 화장실에 다녀온 오동수가 이신을 보더니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사부님!”
“그래.”
오동수는 이신을 사부님이라고 불렀다.
그에게 제운종을 알려 준 자가 이신이었으니까.
강소로 인해 이어진 인연은 지금도 이어져, 이신은 요즘도 종종 오동수에게 싸우는 법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런데 뭘 그렇게 고민하고 계세요?”
그 물음에 이신이 다시 한번 설명했고, 그 설명에 오동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쉬는지를 고민하시다니! 이걸 안타까워해야 할까요? 신기해해야 할까요?”
“응?”
“그냥 쉬면 되죠.”
오동수의 말에 강소는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그의 말에 소녀가 했던 대답이 떠올랐다.
그래서 강소도 이신에게 그 대답을 해 주었다.
“그래,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 될 거 같다.”
“음…… 제가 하고 싶은 거라…….”
이신은 고민하더니 ‘아!’ 소리를 내었다.
“그럼 저,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냐?”
“노래방에 가고 싶습니다.”
“노래방?”
“네. 노래방이요. 사실 제가 대학생 때에 가 보고 그 뒤로 한 번도 노래방에 가 본 적이 없거든요.”
그는 뺨을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제가 노래방에 가면 피해만 주게 되니까요.”
강소는 이신이 전에 자신의 기운을 제어하지 못해서 다른 이들의 목숨을 위험하게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집에 노래방 기계를 설치했는데…… 제가 노래할 때 힘을 주면 기계가 망가지고 해서…… 하하하.”
“그, 그랬군요.”
“아…….”
이신의 말에 유순태와 오동수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힘을 제어할 수 있게 된 후에, 집에 노래방 기계를 다시 설치했는데…… 혼자 부르니 영 흥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건 그렇죠.”
유순태도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방이라는 건 모두 함께 놀아야 흥이 나는 법이지요. 하하하.”
그때 위에서 임소영이 유채영을 안고 내려왔다.
“어머! 책방 사장님 오셨네요.”
“안녕하세요, 사모님.”
이신은 그녀의 품에 안긴 유채영을 보았다.
“아! 채영이 많이 컸네요.”
“네. 이제 조금 있으면 8개월이에요.”
유채영이 태어난 게 작년 11월 27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유채영이 이신을 보더니, 두 눈이 커졌다.
“오아! 아부아?”
그 옹알이에 이신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진짜 귀여운 아이네요. 벌써 예쁜데, 나중에 하영이랑 나란히 서 있으면 얼마나 배가 부르실까요.”
“그렇겠지요.”
그때 임소영이 말했다.
“그런데 노래방 어쩌고 이야기 하지 않으셨어요?”
“아, 그게 말이지.”
유순태가 임소영에게 설명해 줬고, 그 말에 임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확실히 노래방은 다 같이 놀러가서 노래를 해야 진짜 노래방에 온 느낌이 나죠.”
그녀가 말을 이었다.
“이러면 어때요?”
“……?”
“내일 정기휴일이니까, 노래방에 가는 거예요.”
* * *
탁.
바닷가에 한 남자가 가볍게 내려섰다.
검은 머리카락을 포마드 스타일로 정돈한 그는 세미 정장을 입고 있었다.
풀어헤친 셔츠 사이로 보이는 근육이 야성미를 돋보이게 하는 그의 이름은 패니.
여동생 릴리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이곳에 온 어둠의 족속이었다.
“여기가 대한민국이라는 곳인가?”
슬슬 배가 고파졌다.
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식량이 될 만한 인간이 근처에 있는지 찾기 위해서이다.
“오! 저기에 인간들이 있군.”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여인들이었다.
사실 패니가 피리를 불어 인간들을 즐겁게 하는 것도 오러가 소모되는 일이다.
그가 있던 곳부터 여기까지 오는 데 상당한 오러가 소모되었기에, 즉시 섭취할 수 있는 오러가 있다는 건 반가운 일.
패니는 그 여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몇몇 헌터들이 지키고 있고, 여인들은 물이 빠진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있었다.
“상수 엄마. 노래 한 곡 더 해 봐.”
“쑥스러워서 못해요.”
“상수 엄마가 우리 마을 가수인 거 아는데 뭘 빼고 그래.”
“그럼 한 곡 불러 볼게요.”
곧 구성진 노래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해당화 만발한 그 언덕에서, 호강시켜 주겠다며 내 손을 잡은 님아. 야속한 그 맹세는 어디로 갔나.”
“얼쑤!”
“좋다!”
“내 머리는 눈이 내려 백발이 성성한데, 이 두 손에 물 마를 날 없네.”
“그렇지!”
“님아~. 야속한 님아~”
한 여자의 노래에 조개를 캐는 이들은 흥이 나는지 추임새를 넣었다.
그 모습에 패니는 쾌재를 불렀다.
‘얼마나 흥이 나면 일을 하면서 노래를 할까? 흐흐흐. 오늘의 식사는 저 여자들이다.’
곧 그는 피리를 불었다.
잠이 들게 하는 능력을 사용한 것.
피리리~
그 소리에 조개를 캐던 여인들은 눈을 비볐다.
“어? 왜 이렇게 졸리지?”
“이상하네…….”
“우리 이만 캐고 갈까요?”
물이 빠진 갯벌에서 잠이 들면 큰일이었기에 그녀들은 서둘러 빠져나왔다.
그리고, 결국 바닷가에서 잠이 들었다.
“드디어 잠이 들었군.”
잠이 들게 하는 것도 오러가 소모되었기에 더욱 배가 고파졌다.
“그럼, 이제 식사를 해 볼까?”
그는 그녀들에게서 즐거울 때 발생하는 오러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패니가 오러를 흡수할 수 있는 대상은 일반인이든 각성자이든 상관없었다.
일반인에게도 오러가 있었으니까.
단지, 코어가 없기에 그 오러가 전부 몸 밖으로 빠져나갈 뿐이었다.
“음?”
그런데 그 오러의 양이 너무나도 미미했다.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양에 패니는 당황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분명히 이 여자들은 즐겁게 노래했다. 그런데 어째서 오러가 이것밖에 없는 것이야!”
그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오러를 소모하여 아까 신나게 노래했던 상수 엄마라는 여자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대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패니는 그녀의 꿈속 밑바닥으로 들어갔고, 곧 그녀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꽃다운 나이에 결혼을 했다.
하지만 격변의 시대가 찾아왔고, 먹고 사는 것이 힘겨워졌다.
결국, 그들 부부는 바닷가로 왔다.
위험하기는 해도 먹고 살 수는 있었으니까.
새벽부터 물가로 나가 일하고, 물에 나가지 않을 때는 밭일을 했다.
그러다 남편이 마수에게 죽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자신이 일을 하루라도 쉬면 자식들이 굶으니까.
여름 햇살에 살이 타고, 겨울바람에 살이 텄지만 두 아들의 입에 뭐라도 들어가는 게 그렇게 좋았다.
이제 두 아들을 모두 장가보냈지만, 여전히 그녀는 손에 물 마를 날 없이 일하고 있었다.
두 아들이 그만 도시로 오시라 해도, 그녀는 이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
“…….”
꿈에서 나온 패니는 상황을 알 것 같았다. 그녀들은 즐겁지 않았다.
오히려 일에 지치고 삶에 짓눌려 있었다.
상수 엄마의 노래는, 지난 삶에 대한 회한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을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할 수 없지. 다른 곳으로 가서 다른 인간들을 찾아볼 수밖에.’
그는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갔을까?
한 무리의 이들이 호미를 들고 넓은 밭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패니는 그곳으로 가까이 갔고, 피식 웃었다.
그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이곳에서, 나는 오늘도 콩밭을 매네~”
흥겨운 노랫소리는 틀림없이 즐거워서 부르는 것일 터.
‘그곳 바닷가가 이상한 거였어. 즐겁지 않은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라니! 미친 거지! 설마 이곳도 그렇겠어?’
패니는 피리를 불었다.
그 피리 소리에 밭을 매던 사람들은 잠이 들었다.
패니는 그들의 즐거운 기운이 만든 오러를 흡수했다. 하지만 곧,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뭐, 뭐야? 왜 이렇게 오러의 양이 적어?”
뭔가 이상했기에 이번에도 그는 오러를 소모하여 그들 중 하나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무의식의 밑바닥에서 알게 되었다.
그들 역시, 즐거워서 노래한 것이 아님을.
단지, 능률을 높이고자 노래했다는 것을 말이다.
패니는 기가 막혔다.
‘뭐야! 뭐 이런 곳이 다 있어! 단순히 능률을 높이고자 노래한다고? 그런데 왜 이렇게 쓸데없이 신나게 노래하는 건데?’
그는 생각했다.
시골이나 바닷가이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도시 쪽으로 가면, 뭔가 다를 것이라고.
‘그곳에 가면,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좀 있겠지.’
.
.
.
패니는 서울에 도착했다.
“아, 배고파 미치겠네.”
지금 당장 뭐라고 먹고 싶었다. 하지만 길을 오가는 이들의 얼굴에 미소는 없었다.
바쁘게 오가는 이들뿐.
그는 이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이들을 떠올렸다. 우선 아스타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여자였다.
왠지 속이 다 읽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네르갈 역시…… 마찬가지인데.’
정보를 다루는 그에게 간다는 건 자신에 대한 정보를 털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결국, 그는 한 어둠의 족속을 찾아갔다.
그의 이름은 아스.
패니의 입장에서 아스는 벌레와 같은 서열이었다.
당연히 그자의 입장에서 패니를 마주한 건 경기를 일으킬 만한 일이다.
“헉! 패, 패니 님!”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다.”
“네, 네. 말씀하십시오.”
“이 대한민국에서, 즐거운 곳이 어디지?”
“네? 즐겁다는 게 어떤 건지……?”
“노래하고 춤추고! 그렇게 즐겁게 노는 곳!”
“아, 그런 곳이라면 있습니다. 바로 노래방입니다.”
“노래방?”
“네. 여기 한국의 사람들은 이상하게 얌전한 사람들도 노래방만 가면 신나게 춤추고 놉니다. 하하하.”
그래서, 패니는 아스와 함께 노래방이라는 곳으로 갔다. 생각보다 노래방이 많았고, 그곳들 중 마음에 드는 곳을 골랐다.
금별 노래방이라는 곳이다.
“어서 오세요.”
패니는 아스와 함께 노래방으로 들어갔고, 그가 주인을 상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몇 시간이나 부르시나요?”
“2시간 정도…… 부를 예정입니다.”
“노래방비는 선불입니다.”
아스는 비용을 지불했다.
그리고 패니는 그와 함께 주인이 정해 준 6번 방으로 들어갔다.
“저, 혹시…… 여기서 식사를 하실 계획이십니까?”
아스의 물음에 패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 그러시군요. 그럼 제가 대상을 물색해 드릴까요?”
“좋다.”
아스는 재빨리 6번 방에서 나왔고, 대상자를 물색했다.
그러던 중, 적당한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다들 회사원으로 보였다.
그리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Party! 오늘은 고기 파티! 내 돈 아닌, 법카로 먹는 고기 파티! 오늘의 고민은 내일의 나에게 Pass~!”
그들을 보며 아스는 생각했다.
‘이 점심시간에, 저렇게 놀 정도면 즐겁다는 뜻이겠지.’
아스는 패니에게 보고하기 위해 부리나케 6번 방으로 돌아갔다.
그때,
노래를 마친 회사원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 젠장! 생각할수록 더러워서 못 해 먹겠습니다! 선배님. 저 사표 낼 거예요! 말리지 말아요!”
“자, 자. 진정하고.”
“김 부장이 개지랄하는 거 한두 번이야?”
“콜라 마시고, 한 잔 더 불러야지.”
“인 대리. 이 노래 좋아하지?”
“그냥 신나게 놀면서 잊어버리자고.”
쿵짝쿵짝!
다시 신나는 반주가 흘러나왔고, 아스의 보고를 받은 패니가 도착했을 때 회사원들은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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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6번 방으로 돌아온 패니는 아스에게 말했다.
“머리 박아.”
쿵!
“죄송합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52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