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39
538화. 어린 영웅 (2)
송창열이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수습하고 있을 때,
양춘각은 난리가 났다.
그릇에 단무지를 담다가 갑자기 표정이 싹 변해서 뛰쳐나갔던 강소가 정신을 잃은 유하영을 안고 들어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 하영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어, 어떻게 하죠? 포, 포션이라도 가져올까요?”
1층 홀에 있던 유순태와 황진혁, 허만철은 물론 김지은까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2층에서 소란을 듣고 내려온 임소영 역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강소의 품에 안긴 유하영에게 달려갔다.
“하영아…….”
강소가 말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갑자기 너무 많은 오러를 사용했기 때문에 그 힘을 몸이 견디지 못하여 잠시 정신을 잃은 것뿐입니다.”
“네?”
“오러를 사용해요?”
강소는 김지은에게 말했다.
“사장님 내외분에게 냉수라도 한 잔씩 드리세요.”
“아, 네!”
김지은은 헌터들을 이끌고 마수와 맞짱 뜨는 게 일이었던 만큼 정신력이 강했다.
그래서 다른 이들보다 빨리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김지은이 건넨 물 한 잔을 마시고 유순태는 간신히 진정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만약 유하영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 거라면 강소의 표정이 저리 평온할 리 없었다.
“강소야. 설명 좀 해 줄래?”
“오늘 실내 촬영이었잖아. 그런데 그곳의 3층 높이에 있던 철제 다리가 무너진 모양이다. 그 아래에는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었고.”
그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하영이가 그들을 살리기 위해서 바람의 마법 능력을 사용했다. 그 무거운 철제 구조물을 멈춘 거지.”
“그랬구나. 그럼 하영이는 이상 없는 거야?”
“이상이라면 있다.”
순간 그곳의 모두가 긴장했다.
“어, 어디 아픈 거예요? 하영이?”
임소영의 물음에 강소가 고개를 저었다.
“딱히 몸이 아프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럼?”
“하영이의 체내 오러가 더 많아졌습니다.”
“…….”
그 말에 허만철과 황진혁이 하하 웃었다.
“형님! 놀랐잖아요!”
“그거 각성 등급이 더 올랐다는 말 아닙니까?”
“축하할 일이네요. 하하하하.”
그들은 웃었지만, 유순태와 임소영 그리고 김지은은 웃지 못했다.
유순태와 임소영은 유하영이 S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김지은은 유하영이 S급에 가깝다고 추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유하영의 등급은 지금…….
강소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 외에는 문제없습니다.”
“그렇군.”
“그럼 하영이를 침대에 눕히겠습니다.”
강소가 유하영을 침대에 눕히고 내려왔을 때, 유순태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했다.
“괜찮을까?”
“괜찮다니까. 그러니까 어서 장사 준비나 하자.”
“아니, 그게 아니라…….”
유순태가 말을 이었다.
“혹시 나쁜 놈들이 하영이를 노리지 않을까 하고…….”
“안 그래도, 김명희 과장님께 연락 드렸다.”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혹시라도 누가 이 일을 기사로 내보내는 그런 일을 벌이면 어떻게 하지?”
“만약 그런 일이 있으면…….”
“……?”
유순태는 강소를 보는 순간 흠칫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눈빛이 마치 “쓱싹 하고 제거해 버려야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
.
.
유하영이 눈을 떴다.
“엄마.”
눈앞에 임소영이 보였다. 눈물을 글썽거리는 임소영을 보며 유하영이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으니까 울지 마세요.”
“아니야.”
임소영은 유하영을 안아 주며 말했다.
“엄마는 하영이가 잘못하거나 해서 우는 거 아니야. 단지, 하영이가 무사하다는 사실이 기뻐서 그래.”
그녀는 유하영을 토닥였다.
“들었어. 하영이가 많은 사람을 도와주었다고?”
“네.”
유하영이 말했다.
“커다란 다리가 무너지는 게 보였어요. 그래서 사람들한테 무너질 거라고 했는데, 안 믿었어요.”
짧은 설명이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랬구나. 하영이가 속상했겠네?”
“네.”
“하지만 사람들이 하영이 말을 믿지 않는다고 미워하면 안 돼. 그들은 하영이처럼 많은 것을 볼 수가 없거든. 아빠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지.”
유하영이 말했다.
“강소 오빠가 그랬어요. 저는 특별한 거라고요.”
“맞아.”
임소영이 말했다.
“하영이는 특별한 거야.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걸 꼭 기억해야 해.”
“네.”
임소영은 강소에게 유하영이 자신들의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처음에는 무서웠다.
그건 즉, 자신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니까.
하지만,
곧 두려움은 안타까움으로 변했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이 세상은 너무나도 험난했으니까.
부디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추악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유하영에게 계속해서 “너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해 주는 것이다.
자신이 유하영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특별하다고 말해 주고, 또 아낌없이 사랑해 주는 것.
“그리고 하영아. 엄마는 하영이가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
그렇게 모녀는 서로 안아 주었다.
“어마! 어마!”
그때, 유채영이 엉금엉금 기어오더니, 침대를 붙잡고 엄마를 불렀다.
임소영은 웃으며 유채영을 안아 들었다.
“채영이도 이리 와.”
그렇게 유채영까지 셋이서 서로 꼭 껴안았다.
* * *
그날 오후.
“저, 계십니까?”
송창열이 작가 김철민과 함께 양춘각을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큼지막한 한우 세트가 들려 있었다.
“아, 감독님. 작가님도 오셨군요.”
유순태가 그들을 맞아 주었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그들은 유순태를 보자마자 그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하영이가 그렇게 경고해 줬는데 저희가 아둔해서…….”
“아닙니다.”
유순태는 고개를 저었다.
“상황은 들었습니다. 솔직히 저라고 해도 하영이 말을 믿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러니까 고개를 드세요.”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송창열은 고개를 들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내밀며 말했다.
“이건 약소하지만, 저희 마음입니다.”
“이런 거 안 주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꼭 받아 주십시오.”
그때 위에서 유하영이 내려왔고, 그녀가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하는 것을 본 송창열과 김철민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 하영아.”
“괜찮니?”
“네. 저는 괜찮아요.”
그녀의 대답에 송창열이 말했다.
“내가 미안하다. 네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그리고 정말 고맙다. 덕분에 큰일을 면했어.”
만약 유하영이 능력으로 돕지 않았다면, 얼마나 큰 참사가 일어났을지!
다시 생각해도 아찔했다.
그때 유순태가 말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립니다만, 우리 하영이가 각성자라는 것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송창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에게 단단히 함구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체 그 구조물은 왜 무너진 겁니까?”
옆에 있던 강소의 물음에 송창열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게……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네?”
“스탭들 말로는 분명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만, 아무튼 그 새ㄲ…… 아니, 그자들은 알아서 처리했습니다.”
“그렇군요.”
강소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걱정입니다.”
“네?”
“저희야 하영이가 무사하니 다 괜찮지만, 과연 RD엔터에서 어떻게 나올지 말입니다.”
“…….”
그 말에 송창열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강소는 RD엔터만을 언급했지만, 지금 송창열을 두렵게 하는 건 유하영의 소속사가 아니었다.
유하영의 뒤에 있는 적룡 길드에서 어떻게 나올지가 문제였다.
* * *
모든 촬영팀이 철수하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파견된 이들마저도 철수한 폐공장.
그곳은 오늘 디텍티브 포 촬영을 하던 곳이다.
사고로 인해 촬영이 중지되었지만.
그곳에 한 남자가 있었다.
검은색 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그 남자는 무너진 철제 구조물 앞에 멈추었다.
“참 아쉽게 되었어.”
그 말에 뒤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게 말이야.”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고, 검은 옷을 입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F.”
“내 코드명,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불만이면, 코드명을 내린 분에게 따지든가.”
“…….”
여자는 입술을 삐쭉거렸다.
“됐고, 이번 일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윗선에서는 디텍티브 포의 이번 시즌을 망치라고 했잖아.”
“그랬지. 그래서 이렇게 일을 계획했는데 말이야.”
그들의 목적은 디텍티브 포 다섯 번째 시즌의 제작을 무산시키는 것.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드라마의 내용 때문이다.
하필이면 그 내용이 전에 그들이 저질렀던 범죄와 거의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 범죄를 숨긴 방식까지도.
하여 윗선에서는 드라마 제작을 중단시키라 명했다.
하지만 감독이나 작가를 협박하는 등의 다소 신사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는 블랙맨이라 불리지 않았을 터.
이왕 일하는 김에, 블랙맨의 위명을 알리기로 했다.
그래서 이런 과격한 방법을 사용한 것.
남자가 말했다.
“할 수 없지. 다시 한번 기회를 노릴 수밖에.”
“그래서 나는 뭘 하면 되는데?”
“다음 촬영 장소가 어딘지 알려 줘. 이번에는 실패 따위는 없을 거야.”
“알았어.”
“진짜 아깝네. 내 계획대로 됐다면 오늘 적어도 열 명은 황천길 갔을 텐데 말이야.”
* * *
그 시각.
두 명의 남자가 식당에 있었다.
“아줌마! 여기 소주요!”
“좀 적당히 마셔요.”
“상관 말고 어서 술이나 주고 일 보십쇼.”
“쯧쯧.”
식당 주인은 술병을 놓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한낮인데 벌써부터 술판이네. 엠병할.’
그 두 남자는 디텍티브 포 드라마 팀의 스탭으로서, 시설 점검을 담당하는 이들이었다.
오늘,
엄청난 일이 있었다.
분명 어제 시설을 다 점검했는데, 철제 구조물이 무너진 것.
그들은 감독에게 불려 갔고, 상당히 많이 혼났다.
방송 촬영 현장에서 오래 일하며 평소 쌍욕을 많이 들어 그런 것에 둔감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 해고당하는 건 면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참 더러웠다.
“진짜! 내가 더러워서는!”
“그러니까!”
“그게 우리 잘못이야? 무너질 때가 된 거니까 무너진 거겠지.”
“그렇지!”
“그리고, 하영이가 바람의 능력으로 그걸 들어서 다친 사람도 없고 죽은 사람도 없었잖아. 그러면 된 거지.”
“아무렴!”
그렇게 술에 취한 두 사람의 넋두리가 이어졌다.
그때,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누군가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방천.
개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자로서, 돈이 되면 뭐든 가리지 않아 악명이 자자한 자이기도 했다.
그는 눈을 빛내었다.
방금 돈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그는 두 스탭에게 다가갔고,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누, 누구십니까?”
“선생님들의 대화에 흥미가 있어서요.”
“…….”
“어떠십니까? 선생님들, 소주 말고 양주 어떠십니까?”
두 사람이 여전히 떨떠름해하자, 방천은 씨익 웃으며 밀어붙였다.
“양주로 부족하시면, 제가 좋은 곳을 알고 있습니다.”
* * *
이진성은 지금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괜찮아요? 형?”
“괜찮아. 상처 하나 없는데 뭐.”
매니저의 말에 뒷자리의 이진성이 대답했다.
오늘 촬영은 중지되었다.
그렇게 큰일이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촬영장이 못쓰게 되어 버렸지만,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한 일이었다.
만약,
유하영이 손을 쓰지 않았다면 뉴스 속보로 나올 정도로 엄청난 일이 벌어질 뻔했으니까.
자신 역시…… 크게 다치거나 죽었을 터.
“형, 그런데 표정이 안 좋아요.”
“이건, 그냥 자괴감이 들어서 그런 것뿐이야.”
“네?”
“명색이 각성자인데…… 오히려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것도 7살 아이에게.”
“하지만 형님의 능력은 기압을 조절하는 거잖아요. 그 상황에서 어떻게 능력을 사용할 수도 없고요.”
“아니야.”
이진성은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 보니까…… 기압을 조절해서 하영이를 도와줄 수도 있었어. 하지만 그러지 못했지. 나는.”
그래서 부끄러웠다.
“7살 아이가 좋아할 만한 선물이 뭐가 있을까?”
“하영이 줄 거죠?”
“……어.”
“그럼 초코빵이나 초코 쿠키 같은 걸 좋아할 거예요.”
“그렇겠지.”
아직 촬영 재개에 대해서 연락 온 건 없지만, 하영이에게 선물을 주면서 감사하다고 할 생각이었다.
그게 도리였으니까.
그때,
이진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함께 드라마에 출연하는 정빈이다.
“여보세요.”
– 형! 큰일 났어요! 얼른 지금 인터넷 좀 들어가 봐요!
“인터넷? 어디 인터넷?”
– 어디든요! 그럼 끊어요.
전화가 끊어졌다.
이진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가장 전면에 보이는 연예란.
그곳에 보이는 건.
[유하영, 그녀의 실체는 각성자?]무림에서 온 배달부 53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