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62
561화. 기다렸어 (4)
고영민과 대화하는 유순태를 보며 강소는 씩 웃었다.
유하영의 콘서트도, 단기 요리 강습도 모두 이미 그가 알고 있는 일이었다.
강소가 요구한 것들이었으니까.
“와! 중국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참여한다니! 대단하네요!”
“하하하.”
허만철의 말에 강소는 웃으며, 간밤의 일을 떠올렸다.
.
.
.
미리내 공원.
강소는 그곳에서 성진호와 김명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상황이에요.”
김명희가 중국이 강소의 지원을 요청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군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나 출장이 가능할까요?”
그 물음에 강소는 즉답했다.
“불가합니다.”
“역시…….”
하지만 성진호와 김명희의 표정을 보니, 강소의 불가 대답을 이미 예상했던 듯했다.
“양춘각 배달 때문이시죠?”
그 물음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제안 하나 할까 해요.”
김명희는 말을 이었다.
“양춘각 사장님 가족분들하고 함께 중국으로 해외여행 다녀오시는 건 어떠세요?”
“해외…… 여행이라 하셨습니까?”
“네!”
그녀는 말을 이었다.
“저희가 책임지고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양춘각 영업을 못하는 기간 동안의 손실액도 배상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김명희가 생각한 방법이었다.
강소가 양춘각 영업 때문에 중국에 가는 것이 힘들다면, 양춘각 가족들까지 아예 함께 중국으로 여행을 보내면 되는 것이다.
잠시 생각하던 강소가 대답했다.
“꽤 다급했나 봅니다.”
“다급한 건 저희가 아니라 저쪽이죠. 그리고 이번 일에 대가를 좀 두둑하게 받기로 약속했거든요.”
“그랬군요.”
이렇게까지 한다면, 유순태 가족과 함께 중국 여행을 다녀오는 게 좋을 듯했다.
유순태와 유하영도 비행기를 타 보고 싶다고 했었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조건을 좀 바꾸어도 되겠습니까?”
“……?”
성진호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떻게 말입니까?”
“요즘 하영이의 팬클럽 사이트에 중국인으로 보이는 초코빵들이 많더군요.”
“아, 그건 그렇죠.”
김명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탄자니아에서 만났던 린린이라는 헌터도 초코빵이더라고요.”
“그래서 말입니다. 콘서트를 하면 어떻겠습니까?”
“하영이의 콘서트입니까?”
성진호의 물음에 강소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이를테면 화합 콘서트라고 하면 이해하시겠습니까?”
“……!”
성진호의 눈이 커졌다.
단박에 강소의 말뜻을 알아차린 것이다.
“확실히, 나라와 나라가 적이 아닌 현 상황에서 국가 간의 화합은 중요하죠.”
격변의 시대가 시작되고 마수라는 적이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와 나라 간의 분쟁은 의미가 없었다. 까딱하면 마수 밥이 될 상황이었으니까.
게다가 마수에게 국경이 없었기에 그 마수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나라 간의 협력이 중요했다.
“이렇게 나라를 생각해 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좋은 생각이 났을 뿐입니다.”
그는 빙그레 웃었다.
모처럼 가는 중국이다.
그곳에 가서 관광만 하고 오는 건 비효율적인 일이다.
이왕 간 김에, 더 많은 초코빵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렇기에 유하영의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콘서트가 아니라, 전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콘서트를 해야 했다.
유하영의 콘서트는 이미 초코빵이 된 이들만 참석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그래서는 강소의 목적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저, 그리고 말입니다. 이왕 가는 거,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여도 되겠습니까?”
“네. 말씀하십시오.”
“중국의 임익 셰프가 요리 단기 강습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임익 셰프의 요리 단기 강습권도 한 장 넣어 주시죠.”
그렇게 유하영의 콘서트와 유순태의 요리 단기 강습이 결정된 것이다.
.
.
.
강소는 테이블에 앉아 자세한 상황을 조율 중인 유순태와 고영민을 보았다.
옆에서 허만철이 말했다.
“와, 좋으시겠어요. 그 비행기를 탈 수 있다니요.”
그는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허만철을 보며 강소가 말했다.
“뭘 부러워하십니까?”
“네?”
“만철 씨도 함께 가는 겁니다만?”
“……네에? 저, 저도요?”
“그렇습니다.”
허만철은 홀리 웨폰인 제루엘의 봉의 주인이다.
상대가 어둠의 족속인 만큼, 그의 힘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만약 강소가 다른 일로 인해 유순태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없을 때, 경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일일이 할 필요는 없었다. 단 한마디면 되었다.
“만철 씨도, 양춘각의 식구입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양춘각의 모든 식구들이 가는 겁니다.”
* * *
아스타는 팬클럽 사이트에 접속 중이었다.
이번에 중국에서 열리는 화합 콘서트에 유하영과 노민아도 참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잘 다녀와 하영아.
– 나도 따라가고 싶어.
– 왜 하필 중국에서…….
– PD님! 하영이 잘 보이게 찍어 주세요.
– 하영이 나올 때 항공샷으로 찍으면 방송국 폭파시킬 겁니다!
– 기다리고 있을게! 하영아!
– 드디어 하영이 실물을 영접할 수 있게 되다니! 꿈만 같네요.
– 중국도 가는데, 왜 미국은 안 오는 겁니까?
– 우리는 원한다. 미국에 와 달라.
– 일본도 있습니다. 잊지 말아 주세요.
댓글들을 보며 아스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불안한데…….”
이번 중국의 미사일 발사 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아스타는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이렇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벨부.
아스타는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 이름만 들으면, 그때가 떠올랐다.
“아스타. 놀라지 말고 들어.”
“무슨 일인데?”
“내가 지상에 내려갔다가 봤어. 말라흐가 한 인간 여자랑 결혼하려고 준비하는 것 같더라고.”
“……뭐? 설마? 네가 잘못 봤겠지. 광휘의 족속이 인간과 결혼이라니! 그건 그분께서 금하신 거잖아.”
“말라흐가 그 금기를 깨려는 것 같아.”
“……아, 아니야! 네가 잘못 알았겠지! 그가 얼마나 충실한 그분의 사자인데!”
“아스타…… 나도 믿고 싶지 않아.”
“…….”
“그래서, 이대로 있을 거야?”
“방법이…… 있어?”
“사실 우리는 지금 혁명을 준비하고 있어.”
“뭐, 뭐라고?”
“잘 생각해 봐. 결혼을 금기로 정한 존재가 사라지면, 그 금기 역시 사라지는 게 당연하잖아.”
“…….”
“네가 원하는 건 말라흐가 행복해지는 거 아니야?”
“…….”
“그리고 사실, 너희 가문에 속한 인원 상당수도 이미 우리 쪽에 가담하기로 했어. 만약 실패하면 이 일에 가담한 가문의 일원들이 다 죽을 텐데…… 그 죄책감을 여린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
아스타는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탁자 위로 뚝뚝 흘렀다.
이블 웨폰을 받아들인 그 순간 그녀는 이전의 그녀가 아니게 되었다.
성격이 완전히 바뀌게 된 것.
반역은, 당연히 실패했다.
저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어비스에 처박힌 후에야 그녀는 서서히 자신의 성격도, 이성도 되찾을 수 있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벨부의 말은 거짓이었다는 것을.
말라흐는 인간 여자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분의 명에 따라 그녀를 보호했던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은…… 늦어 버렸다.
아스타는 태블릿 화면 속 유하영의 미소 가득한 모습을 보았다.
전쟁과 분쟁을 일으키는 데 재주가 있는 벨부였다.
그런 그가 있는 곳으로 유하영이 가는 것.
그렇다면 그가 유하영을 노릴 가능성이 컸다.
아스타는 아직 피가 뚝뚝 흐르는 손으로 전화기를 들었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야, 중국으로 가야겠어.”
* * *
양춘각.
“이것도 챙겨야 하고, 또 뭐 챙겨야 하지?”
“해외여행을 가 본 적이 있어야 알죠.”
“하긴 그러네.”
그도 그럴 것이, 격변의 시대가 시작되고부터 해외여행은 정말 꿈에서나 갈 수 있는 게 되어 버렸으니까.
강소는 2층에서 들려오는 유순태와 임소영의 대화에 피식 웃었다.
내일 중국으로 출발하기로 했고, 그래서 짐을 싸느라 분주한 것.
지금 유하영은 RD엔터에 있었다.
이번 화합 콘서트 때 부를 노래를 연습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화합 콘서트에 출연하는 한국 가수들은 총 10팀이다.
그리고 중국 측 가수 역시 10팀.
이번 사건의 조사팀이 3일 간의 조사를 마치고, 이번 일은 단순 오류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실 CCTV라든지 미사일이 각 비행기를 향해 정확하게 발사되었다는 기록 등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고려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번 조사단은 일종의 쇼였기 때문이다.
각 나라의 수뇌부들은 범인을 알고 있었고, 이번 일의 해결을 위해 협조한 것.
물론, 제법 예리한 이들은 뭔가 음모가 있다면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이번 화합 콘서트에 묻혀 버렸다.
사실 이번 콘서트를 계획한 건 그런 목소리를 잠시 억누르기 위함도 있었다.
쓸데없는 말은, 사람들을 분열시킬 수도 있었으니까.
‘딱 봐도 이번 미사일 사건은 전쟁과 분쟁을 일으키기 위함인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이번 일을 일으킨 자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니까.’
그때 유순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여권은 챙겨야겠지.”
“그럼요! 여권이 없으면 중국에 못 들어가잖아요.”
그 말에 강소는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여권을 보았다.
파란색 표지에 손바닥 안에 쏙 들어 올 만큼 작은 크기의 그것은 해외에 나갔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신분증이라고 했다.
사진이 있고, 이름과 국적 등이 영문으로 쓰여 있었다.
강소는 여권을 만들기 위해서 각성자 협회 1층의 민원실로 갔다.
과거 격변의 시대 이전에는 각 지자체의 여권과에 가서 만들었다고 했지만, 요즘은 아니었다.
애초에 해외에 나가는 것 자체가 아주 특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강소는 잊지 않고 여권을 챙겼다.
.
.
.
다음 날.
유순태 가족은 아침 일찍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강소가 보니 유순태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들떠 있는 것.
그건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유하영도 아침부터 신이 나 있었다.
“우리 정말 비행기 타는 거야?”
“그래. 기대되는 모양이구나.”
“응! 엄청 기대돼!”
유하영이 까르르 웃었다.
“하늘을 나는 건 엄청 기분이 좋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
강소는 피식 웃었다.
“좋기는 하지.”
그도 처음에는 비천공으로 하늘을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참 좋았다. 이제는 별 감흥이 없지만 말이다.
그들은 차현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대한민국에 딱 하나 남아 있는 서울 공항으로 향했다.
“어머! 반가워!”
“안녕하세요.”
유하영이 공항에 들어서자, 그녀와 안면이 있는 이들이 그녀와 인사를 했다.
그리고 유순태와 임소영 부부도 함께 인사를 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잠시 의자에 앉았다.
‘이곳이 공항인가?’
강소는 서울 공항을 둘러보았다.
전면에 나 있는 창문으로, 비행기가 보였다.
강소는 유순태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인천 쪽에 큰 공항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음, 이야기는 들었어.”
그때, 뒤에서 누군가 말을 이었다.
“인천국제공항. 정말 크고도 좋은 곳이었지요.”
뒤를 돌아보자, 한 중년의 가수가 앉아 그들을 보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나백현입니다.”
나백현.
그는 격변의 시대 이전에는 아이돌로 활동하다가 격변의 시대가 오면서 기타 하나 들고 노래하며 많은 사람들을 위로했던 자였다.
그리고 지금은, 중년이 다 되었다.
“인천 공항에 가 본 적이 있으시군요.”
강소의 물음에 나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제가 아이돌로 활동할 때, 정말 많이 갔던 곳입니다. 해외 활동도 했었으니까요.”
그는 인천 공항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와! 그 정도로 컸다니! 놀랍네요.”
“세계 1위의 공항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왜 그곳을 사용하지 않는 거죠?”
그 물음에 대답한 건 유순태였다.
“섬에 있으니까. 지금 거기에 마수가 엄청 많거든.”
“아…….”
결국은 마수가 문제였다.
“내 살아생전에 비행기를 다시 타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다시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나백현의 떨리는 목소리에 강소는, 이번 화합 콘서트를 제안했던 자신에 대해 뿌듯함이 느껴졌다.
“이제 인천에 있는 공항에 다시 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텐데 말입니다.”
그 말에 강소가 대답했다.
“이제 곧, 가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때.
[승객 여러분께 알려 드립니다. 이제 곧 KR003편의 탑승 수속을 시작하겠습니다.]그냥 여권을 내밀고, 검색대를 통과하면 그것이 탑승 수속이다.
격변의 시대 이전처럼 발권하고 하는 등의 번거로운 절차가 없었다.
지금은 다들 개인적인 출국이 아니라 철저한 통제 하에 출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소는 유순태 가족, 황진혁 부부, 허만철, 오동수 그리고 김지은과 함께 비행기에 올라탔다.
강소는 이번에 중국에 가는 일행에 그들 역시 포함시켜 줄 것을 제시했고 각성자 협회에서는 수락했다.
사실, 무엇을 제안해도 각성자 협회에서는 수락했을 터였다.
하지만 강소는 양심이 있었기에 선을 넘지는 않았다.
비행기 좌석에 앉은 강소는 자신 옆의 유하영을 보았다.
유하영은 창가 쪽 좌석에 앉았다.
“오빠. 막 가슴이 두근두근거려.”
강소는 피식 웃었다.
“심호흡을 하면 두근거림이 좀 가라앉을 거다.”
“응.”
유하영은 후아, 후아, 하고 심호흡을 했다.
그때 기내 방송이 들렸다.
이제 곧 이륙하니 안전벨트를 매 달라는 방송이었다.
강소는 유하영과 자신의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었다.
드디어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56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