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77
576화. 받고 싶은 선물 (2)
다음 날.
강소는 아침 일찍 산책을 했다.
“꼬뀨!”
오늘은 꼬롱이도 함께였다.
가을이라 그런지 꼬롱이는 식탐이 늘었고 그래서 열심히 먹고 있었다.
하지만 살은 찌지 않았다.
강소의 트레이닝 덕분이었다.
그는 오늘 꼬롱이의 건강을 위해서 데리고 나왔다.
그렇다고 강제로 데리고 나온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꼬롱이의 자의였다.
“꼬롱아, 아침 산책 갈 건데 같이 가자.”
“꼬뀨!”
“싫다고?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오늘 간식은 없는 거로 해야겠군.”
“뀨? 꼬뀨!꼬뀨!꼬뀨!”
“그냥 해 본 소리라고? 아침 산책을 무척 좋아한다고? 하하하. 네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꼬롱이와 함께 아침 산책을 온 것이다.
꼬롱이의 운동이 목적이기도 했기 때문에 강소는 천천히 걸어서 미리내 공원으로 향했다.
강소의 옆에서 꼬롱이는 열심히 뽈뽈거리며 따라오고 있었다.
작지만 상당히 빠른 게이트 생물이 던전랫트였다.
온통 초록색이었던 공원의 나무들은 울긋불긋해져 있었다.
노랗고 빨간 단풍나무가 어우러진 곳.
강소는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보았다.
그때, 강소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그리고 무엇이 하고 싶은지를 알 것 같았다.
“이런 멋진 곳으로 함께 나들이를 오면 좋을 것 같다.”
“꼬뀨?”
“그리고 함께 고기를 구워 먹는 거야. 그러면 정말 즐거울 것 같아.”
강소는 그리 말하며 눈을 감았다.
그가 원하는 건 별다른 게 아니었다. 그와 유순태 가족이 행복한 것.
그것 하나뿐이었다.
강소는 벤치에서 일어나 꼬롱이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그만 갈까?”
“뀨!”
강소는 양춘각에 돌아왔다.
그리고 먼지투성이 꼬롱이를 깨끗하게 목욕을 시켜 주고 1층 홀로 내려오자 유순태가 주방에 있었다.
“좋은 아침이다.”
“그래.”
강소는 그에게 말했다.
“내 생일 때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해 본다고 했잖아.”
“아, 맞아. 그래서 뭐 하고 싶은지 생각해 봤어?”
“나들이를 가고 싶다.”
“나들이?”
“그래, 양춘각 식구들이 함께 나들이를 가면 좋을 것 같다.”
“그럼 결정되었네.”
유순태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가자. 나들이. 어디 가고 싶냐?”
“미리내 공원으로 가자. 단풍이 무척 예쁘더라고.”
“그럼 10월 5일로 날짜를 잡으면 되려나?”
“아니, 월요일에 가도 된다. 나 때문에 이번 달에 또 하루 쉬면 그건 너무 미안하니까.”
그렇게 해서 다음 주 월요일, 강소의 생일맞이 겸 양춘각 단합대회가 결정되었다.
* * *
RD엔터.
오늘부터 노민아와 유하영은 회사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건 12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에 걸쳐서 진행되는 콘서트 준비 때문이었다.
물론 게스트도 있었지만 노민아와 유하영이 단독으로 2시간을 이끌어 나가야 했기에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했다.
“음, 그러니까 세트리스트는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노민아와 유하영이 꼬물이 동요대회 때 불렀던 노래도 있었고, 또 1집과 2집 앨범의 노래를 비롯하여 많은 노래들이 리스트에 있었다.
“와! 노래가 많아요!”
“힘들지 않을까요?”
노민아의 말에 차현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두 곡을 부르고 게스트가 들어가는 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여기 보면 VCR이라고 쓰여 있는 곳은 영상이 들어갑니다.”
영상은 맨 처음과 중간 부분에 있었다.
맨 처음 영상은 오프닝 영상이었고, 중간 부분의 영상은 콘서트에서만 공개되는 스페셜 영상이다.
“그래서 콘서트에 사용될 영상의 촬영도 잡혀 있는데, 팬들에게 기대감을 주기 위해서 비하인드 촬영도 할 예정입니다.”
“와!”
“그리고 이번에 뮤직 크리에이티브 팀에서 새로 만든 ‘팬송’을 공개할 예정이고요.”
“팬송이요?”
노민아의 물음에 차현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직 초코빵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입니다. 헤븐스 차일드의 ‘날개를 달고’와 같은 노래가 팬송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게 설명이 이어지고, 차현태가 물었다.
“혹시 뭐 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이번 콘서트는 민아 양과 하영 양의 콘서트니까요.”
그때 유하영이 말했다.
“그러면요, 저 하고 싶은 거 있어요.”
“뭔가요?”
“팬송 말고요, 새로운 노래를 하고 싶어요.”
* * *
그날 오후.
황태준 작곡가의 작업실.
그곳에 유하영이 방문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었지만, 하고 있는 일도 없어서 심심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방문이 반가웠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그 옆에서 차현태와 하태복 그리고 백은하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그들은 녹음실 옆의 응접실로 안내되었다.
황태준의 조수가 주스를 한 잔씩 놓고 나갔다.
“미리 약속도 없이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
차현태의 말에 황태준이 손을 저었다.
“괜찮네. 마침 심심하던 참이었으니까. 하하하.”
“이거 받으십시오.”
몸에 좋다는 음료 상자를 내밀었고, 황태준은 하하 웃으며 그것을 받았다.
“뭘 이런 것을 다 사 오고 그래. 아무튼 고맙네.”
그는 유하영을 보며 물었다.
“그래, 우리 꼬마 공주님. 어쩐 일이냐?”
“사실은요. 할아버지한테 꼬옥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뭘까? 꼬마 공주님의 부탁이?”
“노래 하나 만들어 주세요.”
“노래를?”
“네. 이번에 크리스마스 때 콘서트 하거든요. 그때 노래를 선물해 주고 싶어요.”
“누구에게 노래를 선물해 주고 싶은데?”
그 물음에 유하영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강소 오빠요.”
유하영은 강소를 위한 선물을 두 개 준비했다.
첫 번째 선물은 직접 요리한 음식이었고, 두 번째 선물은 바로 노래였다.
유하영이 일곱 번째 생일을 맞이하면서 그녀의 능력은 점점 더 발전해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강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유채영에 대해서도 보이지 않았지만…….
유하영은 강소에 대해 보이지 않아도 참 많이 고마웠다.
첫 만남 때, 차에 치일 뻔한 자신을 구해 준 일부터 자신이 울면서 ‘도와줘!’라고 하면 강소는 어김없이 출동해서 일을 해결해 줬다.
마치 인어 전사 라진처럼, 눈의 정령 도도처럼.
유하영에게 강소는 만화영화 속에서만 움직이는 영웅이 아니라 곁에서 진짜 살아 숨 쉬는 영웅이었다.
황태준은 유하영을 보았다.
강소를 언급하는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래, 그럼 어떤 마음을 담고 싶은데?”
“고맙다고요. 그리고 우리는 가족이니까 함께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자고요.”
“알겠다.”
황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꼬마 공주님이 원하는 대로 곡을 만들어 줘야지.”
그가 곡 작업을 수락하자, 이제 남은 실무적인 것은 차현태의 몫이었다.
.
.
.
다시 RD엔터로 가는 길.
유하영은 차현태와 하태복 그리고 백은하에게 말했다.
“있잖아요. 제가 강소 오빠를 위해서 노래 만들어 달라고 한 거요. 비밀이에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네.”
“비밀로 할게요.”
“진짜 비밀이에요.”
유하영은 약속을 받아 내고 나서야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 * *
아침이었다.
강소는 창문을 열었다.
서늘한 바람이 들어와 기분을 좋게 했다.
그는 달력을 보았다.
10월 5일. 그의 생일이다.
1층에서 미역국 끓이는 냄새가 났다.
오늘 그의 생일이라고 유순태가 일찍 일어나 미역국을 끓이고 있는 것.
강소는 세수를 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좋은 아침이다.”
그의 인사에 유순태가 웃으며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래, 그리고 생일 축하해.”
“고맙다.”
곧 허만철이 내려왔고, 그 역시 그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잠시 후.
식탁에 한가득 음식이 차려졌다.
강소의 인벤토리에서 가져온 미역으로 끓인 미역국과 쌀밥, 그리고 잡채와 불고기 등등의 음식이다.
“그럼 먹자.”
“그래.”
오늘은 강소의 생일인 만큼 강소가 먼저 숟가락을 들었다.
그는 미역국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맛있다.”
“네가 가져온 미역이 워낙 질이 좋아서 말이지.”
강소는 이렇게 미역국을 먹을 때면 뭔가 가슴 깊은 곳이 따뜻해지는 듯했다.
* * *
딸랑.
양춘각에 달린 종이 경쾌하게 울리며 김지은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
“좋은 아침입니다.”
양춘각에 출근하는 순서는 모두 달랐다.
맨 먼저 3층에 사는 허만철이 출근하고 그다음 황진혁이 출근했다.
다음으로는 김지은이 출근했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배달부인 맹철영이 출근했다.
“생일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이건 선물이에요. 열심히 고민해서 고르기는 했는데 마음에 드실지는 잘 모르겠어요.”
김지은이 내민 선물을 보며 강소가 말했다.
“선물을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풀어 보세요.”
그녀의 말에 옆에 있던 유순태가 말했다.
“맞아. 선물이잖아. 얼른 풀어 봐.”
그 말에 강소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선물 포장을 풀어 보았다.
선물은 시계였다.
“굉장히 멋진 시계군요.”
“매번 시간을 확인하실 때마다 핸드폰으로 확인하시더라고요.”
금색의 시계를 보며 황진혁과 허만철은 감탄했다.
“와! 엄청 비싸 보이네요.”
“그렇게 비싼 건 아니에요.”
“멋진데요? 형님.”
“하하하.”
한편, 그 시계를 보며 유순태는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저거 금은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실 금이 맞았다.
그것도 유명한 장인의 작품으로서, 실드 기능이 추가 된 시계이다.
하지만 혹시나 부담 가질까 싶어서 로고는 일부러 보이지 않는 부품에만 새겼다.
“잘 쓰겠습니다.”
강소의 감사 인사에 김지은의 얼굴이 잔뜩 풀어져서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네!”
그리고 잠시 후, 맹철영이 출근했다.
“안녕하십니까!”
기합이 잔뜩 들어간 그의 인사에 모두 반겨 주었다.
양춘각의 배달부로 고용된 맹철영은 지난 일주일 동안 강소의 특훈을 받았다.
강소의 특훈은 뭐랄까…….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물론 그런 깨달음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향상도 있었다.
무영신법으로 빠르게 배달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강소는 맹철영에게 태허무영신법이 아닌, 무영신법을 알려 주었다.
다른 이들에게 태허무영신법을 알려 주려 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 2성이 한계였다.
그 이상으로는 성과가 없었다.
강소는 그 원인을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정답을 알 수 있었다. 그건 강소의 기운 자체가 특별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태허무영신법은 오직 강소만이 익힐 수 있는 신법이었다.
하지만 무영신법은 아무나 익힐 수 있었기에, 맹철영에게 무영신법을 알려 준 것.
“강소 행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약소하지만 선물입니다.”
맹철영은 강소에게 선물을 주었다.
“뭘 이런 것을 다 준비하셨습니까?”
“에이, 행님 생일인데 당연히 준비해야죠. 하하하.”
그는 강소와 친해지자 강소를 ‘행님’이라고 부르겠다고 했다.
강소는 그냥 알겠다고 했다.
“얼른 풀어 보세요.”
뭔가 기대하는 듯한 얼굴에 피식 웃으며 강소는 포장지를 뜯었다.
“오!”
“와!”
그건 넥타이 핀이었다.
“루비가 박혀 있네? 비싼 거 같은데?”
그 물음에 맹철영은 멋쩍게 웃었다.
“모조 루비입니다.”
그동안 맹철영이 번 돈은 범죄수익환수라는 목적으로 반 이상을 나라에서 몰수했다.
그래서 집과 얼마 되지 않는 잔고만이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맹철영은 행복했다.
“잘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때 유순태가 말했다.
“자자, 주목!”
모두를 주목시킨 유순태가 말을 이었다.
“다음 주 월요일이 단합대회인 거 모두 기억하지?”
“네!”
“그럼요!”
“그 단합대회, 강소의 생일 축하 단합대회니까 꼭 참석들 하도록 해. 그날 고기 구워 먹을 건데 고기는 강소가 산다고 하네.”
“와!”
“고, 고기요?”
고기라는 말에 모두 군침을 삼켰다.
그리고 순식간에 눈동자에 빛이 나는 것을 보며 강소가 물었다.
“단합대회가 기대되시는 겁니까? 아니면 고기가 기대되시는 겁니까?”
“그, 그야…….”
“당연히…….”
“고…… 윽!”
그 순간 고기라고 말하려고 했던 맹철영은 허만철에게 발을 밟혔다.
“하하하. 형님, 당연한 것을 물으십니다.”
“당연히 단합대회죠.”
“맞아요. 알바 오빠의 생일을 기념해서 가는 단합대회잖아요.”
그들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강소는 생각했다.
‘정육점 사장님께 고기를 좀 더 추가해 달라고 해야겠군.’
* * *
그날 오후.
유하영과 노민아는 연습을 일찍 마치고 근처 베이커리로 향했다.
정확하게 말해 디저트를 만드는 곳이다.
강소에게 직접 달콤한 걸 만들어서 선물하고 싶다는 유하영의 말에 차현태가 섭외한 베이커리였다.
“안녕하세요.”
“반가워. 민아야, 하영아.”
그리고 베이커리의 사장 겸 파티쉐 신해영 역시 초코빵이었다.
“이야기 들었어. 직접 만들어서 선물하고 싶다고?”
“네.”
“기특해라!”
노민아도 함께 만들어서 아빠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말에 그녀도 함께 왔다.
“자, 그러면 앞치마 하고 모자 쓰고 손 닦고 준비할까?”
“네!”
그들은 준비를 마치고 작업대 앞에 섰다.
“오늘 만들 디저트는 말이지, 퐁당 오 쇼콜라라고 하는 디저트야.”
“그거 달아요?”
“그럼! 무지하게 달지. 그런데 혹시 달면 안 되니?”
그 물음에 유하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뇨. 엄청나게 달아야 해요.”
역시, 유하영은 강소의 식성을 잘 알고 있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57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