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81
580화. 화왕 (3)
오동수는 화왕 선발 예선에서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그리고 다른 두 명의 본선 진출자와 함께 교장실로 불려 갔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화왕 선발 대회는 전국 12개 각성자 고등학교의 명예가 달린 대회입니다. 하지만, 작년 우리 청화 고등학교는 모두 본선 1차전에서 탈락했죠.”
“…….”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라 믿습니다.”
부담감을 팍팍 주는 교장의 말과 눈빛에 다른 두 학생은 잔뜩 움츠러들었지만, 오동수는 아무 표정 변화도 없었다.
정신 교육의 효과였다.
“그러니 오늘부터 본선 때까지 학교장 재량으로 수업을 면제해 주겠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훈련에 힘써 주세요.”
그 말에 아무 표정도 없던 오동수는 움찔했다.
“하, 하지만 수업은 중요한 거 아닌가요? 저희는 학생이고, 학생의 본분은…….”
“그건 맞지만, 우리 각성자 고등학교의 본분은 이 대한민국의 기둥이 될 각성자들을 길러내는 것이지요.”
“…….”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개개인의 능력을 갈고닦는 것을 지원하는 것 역시 각성자 고등학교의 본분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하하하.”
오동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은 방과 후에만 했던 특별 지옥훈련을 온종일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게 그의 평정심을 무너트린 유일한 이유였다.
그리고.
그런 교장의 방침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신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 * *
강소는 달력을 보았다.
“이제 곧 15일이군.”
이번 연도 화왕 선발 대회 본선은 10월 15일이다. 그리고 양춘각 식구들 모두 응원가기로 했다.
화왕 선발 대회는 TV로도 생중계할 정도로 전 국민이 관심 있어 하는 행사.
그래서 그런지 김지은도, 이신도 기합이 빡 들어가 있었다.
오동수를 위한 특별 트레이닝을 계획하고 시작한 건 강소였지만, 이제는 그들이 더 신나서 오동수를 갈아…… 아니, 훈련시키고 있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행사답게, 오프닝도 화려했는데 이번 오프닝 무대에 노민아와 유하영이 섭외되었다.
원래 콘서트 준비도 있고 해서 거절하려고 했지만, 유하영이 “동수 오빠 응원하러 가야 해요!”라고 해서 수락했다.
노민아는 유하영이 좋다고 하면 별말 없었다.
일각에서는 노민아가 유하영의 인기에 묻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아니었다.
노민아도 유하영 못지않게 인기가 있었다.
유하영을 좋아하는 팬의 모임이 초코빵이라면, 노민아를 좋아하는 팬의 모임은 바나나 우유이다.
노민아가 바나나맛 우유를 좋아하기도 했고 또 노란색이 무척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민아의 팬클럽과 유하영의 팬클럽이 종종 함께 이런저런 행사를 하곤 했다.
그때마다 팬들은 초코빵과 바나나 우유가 함께 있는 그림을 팬클럽 사이트 전면에 내걸곤 했다.
한때, 바나나 우유가 먼저인지 초코빵이 먼저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맞아요.”
“그건 달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에 대한 것과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거 머리 아파요. 그냥 팬들이랑 재미있게 놀고 싶어요.”
노민아와 유하영의 발언으로, 그 논란은 쏙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노민아는 유하영을 너무너무 좋아했다.
“있잖아요. 알바 오빠.”
김지은의 부름에 강소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네.”
“이번에 동수 응원하러 갈 때 가지고 갈 응원 도구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렇군요. 같이 만들까요?”
“네!”
강소의 말이 정답이었는지, 김지은이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응원 도구라면 현수막이나 피켓 등을 말하는 건가요?”
허만철의 물음에 김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제가 몇 가지 문구를 뽑아 왔거든요.”
그리고 주섬주섬 가방 안에서 종이를 꺼내 내밀었고, 강소가 그걸 받아 읽어보았다.
[양춘각의 자랑, 대한의 건아 오동수] [동수야! 너에게서 벽이 느껴져. 완벽이] [이번 화왕은 안 봐도 오동수!]다른 양춘각 식구들도 몰려와 그것을 읽어보더니, 다들 얼굴이 붉어졌다.
그때.
“음, 뭐 하나 더 추가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럼요!”
“동수야, 네 무위에 눈이 멀었어. 눈이 부셔서 라든지…….”
그때 한숨을 내쉰 맹철영이 말했다.
“저기, 행님.”
“……?”
“행님이 말한 문구랑 여기 쓰인 문구들…… 하영이 팬클럽에서 봤던 덕질 주접인 것 같은데…….”
그 말에 강소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동수를 응원하는 것이고, 응원하는 것을 덕질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 그러니 당연히 이런 문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
“맞아요! 오빠.”
강소와 김지은의 말에 다른 양춘각 식구들은 말을 잃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 * *
그 시각,
적룡 길드의 체력단련실에서는 길드원들이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의논 중이었다.
“그러니까 이번 화왕 선발 대회 본선에 동수가 진출했다는 거지?”
“네. 맞습니다. 선배님.”
“뭐 예선은 쉽게 통과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
다들 처음 오동수와 대련을 했을 때 충격적인 패배를 경험했던 이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실전 경험이 풍부한 현역이다.
대인전이 아닌 마수와의 전투에 익숙해 있었기에 오동수에게 밀린 것.
곧 그들은 페이스를 되찾았고 이제는 오동수와 호각으로 대련하고 있었다.
물론 A급 헌터들만이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데 선배님들, 그날 저희도 가서 응원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귀염둥이 동수가 출전하는 거잖아요.”
“맞습니다. 들어보니까 레전드 길드 녀석들이 자신들이 후원하는 녀석이 대회에 나온다고 응원 준비를 한다고 하던데요.”
“저희가 명색이 대한민국 넘버 원 길드인데, 응원에서 밀려서야 되겠습니까?”
“음. 일리가 있어.”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 않습니까? 동수가 적룡 길드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그렇지.”
“게다가 응원 안 해 준다고 삐져서 다른 길드로 가면 그것도 곤란하지 않습니까?”
“그건 아니야. 동수가 그렇게 의리가 없진 않아.”
“동수가 얼마나 의리가 있는데.”
“그러니까 우리도 의리로 뭉쳐야지.”
생사가 오가는 게이트 안에서 레이드를 할 때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
그래서인지 길드 소속 헌터들은 유독 의리가 강했고 그건 적룡 길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때 한 헌터가 말을 이었다.
“아가씨께서 특별히 눈여겨보시면서 직접 훈련도 시키는 녀석입니다. 만약 저희가 응원을 가지 않으면 아가씨께서 많이 서운해하실 겁니다.”
“헉!”
“그렇군!”
그 말에 헌터들은 방금 전보다 두 배는 더 진지하게 응원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 * *
어두운 밤.
한 골목길을 걷는 누군가가 있었다.
검은색 옷을 입은 그는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아무도 자신을 보지 않는다고 판단한 듯, 그제야 조심스럽게 문을 두들겼다.
똑똑.
그러자 문 안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십니까?”
“혹시 칠레산 와인과 스위스에서 만든 치즈 있습니까?”
“얼마나 필요하세요?”
“와인 두 병, 치즈 한 덩이.”
끼이이익.
문이 열렸다.
방금 주고받은 대화는 출입을 위한 암구호였다.
그 남자는 문지기를 지나쳐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쪽에서 한 무리의 이들이 그를 맞아 주었다.
“왔어?”
“그래.”
“어떻게 되었어?”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블랙맨 검은 수요일.
다른 블랙맨과 달리 국내파로서, 그 뿌리가 매우 깊었다.
덕분에 아직 존재할 수 있었다.
물론 그동안 몸을 사려야 했지만 계속해서 잠자코 있을 생각은 없었다.
이러다가는 조직원들의 수가 계속 줄어 명맥이 끊길지도 모른다.
그러니 조직원을 보충하기 위해서도 홍보가 필요했다.
아주 화끈한 홍보가 말이다.
그래서 검은 수요일이 선택한 홍보 수단은 바로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린 행사인 ‘화왕 선발 대회’이다.
화왕 선발 대회에 출전한 참가자가 갑자기 다른 참가자들을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제법 충격적일 터였다.
“그래서, 세뇌는?”
그 말에 다른 블랙맨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완벽하게 세뇌했으니까.”
그들은 이번 화왕 선발 대회가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그날은, 검은 수요일이 화려하게 재기하는 날이 될 테니까 말이다.
* * *
장훈철 종합 운동장.
아침부터 그곳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오늘 그곳에서 화왕 선발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그런 행사를 하면 으레 그렇듯 장사꾼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행사 요원들은 분주하게 비무대와 그 주변의 시설을 점검했다.
성인이 아니라 해도 각성자들이다.
그렇기에 비무를 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관객들의 안전에 중점을 두고 시설을 점검했다.
“수고들 많으십니다.”
“아! 오셨습니까?”
스탭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한 남자를 향해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 남자의 이름은 백은호.
각성자 협회 지원 1과 2팀의 팀장이다.
헌터총회와 관련된 일을 맡은 만큼, 화왕 선발 대회 역시 그의 일이었다.
왜냐하면 화왕 선발 대회는 헌터총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헌터총회의 직원과 함께 다시 한번 꼼꼼하게 시설을 살피었다.
“이번에 출전하는 녀석 중에 제법 기대를 받는 녀석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헌터총회 직원의 말에 백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다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송명택 학생이 기대됩니다.”
“아…… UON의 사장 아들 말이군요.”
“네. 전에 보니까 실력이 제법이더라고요. 백 팀장님은 혹시 눈여겨보시는 녀석이 있습니까?”
“저는 오동수 학생이 기대됩니다.”
“오동수 학생이라면? 적룡 길드의 후원을 받는 학생 말이지요?”
“네.”
“하지만 두각을 드러낸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그야 지금까지 실력을 드러낼 일이 없었으니까요.”
백은호는 양춘각의 단골이다.
그 말은 저녁에 짜장면을 먹으러 갈 때마다 오동수가 홀에 있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오동수가 서빙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눈여겨보곤 했다.
그렇기에 그는 확신했다.
오동수의 실력은 현역에 견줄 만한 실력이라는 것을 말이다.
“한 번 보시면 압니다.”
그리고 다시 점검을 이어 갔다. 안전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백은호 개인을 위해서라도 절대 허투루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오늘 잠깐 들른다는 직원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동수와 안면을 트고 친해진 직원이 제법 된다는 뜻이었다.
.
.
.
“와! 사람들이 무척 많네?”
“당연하지.”
양춘각 식구들은 장훈철 종합운동장으로 왔다.
오동수를 응원하기 위해서이다.
“저 왔어요!”
그때 저 멀리서 김지은이 통통 뛰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응원을 위한 도구들이 들려 있었다.
“오셨습니까?”
“네. 우선 이거 하나씩 받으세요.”
그들은 김지은이 내미는 응원 도구를 받았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현수막은 반입이 금지되었는데, 대신 미리 현수막을 제출하면 대회장 안쪽의 난간에 걸어 준다고 했다.
그래서 어제 많은 응원 문구 중 최종적으로 선택된 문구를 새긴 현수막을 제출하고 왔다.
“아! 저기 있어요!”
그들은 대회장 안에 들어왔고, 김지은이 어딘가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곳을 보니,
[동수의 무위는 너무 빛나! 어차피 화왕은 오동수!]라는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험, 험험.”
“크허허험.”
황진혁과 허만철, 맹철영은 헛기침을 했다.
여전히 민망하긴 해도 생각보다 정상적인 문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 *
그 시각.
참가자들은 인솔교사와 함께 장훈철 종합운동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각 학교에 주어진 대기실로 향했다.
[제3각성자(청화) 고등학교]문을 열고 들어가자, 제법 넓은 대기실에는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다과들이 케이터링되어 있었다.
하지만 긴장감으로 그 음식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모습에 선생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먹을 수 있을 때 먹어.”
“네.”
“화장실 다녀올 사람들은 얼른 다녀오고.”
“네.”
오동수와 두 학생들은 화장실로 향했다.
볼일을 보고 돌아올 때, 그들은 자신들 앞에 서 있는 학생 세 명과 마주쳤다.
“오랜만이네?”
“……송명택.”
그들은 홍화 각성자 고등학교의 학생들이었다.
송명택은 마치 우두머리처럼 가운데 서서 오동수와 두 학생을 비웃었다.
“역시! 내 이름을 아네? 내가 좀 유명인인가 봐?”
“…….”
“네가 좀 패는 맛이 있더라? 크크큭, 결승전에서 기다릴 테니까 올라와. 좀 더 패 줄 테니까.”
오동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지옥훈련을 하면서 훈련이 너무 고되어서 잊고 있었는데, 덕분에 자신이 화왕 선발 대회에 출전하려 한 이유가 기억났다.
그렇다고 평정심이 깨진 건 아니었다.
오동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기다리고 있어라.”
그는 뒷말을 삼켰다.
‘이번에는 네가 맞을 차례니까.’
무림에서 온 배달부 58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