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23
622화. KFB 연기대상 (1)
오늘도 양춘각은 바쁘게 돌아갔고, 분주했던 점심 장사가 끝났다.
간단하게 참을 챙겨 먹고 김지은은 퇴근했다. 그리고 황진혁은 잠시 집에 다녀온다고 나갔다.
허만철은 진선아와 만난다고 나갔기에 현재 1층 홀에 있는 건 유순태와 강소 그리고 맹철영뿐이다.
“이제 성탄절도 지나가네요.”
맹철영의 말에 강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새해가 밝아 오겠지요.”
“제가 어릴 땐 새해가 오는 게 좋았거든요. 나이를 먹어야 어른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새해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맹철영의 말에 유순태가 하하 웃었다.
“벌써부터 그런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해.”
강소가 물었다.
“나이를 먹는 게 싫습니까?”
“당연하죠! 행님!”
맹철영이 말을 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주름살도 생기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고 또 계속해서 변하는 사회에서 도태되니까요.”
“그건 좀 슬픈 일이지.”
유순태가 동의했다.
하지만 강소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늙지 않는 것, 영원한 젊음이 과연 축복인지는 잘 모르겠다.”
강소의 말에 유순태와 맹철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축복이 아니야?”
“안 늙으면 좋은 거죠! 행님.”
“생각해 봐라. 세월이 지날수록 너와 주변 사람들은 늙어 가는데 여전히 20대의 외모인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이질적으로 보이겠냐?”
“…….”
“한 10년에서 심하면 20년 정도 젊어 보이는 건 동안이구나 생각하겠지만, 그 이상은…….”
강소가 말을 이었다.
“괴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음, 네 말이 맞네.”
“그럴 수도 있겠군요.”
“평범하게, 같이 늙어 가는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해.”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왠지 강소의 눈빛이 조금 슬퍼 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 눈빛이 사라졌고, 유순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유순태가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강소는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자신의 신체 나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신체 나이와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이 사실을 구태여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 순간의 행복을 즐겨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강소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화장실 가는 거야?”
유순태의 물음에 강소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손님이 오실 거라서 커피 타려고.”
“손님?”
“고 실장님이 오신다.”
“아!”
그리고 약 1분 후,
딸랑.
양춘각의 문이 열리고 고영민이 들어왔다.
“하하하!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유순태가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아 주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오늘은 26일이다.
어제까지 민하 걸즈의 콘서트를 했다는 뜻이다.
“실장님 덕분에 콘서트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고영민이 웃으며 말했다.
“거액의 격려금 덕분이지요. 하하하.”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니었다.
강소는 커피를 타서 그의 앞에 놓았다.
“감사합니다.”
커피를 마시고 살 것 같다는 표정으로 고영민이 말을 이었다.
“콘서트가 끝났지만, 이번 연말까지는 제법 바쁠 듯합니다. 연기대상하고 연예대상 그리고 가요대상이 있거든요.”
연예계에는 그런 말이 있다.
연말에 바쁘지 않으면 스케줄을 거부하거나 혹은 스케줄에 거부당한 스타라는 말이다.
스타들은 연말의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드디어 그 결과가 드러나고 있었다.
“하영 양이 KFB 연기대상의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건 말씀드렸죠?”
“네.”
“그럼 하영 양이 어느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는지도 말씀드렸나요?”
“아역상 아닌가요?”
유순태의 물음에 고영민이 씩 웃었다.
“물론 아역상도 있지만 또 다른 부문에 후보로 지명되었습니다.”
“또 다른 부문이라면?”
“여우조연상입니다.”
“네?”
솔직히 아역상은 예상했었다. 이번 연도 KFB에서 방영한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 중 유하영만큼 뛰어난 활약한 한 아역배우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여우조연상은 생각도 못했다.
KFB의 조연상은 다른 방송국의 주연상과 같은 급이었으니까.
“하영이 지금 7살인데요? 가능한 거예요?”
옆에서 듣고 있던 맹철영의 물음에 고영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능합니다. 아역상은 수상 가능한 나이가 18세 미만으로 정해져 있지만, 남녀주연상이나 조연상의 경우 수상 가능한 나이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저번에도 조연상을 수상했었죠.”
“아…….”
“스케줄이 또 있습니다. 27일의 연기대상을 시작으로 28일에 NBS 방송연예대상이 있고 29일에 DBS 방송연예대상이 있거든요. 그리고 30일에는 NBS에서 그리고 31일에는 DBS에서 가요대상이 있고요.”
그 스케줄에 맹철영이 혀를 내둘렀다.
“스케줄이 아주 줄줄이네요.”
“하하하. 맞습니다. 다 하영 양이 인기가 많아서 그런 겁니다.”
고영민이 커피를 마시며 말을 이었다.
“연말에 바쁘다는 건 인기가 많다는 뜻이니까요.”
그는 품에서 수첩을 꺼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사실 제가 이렇게 온 건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일이라면?”
“이번에 민하 걸즈의 팬클럽에서 모금했던 거 기억하시죠?”
그 말에 세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송후경 종합 체육관의 꽃잎이 닫혀 있는 상태에서는 1만 명밖에 입장을 하지 못했다.
이에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시작했다.
송후경 종합 체육관의 꽃잎을 열어 5만 명이 모일 수 있게 하기 위한 모금이었다.
하지만.
한 익명의 기부자가 A급 마정석 5개를 기부하는 바람에 그 기부금은 쓰이지 못하고 팬클럽 통장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험험.”
강소를 힐끔 본 고영민은 헛기침했다.
그 익명의 기부자가 강소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건 비밀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기부금이 상당합니다.”
“대체 얼마나 모였기에…….”
유순태의 물음에 대답한 건 강소이다.
“약 3억 7천만 원이 모였다더군.”
“…….”
순간 유순태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짧은 시간에 그만큼이 모였다는 뜻이니까.
강소는 어제 팬클럽에 올라온 공지를 보며 생각했었다.
‘내가 기부하지 않았어도 꽃잎이 열렸겠군.’
하지만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오늘 아침 김지은과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정말이지, 익명의 기부자가 없었다면 민하 걸즈의 콘서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지 못했을 거예요.”
“그렇습니까? 하지만 모금액을 보니까 익명의 기부자가 없었어도 필요한 A급 마정석을 구할 수 있었을 듯합니다만?”
“그건 아니에요. A급 마정석이 비싼 이유는 그 희귀성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아마 원하는 날짜에 필요한 만큼의 마정석을 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을걸요.”
“그러면 B급 마정석 여러 개를 모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도 원하는 에너지는 얻을 수 있지만 그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져요.”
김지은은 설명을 이어 갔다.
“이론적으로는 B급 마정석 10개가 모이면 A급 마정석의 힘을 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실제는 아니죠. A급 마정석의 힘을 내려면 B급 마정석 12개 정도가 있어야 하거든요. A급이 A급인 이유가 있죠.”
“그렇군요.”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A급 마정석이 부족한 이유가…… 수급 문제 때문입니까?”
“네. A급 마정석은 A급 게이트 안에서 1개, 운이 좋으면 2개를 얻을 수 있지만 그게 정말 운이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김지은이 그리 말한 이유가 있었다.
A급 마정석을 두 개 얻을 수 있다는 건 A급 마수가 두 마리라는 뜻이니까.
그만큼 레이드 팀의 피해가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세상은 마정석으로 인해 재건된 세상이에요. 그 말은 수많은 이들의 피로 재건되었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래서 마정석의 이명이 ‘블러드 잼(Blood gem)’이었다.
“그래서 저는 마정석 따위는 없어도 되니까 평화로운 세상이었으면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까 답답하고 슬플 뿐이죠.”
강소가 잠시 오늘 아침의 대화를 떠올리는 사이 고영민은 유순태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게 된 겁니다.”
“그럼 그 돈은 이제 필요 없어진 거니까 다 반환하겠군요.”
“맞습니다. 그러려고 하는데 팬들이 그걸 거부했습니다.”
“거부했다면?”
“줬다 뺏는 거 같다고…….”
“아…….”
고영민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팬클럽에서는 그 돈을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투표에 부쳤는데 방금 결론이 나서 이렇게 온 겁니다.”
강소도 궁금했다.
양춘각 영업시간에는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핸드폰을 꺼내지 않았기에 팬클럽에 들어가지 못해서 결과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표 차이로, 민하 걸즈와 초코빵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이번에는 어디로 기부됩니까?”
“이번에는 모인 금액이 제법 되어서 장학 재단을 하나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장학 재단이요?”
“네.”
“덕분에 세상이 좀 더 좋아지겠군요.”
강소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그들은 가볍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러던 중, 유순태가 문득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하영이의 드레스가 기대되네.”
“전에 가봉한 거 봤잖아.”
“그래도 실물로 보고 싶으니까.”
“하긴…….”
사실 강소는 유하영의 드레스를 호족들에게 부탁하고 싶었다.
그들의 솜씨는 가히 천의무봉이었으니까.
하지만 유하영이 입은 옷은 수많은 이들이 봐야 했고, 혹여나 그로 인해 호족들의 존재가 알려질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스텔라 함에게 맡겼다.
“나도 기대된다.”
* * *
오늘 유하영은 그녀의 케어팀과 함께 솜니움 아뜰리에에 방문했다.
그건 KFB 연기대상에 입고 나갈 드레스와, NBS 방송연예대상과 DBS 방송연예대상에 입고 나갈 드레스의 완성품이 나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며칠 전에 이곳에 방문해서 드레스를 골랐고, 가봉까지 마쳤다.
오늘 직접 입어 보고 혹시나 미흡한 점이 있으면 고치기로 했지만 사실 유하영에게 별 의미 없는 과정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몸매 변화 때문이었다.
요즘은 시상식에 불편한 벨(bell) 라인보다는 위부터 아래까지 딱 붙는 디자인의 드레스를 많이 입곤 했는데 특히나 그런 디자인은 핏이 딱 맞아야 예뻤다.
그동안의 다이어트로 살이 빠졌다면 좀 줄여야 했고, 반대로 살이 불었다면 사이즈를 늘리고 천을 덧붙이는 등의 과정이 필요했다.
처음 그런 서비스를 받기 위해 스타들이 한두 명 방문했지만 ‘누군 해 주고 누군 안 해 준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모든 손님에게 서비스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유하영이 방문한 것이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 하영아.”
수석 디자이너 스텔라 함이 그녀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안녕하세요.”
“엊그제 콘서트, 너무 멋졌어.”
“멋지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하영의 의젓한 인사에 스텔라 함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스텔라 함은 유하영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유하영의 주변에서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7살 생일이 지나면서 그 반짝임이 겉으로 드러났지만, 그건 스텔라 함만 볼 수 있는 반짝임이었다.
그게 그녀의 권능이었으니까.
그래서 다른 존재들은 그 반짝임을 볼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때 손님 응대를 맡은 직원이 다가왔다.
“하영아, 혹시 배고프지 않니?”
“배고파요.”
유하영의 대답에 직원이 활짝 웃으며 물었다.
“뭐 줄까? 여기 메뉴판에서 골라볼래?”
“네!”
유하영은 메뉴판에서 달콤한 딸기 에이드를 골랐고, 케어팀들도 메뉴를 골랐다.
그리고 달콤한 초코케이크도 주문했다.
“정말이지, 이 시기만 되면 방문하는 연예인들이 상당히 까칠해진다니까요.”
스텔라 함의 말에 차현태가 대답했다.
“그렇죠.”
“그래서 응접부 직원들이 참 힘들어하는 시기예요.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냐고 물으면 지금 다이어트 중인 거 모르냐고 신경질, 그렇다고 안 물어보면 무시한다고 신경질…….”
“하하하.”
“하지만 이 시기가 가장 성수기니 어쩔 수 없죠. 아무튼, 세 분은 복 받은 거예요.”
차현태가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그 말에 백은하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특히 백은하는 천 번 만 번 공감한다는 표정이었다. RD엔터 전속 스타일리스트로 다른 연예인들과 일해 봤으니까.
곧 음료와 케이크가 나왔다.
백은하는 가운을 입혀 주었고, 유하영은 욤욤 맛있게 초코케이크를 먹었다.
사실 백은하는 유하영이 참 신기했다.
단 것을 참 좋아하고 많이 먹음에도 살이 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이 움직여서 그렇겠지.’
유하영은 참 활달한 아이였으니까. 그렇다고 정신없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 균형을 스스로 맞춘다는 게 참 기특하게 느껴졌다.
간식을 먹은 유하영은 직원과 백은하의 도움을 받아 새로 맞춘 옷을 입어 보았다.
“커튼 열겠습니다.”
직원의 말에 커튼이 열리고, 스텔라 함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꺅! 너무 예뻐!”
그 순간, 스텔라 함은 인정해야 했다.
유하영이 ‘사랑의 선지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시선을 끄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자신은 이미 유하영에게 입덕해 버렸다는 것을 말이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62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