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24
623화. KFB 연기대상 (2)
스텔라 함의 반응에 직원들은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평소 스텔라 함은 점잖고 우아한 이미지였으니까.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렇게 귀엽고 예쁘고 깜찍한데 입덕하지 않고 어떻게 버텨.’
‘으아악! 소리 지르고 싶어!’
‘우리 하영이 귀여운 거 모르는 사람이 없게 해 주세요!’
분홍색에 작은 장미꽃들이 달린 옷은 신축성 있는 편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7살 아이가 입을 옷이었으니까.
보통 화려하면 불편하고, 편하면 화려하지 않은 것이 당연했지만 스텔라 함의 능력은 화려하면서도 편한 옷을 만드는 게 가능하게 했다.
“그럼 우리 두 번째 옷 입어 볼까?”
“네.”
유하영은 두 번째 옷과 세 번째 옷도 입었다.
두 번째 옷은 NBS 방송연예대상에 입고 갈 옷이고, 세 번째 옷은 DBS 방송연예대상에 입고 갈 옷이다.
방송연예대상에 입고 갈 옷은 첫 번째 옷에 비해서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무척 예뻤고 편했다.
“마음에 드니?”
스텔라 함의 물음에 유하영이 크게 외쳤다.
“네! 완전 마음에 들어요!”
* * *
그 시각.
아스타는 자신의 소유인 빌딩의 옥상에 있었다.
방갈로 아래에 앉아 태블릿으로 유하영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지금이 그녀의 힐링 시간인 것.
유하영을 보고 또 봐도 얼굴에는 미소가 떠오를 정도로 행복했다.
“어쩜, 너무 귀엽잖아. 이래서 귀여운 건 위험하다는 말이 나온 거야.”
그때였다.
“참 신기하군. 네가 웃고 있다니 말이야.”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아스타는 순식간에 얼굴에서 미소를 감추었고,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누구냐!”
“나다.”
아스타의 서슬 퍼런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오는 남자를 본 아스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다못해 입꼬리라도 좀 올려 주면 안 되냐?”
“위리 님.”
그 남자는 바로 위리였다.
그는 아스타의 앞으로 다가왔고, 그 앞의 의자에 털썩 앉았다.
“차나 한 잔 다오. 네르갈 녀석이 그러더구나. 네가 타는 차가 참 맛있다고.”
“저에게 차나 얻어먹으려고 오신 건 아닐 텐데요?”
“아아, 그건 맞지. 하지만 겸사겸사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좀 나누고 하는 거지.”
아스타는 한숨을 내쉬며 빈 찻잔에 차를 따랐다.
하지만 미혼약을 섞거나 나는 장난은 치지 않았다. 그건 정말 장난이었고,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위리는 차를 마시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르갈 녀석의 말대로, 맛있는 차구나.”
“칭찬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벨부 녀석과 싸웠다지?”
그 말에 아스타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전혀 동요를 드러내지 않았다.
너울로 가려진 얼굴이었기에, 동요해도 상대방은 알 수 없겠지만 지금 상대방은 위리였다.
그는 약간의 동요도 알아낼 수 있었다.
“나는 네가 벨부와 싸운 것을 탓할 생각은 없어. 당연히 싸울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 말에 아스타는 위리를 보며 물었다.
“그럼 이미 알고 계셨던 건가요? 그 녀석이 저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어. 나중에. 술 마시고 지랄하며 나불대는 거 들었거든.”
아스타는 따지듯 물었다.
“왜 말 안 했죠?”
“말해 봤자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그랬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아스타와 말라흐의 일도, 자신과 스텔라와의 일도.
“아무튼, 왕께서는 벨부가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조사를 명하셨다. 그리고 조사를 하다 보니까 네가 벨부와 싸운 그때와 그 녀석이 사라진 시점이 묘하게 맞아떨어져서 말이야.”
“사라졌다면…….”
“왕과의 연결이 끊어졌다고 하시더군.”
아스타가 물었다.
“소멸했나요?”
그리 묻는 아스타의 목소리에 은은한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듯해.”
“아아! 드디어!”
아스타는 기뻐했다.
“저와 싸우다가 갑자기 피를 토하고 사라졌거든요. 그래서 혹여나 절망의 구슬을 빼돌린 것으로 자신의 힘을 키운 것이 잘못되어서 도망간 건가 했는데…….”
그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소멸했다니! 기쁜 소식이네요.”
아스타의 말에 위리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절망의 구슬을…… 빼돌려?”
“네. 그가 낼 수 없는 힘을 냈는데 그 오러가 왕의 오러와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봤는데…… 역시였죠.”
“그랬군.”
절망의 구슬을 빼돌리는 건 중죄 중의 중죄.
소멸당해도 할 말이 없었다.
문제는 누가 벨부를 소멸시켰는지다. 차라리 왕이 소멸시켰다면 깔끔했지만, 벨부가 누구에 의해서 소멸당했는지 알 수 없으니 찝찝할 뿐이다.
게다가 절망의 구슬을 이용하여 강해진 상태였으니까.
“혹시 짐작 가는 존재가 있나?”
그 물음에 아스타는 순간 한 남자가 떠올랐다.
처음에는 그 잘생긴 외모 때문에 관심이 생겼지만, 그를 알면 알수록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 오랜 시간 전투를 벌여 왔기에, 강자를 알아보는 본능은 여전히 날카로웠으니까.
사실 그때 벨부가 갑자기 사라지고, 네르갈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왔다.
그녀는 그에게 말했다.
“벨부가 왕께 보내는 절망의 구슬을 빼돌려서 그걸로 자신의 힘을 키운 것 같아.”
하지만 네르갈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괜찮아.”
“어? 괜찮다니? 무슨 뜻이야?”
“어차피 이제 벨부를 볼 일이 없을 테니까.”
“…….”
고개를 갸웃하는 아스타에게 네르갈이 말했다.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 여기가 이렇게 멀쩡한 게 신기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
“세상에는 우리 같은 존재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더라고. 그러니까 우리가 반역에 실패했구나 싶어.”
지금 생각하면, 네르갈은 벨부를 소멸시킨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그걸 말할 때는 아니다.
아스타는 위리에게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그런 상태의 녀석을 처리할 수 있는 존재가 이 세상에 있는데 우리가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건 그렇지.”
사실 위리도 누군가가 떠오르긴 했다.
유하영이라는 아이의 옆에 있는 강소라는 청년.
그 역시 그의 영에 새겨진 본능으로 인해 강소를 보자마자 강자라는 건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상하게 싸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원래 강자를 보면 호승심이 들어 다짜고짜 싸움을 거는 것이 자신의 본능인데 말이다.
‘설마…… 내 영에 새겨진 본능이 아는 건가? 싸워도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위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왕께는 그렇게 보고하겠다.”
“네.”
아스타가 물었다.
“그런데 이 일로 제가 왕의 성에 부름을 받거나 하지는 않겠죠?”
“왜? 그곳이 싫은가?”
“좋을 리가 있나요? 저는 여기가 좋다고요. 맑은 오러도 있고, 푸른 하늘도 있어요. 그리고 하영이도 있고요.”
“음, 그건 그렇지.”
위리가 말했다.
“벨부가 사라진 지 좀 시간이 지난 지금 조사를 명하신 분이다. 그냥 형식적이니까 긴장할 필요 없어.”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위리는 힐끔, 옆의 태블릿을 보며 말했다.
“하영이를, 보고 있던 건가?”
“아, 네.”
“내가 자네의 좋은 시간을 방해했나 보군.”
“뭐, 그런 셈이죠.”
위리는 헛기침을 했다.
“험, 험험. 그런데 말이야. 인터넷이라는 것을 하다 보니까 하영이의 사진 같은 것을 보려면 팬클럽에 가입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던데 말이야.”
“……?”
“그, 가입이라는 거 어떻게 해야 하나?”
.
.
.
그날 저녁,
민하 걸즈의 팬클럽에 수많은 가입 인사 글이 올라왔는데, 그중에 특이한 닉네임을 가진 초코빵들이 있었다.
[별빛눈동자는반짝 : 하영이가 너무 귀엽고 예뻐서 가입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용맹한붉은늑대는어흥 : 오늘 가입했다요. 잘 부탁한다요.]그리고 그걸 본 수많은 이들 중 두 존재는 그 닉네임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용맹한 붉은 늑대는 내가 지어 준 그 녀석의 별명이잖아?’
‘별빛 눈동자라…… 내가 불러 준 그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구나.’
* * *
다음 날.
유하영은 아침을 먹고 RD엔터로 향했다.
오늘 저녁부터 이어지는 스케줄마다 그녀와 노민아가 함께 특별 무대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은 다른 배우들과 함께 KFB의 드라마 OST를 불러야 했다.
“하영아!”
“언니!”
유하영은 이미 보컬 연습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노민아에게 도도도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의 품에 폭 안겼다.
“보고 싶었어.”
“나도 보고 싶었어.”
어제 하루만 만나지 못한 것뿐이었지만 애틋한 그녀들을 보며 사람들은 웃었다.
“오늘 하영이 드레스 입는다면서?”
“응.”
보통 그런 상황에서 나올 말은 “좋겠다! 나도 입고 싶어!”였지만, 노민아의 반응은 달랐다.
“예쁘겠다! 하영이 드레스 입은 거 빨리 보고 싶어.”
“조금만 기다리면 볼 수 있어.”
유하영이 물었다.
“그런데 언니는 드레스 안 입고 싶어?”
“불편해서 싫어.”
유하영이 본 노민아의 대답은 진실이었다. 전에 노민아는 유하영처럼 드레스를 입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드레스라는 건 아무리 편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불편했고 노민아는 갑갑한 게 싫었다.
이번에 능력을 각성한 후에는 더더욱 그랬다.
사실 이를 연구한 결과도 있었는데, 염력이나 사이코메트리, 원상복구 등과 같은 계열의 능력을 사용할 때 편안함을 해치는 뭔가가 있다면 능력을 사용하기 힘들어진다고 했다.
물론 고위급 각성자는 그런 것과 상관없이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짜증은 났다.
“그런데 하영이는 안 불편해?”
“조금 불편하기는 한데, 예쁘니까 괜찮아.”
“그렇구나.”
곧 연습이 시작되었다.
* * *
저녁이 되었다.
KFB 건물 앞에는 레드카펫이 깔렸고, 수많은 기자와 팬들이 레드카펫 주변에 몰려들었다.
차가 도착하고, 그 안에서 유명 배우들이 차에서 내려 레드카펫을 걷는 동안 카메라 플래시가 정신없이 번쩍였다.
파바바바바박!
마치 새들이 날개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눈이 부시도록 번쩍이는 플래시에 눈앞에 잔상이 어른거렸지만, 배우들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화답했다.
그때였다.
끼익-!
레드카펫 앞에 차 한 대가 멈추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오른쪽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돌아와 문을 열어 주었다.
그걸 기자들은 얼른 카메라를 단단히 부여잡았다.
지금 도착한 배우가 누군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짐작이 맞았다.
“와아아아아아!”
“하영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악!”
천지가 진동할 듯한 함성과 함께 유하영이 백은하의 도움을 받아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혼자서도 당당하고 늠름하게 레드카펫을 걸었다. 그걸 보며 뒤에서 백은하가 생각했다.
‘아, 다음에는 왕관을 씌워 줄까? 그것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백은하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동안 유하영은 레드카펫을 걸으며 손을 흔들었다.
낯선 모습에 시끄러운 소리, 반짝이는 플래시 때문에 무서울 수도 있는데 말이다.
곧 유하영은 레드카펫의 끝에 도달했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아나운서 출신 프리랜서 송미정이다.
“안녕!”
“안녕하세요.”
“오늘 아역상과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되었는데, 소감이 어때?”
“저보다 잘하는 선배님들이 엄청 많아서요, 지명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좋아요.”
“생각보다 많이 떨지 않네? 혹시 방금 한 대답, 누가 써 준 거야?”
“음…… 실장님이 써 줘서 외웠는데요, 이거 말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호호호호.”
그녀의 말에 웃음이 터졌고, 저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고영민 역시 하하 웃었다.
송미정이 웃으며 다음 질문을 건넸다.
“혼자서 레드카펫을 걸었잖아? 괜찮았어?”
“네!”
유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았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위험해질 때면 달려오는 듬직한 오빠가 있었으니까.
“카메라가 반짝거려서 눈이 아프고, 눈앞에 이상한 게 막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즐거웠어요.”
그 말에 기자들은 아뿔싸 하는 표정을 지었다.
카메라 플래시의 빛이 눈에 들어오면서 순간적으로 망막은 화상을 입었다.
성인의 경우 금방 회복되었지만, 아이들의 경우 카메라 플래시에 망막이 손상될 수도 있고 또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그걸 카메라를 손에 쥐면서 배웠지만, 방금은 미처 그걸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각성자의 경우도 금방 회복이 되었지만, 사람들에게 유하영은 어린 7살 아이일 뿐이었으니까.
그 순간.
카메라를 손에 쥔 기자들은 다음부터 유하영을 찍을 땐 플래시를 끄기로 결의했다.
그건 결코, 뒤에서 기자들을 노려보고 있는 초코빵들이 두렵거나 해서는 아니었다.
* * *
그 시각,
위리는 천해진의 집에서 TV를 통해 KFB 연기대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저게 생중계라고?”
“그렇습니다.”
오늘 천해진은 스케줄이 없었고, 그래서 위리와 함께 거실에 있었다.
“아, 하영이군.”
위리의 말대로 차에서 유하영이 내렸고 뽀짝뽀짝 레드카펫을 걷고 있었다.
“참으로 귀여운 아이야.”
“맞습니다.”
“예쁘고 상냥하기도 하지.”
“그럼요.”
그렇게 한참이나 유하영에게 집중하던 위리는 그제야 눈에 들어온 뭔가가 보였다.
그건 유하영이 입고 있는 드레스였다.
그리고 그 드레스에서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누군가의 손길이 보였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62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