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685
42화. 비행기를 타고 (4)
이영철과 송혜자는 고혜미에게 다가갔다.
“예쁘네.”
“곱네요. 고와.”
“감사합니다.”
고혜미는 수줍은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고혜미는 이미 이영철과 송혜자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오랜 시간 임송규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했는데,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이다.
그렇게 노부부의 덕담은 다른 손님들이 올 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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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오늘 결혼식에 주례는 없었다. 그건 주례를 맡을 적당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윤한종 전 각성자 협회장에게 부탁했지만, 그는 자신도 이제 신혼인데 어떻게 주례를 서겠냐고 거절했다.
그래서 결국 주례 없는 결혼식을 하기로 한 것이다.
임송규와 고혜미가 함께 입장했다.
그 앞에서 유하영과 한 남자아이가 바구니의 꽃잎을 뿌렸다.
그 남자아이는 포터총회의 한 직원의 아이다.
꽃을 뿌리는 유하영을 보며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꽃이랑 잘 어울리는 아이도 없을 터. 역시 하영이군.’
함께 입장한 그들은 결혼 서약서를 함께 읽었다.
그리고 예물을 교환했다.
“다음으로는, 축가가 있겠습니다. 오늘 결혼하는 신랑신부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축가입니다. 유하영 양입니다!”
사회자의 말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유하영이었으니까.
곧 유하영은 앞에 나와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노래가 끝나고, 이영철이 앞으로 나왔다.
그는 헛기침을 했다.
“험험.”
그리고 임송규와 고혜미에게 짧은 덕담을 한 후 크게 외쳤다.
“지금 이 시간 부로, 임송규 군과 고혜미 양이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
환호와 박수가 야외 예식장에 울려 퍼졌다.
“그럼, 신랑 신부! 행진!”
그 말과 동시에 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따다다 딴 따다다 딴-.
화동들이 다시 나타나 신혼부부가 가는 길 앞에 꽃을 뿌려 주었다.
그렇게 결혼식이 끝났다.
강소는 시계를 보며 말했다.
“모든 예식이 20분밖에 안 걸렸다.”
“빠르네.”
“그렇겠지. 시간을 많이 뺄 수는 없으니까.”
결혼식이 끝났으니, 임송규와 고혜미 부부는 이제 신혼의 달콤함을 꿈꾸며 신혼여행을 떠나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럼 먼저 집에 가 있어요.”
“네.”
임송규는 즉시 예복을 벗고 그대로 포터총회장실로 돌아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오늘은 결혼식 날이었기 때문에 6시에 정시 퇴근을 하기로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임소영이 말했다.
“오빠가 식장을 이곳으로 잡은 이유가, 빨리 복귀하기 위해서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혹시라도 뭔가 일이 터지면 빨리 수습하기에도 이곳이 좋고요.”
“아…….”
강소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고, 임소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쩌겠어요. 운명이려니 해야죠.”
* * *
임송규의 결혼이라는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유하영은 바빠졌다.
그건 이번 6월 두 번째 주로 예정된 미국에서의 콘서트 때문이었다.
강소는 미리내 공원에 와 있었다.
“벌써 6월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는군.”
그가 루시퍼의 야망을 분쇄해 버린 것이 1월이었으니, 벌써 5개월이나 흐른 것.
“벌써 와 계시네요.”
강소는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김명희였다.
그가 이곳에 온 건 김명희가 만나서 긴히 할 말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네.”
김명희는 강소가 앉아 있는 정자로 올라왔다.
“과장님도 바쁘실 테니, 본론만 이야기하는 게 서로 좋을 듯합니다.”
“배려에 감사드려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이번에 하영이가 미국에서 콘서트를 한다죠?”
“네.”
“그리고 하영이는 성기사잖아요. 성기사는 저희 한국의 중요한 인적자원 중 하나고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각성자 협회에서는 하영이를 경호하기 위해서 경호원을 보내야 하는데, 사실 저희가 일손이 많이 딸리는 상황이라서요.”
전쟁이라는 것은 끝나고 나서가 더 문제였다.
이것저것 사후처리해야 할 일들이 한꺼번에 산더미처럼 밀려들었으니까.
게다가 인천공항의 재개 문제까지 더해지며 지금 각성자 협회의 직원들은 퇴근을 못 한 지 한 달이 되어 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하영이의 경호를 강소 씨에게 부탁하려고요. 하영이의 경호에 강소 씨가 적임자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하하하.”
강소는 가볍게 웃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이 가장 적임자였으니까.
“대신 보수는 두둑하게 드릴게요. 그리고 물론 비행기 티켓 같은 것도 은탑에서 지원해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강소는 김명희의 요청을 선선히 승낙했다.
그렇게 김명희는 용건만 말하고는 다시 은탑으로 돌아갔다.
‘무척 바쁘신가 보군.’
강소는 혼자 미리내 공원의 정자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자신이 백화점 이벤트에서 받아 온 비행기표를 떠올렸다.
‘네 장이었지.’
문득 결혼식을 마치자마자 신혼여행도 떠나지 못하고 그대로 사무실로 들어가 일을 시작하는 임송규의 모습이 뒤이어 떠올랐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뭐, 호텔은 알아서 하시겠지.”
* * *
다음 날,
강소는 자신의 생각을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아침 식사 전에 임송규와 고혜미의 집에 방문한 것이다.
“어서 오세요.”
고혜미는 한결같이 인자한 미소로 강소를 맞아 주었다.
“아침 일찍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중요한 일이니까 그러겠죠.”
강소가 안으로 들어가자, 임송규가 욕실에서 나왔다.
알싸하면서도 화한 향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식사를 마치고 양치를 하고 온 듯했다.
“아, 왔나?”
“네.”
“앉게나.”
임송규의 말에 강소는 거실의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고혜미는 임송규의 옆에 앉았다.
아직 임송규는 고혜미에게 강소가 사실 집안의 어르신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강소가 막았기 때문이다.
“그걸 말하면 고 여사님께서 저를 어렵게 대하실 겁니다. 다른 이들에게 그걸 밝히게 된 것은 상황이 그리했기에 밝혔을 뿐입니다. 저는 대접 받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고 여사님께서 저를 이상하게 보는 것도 싫습니다.”
라고 말이다.
“험험,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
“신혼여행은 언제 가실 생각이십니까?”
강소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임송규는 당황해서 눈을 깜박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고 여사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을 잇지 못했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미국행 비행기가 뜬다는 것 알고 계십니까?”
“알기는 하지.”
“신혼여행지로 미국 어떠십니까?”
“엥? 미국?”
“네.”
강소가 말을 이었다.
“사실 저번 백화점 행사 때 제가 항공권 네 장을 경품으로 탔습니다.”
그는 품에서 항공권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래서 말입니다. 이 네 장으로 두 분과, 결혼식장에서 봤던 두 어르신과 함께 미국에 다녀오십시오.”
임송규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고맙기는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부회장이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아직 서툰 것도 있고 해서…….”
“그런 말이 있더군요.”
강소는 임송규의 말을 끊었다.
“……?”
“한 사람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단체는 결국 사라진다.”
“…….”
“임송규 총회장님께서는 포터 총회를 그런 곳으로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그럴 리가 있겠나?”
“중요한 건 경험이죠. 이번 기회에 경험을 좀 쌓게 하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강소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다른 나라의 짐꾼들은 어떻게 조직되어 일하는지도 좀 살피고 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임송규에게 전음을 보냈다.
– 이건 전음이라는 기술로,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합니다.
“아…….”
– 고 여사님 생각도 하셔야죠. 얼마나 서운해 하시겠습니까? 듣기로는 시부모와 남편에게 서운한 것은 절대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고두고 원망한다고 하죠. 제가 볼 때 이건 한 80년짜리 같습니다만…….
그 말에 임송규는 움찔하며 슬쩍 고혜미의 눈치를 봤다.
강소는 더 기다려 주지 않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텔은 알아서 하시고요.”
그 말에 잠시 생각하던 임송규가 그를 불렀다.
“잠깐 기다리게.”
임송규는 탁자 위의 항공권을 집어 다시 강소의 손에 쥐여 주며 말했다.
“이건 필요 없네.”
“……?”
임송규는 웃으며 말했다.
“신혼여행을 남의 돈으로 가면 쓰나?”
“하긴, 그렇군요.”
“고맙네. 덕분에 중요한 것을 깨달았네.”
임송규가 말하는 ‘중요한 것’이 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찌 되었든 잘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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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는 양춘각으로 돌아왔다.
“왔어?”
유순태가 그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는 주방에서 아침 준비에 한창이었다.
강소는 흘러나오는 냄새를 맡고는 물었다.
“오늘 메뉴는, 제육볶음이냐?”
“맞아.”
“아침부터 고기라니!”
“왜? 너무 과해?”
유순태의 물음에 강소가 피식 웃었다.
“아니, 행복하다.”
그랬다. 강소는 어쩔 수 없는 고기 파였다. 허만철이 식탁 위에 수저를 놓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어젠가? 오늘인가? 민하 걸즈 콘서트 티켓팅을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TV 뉴스에서는 민하 걸즈의 콘서트에 관해 언급했다.
[다음 소식입니다. 어젯밤 11시, 미국 워싱턴 D.C. 현지 시각 오전 10시에 시작된 민하 걸즈의 첫 번째 미국 단독 콘서트 예매가 시작 10분 만에 매진되었다고 합니다. 총 3일 동안…….]그 소식에 모두의 시선이 TV로 향했다.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 추모 주간을 앞두고…….]한참 뒤, 유순태가 입을 열었다.
“우리 민아랑 하영이가, 미국에서도 인기가 많구나.”
* * *
그 시각.
김지은은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다.
톡, 톡, 톡,
손가락으로 책상을 탁탁 두들기는 그녀의 표정은 심각했다.
비서 진모영은 김지은이 왜 그런 표정인지 알고 있었다.
‘이번 미국 콘서트 때문에 그러시는구나.’
유하영의 첫 번째 해외 단독 콘서트이자, 월드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행사다.
그래서 김지은은 티켓팅 전쟁에 뛰어들었고, 다년간 단련된 기술과 순발력으로 티켓을 쟁취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대왕 초코빵인 그녀 자신이 미국에 가기 곤란한 상황이라는 거다.
‘확 휴가를 써 버릴까? 하지만 그러면 일이 밀려서 며칠 동안 고생해야 하고 그러면 양춘각 알바를 쉬어야 할지도 몰라.’
그 말은 즉, 강소를 못 본다는 거다.
‘그건 절대 안 되지!’
그녀가 살인적인 스케줄과 싸우면서도 양춘각 오전 알바를 사수하는 이유를 생각하면 그건 본말전도다.
‘어쩔 수 없나? 이번 하영이 미국 콘서트는 그냥 포기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니 일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우울하고 슬펐다.
그때 문이 열렸다.
김지은의 사무실에 노크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지금 문을 열고 들어오는 김호은이다.
“어, 누나?”
김지은의 얼굴을 본 김호은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세상이 멸망한 듯한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왜,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냐. 아무 일도 없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지금 누나 표정이 말해 주고 있는데 뭐가 아니야.”
그 말에 진모영이 대답했다.
“지금 아가씨께서는 민하 걸즈의 미국 콘서트에 가지 못하게 되어서 심기가 매우 불편하십니다.”
“아…….”
김호은이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회의는 참석해야지. 아버지가 왜 안 오는지 물어보고 오라는데.”
“아. 회의…… 가 있었지.”
그런 김지은을 보며 김호은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하영의 콘서트에 가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상심이 크구나 싶었다.
회의가 있는 것도 잊어먹은 것을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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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김지은은 회의에 참석했다.
길드장과 부길드장, 그리고 각 부장과 팀장들이 참석하는 회의다.
그렇게 몇 가지 안건이 나왔고, 논의가 이어졌다.
“음, 그건 그렇게 처리하고.”
김해철이 말을 이었다.
“이번에 복구된 인천공항에서 첫 번째로 이륙할 비행기의 노선이 미국이라고 하더군. 그래서 말인데 우리 적룡 길드도 이참에 미국으로 진출할까 하거든. 하지만 단독으로 진출하는 건 좀 그렇고 현지 길드 중 하나와 MOU를 맺을까 하는데.”
그는 모두를 바라보며 물었다.
“누가…….”
쾅!
그 순간, 누군가 책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길드장님! 적임자가 여기에 있는데 누구에게 의견을 물으시는 거죠?”
김지은이다.
그녀의 두 눈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기세에 다른 이들은 깨갱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만큼 그녀의 기세는 뜨거웠다.
그 모습에 김해철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네가 가라. 미국.”
무림에서 온 배달부 외전 2부 – 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