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76
75화. 냉면 개시 (2)
임소영이 호호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조금호 감독님이 하영이를 마음에 들어 하더라고요. 다섯 살인데, 나이답지 않게 감정 표현이 자유자재라고요.”
“하하하. 그래?”
유순태의 품에 매달려 있던 유하영이 말했다.
“감독님이, 나 연기 천재래요.”
“그래? 하영이가 천재래?”
“이런 보물이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났냐고 그랬어요. 그리고 초콜릿도 줬어요. 좋은 감독님이에요.”
강소는 웃었다.
유하영에게 초콜릿은 일종의 만능키와 같았다.
그래도 아빠나 엄마의 허락이 없으면 모르는 사람이 주는 초콜릿은 받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조금호 감독님이 함께하자고 간곡하게 부탁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잘했어. 계약 앞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지. 더군다나 하영이의 영화 계약인데.”
그때 강소가 물었다.
“어떤 이야기의 영화입니까?”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헌터와 한 소녀가 갑자기 열린 게이트에 함께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소녀와 함께 게이트를 클리어하면서 냉혹한 헌터가 인간답게 변해 가는 그런 이야기인가 봐요.”
“그래? 재밌겠네.”
그때 임소영이 냉면 개시 현수막을 보았다.
“아! 이거 꺼내 놓았네요.”
“내일부터 개시하려면 안팎으로 달아 놔야지.”
“그렇죠. 벌써 7월이니까요.”
“그래서 오늘 저녁은 냉면이야.”
그 말에 유하영이 환호했다.
“와! 냉면이다!”
잠시 후,
유순태는 냉면 그릇에 갖가지 재료를 넣으며 말했다.
“자, 이렇게 냉면을 그릇에 담고. 이렇게 계란과 오이 그리고 고기 조각과 수박을 꽂아 준 다음에 육수를 부으면 물냉면, 육수 대신에 양념장을 넣어 주면 비빔냉면이다.”
유순태 앞에 있는 그릇 하나는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물냉면이었고, 다른 그릇은 새빨간 양념이 먹음직스러운 비빔냉면이었다.
강소는 그 비주얼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확실히 짜장면보다 화려했다.
“그런데 이 두 개의 소스 통은 뭐냐?”
“아, 그거? 겨자와 식초인데 취향대로 넣으면 된다.”
강소는 경건하게 식탁에 앉아 처음 맛보는 냉면을 앞에 두고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면발을 집어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하지만 그는 곧 당황하고 말았다.
“순태야. 이거 면발…… 왜 안 끊어지는 거냐?”
강소의 당황한 표정에 앞에 앉아 있던 유하영이 까르르 웃었다.
“오빠! 그거 가위로 잘라 먹어야 해!”
“가위로?”
“응! 나도 전에 가위로 안 자르고 먹었다가 힘들었어.”
그제야 강소는 왜 유순태가 가위를 줬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강소에게는 가위 보다 훨씬 좋은 것이 있었다.
그는 젓가락에 검기를 주입했고, 면발에 대고 스윽 문질렀다.
투두둑.
그러자 냉면 면발이 끊어졌고, 그제야 강소는 맛있게 냉면을 먹을 수 있었다.
“와! 오빠! 대단하다!”
“훗! 이 정도쯤이야!”
강소는 유하영의 칭찬에 뭔가 기분이 우쭐해졌다.
“그런데 무공이라는 거 배우면 멋진 헌터가 될 수 있어?”
“그건 왜 묻는 거냐?”
“유치원에 정훈이라고 있는데, 소원이 백마 탄 헌터가 되는 거래.”
“그래?”
강소는 머릿속으로 백마를 탄 헌터를 떠올렸다. 그런데 뭔가 매치가 잘 되지 않았다.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니라?”
강소의 물음에 유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왕자님보다 센 사람이 헌터니까.”
“아! 그래서 백마를 탄 헌터구나!”
유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백마 탄 헌터가 되어서 나를 데려…….”
우당탕!
그때 주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유순태가 그릇을 놓쳐서 허둥지둥 대고 있었고, 그걸 보며 임소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소는 피식 웃으며 유하영에게 말했다.
“그래서 내게 무공을 배우면 멋진 헌터가 될 수 있냐고 물어본 거냐?”
“응.”
“글쎄다…… 멋진 헌터라? 무공을 배우면 강해지기는 하지만 강한 헌터가 꼭 멋진 헌터는 아니지.”
“왜?”
강소는 피식 웃었다.
“강한 것과 멋진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니까.”
딸랑.
그때 문이 열리고 오동수가 들어왔다. 알바를 하기 위해서였다.
“안녕하세요!”
“오! 어서 와라!”
“와! 엄청 덥네요! 아직 7월 초인데 말이에요!”
유순태는 강소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아라. 오늘 저녁은 냉면이다.”
“와! 냉면이요?”
“내일부터 냉면을 개시할 거라서 말이지.”
유순태는 오동수에게 알바 계약 당시 저녁을 제공하는 것으로 했다.
곧 냉면이 나왔다.
“잘 먹겠습니다!”
“그래! 천천히 먹어라. 사리 더 있으니까 모자라면 더 넣어 먹고.”
“진짜 감사합니다!”
오동수는 자신 앞에 놓인 사리를 보고 환호했다.
그는 한창 클 나이인 중학교 3학년의 남학생.
냉면 한 그릇 가지고 배가 찰 턱이 없었고, 그걸 잘 알기에 유순태는 흔쾌히 사리를 더 내놓은 것이었다.
“이 냉면이라는 것이 왜 여름 음식인지 알 것 같다.”
강소는 냉면 위에 아직 녹지 않은 살얼음 낀 육수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진짜 시원하다.”
“그렇지?”
강소의 첫 냉면은 그렇게 시원함을 남기고 순식간에 뱃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저녁 장사가 시작되었다.
휙-! 휙휙-!
배달을 위해 태허무영신법을 사용하여 높은 건물의 옥상과 옥상을 건너뛰던 강소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하고 있냐?’
그랬다.
아직 죽음의 땅에서의 이신과 조셉의 결투가 끝나지 않고 있었다.
* * *
“하앗!”
“합!”
이신과 조셉은 지금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도 생각나지도 않았다.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이고 능력을 사용할 뿐이었다.
싸우기 시작한 지 벌써 세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들 주변의 모든 땅은 갈라지고 파헤쳐져서 멀쩡한 땅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다.
윤한종의 지시와 죽음의 땅의 출입을 막기 위한 실드 덕분에 일반인들은 그들의 싸움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오러의 여파로 입고 있던 셔츠는 갈가리 찢겨 어디론가 사라졌다.
남아 있는 건 바지뿐.
그것도 이미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서로의 몸에는 이미 많은 상처가 나 있었지만 그들은 고통조차 잊은 지 오래였다.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제로급 각성자의 힘은 상당히 위험했기에 이렇게까지 모든 능력을 이끌어 내 싸워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전심으로 부딪혔다.
그건 강소가 예상한 대로 그들의 힘이 서로 호각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알 수 없는 후련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조셉은 자신이 고민하고 있던 문제 역시 어느 샌가 잊고 있었다.
“내 예상 밖입니다. 이신 헌터가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습니다.”
조셉의 말에 이신이 입가의 피를 닦으며 말했다.
“나 역시 동감입니다!”
“나는 아직인데, 이신 헌터는 어떻습니까?”
“물으나 마나입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콰광!
쿠구구궁-!
‘하아…….’
비천공으로 몸을 띄운 채 그 모습을 보던 강소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만 좀 해라. 이 녀석들아.’
강소의 추측대로, 그들은 죽음의 땅의 중심을 벗어나 있었다.
그 말은 이제 슬슬 저들의 격돌이 죽음의 땅 너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저녁 장사를 마치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온 것.
‘저러다가 실드라는 것이 깨지고도 남지! 쯧쯧.’
죽음의 땅에서 S급 게이트가 역류했을 당시, 방어선 개념으로 만들어 놓은 실드는 아직 그곳에서 제 기능을 하고 있었다.
웬만한 충격으로는 깨지지 않는 실드였지만, 두 명의 제로급 각성자의 힘 앞에서는 아슬아슬할 뿐이었다.
퍼엉-!
콰직-!
퍼버벙!
그 요란한 소리에 강소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죽음의 땅은 초토화되어 있었다.
‘아무리 죽음의 땅이라고 해도 그렇지 땅을 저렇게 헤집어 놓으면 어쩌자는 건지!’
아무튼 이제 싸움을 끝내야 했다. 강제로라도.
강소는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두 손을 들어 올려 가볍게 박수를 쳤다.
짝-!
단순한 박수였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달랐다.
“헉!”
“흐억!”
이신과 조셉이 그대로 쓰러졌다.
강소가 그들의 몸속 오러에 충격을 주어 기절시킨 것이었다.
‘말로 해서는 안 들어 처먹을 가능성이 많고 또 내가 저 조셉이라는 녀석 앞에 나서는 것도 그렇고…… 이것저것 걸리는 것이 많으니 그냥 깔끔하게 기절시켜 버리는 것이 가장 좋지.’
이신에게 미안했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강소가 손을 까닥거리자, 이신과 조셉의 축 늘어진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강소는 자신의 두 손을 마주 잡고 손가락을 꺾었다.
으득, 으드득.
“이제 본격적으로 힘 좀 써 볼까?”
강소는 자신의 발아래 펼쳐진 폐허가 되어 버린 땅을 향해 기운을 내보냈다.
쿠구구궁-!
이미 저들의 힘의 여파에 휘말려 가루가 되어 버린 폐건물들은 어쩔 수 없지만 땅 정도는 복구해 놓기로 했다.
사실 죽음이 땅은 아무도 살지 않는 땅이었으니 전부 헤집어진 상태로 놔두어도 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이신은 자신이 동생 삼은 녀석이었다.
동생이 저지른 일은 형이 뒷정리를 해야 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되었다.
그럴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이신과 조셉이 찢어발기고 헤집어 놓은 땅을 원상복귀 시키는 건 간단했다.
원래 땅은 흙으로 되어 있으니, 전부 가루로 만들어 땅에 골고루 펼친 후 잘 다져 주면 끝이었다.
쿠구궁, 쿠궁!
엉망진창이었던 그 넓은 땅은 단 십오 분 만에 깔끔해졌다.
하지만 그곳의 마기는 놔두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협회장이 그곳을 감시하는 자들의 철수를 명했기에, 강소의 놀라운 능력을 목격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말끔해진 넓은 공터의 모습에 강소는 만족스러웠다.
‘혹시 또 싸운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
강소는 자신이 다시 원상복귀 시켜 놓은 그 땅 위에 크게 글자를 새겼다.
그리고 자신의 주먹 자국까지 하나 남겼다.
‘이 정도면 충분히 경고가 되겠지.’
강소는 이신과 조셉을 양 어깨에 올렸다.
자신이 이 둘이 어디에서 묵고 있는지를 알고 있어 다행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람배달은 처음이군!’
* * *
“음…….”
조셉은 눈을 떴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앞에 보이는 건 자신의 숙소의 천장이었으니까.
‘내가 왜 여기에?’
이신과 싸우던 와중에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졌고, 그 이후로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셀리아가 들어왔다.
“다행히도 정신 차렸네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왜 숙소에?”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이에요.”
셀리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젯밤에 방 문 앞에 쓰러져 있었다고요. 완전 피투성이로!”
“그, 그래?”
“류 비서가 금방 발견해서 조치해 주었으니 망정이지, 누군가 봤으면 어쩔 뻔했어요.”
셀리아의 말에 조셉은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사실, 어제 이신 헌터와 한판 붙었거든.”
“네? 이신 헌터와요?”
셀리아의 두 눈동자가 커졌다.
“그 말은, 조셉을 그렇게 만든 게 이신 헌터라는 말인가요? 하긴…… 제로급 각성자를 피투성이로 만들 사람은 그밖에 없겠죠. 그런데 그자가 그렇게…… 강했다고요?”
“……동급. 아무리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
순간 조셉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나 지금 가 봐야 할 것 같아.”
“어디를 간다는 거예요? 배 안 고파요? 이제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이라고요!”
“아직은 괜찮아.”
조셉은 서둘러 외출 준비를 하고 어디론가 급히 사라졌다.
셀리아는 조셉이 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는 눈으로 그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
“오늘 늦으면 안 돼요! 파티가 있다고요!”
그리고 뒤돌아선 셀리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신 헌터가 제로급인 건 확실하고, 그렇게 강했다고? 이거 뜻밖인데.’
셀리아는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플랜 A 시작.
무림에서 온 배달부 7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