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77
76화. 냉면 개시 (3)
샐리아는 생각했다.
강한 인재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주고 끌어들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그럼 나는 파티에 참석할 준비를 해 볼까?”
한국 측의 의심을 사지 않고 이신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바로 파티장에서였다.
그러니, 오늘 즐거운 파티를 위해 의상에 힘을 좀 줄 생각이었다.
* * *
조셉은 죽음의 땅에 있었다.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이신이 걱정되면서, 동시에 싸움의 결과가 궁금했다.
하여 죽음의 땅에 온 것.
그런데, 지금 죽음의 땅에는 간밤에 전투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분명 땅이 엉망이었는데?’
그건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그는 자신이 보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저벅, 저벅.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조셉은 그가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이신 헌터.”
그는 조셉을 보고 멈칫했다.
“화이트 헌터.”
묘하게 닮은꼴인 그들이었기에 이신 역시 정신을 차리자마자 죽음의 땅으로 온 것.
그런데 이신 역시 죽음의 땅에 오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자신들이 헤집어 놓은 땅이 하룻밤 만에 완벽하게 복구가 되어 있었다.
그건 어떤 기계나 기술로도 불가능했다.
심지어 자신들의 힘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압니까?”
조셉의 물음에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승부는 어떻게……?”
“기억이 나지 않…….”
그 말을 들음과 동시에 그들은 오러를 끌어올렸다.
2차전의 시작이었다.
“음? 그런데 저건 뭡니까?”
그때, 그들은 자신들이 서 있던 땅에 누군가 써 놓은 커다란 글자를 발견했다.
그건,
– 또 싸우면 그땐 진짜 혼난다.
라고 쓰여 있다.
그 글자와 함께 찍혀 있는 주먹 자국을 본 이신의 얼굴은 급격하게 굳어 버렸다.
한글을 모르는 미국인 조셉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 글자는 무슨 뜻입니까?”
그 물음에 이신이 말했다.
“또 싸우면 진짜 혼난다는 뜻입니다.”
“……혼난다고요? 대체 누구에게 말입니까?”
“그야 물론 양춘각 형님에게…… 헉!”
이신은 얼른 자신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조셉은 이신의 입에서 나온 ‘형님’이라는 말을 들어 버렸다.
조셉은 이신이 형님이라 부르는 인물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강소라는 이름의, 자신과 동갑임에도 훨씬 어려 보이던 그 청년이 각성자라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음에도 인벤토리를 사용했었다.
‘F급이라고 했는데? 설마…… F급이라는 건 페이크고, 실은 나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의 강자라는 건가?’
조셉의 두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왜 이신이 그자를 형님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때 이신이 들고 있던 비닐봉투에서 뭔가를 꺼내 건네었다.
“아직 식전이시죠?”
“아, 네.”
“드십시오.”
그건 빵과 우유였다.
털썩.
이신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자신의 몫으로 사 온 빵과 우유를 먹기 시작했다.
조셉 역시 끌어올렸던 오러를 흩어 버리고 이신 옆에 앉아 빵과 우유를 먹었다.
갑자기 뭔가 허탈해졌다.
‘그렇다면 나와 이신 헌터를 기절시킨 것도, 그리고 문 앞에 배달해 놓은 것도 전부…… 형님이라는 자가 한 행동이겠군.’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하.”
이신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저, 비밀로 해 주십시오.”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으로 대답이 되었다. 조셉은 말을 이었다.
“혹시…… 다른 사람은 모르는 겁니까?”
그 물음에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렇게 사시는 겁니까? 그 능력이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손에 넣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조셉의 말에 이신이 대답했다.
“글쎄요. 형님은 그냥 평범한 일상이 좋다고 하십니다. 귀찮은 것도 싫고 관심받는 것도 싫고. 그냥 이대로가 좋다고요.”
“…….”
“아무튼, 저는 형님께 사죄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긴, 엄청 헤집어 놓은 땅을 복구해 놓았으니까요.”
“그것뿐이 아닙니다.”
이신의 말에 조셉은 고개를 갸웃했고, 이신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이 바로 죽음의 땅의 경계 실드입니다.”
“제법 가깝…… 허억!”
조셉은 그걸 그제야 깨달았다.
“까딱했으면 저희의 힘의 여파가 이곳의 실드를 깨트리고, 죽음의 땅 너머에도 영향을 줬을 거란 겁니다.”
이신이 확신을 담아 말했다.
“형님은 저희를 지켜보고 있다가 저 너머에 영향을 주기 전에 손을 쓰셨다는 뜻입니다.”
“…….”
조셉은 말을 잃었다.
만약 그 ‘형님’이라는 자가 아니었다면…….
‘이거 단단히 빚을 져 버렸군!’
이신이 말했다.
“그리고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양춘각에서 고추냉이로 만든 소스를 먹었을 때 말입니다.”
“윽! 생각만 해도 끔찍한 기억입니다.”
“그때 화이트 헌터는 염동력을 사용했었습니다.”
“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지 않습니까? 내가 염동력을 썼다면 그 일대 건물이 남아나지 않았을…… 설마?”
“네. 그 설마가 맞습니다.”
빵을 다 먹고 우유까지 쭉 들이켠 이신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조셉이 말했다.
“혹시 지금…… 양춘각이라는 곳에 가시는 겁니까?”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조셉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도 같이 갑시다.”
“당신은 왜?”
“그야 저도 같이 부수었는데, 혼자서만 사과하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아…….”
이신은 조셉의 말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왜인지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는, 거절할 수는 없었다.
“가십시다.”
* * *
그 시각, 양춘각.
유순태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거 큰일인데.”
“왜요? 여보?”
“육수 냉각기가 말썽이야.”
그 말에 임소영도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육수 냉각기가요? 그거 없으면 냉면 육수를 차갑게 만들지 못하잖아요.”
“그러니까 큰일이지.”
지금 시각은 11시.
주문전화가 오고 손님이 오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마정석 전지가 다 된 것 같아.”
유순태의 손에는 무색투명한 마정석이 들려 있었다.
원래 영롱한 파란색을 띠던 것인데, 그 안의 에너지가 바닥나 무색투명해진 것이었다.
육수 냉각기 역시 마정석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라서 마정석 전지가 다 되면 작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날이 더워져서 냉기 속성을 띤 마정석이 많이 딸린다고 하던데, 살 수 있을까요?”
“우선 구해는 봐야지.”
그때 막 첫 번째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강소는 그 난감한 기색을 알아차렸다.
“무슨 일입니까?”
강소의 물음에 임소영이 설명했다.
“냉면 육수 냉각기의 마정석이 다 되었거든요.”
“마정석 전지에 남은 마력을 체크하는 것을 까먹었어.”
유순태가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마정석 전지 좀, 이것과 같은 것으로 사다 줄래? 냉기 속성으로.”
강소는 유순태가 건네는 마정석 전지를 받아 잠깐 살펴본 강소가 물었다.
“지은 씨는?”
“배달 갔다. 미장원에서 배달 주문이 들어와서.”
“그러면 보는 사람이 없으니, 딱 좋군.”
강소는 그걸 들고 두 손으로 살며시 감쌌다. 그의 두 손에서 뭔가 시원한 느낌이 느껴졌다.
약 10초 후, 강소가 손을 폈을 때 손바닥 위에 있는 마정석 전지는 냉속성 특유의 파란색을 띠고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너 혹시 인벤토리에 하나 여분이 있던 거야?”
유순태의 말에 강소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새로 만들었다.”
“어? 만들었다고?”
“그냥 이 마정석 안에 냉기를 띤 오러를 집어넣으면 되는 거잖아. 그래서…… 뭐, 그냥 새로 만들었다.”
그 말에 유순태는 놀라 눈을 깜박였다. 제정신을 찾은 임소영이 말했다.
“어서 육수 냉각기에 꽂아 봐요.”
“아! 그래야지!”
유순태는 그걸 육수 냉각기에 꽂았고, 곧 육수 냉각기가 작동되기 시작했다.
우우웅.
육수 냉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유순태는 땀을 닦았다.
“다행히 작동이 되는군. 그런데 이거 얼려면 시간이 좀 걸릴…….”
“내가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강소는 육수 냉각기 위에 손을 뻗었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
그러자 삽시간에 육수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오! 역시 대단해!”
“맞아요! 이것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네요!”
“빙공입니다. 예전에도 종종 쓰곤 했었지요.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 주십시오.”
강소의 말에 유순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고 임소영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딸랑.
그때 문이 열리고 김지은이 들어왔다.
“배달 다녀왔어요! 아! 역시 가게 안이 시원해요!”
A급 각성자라 해도 더위는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능력은 불의 마법이었기에 더욱더 더위에 취약했다.
“시원한 물이라도 드릴까요?”
강소의 말에 김지은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오빠가 직접 떠 주시는 건가요!”
강소는 웃으며 컵에 냉수를 받아 김지은에게 내밀었고, 그녀는 황홀한 표정으로 컵을 받았다.
딸랑.
그때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 요.”
김지은은 그 손님의 얼굴을 보고 살짝 놀랐다.
그들은 이신과 조셉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소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와. 그쪽도 다시 만나니 반갑습니다.”
“네. 형님.”
“아…… 네.”
그런데, 조셉은 슬금슬금 강소의 눈치를 보았다.
김지은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왜 저러지? 그 무시무시한 제로급 각성자가?’
그때 이신이 강소를 향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형님. 앞으로는 그렇게 생각 없이 싸우지 않겠습니다.”
“알면 됐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건 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 나는 네 형님이니까.”
그 말에 이신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형님…….”
딱 봐도 감동 먹은 눈이었다.
조셉이 강소에게 다가가 그 앞에 고개를 숙였다.
“저 역시 미안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 인사에 강소는 이신을 보았고, 이신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상황을 알 것 같았다.
어차피 예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조금은 의도한 일이기도 했다.
만약 벽에 부딪힌 조셉에게 간절함이 있다면 자신을 찾아올 테니까.
강소가 귀찮음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렇게 대놓고 경고를 하여 자신의 정체를 알린 건, 그가 간절함이 가지는 고통을 알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간절하지 않은 자들에게까지 호의를 베풀 정도로 물러터진 인간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강소는 담담히 말했다.
“뭐, 괜찮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주변 상황을 봐 가면서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내 동생 잘 부탁합니다.”
“무, 물론입니다. 이신 헌터는 제 친구입니다.”
“이신 동생이 좋은 친구를 사귀어서 기쁘군요.”
그때 유순태가 헛기침을 했다.
“험, 험험.”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모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하고 가시겠습니까?”
강소가 이신에게 말했다.
“냉면 먹고 가라. 오늘 개시했는데 맛이 끝내준다.”
“그럼 먹고 가겠습니다.”
“저, 저도.”
“물냉? 비냉?”
강소의 말에 이신이 말했다.
“저는 물냉 주십시오! 그리고 조셉 헌터도…… 물냉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곧 이신과 조셉 앞에 냉면이 놓였고, 조셉은 이신이 먹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신을 따라 냉면 그릇을 들고 살얼음이 낀 냉면 육수를 조심스레 마셨다.
“……!”
뒷골이 띵할 정도로 시원한 냉면 육수의 맛이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7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