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79
78화. 여름휴가 (1)
강소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도 태양이 참 강렬하구나.”
이른 아침.
하늘을 올려다본 강소의 눈에는 여름의 태양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도 무척 더울 거라는 것을 예고하는 듯했다.
사실, 강소에게 춥고 더운 건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였다.
경지에 오르면서 외부의 온도는 그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의 감각에 뭔가가 잡혔고, 그는 미소 지었다.
‘비행기로군.’
그 비행기에는 조셉과 일행이 탔을 터였다.
어젯밤.
조셉은 강소가 기다리고 있던 미리내 공원으로 왔다.
그곳은 이혁이 운동하는 곳으로, 강소가 정리해 놓아 무척이나 안전한 곳이기도 했다.
이혁의 운동이 끝나고, 잠시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조셉이 왔고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조셉이 말한 건 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었다.
사람은 발전하고 성장하는 존재인데, 왜 각성한 힘은 죽을 때까지 그대로인지.
등급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인지.
방법이 있다면 무력하게 마수에게 당하지 않을 텐데 하는 회한 섞인 하소연도 했다.
그 말을 들으며 강소는 말없이 웃었다.
그 의문들이야말로 강소가 살던 세상에서 무공을 발전시킨 원동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할까?’
그는 이신이 오늘 파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한 것을 떠올렸다.
감히 자신의 동생을 협박해서 미국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던 셀리아라는 여자와 그녀를 압박하여 이신을 도와준 조셉의 행동에 대한 일이었다.
강소는 결정했다.
자신의 동생을 도와주었으니, 응당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 했다.
그래서 힌트만 조금 주려던 마음을 바꾸어 제대로 알려 주기로 했다.
“지금부터 내가 알려 주는 것은, 다른 이들이 알아서는 안 됩니다.”
강소가 조셉에게 알려 준 건 기존의 명정심법이 아니었다.
명정심법은 철저하게 동양인에게 맞춰져 있는 심법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명정심법을 조셉이 사용한다면 제대로 된 효과도 보지 못하고 위험해질 것이 분명했다.
하여 명정심법을 조셉에게 맞게 개량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여 완성된 건 명정심법-조셉 편이었다.
그걸 알려 주자 조셉은 감격하여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 은혜,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이럴 게 아니라 차라리 한국의 헌터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강소는 단호하게 그의 말을 거절했다.
“나는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고 싶은데, 왜 내가 있는 땅을 폭풍의 중심으로 만들려는 겁니까?”
“그건…… 그렇겠군요.”
“정말 고맙다면, 앞으로 내가 있는 땅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 주는 것으로 충분하오.”
조셉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음…… 시간 날 때 놀러 온다고 했으니, 언젠가 또 만나게 되겠지. 그럼 다음 배달지로 가 볼까?’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요즘 그가 배달하는 음식은 냉면이 많았다.
그래서 강소는 아예 철가방을 두 개 가지고 다니고 있었다.
한쪽은 따뜻한 음식, 그리고 한쪽은 차가운 음식을 담기 위해서였다.
사실 강소가 배달하는 음식이 온기를 잃지 않고 배달되는 건, 배달하면서 음식이 식지 않게 화공으로 철가방 자체를 뜨겁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차가운 음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빙공으로 철가방을 차갑게 만들어 냉면의 얼음 육수가 녹지 않게 한 것.
그게 바로 강소만의 노하우이기도 했다.
“다녀왔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릇까지 수거하여 돌아왔다.
서둘러 수거해 온 그릇을 설거지했고, 모든 정리가 끝나자 시간은 2시 반이었다.
“고생했어.”
유순태의 말에 김지은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고생은 사장님이 다 하셨죠. 주방 안은 에어컨을 켜도 불 때문에 덥잖아요.”
김지은의 말대로, 여름만 되면 주방 안은 불지옥이었다. 그곳은 겨울에도 더운 곳이니까.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지. 하하하.”
멋쩍게 웃는 유순태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비틀어 짠다면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그런 유순태를 보며 강소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디 백년설삼 같은 거 없나?’
강소가 살던 곳에는 영약이라 불리는 것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인 백년설삼은 설산지대에서 자라는 것으로써 음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그것을 먹으면 몇 십 년은 더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쪽 세상에는 그런 영약이 보이지 않았다.
‘아! 차라리 기물을 만들어 볼까?’
목걸이 같은 것을 만들어 그것으로 몸의 열기를 식히게 한다면 나름 괜찮을 것 같았다.
‘목걸이를 만들려면 마정석이 있어야 하는데, 잠깐 사냥하러 다녀와야겠군.’
게이트 밖의 마수는 잡는 사람이 임자였고, 아직 깊은 산이나 바다 등에는 처리되지 못한 마수가 많았으니 재료 공급은 문제없었다.
그때 2층에 올라갔던 임소영이 내려왔다.
“아이스크림 드세요!”
그녀의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다.
“오! 아이스크림이 있었어?”
유순태의 말에 임소영이 호호 웃었다.
“할인하기에 미리 좀 사다 놨어요.”
그녀가 가져온 아이스크림은 네 개였고, 각각 다른 맛의 아이스크림이었다.
“나는 단팥이 들어 있는 아이스크림으로 하지.”
유순태가 먼저 단팥 아이스크림을 고르자, 임소영이 강소와 김지은에게 말했다.
“저는 아무거나 좋아하니까, 원하는 거 집어요.”
“그럼 저는 이걸로 하겠습니다.”
강소가 집어 든 건 초콜릿 맛, 그리고 김지은은 딸기 맛 아이스크림을 집었다.
남아 있는 커피 맛 아이스크림은 임소영의 몫이었다.
찌익.
강소가 조심스레 포장지를 벗겨내자 막대가 달린 네모난 아이스크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이 아이스크림이라는 음식은 강소가 있던 곳에서도 먹을 수 있던 음식이었다.
하지만 우유와 과일즙을 얼려 만든 요장이란 음식은 정작 필요한 여름이 아닌 겨울에 먹을 수 있었다.
강소는 그 음식보다 자신의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이 백배는 더 맛있다고 생각했다.
종류만 수십 가지인 아이스크림은 하나같이 달고도 부드러웠다.
시린 이를 참고 한입 깨물어 입에 넣으니 시원함과 함께 달달함이 느껴졌다.
강소가 고른 초콜릿 맛이었다.
아이스크림이 입 안에서 녹으면서 부드러운 끝 맛이 느껴졌다.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는 시간은 짧았지만, 짧은 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다.
강소가 이곳에서 본 아이스크림은 그 모양 또한 여러 가지였다.
지금 강소가 먹고 있는 바 모양의 아이스크림과 콘, 그리고 튜브에 내용물이 들어 있는 쭈쭈바까지!
“아, 참! 강소야.”
그때 팥 아이스크림을 먹던 유순태가 말했다.
“알고 있지? 다음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양춘각 여름휴가인 거.”
“알고 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는데 여름휴가는 정기휴일과 다른 거냐?”
강소의 물음에 유순태는 아이스크림을 마저 먹으며 말했다.
“정기휴일은 말 그대로 정기적으로 쉬는 것, 그리고 여름휴가는 비정기 휴일로 일종의 피서이지.”
“더위를 피하는 거라…… 이해되었어.”
“이번 여름휴가는 하영이가 찍은 드라마의 제작팀과 함께 가게 되었다.”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대해서는 전에 들은 기억이 있다. 그 방송사에 돈을 대고 있는 적룡길드에서 프라이빗 리조트를 빌려준다고 했다지 않았어?”
“맞아. 우리가 갈 곳이 거기야.”
유순태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 네 수영복을 사러 가야 한다.”
그 말에 김지은이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저도 함께 가요!”
“어? 지은 씨도?”
유순태의 물음에 김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알바 오빠 수영복을 골라 줄게요.”
“그렇게 해요.”
임소영이 김지은을 지원해 줬다.
“전에 보니까 지은 씨가 보는 눈이 있더라고요. 나는 하영이 하원 때문에 같이 못 가잖아요.”
“그건 그렇지.”
유순태가 말했다.
“같이 가지 뭐.”
“야호!”
“그렇게 좋아?”
“네!”
김지은이 웃으며 말했다.
“데이트잖아요.”
그 말에 유순태는 자신이 빠져 줘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되었다.
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위해, 자신이 꼭 함께 가야 할 것 같았다.
잠시 후.
그들이 향한 곳은 전에 블랙맨의 마정석 탈취 미수 사건이 있었던 H 백화점이었다.
김지은은 행복한 표정으로 강소와 함께 걷고 있었다.
강소의 옆에 딱 붙어서 재잘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이 데이트였다.
“하아…….”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유순태는 자신이 불청객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강소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그건 김지은이 구해 준 것으로 잠자리 안경이라 불릴 정도로 알이 상당히 커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덕분에 사람들 대부분이 강소에게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쓴 사람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강소는 유순태에게 말했다.
“수영하는데 왜 수영복을 입어야 하는 거냐?”
“왜냐니? 입어야 하니까 입는 거지.”
“수영복을 입지 않으면 수영을 할 수 없다는 거냐?”
유순태는 뺨을 긁적이며 설명했다.
“그게 아니라, 수영장에서는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는 뜻이야. 수영장이 뭔지는 알지?”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수영을 하기 위해 만든 장소라고 하더군.”
이어 설명한 건 김지은이었다.
“수영장은 물이 흐르지 않고 가두어진 상태예요. 그 상태에서 아무 옷이나 입고 들어가면 당연히 물이 더러워지겠죠?”
“음, 그렇겠군. 그러니까 수영복을 입는다는 건 함께 수영장에 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라는 건가?”
“네. 그렇게 이해하면 될 거예요. 그리고 수영을 할 때 일반 옷은 거추장스러우니까 따로 수영복을 입는 것이기도 해요.”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수영복이 거의 속옷이나 다름없는 모양인가?”
그 말에 유순태와 김지은은 멋쩍게 웃었다.
“그건 그렇죠.”
“뭐, 그런 거다. 하하하.”
곧 그들은 H 백화점에 도착했다.
수영복을 파는 곳은 3층 스포츠웨어 파는 곳이었고, 그들은 그곳에서 강소에게 어울리는 수영복을 찾기 시작했다.
“음, 나는 이런 스타일이 좋을 것 같은데?”
유순태가 고른 건 무난한 트렁크 스타일이었다. 그걸 본 김지은이 말했다.
“알바 오빠는 어떤 수영복을 입어도 어울리지만, 굳이 고르자면 딱 붙는 스타일이 좋지 않을까요?”
뭔가 사심이 느껴지는 제안이었다.
“혹시 그게 지은 씨 취향이야?”
“아, 아뇨! 저는 그런 취향 없어욧!”
“정말?”
“그럼요!”
하지만 말과 눈동자는 따로 놀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도 보고 있는 수영복은 남자의 선을 강조하는 그런 수영복이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그때 강소가 말했다.
“이게 좋을 것 같습니다.”
* * *
뜨거운 여름이 오면 고통 받는 자들은 불 앞에서 일하는 자들뿐만이 아니었다.
몸 안에 불의 기운을 담고 사는 자들, 즉 화염 속성의 능력이 있는 각성자들 역시 더위에 특히 취약했다.
그것도 강하면 강할수록 말이다.
“으! 더워! 에어컨 온도 좀 더 내리지?”
적룡길드의 길드장 사무실.
자신이 처리해야 하는 서류들을 살펴보던 김해철의 말에 비서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길드장님. 이미 최저 온도인 12도입니다.”
“에어컨 망가진 거 아냐?”
“어제 그 말 하셔서 새로 설치한 겁니다. 그것도 냉기 속성 마정석을 두 개나 넣었습니다.”
“에휴! 나는 여름이 제일 싫다니까!”
김해철은 탁자 위에 놓은 냉커피를 들이켰다.
그때 비서가 조심스레 말했다.
“저, 길드장님. 지은 아가씨 말입니다. 이대로 두고 보실 생각이신지요?”
“왜? 뭐가 문제인데?”
“프라이빗 리조트를 드라마 팀에게 포상휴가로 임대해 주셨지 않습니까?”
“그게 왜? 드라마 팀 사기도 올리고 좋잖아.”
“거기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도 알고 계십니까?”
“그걸 내가 모를 거 같아?”
무림에서 온 배달부 7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