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87)
1387화 대단원의 막을 내리다 (1)
세존 등의 시선이 일제히 초휴에게로 쏠렸다.
그들도 진정 알고 싶었다. 명혼도 독고유아가 아니고, 천혼과 초휴도 아니라면, 대체 누가 독고유아란 말인가!
영현기조차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물었다.
“그럼 독고유아가 정말로 죽은 것이더냐?”
초휴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죽었냐고요? 아닙니다. 마주불사인데, 누가 그를 죽이겠습니까. 독고유아는 가장 극단적인 길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자신과 세상의 모든 연계를 끊어버리는 방법으로 완전한 초탈을 이루었단 말입니다!”
그는 천혼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천혼 너는 독고유아가 삼혼으로 분리되었다고 말했었지, 하지만 내가 본 바로는 사실이 아니었어. 삼청전의 일기화삼청 비술이 신묘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그렇게까지 신묘한 효과를 낼 수는 없는 거였더군. 천혼과 명혼, 그리고 나는 단순히 분립 된 삼혼이 아니라, 독고유아를 세상과 연결 짓는 인과인 셈이었어. 각각 그의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할 수 있지. 이로써 독고유아가 우리 셋한테 다 기회를 남겨준 셈이기도 했다.”
“대라천에 몸을 둔 천혼은 독고유아의 기억을 고스란히 통째로 전승했지. 당시 세인들이 그를 독고유아라고 여겼으니, 천혼은 과거에 해당하지. 황천천에 몸을 둔 명혼은 독고유아가 황천천을 발견한 이래로 지금까지 밟아온 행보 그 자체나 다름없으니, 현재를 의미하는 것이고. 나는 윤회의 굴레 속에 철저히 기억이 쇄신되면서 오백년 후 하계에 나타났으니, 대쟁지세를 맞을 미래에 해당했을 테지.”
“천혼! 너는 독고유아의 과거이니 당연히 이 모든 걸 알고 있었지. 하지만 황천천 명혼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어. 한마디로 정리하면, 독고유아는 이미 초탈을 이루었고, 우리 셋도 진작부터 독립된 개체들이었다는 말이다. 애당초 누가 누구를 흡수하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는 사이였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 셋은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독립된 개체이기 때문에, 융합되어봤자 진정한 독고유아는 될 수가 없으니까!”
“사실 독고유아는 초탈을 이루기 전에 이미 우리 셋에게 정상에 오를 기회를 준 셈이었다. 일단 명혼은 황천천을 장악하여 한 세상의 주인이 되었으나, 애석하게도 잘못된 길로 빠져버렸다. 오백년 세월이면 명혼이 황천천을 장악하고도 남았을 것 같지만, 사실 그는 역으로 음의 세상인 황천천의 영향을 받아 어둠의 존재로 전락했단 말이지. 이번에 그가 여기까지 쳐들어온 목적은, 대라천과 하계마저 모조리 황천천과 동질화시킴으로써 또 다른 유형의 ‘영생불사’를 이루려는 목적이었을 테지.”
“지혼인 나는 하계에서 곤륜마교를 전승했다. 어쩌다가 대라천으로 넘어오지만 않았더라도 지금쯤 여전히 마교 교주로서 하계 전역을 호령하고 있었겠지. 그런데 천혼 너도 잘못된 길을 택한 건 명혼과 다를 바 없지. 독고유아는 대라천을 너의 몫으로 남겨주었다. 얼핏 감금된 것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너의 실력과 심계라면 거기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었어. 거기서 도존도 전인으로 키워낼 수 있었던 너한테 그게 불가능했을 리가 없지.”
“기왕에 도존도 키워낸 마당에, 너의 탈출을 도울 조력자 몇 명 더 키워내는 게 대수였을까? 사실은 은밀히 세력을 확장해 대라천 전역을 장악할 생각이었던 거지. 결과적으로 넌 독고유아의 예지 능력을 이용해 나와 명혼을 해치우려 들었다. 먼저 나를 이용해 명혼부터 제거하고 그다음은 나마저 정리할 생각이었던 거지. 정말로 나머지 두 혼을 삼키려 들었던 건 바로 천혼, 너였단 말이다!”
초휴는 이 모든 걸 황천천 거울 속에서 보고 알았다.
정작 황천천에 있던 명혼은 애석하게도 이미 황천천과 동화되어서 그 거울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거울 속에는 명혼 자신의 모습만 보였고, 거울에 비친 배경은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 찬 황천 혈해가 전부였다. 그는 어떻게든 황천천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장악하고 싶었다. 그럴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따라서 그는 애초에 잘못된 길로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그 길이 장생천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러니 끝까지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천혼이 별안간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너와 나 모두 독고유아가 아니다. 하지만 너와 내가 그를 아주 많이 닮은 건 사실이지. 심지어 성격마저도 완전히 빼다 박았단 말이다. 너는 방금 말한 사실들을 진작 알고 있었으면서도 지금에 와서야 밝혔다. 이것만 봐도 명확하지 않으냐? 너 역시 내 손을 빌려 명혼을 제거하려 했다는 걸 말이다. 둘 다 아닌 척 연기를 하고 있었을 뿐, 서로 견제하고 이용하려 했던 건 피차 마찬가지 아닌가. 차이가 있다면 결국 누가 끝까지 연기인 것을 안 들키고 버틸 수 있는가 하는 거였지.”
초휴가 침착하게 받아쳤다.
“그건 당연히 나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넌 샛길로 잘못 들어섰으니까.”
천혼의 표정이 더없이 음침하게 돌변했다.
“내가 샛길로 샜다고? 뭘 근거로 독고유아가 너에게 안배해준 길만이 옳은 길이라고 단정한단 말인가? 초휴, 나를 실망하게 만드는구나. 맨 처음에 내가 너를 속이기는 했다만, 그래도 이 질문만은 진심을 담아 물은 거였다. 처음 만났을 때 초휴와 독고유아 중 뭐가 되고 싶으냐고 내가 물었던 거 기억하나? 그때 넌 이렇게 대답했지. 나는 초휴일 뿐이고, 초휴일 수밖에 없다고. 그런데 지금에 와서 독고유아가 네게 깔아준 길만이 옳다고 말을 바꾸는구나. 사실이 그렇다면, 너나 나나 그의 꼭두각시 인형밖에 더 되는가?”
“당시 독고유아는 자기 몸에서 삼혼을 분리해냈다. 이를 좋게 표현하면 자신의 그 복잡한 인과에서 완전히 벗어나 진정한 초탈을 이룬 셈이었지. 하지만 까놓고 말해볼까? 우리는 그저 그가 버린 쓰레기에 불과했다. 더는 끌어안고 있기 싫어 내다 버린 짐짝이었단 말이다! 그리고 우리한테 그 많은 인과를 모조리 짊어 지은 후 우리를 헌신짝처럼 내다 버리고 정작 본인은 홀가분하게 초탈을 이루었다고! 그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심지어 다섯 세상 그 어디에도 있지 않다. 그런데도 굳이 그가 정해놓은 운명대로 끝까지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애초에 내가 영소경에서 말했지 않은가? 나는 독고유아가 아니고 ‘대마 독고’라고!”
‘대마 독고’를 내뱉는 순간, 천혼의 몸 뒤에서 엄청난 마염이 솟구쳤다. 그 마염은 아까의 황천 혈해를 대신할 기세로 온 하늘을 뒤덮었다. 확실히 그는 이제껏 실력을 다 회복하지 못한 척했던 것이다. 초휴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독고유아가 계획해둔 길만 밟으며 살아갈 생각은 없어. 나는 그저 나만의 길을 개척해나갈 뿐이니까. 나 역시 독고유아가 정해둔 길이 옳다고 믿지도 않고. 네가 다른 길로 가겠다면 그것도 나쁠 건 없겠지. 하지만 지금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이 실은 절대 가선 안 되는 길이라는 게 문제란 말이다. 너도 말끝마다 독고유아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었지?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실제로 그의 길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게 바로 너란 말이다! 삼혼 중 네가 독고유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러고도 오백년 동안을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도 못했지. 시간이 갈수록 그에 대한 반항심으로 생각이 삐뚤어져 갔지. 아직 늦지 않았다. 이만 돌아가라. 다른 선택을 할 기회가 아직도 남았다는 걸 모르겠나?”
초휴의 말에 천혼이 냉소를 터뜨렸다.
“불종 공법을 들입다 파니까 머리가 중놈들처럼 멍청해지기라도 한 거냐? 코앞에 정상이 빤히 보이는데 왜 돌아간다는 말이냐? 내가 지난 오백년 동안 멍청히 영소경 안에 처박혀 있기만 한 줄 아느냐? 독고유아를 지독하게 원망하면서도 결국은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 머리로 온갖 음모만 꾸미며 시간을 보낸 줄 아는 거냐? 천만에! 그동안 내가 연구해낸 것들을 너는 상상도 못 할 거다! 삼혼이 합쳐진다 해도 진정한 독고유아가 될 수는 없겠지만, 진정한 정상에는 이를 수 있다. 다섯 세상 모두를 아우르는 진정한 힘의 정상 말이다!”
천혼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양손을 결인했다. 아까의 격전 중 주위의 황혼 음기 중에 흩어져 떨어졌던 힘들이 다시 들끓어 오르더니 가닥가닥 천혼의 체내로 스며들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아까 명혼이 장악했던 황천천의 힘이었다.
“너와 나는 어차피 한 몸이다. 그러니 너희 둘이 죽더라도 그 힘은 자연히 내 차지가 되는 거지. 황천천의 힘을 장악한 명혼 하나 죽이는 것도 그토록 힘들었는데, 지금 너희들의 실력으로 나한테 제대로 맞설 수 있을 것 같은가?!”
천혼의 일신이 절반은 광대무변한 마기로 뒤덮였고, 나머지 절반은 살벌하게 끓어대는 황천 혈해 그 자체였다.
이 순간 그가 터뜨린 힘의 강대함은 명혼의 것보다 더 기함할 수준이었다.
여기서 초휴가 죽는다면 그가 장악했던 음양 본원의 힘 역시 고스란히 천혼의 차지가 될 것이다.
지금 천혼의 실력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에 가까웠다. 그것도 초휴 편이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전혀 이겨볼 엄두를 못 낼 천하무적인 것이다.
지금 초휴 측은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는데 영현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초휴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화를 시도했다.
“설마 내 힘이 정말로 음양 본원의 힘인 줄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내 진정한 힘은 말이야, 설령 거저 내준다고 해도 넌 절대 장악하지 못할 거다.”
초휴가 전방에 슬며시 선 하나를 긋자 공간의 틈이 한 줄 생겨났다. 그 틈새로 엿보인 광경은 칠흑 같은 허공이 아니라 하계의 전경(全景)이었다.
동제, 서초, 북연을 중심으로 하계 전체의 무수한 중생과 생령들이 그곳에 살고 있었다.
초휴가 한 손을 뒤집자 그 공간의 틈이 화폭처럼 펼쳐지더니, 산하(山河)와 사직(社稷)의 힘까지 송두리째 실려서 천혼을 덮치는 게 아닌가!
“아니, 하범천의 힘이 아닌가! 대체 언제 하범천의 힘을 장악한 거냐? 분명 네 입으로 황천천과 일체가 된 명혼을 욕해놓고서는! 넌 결국 명혼과 다를 바 없구나!”
천혼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이쪽에서는 마기가 끊임없이 밀려들고 황천 혈해가 연신 끓어댔고 저쪽에서는 산하 및 사직의 힘이 몰려왔다.
졸지에 허공이 두 개의 세상으로 나뉘기라도 한 듯했다.
초휴가 태연히 받아쳤다.
“내가 하범천의 힘을 장악했다고 누가 그러던가? 말은 제대로 해야지. 이건 하범천에 사는 생령들, 그리고 사람들의 힘이다. 저들의 기운이 죄다 내 수중에 들어왔단 말이다. 그 대신 나는 저들을 위해 산하와 사직을 지켜주는 것이지. 명혼은 너와 달라. 길을 잘못 들었을지언정 적어도 황천천에 해를 끼치진 않았으니까. 황천천은 원래 음의 세상이라 생기라고는 하나도 없거든. 생령이 존재하는 세상이야말로 진정한 세상인 것이지. 명혼은 죽음과 적멸의 기운만 가득한 황천천에 동화되고 말았다. 내가 음양을 장악한 줄 알았나? 사실 내가 장악한 건, 음양이 아니라 ‘생사(生死)’였다!”
초휴는 기운의 힘을 빌려 구중천에 올랐다. 하범천의 수많은 중생을 보면서 이 세상 본원의 진정한 현묘함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우쳤는데, 그건 바로 삶의 힘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를 승화시킨 건 의외로 황천천에서 본 것들이었다. 당시 그는 음면의 세계를 대표하는 거울을 통해 삶에서 죽음으로 이르는 전 과정을 지켜보았다.
결국 오랜 역사를 통틀어 생과 사의 양면(兩面)을 대표하는 힘을 동시에 본 자는 초휴가 유일한 셈이었다.
예전에는 황천천이 명혼에게 장악된 데다 그의 일신이 이미 황천천에 녹아들었기 때문에 초휴는 그와 힘을 놓고 쟁탈전을 벌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명혼이 죽은 지금, 그 힘을 천혼이 장악할 수 있다면 초휴라고 해서 장악 못 한다는 법은 없는 것이다.
독고유아가 이르렀다는 초탈의 경지에는 오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사를 장악한 지금, 아까 천혼이 말했던 ‘다섯 세상 모두를 아우르는 진정한 힘의 정상’에는 도달할 수 있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