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ruction of the Fortress RAW novel - Chapter 181
181
第三十七章 괴멸(壞滅) (1)
무당파는 소림사와 더불어서 무림을 이끌어온 양대산맥이다.
소림사가 무너졌다. 거기에 이어서 무당파까지 무너지면 무림은 기둥을 잃게 된다.
당연히 정도무림은 무당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수십 명에서 수백 명으로, 수백 명이 수천 명으로…… 순식간에 무당산 전체가 사람으로 뒤덮였다. 사람 때문에 발길을 옮겨놓을 수 없고, 사람 때문에 풀들이 자라지 않는다.
한 걸음을 옮기기 위해서는 적어도 십여 명 이상을 베어야만 한다.
무당파를 멸문시키려면 무당산 전체를 주검으로 뒤덮어야만 한다. 시산혈해(屍山血海)를 만들어야 한다.
정도 무림은 현상황에 대해서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까?
승산이 높다고 보지는 않는다. 검왕과 십마가 혈천성 쪽에서 움직이고 있는 한은…… 그리고 정도 명숙들이 혈천성 암수에 쓰러진 지금은.
무당산에 모인 정도 무인들은 죽음을 각오했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도 도망갈 구석은 남겨 놓는 법인데…… 아니면 이판사판으로 덤비거든.”
“여긴 탈출로도 모두 막혔지?”
“그렇지. 도망갈 구석이 없어. 둘 중 한쪽이 끝장나야 끝나는 싸움이야.”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인들도 활로를 버리고 사지에 들어앉은 정도 무인들을 보고는 기가 질려 버렸다.
어차피 각오한 싸움이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도 없이 치열한 결전을 벌여야 할 줄은 몰랐다. 다른 수단은 전혀 없고, 오직 한쪽이 끝장나야 끝나는 싸움이 되어 버렸다.
숨이 막힌다.
“어쨌든 이렇게 되면…… 우리도 악착같이 싸우는 수밖에 없지.”
마인들은 병기를 손질했다.
지금 이 순간, 정도 무인들도 병기를 손질할 것이다. 언제 어느 때든 도화선에 불을 붙이기만 하면 온 사방에서 피가 튀고, 죽음이 일어난다.
지구전(持久戰)은 어떨까?
무당산에 운집한 정도 무인들을 보면 정말 싸우기가 싫어진다. 배수진(背水陣)을 친 상대만큼 겁이 나는 상대도 없다. 그래서 자연히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생각하게 된다.
저들은 갇혀 있다. 싸우지 않고 이대로 봉쇄만 하고 있어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저 많은 사람들이 머물려면 하루에 소비하는 양식만 해도 어마어마할 게다.
길게 끌 필요도 없다. 딱 한 달만 봉쇄해도 끝난다.
하지만 그 방법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방법으로도 저들을 무너트릴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이기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마인들 중에는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려서는 안 된다는 측도 있다. 그러나 그런 자들은 입밖으로 속마음을 말하지 못한다.
검왕이 싸우려고 하지 않는가!
검왕이 앞장서서 움직이고 있는 이상, 그들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아니면 싸움판에서 빠지거나.
“검왕은 어디쯤 있나?”
“현악(玄岳).”
“꿀꺽!”
현악이라는 소리에 마른 침이 삼켜진다.
현악을 지나면 무당산 암자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곳곳에 도인들이 머물고 있다. 아니, 바로 코앞에 중원 무인들이 진을 치고 있다.
드디어 싸움이다.
“이래도 되나?”
“싸움을 가장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이니까…… 해야지.”
“그래도 이건…….”
“길게 끌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 저놈들…… 전멸해도 물러날 놈들이 아냐.”
유계판서가 사람 물결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 점에서는 모두들 동의한다. 정도 무인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모두가 죽더라도 이곳에서 죽을 셈이다. 처음부터 그럴 목적으로 왔다.
“시작해. 밤이 길면 꿈도 긴 법이야.”
백화요녀가 간들간들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는 싸움을 준비하는 것 같지 않다. 아주 즐거운 놀이를 하는 것 같다.
“쩝! 해야 한다면…….”
강신천마가 투덜거리면서 두 손을 하늘로 올렸다. 그리고,
슈우우웃! 퍼엉!
푸른 하늘에 붉은색 폭죽이 피어났다. 해바라기 꽃처럼 아주 크고 아름다운 문양을 그리면서.
꽝! 쒜에에엑! 꽈아앙! 쒜에에엑! 꽈앙!
지축을 뒤흔드는 폭음이 사방에서 터졌다.
무당산에는 크게 두 개의 절곡이 있다. 그리고 각 도관(道館)들이 절곡을 따라 지어졌다.
좌측 절곡과 우측 절곡을 따라 올라가면 한 곳에서 만나게 된다.
자소궁(紫霄宮)이다. 양쪽에서 올라오는 길이 자소궁에서 만난다. 반대로 말하면 자소궁에서는 좌측 계곡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우측 계곡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그 자소궁…… 자소궁이 무너지고 있다.
꽝!
우렁찬 울림이 산야를 뒤흔든다.
대포 소리다. 큰 대포는 아니다. 사람이 이고 져서 움직일 수 있는 작은 대포다. 하지만 그만한 대포로도 자소궁을 무너트리기에는 충분하다.
쒜에에엑! 꽈앙!
공기가 갈라진다. 그리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포탄이 터진다.
꽝! 쒜에에엑! 꽈앙! 꽈앙! 꽈앙!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자소궁에 격타하는 포탄 개수가 조금 다르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한 번에서 두 번에 그치는데, 포탄은 꼭 세 개씩 터진다.
자소궁을 일거에 쓸어버릴 목적은 아니다. 단지 이런 공격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 같다.
“능선이다!”
“비겁한 자식들이!”
분기탱천한 무인들이 자소궁과 옥허궁(玉虛宮)을 일직선으로 잇는 산 능선으로 향했다.
작은 포탄들은 그곳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산 정상에 자소궁이 있다면 산 입구에는 옥허궁이 있다.
옥허궁에서도 좌측 계곡과 우측 계곡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이 두 계곡에는 도관들이 빼곡하게 밀집되어 있다. 허나 옥허공과 자소궁을 가로 지르는 산에는 도관이 없다.
험하기 때문이다.
적들이 산 정상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에게 접근하는 통로는 많지 않다. 손에 꼽을 정도로 몇 개 되지 않는 소로를 통해서 접근해야 한다.
저들은 난공불락의 요지를 선점했다.
“후후후! 어서 와.”
온몸에 흑색장포를 두른 자가 무당파 도인들을 맞이했다.
“네놈은!”
스륵!
검은 장삼을 입은 자가 흑색 편(鞭)을 끌어냈다.
“흐, 흑포사추다!”
“제길! 흑포사추!”
무당파 도인들은 당황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맞이한 자가 십마 중에 일인인 흑포사추일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이놈은 검진으로 상대해야 하는데!’
‘검진! 검진을 펼쳐야 돼!’
무당파 도인들은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일대일의 승부로는 흑포사추를 이길 수 없다. 장문인이나 사숙들이 상대한다면 모를까 그들이 상대할 수 없는 거물이다. 그러니 연합해서 상대를…….
그러나 그들은 곧 그 생각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들이 서 있는 곳, 바로 옆은 험악한 비탈길이다. 경사가 매우 급해서 산짐승도 올라서지 않는다. 일단 추락하면 백 장 밑으로 쭉 미끄러진다.
흑포사추가 차가운 표정으로 도인들을 쏘아봤다.
‘죽고 싶은 자들은 와라.’
흑포사추가 하는 말은 분명했다. 그들이 흑편 사정권 안에만 들어서면 여지없이 공격을 가해올 게다.
흑편을 상대할 수 있나?
도인들은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움직이기는 해야 한다.
꽝! 쒜에엑! 꽈아앙!
지금도 대포가 터진다. 포탄이 허공을 날아간다. 자소궁 한 귀퉁이가 박살 난다.
저들은 일사불란하게 대포를 쏜다.
허공을 날아가는 포탄 소리가 거의 하나처럼 들린다. 대포를 쏘는 소리도 거의 하나다. 하지만 대포는 분명히 세 개다. 세 곳에서 동시에 쏘고 있다.
동작을 맞춰서 대포를 쏜다.
포탄은 여기저기 분산되어서 터지지 않는다. 미리 약조라도 한 듯이 한 곳에서 터진다. 그렇기 때문에 파괴력도 크다. 작은 대포로 쏘고 있지만, 타격당한 곳은 거의 먼지만 남는다.
자소전(紫霄殿) 편액이 두 동강 났다. 이 층 전각에는 구멍이 숭숭 뚫렸다.
자소전으로 오르는 돌계단도 심하게 손상되었다.
대포는 겨우 세 개다. 그래서 손상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문제는 건물 손상이 지속적으로 꾸준히, 끊길 생각이 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익!”
앞서 나갔던 도인이 이를 악물고 덤벼들었다. 순간,
쉬릭! 촤아아악!
흑포사추가 들고 있던 흑편이 영활한 뱀처럼 움직였다. 스륵 꿈틀거리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도인의 두 발목을 돌돌 감아 말았다. 그리고 허공에 내던졌다.
“아아아악!”
앞장서서 달려들던 도인은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추락해 버렸다.
싸움 같지도 않게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흑포사추는 굉장한 무공을 지니고 있다. 더군다나 그는 천험의 요새를 선점했다.
무당 도인들은 전전긍긍하기만 할 뿐,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왼쪽이 막혔으면 오른쪽으로…… 흑포사추를 피해서 뒤로 돌아간 사람들이 있다.
당연한 행동이다.
자소궁에서 앞쪽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어디 한 개뿐이련가.
헌데, 오른쪽으로 휘돌던 도인들도 발길이 묶이기는 마찬가지다.
“킥킥킥! 어서 온나.”
양손에 쇠갈고리를 끼우고 있는 노파가 도인들을 보며 반가운 듯 키득거렸다.
도인들은 결코 반갑지 않다.
“십조…… 잔괴!”
노파의 쇠갈고리를 보고도 그녀가 누군지 파악하지 못한다면 무림인이 아닐 것이다.
십조잔괴는 무척 빠르다.
십조잔괴의 십조에 걸리면 상반신이 갈가리 찢겨버린다. 허나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녀는 근접전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가까이 달라붙어서 찢어발기는 것을 좋아한다.
최소한 흑포사추처럼 접근조차 불허하지는 않는다.
“나 먼저 간다!”
쒜에에엑!
앞서 나왔던 도인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신형을 날렸다.
물론 그가 십조잔괴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의 상반신은 틀림없이 조각조각 찢어질 것이다. 하지만…… 근접전이다. 그녀와 붙을 수 있다.
한 수! 그에게 필요한 것은 딱 한 수다!
쒜에엑!
도인이 검을 쏘아냈다. 하지만 그가 필요한 한 수는 검공에 있지 않다. 다른 손에 있다. 검을 든 손을 쇠갈고리에 잘려나가겠지만 다른 손은 그녀의 어깨를 낚아챌 것이다.
그리고 옆으로 신형을 날리면 된다. 두 사람이 한 몸이 되어서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이다.
‘됐어!’
도인은 만족스러워서 입가에 웃음기를 머금었다.
십조잔괴가 검을 든 손을 찢었다. 완맥이 잡히고, 동맥이 끊긴다. 하지만 다른 손은 이미 어깨를…… 아!
어느새 날아온 쇠갈고리가 오른손마저 잡아챈다.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면 즉사한다는 사실을 그만 알고 있는 게 아니다. 십조잔괴도 알고 있다. 그래서 움켜쥔 도인을 갈가리 찢지 않고 일부러 내던진다.
“아아아악!”
도인은 생각지도 않은 상황에 큰 비명을 내질렀다.
꽝! 쒜에에엑! 꽈앙!
자소전이 터져나간다.
무당파 도인들은 적을 앞에 두고도 질타하지 못한다. 십마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도 나서지 못한다. 지리(地利)가 십마에게 있는 한, 승산은 절반으로 떨어진다.
결국 압도적으로 십마를 누를 수 있는 무공이 아니고서는 능선을 밟을 수 없는 것이다.
“자소전을 버린다.”
무당파 장문인이 심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허나 무당파 장문인은 자소전을 버린 이 결정이 정도 무림의 괴멸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무당파 장문인 곁에는 현자(賢者)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 중 그 누구도 이의나 이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무당파 장문인의 결정은 옳아 보였다.
자소전, 기껏해야 건축일 뿐이다. 십마의 대포가 자소전을 허물고 있지만 크게 위협적인 것도 아니다.
건물 한 채만 버리면 된다.
그보다는 적지 한복판에 들어와서 대포를 쏘아대고 있는 십마, 저들을 돌려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포탄은 바닥이 나게 되어있다.
준비해온 포탄을 다 쏜 십마는 서서히 하산 준비를 할 터인데, 허면 그때부터는 지리가 이쪽에 있다. 저들은 위험한 산 능선을 타야 되고, 이쪽은 안전한 곳에서 공격한다.
“이곳만 막으면 저놈들, 꼼짝 못 합니다.”
무당산 지리에 능한 도인들이 즉시 길목을 잡아냈다. 십마를 요리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