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18
문제는 그가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냥 놔두면 두고두고 후회하겠지.”
그는 총리 단독으로 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었으며 또한 유지하를 고발하겠다고 당내에 여론을 환기시켰다.
NCC그룹 쟈오저룬과의 대화에서도 그런 성향이 드러났다.
―그놈은 중한우호를 저해할 위험분자야. 앞으로 블랙메탈을 가지고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르니 잘 감시해다오.
―내 참, 중국에 데이터를 넘길까봐 무섭다고? 21년까지 미사일 사거리에 제한을 걸었던 미국은 안 괘씸하고?
―우리 한국은 예로부터 중국에 사대를 해 왔지. 지난 80년 동안 잘못된 길을 걸었으니 이제 원래대로 되돌려야 하지 않겠어?
―아저씨의 그 충정, 윗선에서 잊지 않을 겁니다.
‘역시, 죽여야겠어.’
다만 총리를 죽인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제 2의 박현구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한단 말인가.
아르마는 그 가능성을 추측했다.
「그가 죽을 경우 대통령은 중립적인 인물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지? 현재 한국은 중국의 영향권에 들지 않았나?”
「정계, 재계는 그렇지만 대중들은 상당한 반중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국은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관계를 구축했으나, 최근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면서 한국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문화를 강탈하려 시도하기도 했고요」
“적어도 대통령은 대중의 눈치를 본다는 거군. 그렇다면 됐어.”
이로서 박현구 총리의 죽음이 결정되었다.
아르마는 이번 임무를 위해 신형 드론을 내놓았다.
「인섹트드론입니다. 작동시간은 최대 3시간 정도로 짧고 덩치도 크지만 들킬 염려는 거의 없습니다」
작은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 유지하의 어깨에 앉는 홀로그램이 표시되었다.
이 녀석을 잡아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어딘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파리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귀찮게 하면 살충제를 뿌리거나 손 몇 번 휘젓는 정도지.
“이 정도면 아무도 모르겠어.”
「이 인섹트드론을 사용하면 몸에 독극물을 투여할 수 있습니다. 독극물은 사망 후 분해되기에 검출되지 않습니다」
“독극물은 어떤 종류지?”
「합성 테트로도톡신H입니다. 투여한 뒤 30분 이내에 호흡근이 정지되며, 1시간 뒤에는 심장근이 정지합니다」
인간을 구하러 온 그가 인간을 죽이려 하는 것은 모순이다.
박현구 총리의 경우 부정축재도 없었고 범법행위도 찾기 힘들었다.
단지 유지하와 그의 길이 달랐고, 지금 엇갈렸을 뿐이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그러나 당신이 꿈꾸는 미래보다는 내가 꿈꾸는 미래가 더 나을 거야.”
중국이 주변국에 저지르는 행패와 인종탄압은 아르마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당장 그걸 해결하진 못하겠지만 오래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유지하는 박현구 총리의 죽음을 승인했다.
「포드 사출 시스템이 수리되었습니다. 정찰포드 사출하겠습니다」
이틀 뒤 동해에 가라앉은 세틀러호에서 작은 포드가 사출되었다.
이 포드는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한반도를 가로질러 삼청동에 위치한 국무총리 공관 상공에서 인섹트드론을 흩뿌렸다.
총리의 침실에 인섹트드론이 잠입했지만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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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어느 날.
박현구 총리의 죽음이 언론을 탔다.
유족들은 절대 자연사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아무리 조사해도 나오는 게 없었다.
급기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이 진행되었으나 사인은 오리무중이었다.
총리는 평소처럼 잠들었다가 심장이 정지되어 죽은 것이다.
각계에서 추모가 잇따랐으나 매국노 총리라며 잘 죽었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21세기에 중국에 사대하자는 놈이 제정신임? 죽어도 싸다.
―씨발 만력제면 얼마든지 절하겠는데 곰돌이 푸우 닮은 놈밖에 없잖아.
―박현구 어록 기가 막혔지. 서해로 들어오는 중국 어선들 너무 미워하면 안 된다고 그랬나? 범인류애적인 관점에서 봐라봐야 한다고?
대중의 반응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국가장 대신 사회장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유지하는 빈소는 찾지 않았으나 안장식에는 잠깐 참석하기로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대신해서였다.
“고인은 생전 이 나라와 사회, 그리고 국민을 위해 많은 공헌을 해왔습니다···”
여당 대표의 추모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지하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 앉은 쟈오저룬의 서늘한 눈초리였다.
유지하는 태연하게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장례가 끝난 후 차에 타려는 유지하에게 그녀가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유지하씨 맞으시죠?”
유창한 한국어.
유지하는 왜 아르마가 중국의 투자를 받은 헐리우드 영화에 출현한 여배우 운운했는지 알 것 같았다.
“누구시더라?”
“쟈오저룬이라고 합니다. NCC그룹에서 작은 일을 맡고 있습니다.”
“아···NCC그룹. 총리님과도 막역하셨겠군요. 총리님 일은 안타깝습니다.”
“큰 뜻을 품으신 분인데 애석하게 되었지요. 그나저나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그녀는 유지하를 감시하던 것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 지껄였다.
뭐 총리를 암살하고 장례식에 참석한 뻔뻔함은 이쪽도 마찬가지니까.
유지하는 잠깐 시계를 본 뒤 말했다.
“여기서 말씀하시죠.”
“보는 눈도 듣는 귀도 많은 곳인데···”
“제가 시간이 없어서요.”
“그러시겠죠.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와 손을 잡을 생각,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그녀는 잠깐 당황했다가 다시 물었다.
“현재 레이오 연구소를 비롯한 중국의 연구소들은 블랙메탈 샘플을 변형시킬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테스트한 숫자만 천 만이 넘어요.”
예상외의 숫자에 유지하는 혀를 내둘렀다.
확실히 중국의 덩치가 크긴 크다.
“대단한 숫자군요. 그런데 저와는 무슨 관곕니까?”
“결과적으로 우리는 유지하씨와 비슷한 능력을 보인 사람을 찾았습니다. 블랙메탈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 거죠.”
거짓말이다.
이 시대에서 에테르에 노출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능력의 해상도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낮았다.
괜히 판교연구소에 있었던 박준호 연구원을 찾지 않았던 게 아니다.
에테르 감응력은 선천적인 것으로 훈련을 통해 증가시키는 것이 불가능했다.
유지하의 초월적인 에테르 감응력은 인류가 수십 년 동안 에테르에 적응하면서 겨우 탄생시킨 기적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의 능력과 비슷하다고?
“축하합니다. 이제 중국은 블랙메탈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게 되겠군요.”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닙니다. 자잘한 조정에서 애를 먹고 있거든요. 그래서 유지하씨와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거절하겠습니다. 나름 할 일이 많아서.”
차에 타려는 유지하의 앞을 그녀가 가로막았다.
“중국은 난사군도에 다수의 군함을 파견했습니다. 대만해협에도 물론이고요. 조만간 최대량의 블랙메탈을 확보하게 될 겁니다.”
“심해저의 자원을 확보한다고요? UN과 주변국의 반발은 어쩌시려고.”
그녀가 작게 미소 지었다.
“중국은 UN의 상임이사국입니다. 그리고 소국이 대국에 대항할 순 없죠. 미국조차 남중국해에서 발을 빼려 하고 있지 않습니까?”
실제로 그랬다.
2020년대 들어 중국의 해군력은 미국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다.
태평양 함대 전체라면 모를까 7함대만으론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기가 힘들다는 게 최근의 평가였다.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은 이제 최소한의 방위도 힘들다고 호소했고 미국도 슬슬 발을 빼려 하고 있었다.
최근에 스프래틀리 군도에 군함 몇 척을 파견하긴 했지만 그것은 견제가 아니라 감시의 일환이었다.
“그런 것들을 다 무시하고 심해저의 블랙메탈을 차지한다라···여러모로 중국답군요.”
쟈오저룬은 그의 비난을 한 귀로 흘려버리며 말했다.
“중국은 배터리 공장을 국내에 세우길 원합니다. 유지하씨가 협조를 해주신다면 그에 걸맞은 보상이 있을 겁니다.”
“미안하지만 모든 블랙메탈은 한국을 거쳐야 합니다.”
“그 조건에 대해서 협의할 의사가 있습니다. 중국에 있는 본사를 방문하신다면, 성대한 환영회로 유지하씨를 맞이하겠습니다.”
거기에 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있으리란 생각은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하이재킹을 시도해 그를 빼돌리려 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아르마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현재 세틀러호엔 1기가톤 위력의 반입자 반응탄 100여 기가 적재되어 있다.
원래는 개척선단의 항로를 방해할지도 모르는 플레이그 함대를 뚫는 용도다.
하지만 유지하가 위험에 처하면 아르마는 코덱스에 의거, 그것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니 괜히 위험을 자초하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배터리를 원하면 블랙메탈을 국내로 보내세요. 그에 관련된 협의는 얼마든지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유지하가 눈짓을 하자 그녀가 비켜주었다.
차가 장례식장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쟈오저룬의 시선은 차의 꽁무니에 박혀 있었다.
“중국은 좋은 친구지만, 그게 영원하리란 법은 없다는 걸 알아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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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메탈 배터리가 발표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유지하를 직접 만나길 원했다.
그러나 실제 만남이 성사되는 경우는 극소수였다.
워낙 바쁠 뿐더러 대부분의 업무가 직원들 선에서 처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몇몇 국가는 한국 정부를 통해 유지하를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미국 국가안보 부보좌관 마틴 맥라인이 거기에 속했다.
배 나온 중년인 그는 유지하를 보자마자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영어를 잘 하신다고 들었는데, 영어로 미팅을 진행해도 될까요? 내 한국어는 서투르거든요.”
“그러시죠.”
둘 다 낭비할 시간 따윈 없는 터라 자리에 앉자마자 실질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백악관은 배터리 자체엔 큰 흥미가 없습니다. 물론 전고체 배터리의 3배에 달하는 에너지밀도는 혁명적인 것이고 충분히 대단하지만, 백악관에서는 보다 중요한 사안에 접근하고자 합니다.”
“내가 블랙메탈을 독점적으로 가공해도 상관없습니까?”
“아직은 동맹국이니까요. 미국으로선 중국만 아니면 큰 상관이 없는 문젭니다.”
마틴 부보좌관은 yet이란 단어를 특히 강조했다.
양국의 관계는 중국을 뺀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경색되어 있는 게 사실이었다.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과연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할 것인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어떤 정치인은 미국의 관료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발언까지 했다.
―미국은 서울 대신 뉴욕이 핵공격을 받는 것을 감내할 수 있는가?
당시 미국 관료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한국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김정은의 북한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 말이다.
그 일환 중 하나가 바로 일부 정계 인사들이 추진한 중국 끌어들이기였다.
결과적으로는 사자 대신 하이에나를 끌어들인 격이 되고 말았지만.
마틴 부보좌관은 짐짓 목소리를 낮추었다.
“백악관은 블랙메탈의 무기화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면 전차포용 철갑탄 같은 것들 말이죠?”
“물론 블랙메탈은 열화우라늄이나 텅스텐에 비해 월등한 관통력을 자랑하긴 합니다. 비중이 낮은데 희한하더군요. 하여튼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백악관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다른 겁니다.”
“레일건.”
유지하가 그 이름을 주워섬기자 마틴 부보좌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정곡을 찔렸음에도 거의 동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실히 냉철한 관료다웠다.
그런 것치고는 배가 너무 나와 아저씨 같은 모습이지만.
“내가 레일건을···아니, 관두지요. 당신은 누구보다 블랙메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니까요. 우리가 레일건 개발에 최종적으로 실패했다는 건 당신도 잘 알 겁니다.”
“그건 어지간한 밀리터리 매니아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죠.”
미국은 21년 레일건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22년 최종적으로 실패 판정을 내렸다.
이유야 복합적이지만 가장 큰 것만 대보자면 포신과 축전지 문제였다.
분당 6발을 쏘는 포신은 현재의 소재로는 10분 만에 녹아내렸고 대용량의 축전지를 만들지 못해 사거리가 제한되었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레일건은 180km에 불과한 사거리와 분당 2발의 형편없는 지속사격속도를 자랑했다.
그런 주제에 전기는 어지간한 순양함을 돌릴 정도로 퍼먹으니 차라리 미사일을 쓰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런데 여기서 포신을 블랙메탈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제작비용은 높아지겠지만 최소한 포신이 녹아내리는 일은 없어진다.
거기에 축전지도 블랙메탈로 바꾸면 사거리의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단순히 소재 하나가 레일건이라는 꿈의 무기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마틴 부보좌관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전력이야 원자로를 돌려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제 백악관을 대표해서 유지하씨에게 물어보겠습니다. 레일건 포신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까? 초대용량 축전지를 만들 수 있습니까?”
유지하는 고민에 빠졌다.
레일건이야 블랙메탈 응용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미국이 너무 정확히 치고 들어왔다.
‘하긴 내열성과 내마모성이 높다는 건 이미 알려져 있었으니까.’
수십 년 동안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었으니 포기하기엔 아까웠을 것이다.
다만 그도 레일건이라는 무기를 간단하게 넘겨줄 생각은 없었다.
레일건은 현대 해상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무기다.
블랙메탈 포신을 적용하면 레일건은 사거리 500km이상에서 분당 12발 이상의 탄자를 쏟아 부을 수 있게 된다.
이 탄자는 종말속도가 마하 10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
관통력도 어마어마해서 얇은 장갑을 두른 현대의 함선으로는 도저히 버텨낼 수 없다.
따라서 레일건이 전력화되면 이미 도태된 함종이 재등장할지도 모른다.
원자로를 탑재한 전함 같은 배 말이다.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자 마틴 부보좌관이 상체를 숙였다.
“미국은 레일건을 확보하기 위해 그 어떤 대가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돈? 시민권? 무엇을 원하십니까?”
“아뇨 그런 것보다는···NASA에서 중단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일부를 원합니다.”
“예?”
마틴 부보좌관이 눈썹을 찡그렸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12개국에서 참가했지만 결국 취소된 달 개발 계획이다.
작은 에너지회사 CEO가 왜 거기에 관심을 갖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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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는 달 탐사뿐만 아니라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띄우는 거대 프로그램이다.
주요 참가국만 12개에 다수 민간 기업이 참여한 이 계획은 거창한 시작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다.
1969년 이후로 다시 한 번 인류가 달에 발을 디디는 것이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계획 자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압박을 견디지 못한 각국이 금리를 올리자 경제적 충격이 촉발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이 2030년 이후로 연기되었고 예산도 20% 이하로 잘려나갔다.
사실상 전체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은 독자적인 달 탐사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발표했고 한국은 완전히 포기해 버렸다.
마틴 부보좌관은 위와 같은 사항을 다시 한 번 점검했지만 눈앞의 젊은 CEO가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는 발견하지 못했다.
‘제 2의 일론 머스크라도 되어보겠다는 건가?’
미국 전역에 그런 꿈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차린 사람만 수만 명이 넘는다.
뭐 이 동양인도 그런 친구들 중 하나겠지.
마틴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합니다만 유지하씨.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나사의 재산입니다. 그렇게 쉽게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거 실망인데요. 레일건이 미군에 가져다줄 핵심이익이 겨우 그 정도 가치라니요.”
“아뇨. 분명 백악관은 블랙메탈이 적용된 레일건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나사의 재산은 어렵다는 겁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전체도 아니고 일부인데 그것도 안 된다면 협상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요.”
사실 마틴 부보좌관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새로운 레일건 포신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그걸 눈앞의 청년에게 드러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좋습니다. 일부라고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죠. 정확히 어떤 것을 원하십니까? 기술 혹은 개념인가요? 아니면 실물?”
“이런 것들을 원합니다.”
유지하는 즉석에서 아르마가 가르쳐준 것들을 종이에 적어나갔다.
그것을 확인한 마틴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건 얼치기 우주소년의 지식이 아니잖아?
목록은 생명유지 장치에서부터 추력편향 노즐, 페어링 시스템과 킥 모터 등 우주발사체의 핵심을 총망라하고 있었다.
백미는 RS-25 엔진이었다.
NASA조차도 대형 우주 프로젝트 외엔 용도를 찾기가 어려워 반쯤 폐기하다시피 한 이런 거대한 엔진을 왜 원하는 걸까?
‘그냥 가지고 싶은 건가? 장난감처럼?’
정말 그렇다면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신라에너지가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돈으로 원하는 게 현실성 없는 우주놀이라니.
마틴은 눈앞의 동양인 청년이 제 2의 일론 머스크가 되고 싶어 하는 게 확실하다는 평을 내렸다.
“목록을 보니 정확히 핵심을 짚으셨군요. 이거 다음엔 한국판 스페이스X가 출현하는 거 아닙니까?”
“이것들의 설계도와 실물 하나씩을 원합니다. 절대 외부로 유출되진 않을 거고, 추가로 원하는 것도 없을 겁니다. 마틴 부보좌관, 미국에 복귀하실 때 수송기를 타고 가십니까?”
“이 기지에서 C-17 수송기를 이용합니다. 덜컹거리지만 나름 괜찮아요.”
“그럼 옆에 포신 샘플을 하나 갖고 가게 해드리죠. 물론 정확한 설계도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만.”
“···유지하씨,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내 일정은···”
“이틀 뒤까지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마틴 부보좌관은 태연하게 말하는 유지하를 보며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레일건의 핵심인 포신이 그렇게 빨리 준비될 수 있는 물건인가?
유지하는 잔잔한 웃음을 띤 채 말했다.
“만약 이 조건을 수락한다면 앞으로 미군은 레일건 포신과 축전지 걱정은 안 해도 될 겁니다. 설계변경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다른 플랫폼에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탄도탄 방어용 레일건 같은···
“미안합니다, 잠깐 연락 좀 하고 오죠.”
“얼마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