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19
마틴 부보좌관은 예상보다 긴 1시간 뒤에 사무실로 돌아왔다.
“기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백악관에서 진행하라고 하는군요. 곧 NASA에서 기술이전담당 매니저가 전화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이로서 계약이 체결되었다.
유지하와 미국 측 인물들은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몇 페이지의 양해각서를 작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약속대로 마틴 부보좌관과 NASA의 매니저가 탑승한 C-17 수송기에 블랙메탈 포신이 실렸다.
지나가던 군인들이 신기한 듯 쳐다봤고 LIR을 체크하던 담당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실을 때부터 궁금했는데 이 커다란 건 뭡니까?”
“이게 뭐냐면···해군 친구들이 아주 좋아할 물건이야.”
“와우.”
블랙메탈 포신을 실은 수송기가 오산기지의 활주로를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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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가 이런저런 계약을 하러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아르마는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그 중의 하나는 블랙메탈 배터리 제조공정을 포함한 스마트 팩토리였다.
아르마가 설계하는 만큼 공정은 이전보다 대폭 자동화된 게 특징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완전 자동화는 이루지 못했는데, 유지하의 지시 때문이었다.
“완전 자동화를 해버리면 고용이 뚝 떨어지잖아? 안 그래도 한국은 실업률이 치솟아서 난리인데 우리가 그러면 안 돼.”
유지하의 목적 중 하나는 영향력 증대다.
신라그룹 전체에 좋은 이미지를 심고 그것을 이용해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라 고용인원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
덕분에 아르마는 전극, 조립, 화성이라는 공정 전체에 비효율을 집어넣어야 했다.
「제 손으로 이런 공정을 설계하다니, 정말 끔찍해요」
“조금만 참아. 머지않아 눈치 보지 않아도 될 때가 올 거야.”
그것은 북태평양에 인류연합의 초석이 될 땅을 만든 이후가 될 것이다.
유지하는 아르마가 선별한 제안서들을 최종적으로 검토했다.
각국의 블랙메탈 확보와 부지 확보, 공장 건립 등 검토해야 할 것들이 매우 많았지만 그는 기계적으로 그것을 훑어나갔다.
“레이오 전기차? 블랙메탈도 확보 안 된 상태에서 이 공급계획은 뭐야? 일단 확보하고 말하라고 해.”
「관련 업무지시를 작성하겠습니다···」
“애플은···이건 신라오토에 가야 되는 거 아닌가? 왜 여기로 왔지?”
애플의 제안서에는 신라오토를 통해 자신들만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묻어났다.
굳이 욕망이라고 표현한 것은 요구사항이 지나쳤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통제권 전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신라오토를 자신들의 하청으로 만들고 싶은 거죠. 참고로 말씀드린다면 애플은 이미 여러 자동차 기업에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러니까 자동차 기업이 차를 만들면 거기에 소프트웨어 좀 첨가하고 애플카라는 이름을 붙인다는 거지?”
「거의 정확합니다」
“지랄하고 자빠졌군.”
유지하는 배터리 공급 제안서를 찢어버렸다.
“앞으로 들어오는 애플의 제안서는 제일 뒤로 미뤄.”
돈만 바랐다면 애플의 태도에 상관없이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유지하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긍정적인 영향력이었다.
무슨 짓을 해도 지지해줄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폭스바겐···배터리를 전량 공급해주길 원한다고? 그쪽은 블랙메탈이 없나?”
「영해가 좁아서···덕분에 세계적인 자동차그룹을 많이 가진 독일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영국이 블랙메탈 공급을 거절했거든요」
“독일 자동차 회사가···젠장, 너무 많군.”
벤츠, BMW, 폭스바겐 등 미래자동차를 웃도는 회사가 즐비했다.
전통적인 내연자동차에 주력한 만큼 전기차에선 입지가 다소 희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해 생산량이 600만 대가 넘었다.
어딘가에서 블랙메탈 배터리를 공급받지 못하면 2류로 추락할 상황이었다.
유지하는 블랙메탈 매장량 지도에서 러시아 쪽을 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러시아엔 육지에 두 군데나 있군. 이쪽과 접촉하는 게 독일 입장에선 편하지 않나?”
「작년에 러시아가 인권운동가를 암살하는 바람에 독일이 맹비난했고 천연가스 공급이 차단된 적이 있습니다」
“골치 아픈 관계군. 일단···프리미엄 라인에는 공급할 의향이 있다고 해.”
「업무지시 전달하겠습니다」
아르마는 업무지시를 작성하고 전달할뿐, 실제 그걸 진행하는 사람은 직원들이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다행히도 새로 회사에 들어온 인력은 영어에 꽤 능통했다.
“러시아쪽은···같이 매장량을 확인하고 채광까지 해보고 싶다고?”
「러시아엔 블랙메탈 매장량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에 비해 자국 산업은 형편없죠. 넘치는 블랙메탈을 이용해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려는 모양입니다」
“우리와 협업해서 말이지···나쁘지 않군. 일단 이야기나 들어보자고.”
다양한 국가와 기업에서 제안서를 들이밀었고 유지하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처리했다.
일본 토요타에서도 제안서가 왔는데 뜻밖에도 방문을 요구했다.
“선대라고 하면 내 아버진가? 왜 아버지를 들먹이는 거지?”
「신라오토가 미래자동차그룹에서 떨어져 나왔을 때 공정 라인 관련해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럼 이건 무시할 수가 없겠는데.”
이 시대에선 아버지의 빚을 아들이 갚는 일이 비교적 흔했다.
대단한 걸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만나서 계약조건을 들어보는 것 정도라면 충분히 납득할 만했다.
「하지만 마스터, 일본 내의 여론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번에는 안 가시는 걸 권합니다」
“그래도 일본은 선진국이고 민주국가라며? 날 감금하지는 못하겠지.”
「그게 아니라 홀대할 거라는 의미입니다. 블랙메탈과 배터리에 관한 일본 여론은 매우 엇갈립니다만, 건방지다, 용서할 수 없다는 기류는 공통적입니다」
“···뭘 용서할 수 없다고?”
「블랙메탈은 신의 금속인데 그것을 함부로 이용하려 한다고···」
유지하는 헛웃음을 흘렸다.
“신의 금속이 아니라 우주괴물의 껍질인데 단단히 헛짚었군. 그래서 계약을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들의 충격이 워낙 커서 마스터를 대하는 태도가 정상이 아닐 겁니다」
“그렇게 충격이었나?”
「시연회에서 하필 건담이 튀어나오는 바람에···후쿠다 기자가 변형시킨 그 로봇은 일본의 상징 중의 하나입니다」
“난리가 났겠군.”
「현재 일본 포털 사이트의 국제뉴스란을 보면 마스터와 신라에너지, 블랙메탈, 배터리에 관한 기사가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관심도가 높습니다」
“남의 집 살림이 뭐가 그리 궁금해서···하여튼 이건 아버지의 의향을 들어봐야겠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받았다니 그것을 갚아야 한다.
아버지에게 연락하자 그는 미안해했다.
―실은 신라오토 라인을 깔 때 토요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물론 우리 좋으라고 한 건 아니겠고 미래자동차의 지분을 갉아먹으라는 의도였겠지.
“걱정 마세요, 아버지. 제가 가서 만나고 오겠습니다.”
―미안하구나. 참, 신형 채광선 관련해서 설계가 끝났다.
“벌써 끝났습니까? 되게 빠른데요?”
―데크하고 스타보드만 살짝 수정하면 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지. 그리고 설계본부 직원들이 아주 극찬을 하더구나. 네 설계도에 고칠 곳이 하나도 없다던데.
아르마가 설계한 거니까 당연하다.
유지하는 대충 얼버무리곤 전화를 끊었다.
이제 일본으로 가서 마음의 빚을 없앨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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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하는 창고를 연상케 하는 사무실에서 홀로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홀대를 할 거라는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치졸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장소는 토요타나 파나소닉의 본사도 아니고 일본자동차공업협회, JAMA의 작은 사무실이었다.
비품 등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고 유일한 책상에는 먼지가 가득했다.
화이트보드엔 A4지가 두 장 붙었는데 ‘블랙메탈에 관한 토요타-파나소닉의 입장 설명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애초에 계약을 할 의지가 없었군.’
이런 초라한 자리에 불러놓고 일방적으로 입장을 설명한 다음 쫓아낸다.
이것이 두 기업이 원하는 그림이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기자들이 들이닥쳐 기사를 생산해 뿌릴 것이다.
초라한 사무실과 멍하니 홀로 앉아 있는 유지하, 그림이 퍽 괜찮지 않겠는가?
그게 어떤 이득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패배감에 목마른 일부 일본인에게 물 한 잔 노릇은 해줄 것이다.
‘한심한 놈들.’
유지하는 두 기업 자체엔 개인적인 감정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나오면 거리를 둘 수밖에 없고 그건 전적으로 그들의 손해였다.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30분이나 기다렸는데 안 온다···’
이런 자리는 시간 엄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건 홀대를 넘어서는 괄시였다.
굳은 얼굴로 사무실을 나가는데 복도 끝에서 두 명이 다가왔다.
통역사를 대동한 토요타와 파나소닉의 간부였다.
“지금부터 블랙메탈 계약 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하지만 유지하의 반응은 아주 차가웠다.
“이런 창고에서 무슨 계약을 한다는 겁니까? 그것도 30분이나 늦어 놓고.”
“유감입니다. 하지만 저희 측에서도 나름 할 일이 많았던 터라···”
입으로는 유감이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뭐랄까, 자신들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토요타에서 신라오토에 도움을 준 것은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답례로 이야기나 들어보자고 여기에 왔는데 이렇게 홀대할 수 있습니까? 당신들은 외국 기업인에게 항상 이렇게 대합니까?”
“항상 그렇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홀대해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유지하가 돌아서는데 기자들이 우르르 달려와 마음대로 취재하기 시작했다.
그에 힘을 얻기라도 했는지 노년 간부의 목이 뻣뻣해졌다.
“일본국엔 블랙메탈이 많이 매장되어 있습니다. 또한 많은 현에서 블랙메탈 인자를 보유한 사람이 다수 등장했고요. 즉 당신들의 도움은 필요 없다는 겁니다.”
“그럼 왜 나를 불렀습니까?”
“이런 것들을 통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제정신이 아니로군.”
“말을 삼가하십시오, 유지하씨.”
유지하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못하고 본색을 드러내면서 무슨 소립니까? 아무튼 두 기업의 진의는 잘 알았습니다. 앞으론 관계되는 일이 없을 겁니다.”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찰칵찰칵.
기자들이 카메라로 둘의 대립구도를 열심히 찍어댔다.
결국 두 기업은 이런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블랙메탈 배터리가 발표된 이후 두 기업의 주가가 계속 떨어졌고 그걸 만회하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걸 위한 게 바로 신라에너지의 유지하를 불러서 쇼를 연출하는 것이었다.
전말이 드러나면 낯 뜨거울 일이지만 일본 내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그럴 염려는 없다.
일본 언론은 두 기업이 보여준 영상과 멘트만을 골라 내보낼 것이고 유지하는 바보같이 취급될 것이다.
거기에 유지하의 과거 행적이 곁들여지면 아주 멋진 쇼가 완성된다.
일부 일본인들은 마약 중독자가 배터리를 개발했다며 비웃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착각한 것이 있다.
일본 근해에 위치한 플레이그 코어는 이미 아르마가 회수했다.
즉 블랙메탈의 매장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늘어날 일은 없으니 일본은 조만간 블랙메탈 가뭄에 시달리게 된다.
‘너희들이 자초한 거다.’
유지하는 혀를 차며 귀국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인류연합의 재건 로드맵에서 토요타와 파나소닉을 완전히 지우기로 했다.
앞으로 두 기업과 관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바람대로.
슈퍼 을 2
유지하가 귀국하고 얼마 후.
일본 유수의 경제지에서 포털 사이트에 기사를 등록했다.
기사의 이미지엔 한 남자가 창고로 보이는 곳에 초라하게 앉아 있었다.
경제지는 그의 정체를 최근 절호조에 있는 한국의 에너지기업 사장이라고 표현했지만 기사를 보는 사람들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신라에너지의 사장, 유지하였다.
―유지하씨, 토요타와 협상에 실패한 후 의기소침.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토요타와의 계약 대실패···신라에너지 침몰의 전조인가?
명백한 사실무근이었다.
애초에 초대한 건 토요타였고 유지하는 단지 계약에 대해 의논하러 일본에 왔다가 홀대를 당하고 귀국했다.
하지만 토요타, 파나소닉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기자들은 사실을 왜곡했다.
유지하가 공급을 허락해 달라고 부탁한 것처럼 기사를 써버린 것이다.
기사가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수천 개의 리플이 달렸다.
―직원 수 100명 남짓한 기업에겐 저 정도 자리가 적당하겠지.
―그야말로 혼신의 냉담. 웃음이 멈추지 않아.
―토요타에게 계약 구걸하러 왔나? 미안하지만 한국과 관계되는 것은 사양이다.
다만 몇몇 사람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블랙메탈 배터리는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인데 계약해 달라고 찾아온다고?
―한국의 언론은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신라에너지에 제안서를 보냈다고 설명하고 있어. 토요타만 직접 내방했다는 거야?
―이 기사, 애초에 이야기로서 성립되지 않아. B2B에서 계약 전에 의견을 조율하는 건 상식이야. 저렇게 창고 같은 곳에서 홀로 앉아 있을 수가 없다고.
―애초에 저런 창고 같은 사무실을 지정한 것에서 큰 실례야.
진실에 가까운 의견이 다수 나왔으나 수천 개의 반대 폭격을 맞고 하단으로 처박혔다.
이런 류의 기사를 보는 일본인들에게 진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한국을 깔아뭉개고 일본이 승승장구하는 그림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어차피 국내에도 블랙메탈은 있어. 이제 파나소닉이 배터리로 만들기만 하면 돼.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인구가 많아.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 인자를 가진 능력자도 많겠지.
―후쿠오카에 측량선이 갔으니까 곧 매장량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거야.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이상한 소문이 넷상에 돌기 시작했다.
―왜 경제산업성 홈페이지에 블랙메탈 매장량 갱신이 안 되는 거야?
―바보냐? 실시간으로 매장량이 늘어나는데 그걸 어떻게 조사해?
―최소한의 수치조차 제시하지 않는 경제산업성이 이상하다고.
―블랙메탈은 정확한 매장량을 산출하긴 어렵지만 범위는 잴 수 있어.
―신라에너지 홈페이지에 각국의 현황이 적혀 있는데 일본만 빠져 있다고. 경제산업성이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거야.
―기밀을 괜히 한국 같은 곳에 가르쳐줄 필요는 없어.
언제나 그렇듯 넷의 의견은 한국과 관계되지 않는 게 좋다라는 식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경제산업성을 포함한 정부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역신문의 기사를 근거삼아 정부가 뭔가를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미국, 영국, 러시아, 한국 모두 블랙메탈 산지 주변은 어획량이 급감해서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 후쿠오카만 어획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이야?
―지금 제 6호위대에서 이상한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측량선에서 전혀 조사를 안 하고 있나봐. 배만 띄워 놓고 있는 거야.
―자위관 트윗이야? 링크 줄 수 있어?
―아, 지금 보니까 삭제됐네.
―이건 100% 정부가 은폐하는 거야.
상황이 수상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각 방송국은 번화가를 돌면서 블랙메탈 인자를 가진 사람을 찾는 기획을 벌였다.
―이 블랙메탈을 변형시키면 1억엔! 자아 과연 행운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그러나 야속하게도 행운의 주인공은 나타나지 않았다.
급했던 방송국은 최초로 블랙메탈 인자를 가졌다고 보도된 파나소닉의 연구원을 찾아갔다.
물론 그는 블랙메탈을 변형시킬 수 있었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한국의 시연회에서 등장한 정밀한 건담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모처럼 티비 앞에 모여 구경하던 일본인들이 투덜거렸다.
―뭐야. 왜 모자이크를 하는 거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내보낼 수준이 아니라는 거겠지.
―패널들 반응은 장난이 아닌데?
―입이 웃고 있지 않아···
―아빠, 건담 어디 있어?
다만 일본인 모두가 일련의 쇼에 속아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
도쿄에 위치한 소규모 전기차업체 코다인의 직원들은 신라에너지에 샘플을 요청했고 정중한 답변을 받았다.
6개월 안에 반납하는 조건으로 3대분의 샘플을 대여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환호하며 괴짜 방송사로 일컬어지는 TV도쿄의 카메라맨과 기자를 대동하고 곧장 한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며칠간 기다린 끝에 직접 유지하를 만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직접 찾아온 일본인은 그들이 처음이었단다.
“반갑습니다. 유지하라고 합니다.”
“사장, 한 가지만 물어보고 싶습니다. 현재 우리 쪽에서는 이런 소문이 돌고 있는데 말이죠···”
코다인의 직원들이 일본 쪽의 기사를 번역해서 보여주자 그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저기에 앉아 있었던 건 맞는데 설명이 잘못됐네요. 애초에 저는 토요타의 초대를 받아서 갔었습니다.”
“설마···불러놓고 저렇게 홀대를 했단 말입니까?”
“그 태도에 대해선 지난 일이니까 꺼내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다만?”
“앞으로 저는 토요타와 파나소닉에 한하여 그 어떤 협력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 말은···”
“말 그대로입니다. 그냥 없는 회사로 취급하겠다는 겁니다.”
대체 무슨 취급을 당했기에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걸까?
어쨌건 코다인과는 상관없는 문제였으므로 그들은 화제를 전환했다.
“아, 시연회 때 건담은 정말로 인상 깊었습니다. 혹시 여기에서도 그런 식으로 변형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여기 큐브가 있는데···”
유지하가 분해기와 큐브를 꺼내자 오타쿠의 표본이랄 수 있는 직원들이 너도 나도 하겠다고 나섰다.
“가위 바위 보! 이겼다!”
살집이 넉넉한 한 직원이 승리하고선 분해기를 끼고 큐브를 만졌다.
그러자, 세상에.
큐브는 날씬한 체형의 미소녀 피규어로 변신했다.
코다인 직원들이 질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