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20
“이 녀석 저질러버렸어···”
“어이, 이타노. 여기까지 와서 취향을 드러내는 건 그만두라고.”
유지하는 잔잔하게 웃으며 다른 직원들에게도 변형을 권유했다.
곧이어 마리오, 피카츄, 쿠마몬 등 각양각색의 마스코트가 출현했다.
직원들이 낄낄거리며 웃는 동안 TV도쿄의 카메라맨이 이 모든 과정을 렌즈에 담았다.
그리고 얼마 후 유지하의 인터뷰가 TV도쿄를 통해 방송되었다.
일본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뭐야···토요타가 초대를 해서 간 거였어?
―대체 왜? 오모테나시는 일본의 혼 아니었냐고.
―그럼 창고 같은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었던 이유는···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일본인은 문제를 숨기는데 매우 능숙했다.
보이지 않으면 문제도 없다고 여기는 경향이 퍼져 있었고 굳이 소란을 피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였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어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유지하와 신라에너지 관련된 기사나 영상이 넷상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묻지 않았고 들춰내지도 않았다.
극소수 진실을 파헤치는 이들의 목소리는 다수에 파묻혔다.
일본은 조용해졌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
.
.
―신형 포신은 감동적일 정도로 완벽합니다. 참모차장께서 경의를 표하셨고, 7함대 부사령관은 줌왈트에 저 빅건을 달아야 한다고 소리를 질렀지 뭡니까.
“꽤 괜찮았나 보군요.”
―괜찮은 정도가 아닙니다. 그 포신 덕분에 총 100억 달러를 쓰레기통에서 건져 올렸다면 이해가 되겠습니까?
“100억 달러라면···아, 줌왈트 3척 건조비용인가 보군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줌왈트는 레일건과 HVP등 신형 무기체계를 전제로 한 전투함입니다. 홀로 존재할 수 없는 거죠.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의회는 순순히 허락하던가요? 줌왈트에는 단 1달러도 더 쓰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한 것 같았는데.”
―그건 지금부터 설득해 봐야죠. 의회조사단에서는 보고서에 줌왈트라는 이름만 들어가도 학을 떼더군요.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마틴 부보좌관의 목소리는 상당히 들떠 있었다.
블랙메탈 포신은 약간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탑재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차례의 테스트까지 문제없이 견뎌냈다.
중간에 과부하가 걸리긴 했지만 그건 포신이 아니라 발전기 냉각장치의 문제였다.
―지금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조만간 한국에서 다시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전화가 끊기자 아르마가 보고해왔다.
「마스터, 전에 지시하신 어설트 아머의 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 벌써?”
「현재 격납고로 수송하는 중입니다. 화면에 표시하겠습니다」
어설트 아머는 인류가 만들어낸 소형 기동병기다.
소형이라고는 하지만 현대의 어지간한 전투기보다 크고 무겁다.
이 기동병기의 임무는 단 하나, 반입자 반응탄을 플레이그 함대에 배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설트 아머의 파일럿을 흔히 배달부라고도 부른다.
“오랜만이군···”
유지하는 감회에 젖은 얼굴로 화면을 올려다봤다.
15세에 임관하고 1년 만에 재능을 인정받아 어설트 아머를 탔다.
그렇게 전장을 누빈 것이 최소 40년.
죽을 고비도 여럿 넘겼고 인류의 영웅이 되어 가슴 뿌듯한 충족감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이야 땅에서 지내는 신세지만 당시의 그는 어설트 아머를 타고 우주를 비행할 때 비로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성우처럼 쏟아지는 생체 포탄과 에테르 레이저 포격을 뚫고 플레이그 함대를 뚫고 들어갔을 때의 쾌감.
그리고 반응탄이 제대로 먹혀 플레이그 기함을 폭사시켰을 때의 기분은 파일럿이 아니면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탈 수 있나?”
「아쉽지만 마스터의 육체가 버티지 못합니다. 추가적인 시술이 필요합니다」
유지하의 육체는 인간을 초월했지만 어설트 아머에 탑승하기엔 무리였다.
“그걸 하려면 며칠이 걸리지?”
「치료용 캡슐에서 4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휴가라도 내셔야 하겠네요」
“밀린 걸 다 처리하면 그쯤은 낼 수 있을 거야.”
그는 아쉬움을 안고 청와대 비서관이 준 번호를 통해 대통령에게 연락했다.
―내가 먼저 전화를 하려고 했었는데, 이거 마음이 맞았군요.
“죄송하지만, 어떤?”
―급할 거 없으니 유 사장이 먼저 하세요. 혹시 일본 쪽 이야기입니까?
역시 알고 있었군.
일본에 가서 홀대당한 이야기를 털어놓자 스피커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런 일이···아무리 자존심이 상해도 그런 대접을 할 수가 있나. 아무튼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 이후로 토요타와 파나소닉과는 거래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쪽도 바라는 바겠지만요.”
―으음···
이현성 대통령의 목소리에서는 곤혹스러움이 묻어났다.
“설마 두 기업의 사과를 받아들이란 말은 안 하시리라 믿습니다.”
―이거 정말 어렵군요. 솔직히 털어놓겠습니다. 오늘 오전에 일본 대사관을 통해서 연락이 왔어요. 총리입니다.
일본 총리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건 것이다.
그동안 정상회담도 거절하고 모든 접촉시도를 무시로 일관했던 일본이 먼저 연락하다니 희한한 일이었다.
“아마 블랙메탈 때문일 겁니다.”
―아아, 그 후쿠오카 블랙메탈 말이지요? 매장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소문이 돈다던데.
“맞습니다. 후쿠오카쪽은 어획량이 완전히 회복됐거든요. 그건 블랙메탈이 증식되지 않는다는 걸 뜻하고요.”
―그거 큰일이군요. 나로선 유 사장에게 강권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마음 같아서야 이런저런 조건을 잔뜩 붙이고 싶지만···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저는 일본에 대해선 감정이 없습니다. 제가 배제하기로 한 건 토요타와 파나소닉 뿐입니다.”
―하지만 두 기업이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을 테니 결국 셋은 한 배를 탄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도 둘을 포기할 순 없어요.
“그럼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블랙메탈 매장량을 바라보며 타국에 아쉬운 소리를 하는 수밖에요.”
그 대상은 주로 러시아가 될 것이다.
미국은 자국 산업의 수요를 대기에도 벅찰 테니까.
하지만 러일관계는 차라리 한일관계가 부드럽다고 생각될 정도로 험악했다.
작년 중국의 팽창에 따른 센카쿠 열도 어선 포획 사건에서 러시아가 중국의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쿠릴 열도를 가지고 갈등을 빚던 과거도 있어서 두 국가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조만간 러시아 쪽에서 접근해 올지도 모르겠군요. 이거, 유 사장 덕분에 요즘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하하.
“아···참, 대통령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레일건 말이지요? 미국에서 실험했다는 건 나도 들었습니다. 우리도 TF를 해체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ADD쪽에서 연구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미국과 중국이 포기했는데 우리라고 수가 있을 리 없지요. 부정적인 보고서만 올라오더니 연구원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 TF자체가 끝장났어요. 사실 예산이 많이 부족하기도 했고···
아직 미련이 남는 모양이다.
유지하는 인수를 제안할까 하다 관두었다.
시설과 장비는 남아 있을 테니 신라하이텍을 인수한 다음 천천히 가져오면 된다.
“레일건만 있다면 중국의 해상압박을 상당히 상쇄할 수 있을 텐데요.”
―그놈의 항모만 아니었어도···아 그리고 블랙메탈 쟁탈전에 육군도 가세했습니다.
“육군은 왜···”
―K-3 전차를 재설계하는 한이 있더라도 블랙메탈을 장갑으로 넣어야겠답니다. 날탄은 물론이고요.
“이거 회의 참석하면 장군님들에게 쥐어뜯기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공군 장성들은 아닐 겁니다. 그쪽은 블랙메탈과 관계가 없으니까요. 그 시무룩한 얼굴을 유 사장이 봤어야 하는 건데.
대화는 무척이나 훈훈하게 끝났다.
그리고 유지하는 전국의 지자체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너도나도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그게 하나둘이 아니어서 위원회만 30여 개가 생겨났고 언론과 시민단체를 동원해 여론을 조성하려 애썼다.
물론 유지하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지자체들에게 경고했다.
―부지 선정이고 공장 건립이고 모든 것은 내가 결정합니다. 시끄럽게 구는 지자체는 뒤로 미루겠습니다.
일각에선 배터리 하나가지고 너무 건방지다는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유지하가 투자금의 규모를 발표하자 항의의 목소리가 쑥 들어가 버렸다.
―올해 안으로 독일 자동차연합이 40억 유로의 투자금을 대기로 했습니다. 미국의 포드가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1차 투자금입니다. 현재 약 7차까지 투자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기업이 대부분 달려들었으니 규모가 엄청났다.
기가 막힌 건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ESS 등 블랙메탈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분야는 엄청나게 많았다.
그리고 유지하는 그 모든 생태계를 조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일컬어 슈퍼 을이 선언했다.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고 싶으면 보다 좋은 조건으로 내게 제안하십시오. 조건이나 고용 현황, 입지 등을 고려해서 선별하겠습니다.
지자체 전체가 조건 검토하느라 발칵 뒤집어졌다.
그리고 세틀러호에선 아르마의 의체 제작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푸슉.
입에서 호스가 빠져나오며 주황빛의 액체가 주르륵 흘렀다.
아르마가 눈을 떴다.
2180, 지구
인류연합에서 안드로이드는 딱 하나의 경우를 제외하면 제한이 없다.
일정 수준 이상의 인공지능이 의체를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류연합의 안드로이드를 살펴보면 어딘가 모르게 맹한 구석이 있다.
겉으로는 인간과 구별하기 어렵지만 대화를 나눠보면 금방 눈치를 채게 된다.
다만 유지하와 아르마에겐 그런 규칙 자체가 적용되지 않았다.
인류연합은 이미 사라지고 없으니까.
「의체 제작기 개방」
캡슐이 열리며 아르마가 천천히 나왔다.
그녀는 마스터인 유지하를 쳐다보며 생긋 웃었다.
“어떤가요, 잘 된 것 같나요?”
“너무 튄다는 걸 제외하면. 하여튼 옷 입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많아.”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스터란 호칭은 안 돼. 그냥 사장이라고 불러.”
“네, 사장님.”
크림빛 머리카락을 가진 아르마가 생긋 웃었다.
유지하는 안경을 쓰는 그녀에게서 루시아의 모습을 겹쳐서 보았다.
‘멘탈 모델이라서 그런가? 습관까지 비슷하군.’
특히 손가락으로 안경을 스윽 밀어 올리는 동작은 영락없는 루시아였다.
마침내 옷을 다 입은 아르마가 주인의 앞에 섰다.
“이 정도면 외국계 비서 같지 않나요?”
유지하는 턱을 괴고 그녀를 쳐다보다가 문득 탄식했다.
“너무 눈에 띄어. 주름 좀 넣었으면 좋았을걸.”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외모가 너무 아름다웠다.
하이힐까지 신어서 키는 180cm가 넘었고 체형도 운동선수처럼 쭉 빠졌다.
“그래도 저는 이 모습이 마음에 드는걸요.”
주인 앞에서 한 바퀴 돌아 보이는 아르마.
아무래도 흉부를 너무 키운 것 같다는 염려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마음에 든다니 됐어. 그건 그렇고 무장은 어떻지?”
“현재 이런 무장을 갖췄습니다.”
유지하 앞에서 무장 시연회가 펼쳐졌다.
플라즈마 실드와 지향성 EMP 충격기는 기본이고 에테르 레이저와 코일건까지 갖췄다.
특히 에테르 레이저는 플레이그가 쓰는 것에 비해 출력이 약간 낮을 뿐이라서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요약하면, 아르마는 이 작은 몸에 중화기로 무장한 군부대와 정면에서 맞설 수 있는 화력을 지녔다.
동력원은 파워셀로, 탐사정에 쓰이는 것에 비해 소형이지만 고출력이었다.
또한 전차도 밀쳐낼 수 있는 힘과 강력한 재생력이 있기에 위험에 처할 일이 없었다.
이쯤이면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아쉽게도 그런 기능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외에 셀카도 찍을 수 있답니다.”
찰칵.
고성능 카메라 역할을 겸하는 왼쪽 눈이 한 인간과 한 안드로이드를 찍었다.
그리고 오른쪽 눈이 그 사진을 허공에 홀로그램으로 투사했다.
유지하는 덤덤하게 홀로그램을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너무 한국인이잖아.”
“요즘엔 한국에 빠진 외국인 컨셉도 많아서요. 돈도 많이 버는 것 같더라고요.”
“됐고 다른 녀석들은 어떻지?”
그녀를 제외한 안드로이드를 말한다.
직원으로 굴릴 수 있게 외형은 평범한 한국인 남성으로 설정되었다.
성격은 다소 내성적이고 말수도 적은 편인데, 안드로이드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선 이게 최선이었다.
“현재 합성피질을 제작 중입니다. 제작 완료까지 약 500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우주 개발과 동시에 투입할 테니까 그때까지 조정해둬. 그리고 내 육체시술은?”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어설트 아머에 타기 위해선 초인적인 육체와 다양한 시술이 필요하다.
일단 조종부터 쉽지 않은데, BMI(brain machine interface)를 쓰기에 뇌와 어설트 아머의 컴퓨터를 완전히 동기화해야 한다.
동기화에 쓰이는 것이 중추신호전달액으로 뇌척수액을 대체한다.
이것은 단지 1단계에 불과했고 최종적으로 7단계의 개조시술을 거쳐야 비로소 어설트 아머에 탑승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
다만 유지하는 오메가 레벨 사이커였으므로 최종시술인 에테르 회로 삽입은 생략할 수 있었다.
「치료용 캡슐 개방」
유지하가 캡슐 안에 들어가자 시술이 시작되었다.
주황색 수액이 캡슐을 가득 채우자 의료용 레이저가 배를 가르고 장기를 끄집어냈다.
고막과 세반고리관도 섬유세라믹제로 교체되었고 심장까지 쪼개졌다.
이런 과정은 시술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은 인간을 어설트 아머의 부품으로 만들기 위한 개조에 가깝다.
22세기 후반의 인류는 이렇게 하고서도 플레이그에 패배해 종말을 맞이했다.
「바이오칩 동기화 완료」
마지막으로 유지하의 체내에 삽입된 바이오칩과 어설트 아머를 1:1 동기화가 끝났다.
이제 그는 어설트 아머를 자신의 수족처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유물해석기관 아크의 수장인 루시아는 파일럿들을 괴물이라 평했다.
―잠자리를 뇌로 컨트롤해서 1m 앞도 제대로 안 보이는 폭우 속을 몇 시간 동안 날아다니는 거나 다름없어요. 한 방울이라도 맞았다간 목숨이 위태롭죠.
유지하는 그런 파일럿들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우버 파일럿이었다.
40년에 달하는 파일럿 생활 동안 피격된 적은 손에 꼽을 정도고 단기로 플레이그 함대를 궤멸시킨 적만 10번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우주에서 몰려드는 플레이그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너무도 많았고, 또 강했다.
「회복 완료. 캡슐 개방」
4일 뒤 유지하는 회복까지 끝마치고 캡슐에서 나왔다.
오른쪽 안구를 의안으로 대체했기에 이제 확대 축소까지 가능했다.
무엇보다 이제 그는 모함에서 보내주는 중력자 레이더의 정보를 머릿속에서 시각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주변에 뭐가 있는지 안다는 뜻이다.
“수고하셨어요. 어설트 아머도 완벽하게 준비되었답니다.”
“가보자.”
둘은 워커를 타고 격납고로 이동했다.
벌새 형상을 한 어설트 아머가 구속케이지에 붙들려 있었다.
“오랜만이다, 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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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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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 캐퍼시터 충전 완료. 구속케이지 분리」
「락 볼트 해제. 사출 준비 완료」
「사출합니다」
격납고의 해치가 열리며 레일에 매달린 어설트 아머가 튀어나갔다.
해치 바로 앞에는 바닷물 대신 푸른색의 워프게이트가 존재했다.
융합로에서 뿜어지는 에테르 역장이 바닷물을 밀어내고 워프게이트를 만든 것이다.
워프게이트를 빠져나가니 바로 우주였다.
인류가 멸망한 22세기의 그 태양계.
유지하는 아주 오랜만에 우주공간에 내던져지는 특유의 감각을 즐겼다.
보통 사람이 이런 느낌을 받게 되면 토하기 쉽지만, 그에겐 매우 익숙했다.
“후···”
빙글빙글 도는 어설트 아머의 렌즈에 붉은 지구가 포착되었다.
유지하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동기화를 시작했다.
「중추신호전달액 농도 상승, 동기화율 상승 중···」
어느덧 유지하는 자신의 몸 대신 거대한 벌새 형태의 기동병기를 자각했다.
팔다리가 사라지고 대신 허니버드 윙팩과 메인 부스터가 자리 잡았다.
그가 머리를 움직이자 어설트 아머의 헤드가 천천히 돌았다.
「동기화 완료. 88%로 매우 훌륭합니다」
보통의 파일럿이라면 그렇겠지.
유지하는 그 정도 숫자에 만족할 수 없었지만 오랜만에 탄 것이라 그러려니 했다.
“가자, 딩고.”
메인 부스터에서 눈부신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어설트 아머는 잔상만 남기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