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22
수출성과가 부진했던 K-2 흑표 전차를 생각하면 육군에서 욕심을 내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이렇듯 블랙메탈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충분히 넘쳤다.
하지만 22사단을 포함한 최전방 전투부대만큼 절실한 곳은 없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그리고 여러 장군님들. 블랙메탈은 분명 국군의 대형 방위사업에 필수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현실적인 분야에 눈을 돌려보면 어떻겠습니까?”
“어떤 분야 말이오?”
“북한의 도발 문제입니다.”
PPT가 출력되며 22사단 참모장 임원식 대령이 설명해 나갔다.
“2020년대 들어 북한의 경제사정이 극도로 악화됨에 따라, 최근 전방에 위치한 전연군단에서 많은 탈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들을 그냥 놔둘 리가 없으므로 필연적으로 총격전이 벌어집니다···”
25년에만 비무장지대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진도개 하나가 네 번이나 발령되었다.
심각한 건 상황에만 그치지 않고 북한 병력과 국군 병력이 실제 교전을 치렀다는 점이었다.
수색대에서 사망자가 다섯 명이나 발생하는 바람에 당시 22사단의 간부들이 줄줄이 징계를 먹었다.
동시에 다목적 방탄복의 처참한 성능도 드러났는데, 북한군의 7.62mm를 제대로 막지 못했던 것이다.
분명 NIJ 레벨4 인증을 받은 방탄복이 왜 이럴까?
감사 결과 납품업체에 큰 문제가 있었다.
테스트에는 멀쩡한 플레이트를 제공하고 실제로는 중국에서 수입한 플레이트를 납품한 것이다.
테스트 결과 7.62mm는 고사하고 5.56mm조차도 제대로 막을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목적 방탄복 사업을 주도한 장군 한 명이 보직해임을 당했고 납품업체는 징계를 먹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육군은 북한군 전연군단이 철갑탄을 쓰기 시작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음에도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징계를 받은 장군도 슬그머니 후방부대에 복귀했고 실질적으로는 바뀐 게 없었다.
임원식 대령은 블랙메탈의 필요성에 대해 호소했다.
“병사들은 죽음의 위협 앞에서 싸우고 있는 실정입니다. DMZ 안에 정찰이라도 들어가면 제발 내 플레이트가 중국에서 온 것이 아니기를 비는 형편입니다.”
K-3 전차나 신형 잠수함 같은 멋진 무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가 회의실의 분위기를 무겁게 했다.
어느 한 장군은 이렇게 발언했다.
“임 대령. 모처럼 대통령님과 우리 유 사장을 모셨는데 그런 발언은 적절하지 않아요. 이만 넘어가고 보다 진취적인 사업을 논의합시다.”
다들 동감을 표시하는지라 임원식 대령의 발언은 쑥 들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유지하는 그의 발언에 관심을 가졌다.
“22사단 참모장님, GP 수색대 전체가 방탄복을 신뢰하지 않습니까?”
“구분이 어려우니 하는 수 없지요. 병사들 가운데에선 미신까지 돌고 있는 형편입니다. 색깔이 옅은 것이 중국제라는 식의.”
“그럼에도 방탄복을 교체하지 않은 건 예산 문제 때문이겠군요.”
“아무래도···”
그는 까마득한 상급자들 앞에서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운지 조심스러워했다.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좋습니다. 22사단뿐만 아니라 방탄복이 필요한 전 부대에 블랙메탈 플레이트를 원가로 공급하겠습니다.”
임 대령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저, 정말이십니까?”
“최신 무기도 중요하지만 병사들이 더 중요하죠. 블랙메탈을 공급해서 병사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하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병사들이 정말 기뻐할 겁니다.”
“블랙메탈로 플레이트를 만들면 무게도 줄어드니까 운신도 편할 겁니다.”
육군 장성들은 방탄복에 쓸 블랙메탈이 있으면 차기 전차에 대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대통령이 박수를 쳤기 때문이다.
“훌륭합니다. 우리가 잠깐 잊었는데, 최전방에 투입되는 병력은 계속 줄고 있습니다. 한 명이라도 살리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 점에서 유 사장의 발언은 인상 깊었습니다. 방사청장.”
“예, 대통령님.”
“방탄복 플레이트를 전량 교체하는 방안에 대해서 육군과 논의하길 바랍니다. 모자라는 사업비는 국방부에서 어떻게든 융통하지요.”
“알겠습니다.”
그 후로도 한참 블랙메탈의 배분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지만 유지하는 아르마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참고로 말씀드린다면 올해에만 DMZ 내에서 교전이 3번 발생했습니다. 양측에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철저히 은폐되었죠」
「병력이 대폭 줄어드는 바람에 최전방 초소에 투입되는 병사들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2사단의 경우, 월례행사에 가깝게 철책이 뚫리고 교전에서 부상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장교들의 무덤이라고 불립니다」
‘복잡한 문제로군.’
병력을 더 투입하면 해결될지도 모르지만 한국군의 현실상 어려웠다.
현재의 한국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패망을 앞둔 일본군보다 높은 징집률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지하에겐 답지에 가까운 해결책이 있었다.
정부가 돈을 쓰느냐의 문제지만.
몇 시간이 지났지만 언제나 그렇듯 회의의 결론은 제대로 내려지지 않았다.
이현성 대통령이 선언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다음 회의엔 현실적인 합의안을 제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유 사장은 잠깐 나 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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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관의 안내를 받아 회의실로 들어가자 바닥이 꺼져라 한숨이 흘러나왔다.
“일본 정부가 대사관을 통해 연락해왔어요. 토요타와 파나소닉에 대한 금수조치를 풀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답니다.”
유지하는 황당해져서 물었다.
“제 회사는 일본과 관계되는 게 전혀 없습니다.”
“아버지가 있지 않습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품목이 있을 겁니다.”
「사장님. 신라오토는 자율주행 모듈을 전량 일본의 오비스라는 회사에서 수입합니다. 토요타의 자회사입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신라그룹이 미래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며 모든 거래선을 차단당했기 때문이었다.
마땅한 거래처를 찾을 수 없었던 유경석 회장은 가까운 일본에서 모듈을 수입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신라오토는 일본제 자율주행 모듈을 들여와 알고리즘만 살짝 바꾸어 출시하는 형편이었다.
유지하는 금방 이해하고 비웃음을 흘렸다.
“토요타와 파나소닉을 제재했는데 정부가 몽니를 부리는군요.”
“그만큼 급하다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내 입장에서는 유 사장이 그들의 사과를 받아줬으면 하는데···블랙메탈로 너무 관심을 끄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유럽연합의 경쟁법에 걸릴 소지가 있어요.”
“대사한테 전해주십시오. 토요타와 파나소닉 사장이 카메라 앞에서 도게자하면 한 번은 넘어가겠다고.”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게자를 요구하는 건 사회적으로 죽으라는 의미입니다.”
“초대를 해놓고 창고 같은 사무실에 방치한 책임을 지라는 겁니다. 설마 아랫선에서 그랬다고 할 겁니까?”
“일단 만나보기라도 하세요. 등을 돌린 채 악담을 퍼부어봐야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어차피 평행선일 겁니다. 한 번 붙어보지요.”
“이 자리에서 말하긴 뭐하지만, 일본은 카드를 여럿 가지고 있습니다. 진짜 제재에 나서면 신라그룹이 곤경에 처할 겁니다.”
“상관없습니다.”
이현성 대통령은 답답해졌는지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후우···일본이 갑자기 달려들게 된 건 레일건 실험을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넌지시 알려줬겠죠.”
두 나라는 여러 방면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서 별로 특이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일본이 급해졌다.
후쿠오카 근해의 블랙메탈 매장량 건도 있어서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된 것이다.
다만 국가가 일개 기업에 머리를 숙이면 안 된다는 자존심은 끝내 버리지 못했다.
그리하여 토요타와 파나소닉은 뒤로 물러서고 정부가 신라그룹의 압박에 나섰다.
대통령이 재차 강조했다.
“일단 만나보세요.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다보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내 체면을 봐서라도 부탁 좀 합시다.”
“혹시 미국이 요구했습니까?”
“···”
역시 그렇군.
유지하는 밖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한 번만 만나보겠습니다. 하지만 그쪽에서 헛소리를 할 경우, 더 이상의 대화는 없습니다.”
암울한 미래가 그려졌다.
이어 일본대사관에서 양측이 만났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대사를 포함한 경제산업성의 관료는 사과는커녕 말을 돌리기에 바빴다.
“당신들이 찍은 내 모습입니다. 혼자 창고에 처량하게 앉아있는 게 참 보기 좋지 않습니까? 토요타와 파나소닉이 날 이렇게 취급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그들과 관계되지 않겠다는 겁니다.”
유지하가 일본신문을 들이댔지만 관계자들은 입을 꾹 다물고 쳐다보려 하지도 않았다.
겨우 꺼낸 발언도 화를 돋울 뿐이었다.
“입장은 이해합니다만 우리로선 어쩔 수 없습니다.”
“금수조치를 해제하지 않을 경우, 신라그룹과의 모든 거래를 중단합니다. 이상이 일본 정부의 입장입니다.”
“집어치웁시다.”
유지하는 대화를 중단하고 일어섰다.
접견실을 나가는 그의 등에 대고 경제산업성 관료가 말했다.
“아버지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아들로서 대단한 불효지요. 잘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방금 그 말 취소하지 않으면 진짜 후회하게 될 겁니다.”
유지하가 경고했으나 그는 딴청만 피웠다.
이로서 대화는 끝났다.
대사관 밖을 나오니 수많은 기자들이 달라붙었다.
유지하는 차에 타며 아르마에게 지시했다.
“세틀러호 움직일 수 있나?”
「네. 사장님이 가져오신 플레이그 코어가 수복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수중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것 정도는 가능합니다」
“다행이군. 후쿠오카로 가서 해저 뒤집어버려. 그리고 블랙메탈 전부 가져와.”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여태까지 침묵하던 세틀러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 해봅시다 – 2
세틀러호는 개척선단의 총기함이며 방주선이다.
행성 채굴선의 기능도 조금이지만 겸하고 있는데, 이는 융합로 덕분에 가능했다.
역장 내에서 전개되는 중력 크레인으로 지각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기능을 가진 2180년대의 인류에게 지진이란 더 이상 재난이 아니었다.
메가시티 근처에서 지진이 일어나도 진원지 근처를 뒤집어 버리면 바로 해소된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세틀러가 정상이라는 전제 하에 가능했다.
현재 세틀러호는 해저에 가라앉을 때보다는 양호하지만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오죽하면 보조엔진 하나로 기동하는 도중에도 워커들이 붙어 수리할 정도였다.
그나마 타이탄급 플레이그 코어가 선체 수복에 도움을 주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원래 세틀러호의 수리 완료까지 최대 3년이 걸릴 예정이었지만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끝날 것 같았다.
「목표지점 도착. 레이더 스캔 개시」
세틀러호의 중심에서 중력파 펄스가 퍼져나가며 주변의 중력자를 샅샅이 훑었다.
해저지형은 물론 블랙메탈의 매장량과 후쿠오카 근해에 잠복하고 있던 잠수함과 군함 까지 모조리 드러났다.
이제 역장을 전개하고 중력크레인을 가동하면 해저가 뒤집힌다.
아르마는 일본 금융시장에 장난질을 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시도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주인이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지하는 거대하게 형성된 현 지구의 금융시장을 쓸 데 없는 거품이라 표현했다.
심지어 가상화폐 시장에서 손쉽게 거금을 벌 수 있는데도 그것을 만류했다.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니까 너무 열 올리지 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영향력이야.
영향력이 있으면 돈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고 지금도 돈은 충분히 벌고 있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서 아르마는 예전에 만들어둔 일본 내 외국인 계좌를 이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시각, 유지하는 신라에너지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 중이었다.
“···이렇듯 일본 정부가 개입을 선언했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어 일본 정부의 부당함을 성토하고자 합니다. 기업 사이의 일에 정부가 나서서 몽니를 부리니 이게 정상입니까? 관료들 중에서 이걸 말리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까?”
“애초에 토요타와 파나소닉의 진심어린 사과가 먼저입니다. 계약하자고 도쿄에 불러놓고 창고 비슷한 사무실에 30분이나 방치한 행위에 대한 사과 말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비겁하게도 정부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경제산업성 관료들은 금수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신라그룹 전체를 보이콧하겠다는 의향을 제게 전달했습니다. 관료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버지에게 폐를 끼치는 불효자가 되기 싫으면 처신 잘 하라고요.”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한국 기자들은 얼굴이 잔뜩 상기된 채 묵묵히 노트북을 두들겼다.
그가 일본 정부와 두 기업에 당한 수모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도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유지하의 목소리는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이에 선언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일본 전체를 블랙메탈 생태계에서 배제합니다. 우회해서 일본에 블랙메탈을 수출하는 국가나 기업, 세력에겐 절대 분해기가 가지 않을 것이며 공장도 세우지 못하도록 할 겁니다.”
충격의 연속이었다.
개인이 일본 전체를 보이콧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그러나 회견장에 모인 기자들 중 비웃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블랙메탈이 어떤 물건이며 유지하가 누구인지 익히 알기 때문이다.
그는 블랙메탈이라는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나 다름없었다.
이제부터 정원에 허락 없이 들어오는 동물을 때려잡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일본이란 동물은 어떻게 숨어들어올 것인가?
그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닛케이 225 지수가 슬금슬금 내려가기 시작했다.
개인과 기관이 매수에 나섰으나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워낙 거세어 지수 방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블랙메탈이 간절히 필요한 전기차를 포함한 전자기업이 순식간에 하한가를 얻어맞는 등 치명타를 입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유지하가 기자회견을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일본에서 지진이 터졌다는 속보가 올라왔다.
진원지는 후쿠오카 근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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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지진속보입니다. 후쿠오카현, 사가현, 쓰시마섬, 이키섬에서는 강한 흔들림에 주의해 주십시오」
NHK 아나운서의 멘트를 필두로 일본 각 방송사가 일제히 지진속보를 내보냈다.
곧이어 지진해일 경보도 울렸고 사람들이 일제히 대피행동에 들어갔다.
일본은 하루에도 몇 번씩 지진이 일어나는 국가라 이 정도 지진에는 익숙했다.
그런데 이번 지진은 뭔가 달랐다.
본진과 여진이랄 게 따로 없었고 진원지가 끊임없이 흔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거대한 삽으로 해저를 파헤치는 것 같았다.
보통 리히터 규모 3미만의 지진이라면 금방 충격이 잦아들고 사람들도 안정을 되찾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지진은 2시간째 처음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땅을 흔들었다.
심지어 후쿠오카시의 해변 가까운 땅은 순식간에 액상화가 이루어져 맨션이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후쿠오카시의 시민들은 공포에 질렸다.
―이건 거대한 지진의 전조다! 큰 녀석이 올 거라고!
일본인들은 어지간한 지진에는 면역이 되어 있지만 거대한 지진에는 엄청난 공포심을 갖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차례나 당해왔고 학자들이 끊임없이 경고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후쿠오카시 시민들이 슬금슬금 도망치기 시작했다.
―침착해 주십시오! 시를 벗어나지 말아 주십시오!
경찰들이 급히 진화에 나섰으나 근원적인 공포심은 막을 방법이 없었다.
실제 피해는 크지 않았으나 지진이 계속되고 있어 도시 근처는 위험하기도 했다.
그렇게 수만 명이 도시를 빠져나가려 애쓰는 통에 주요 도로는 순식간에 주차장으로 변했다.
규슈 북부가 마비상태에 빠진 것이다.
일본 정부가 급히 위기관리센터에 대책실을 설치하고 상황 파악에 나섰으나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인 세틀러호는 해저 2,700m 지점에서 중력 크레인으로 끊임없이 땅을 뒤집고 있었다.
블랙메탈을 가공할 시간도 없이 말 그대로 빨아들이고 있는지라 순식간에 선창이 가득 찼다.
아르마는 에테르 역장을 넓게 펼쳐서 블랙메탈로 세틀러호 주위를 둘렀다.
덕분에 세틀러호는 거대한 암석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공간 확보 필요」
블랙메탈이 역장의 범위를 벗어나게 되자 아르마는 이 녀석들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세틀러호가 느릿느릿 일본 근해를 벗어나자 지진이 일시 멈췄다.
그러나 2시간 뒤 돌아와 땅을 뒤집는 바람에 또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인들은 10년 전 구마모토 대지진보다 더한 녀석이 올 거라며 공포에 질렸다.
학자들은 진원지에서 가까운 후쿠오카 시를 비울 것을 권했으나 일본 정부는 이를 쉽게 수용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틀 뒤 거짓말처럼 지진이 잦아들었다.
여진 따윈 존재하지 않았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평상시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진원지에 가까운 지역은 상당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수십만 세대가 정전되었고 수도관이 파열되어 곳곳이 침수되었다.
붕괴된 건물은 많지 않았으나 액상화 현상으로 심하게 기운 곳이 300건도 넘게 보고되었다.
일본 정부는 지진이 잦아들자 자위대 2만 명을 급파하여 실종자를 수색하는 한편 재해민 지원에 나섰다.
그리고 유지하는 시비리 인공위성을 통해 이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인명피해는 얼마나 되지?”
「사망 15명, 부상자 1,700여 명, 실종자 320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외로 사망자가 적군.”
「자주 있었던 일이니까요. 일본은 세계에서 지진대책으론 손꼽히는 국가입니다」
“그나마 다행인가···”
이건 위선이다.
지진을 지시한 주제에 희생자가 적은 것을 다행이라 여기다니.
하지만 그는 인류연합의 재건을 위해 얼마든지 악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
앞으로 억 단위의 인간을 직접적, 간접적으로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그를 욕하고 저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는 없었다.
세틀러호를 끌고 여기에 도착한 순간부터 운명이 정해진 거나 다름없으니까.
유지하는 음울한 얼굴로 일본 전역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일본 쪽에서 연락이 들어오면 바로 연결해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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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계속된 지진으로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진짜는 따로 있었다.
일본 정부는 블랙메탈 매장지가 진원지와 겹친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고, 지진이 가라앉자 급히 측량선을 보냈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블랙메탈이···모조리 사라졌습니다!
―지진의 여파로 해저 깊숙이 모습을 감춘 것 같습니다. 채광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제로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