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23
이 보고를 전해들은 후지모토 겐조 일본 총리의 몸이 휘청였다.
주변 관료들이 급히 그를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
“으음···”
깊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지진이나 추락한 경제적 지표보다 블랙메탈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몇 배 더 심했다.
일본은 큰 나라이고 재정도 충실하다.
지진으로 인한 여파는 얼마든지 수습할 수 있고 닛케이 지수 등도 금방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사라진 블랙메탈은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전 세계가 확보하려 눈에 불을 켜고 군사력까지 동원하는 마당에.
“신의 금속은···블랙메탈은···일본의 미래였다···”
하지만 그 미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후지모토 총리는 최후의 가능성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중의원에서 내각불신임 결의를 통과시키겠지만 그 전에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신라에너지의 사장을 연결해주게.”
일본의 총리가 한국의 일개 기업인에게 전화를 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사관을 통해 의향을 전달하고 물밑에서 치열한 조율이 벌어졌다.
그러는 사이 총리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세례를 받았다.
―지진의 영향으로 블랙메탈이 사라진 게 사실입니까?
―신라에너지에 직접 유감을 표명하기로 했습니까? 그게 사실이라면 철회해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의 처신은? 중의원이 불신임을 결의하면 의회를 해산할 겁니까?
문답을 하는 과정에서 총리가 직접 유지하에게 유감을 표명할 것이란 게 알려졌다.
당연히 찬반양론이 확 갈렸다.
―총리가 고개를 숙인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제산업성에서 유감을 표명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현실을 직시해라. 일본을 블랙메탈 생태계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언한 사람이 그 정도로 만족하겠는가?
―누군가는 희생을 치러야 한다.
위기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처럼 일사불란하게 책임자를 지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정부기관에서, 의회에서, 언론에서, 넷상에서 책임론이 쏟아져 나왔다.
그 책임론은 유지하에게 직접적으로 막말을 한 경제산업성 관료와 두 기업의 수장에게 돌아갔다.
일본 특유의 이지메가 시작되었고 그 관료는 수군거림을 견디지 못하고 경제산업성 건물에서 자살을 선택했다.
모든 악의가 자신들에게 돌아오자 두 기업의 수장도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를 선언했다.
―유지하 사장과 정부엔 실로 큰 폐를 끼쳤습니다. 모든 책임은 우리에게 있으니 모쪼록 살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어지는 도게자에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유지하는 티비를 통해 보곤 중얼거렸다.
“분명히 내 앞에서 하라고 했었는데.”
곧이어 청와대 비서실에서 가르쳐준 번호에서 전화가 왔다.
후지모토 일본 총리였다.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옆에서 바로 들은 아르마만 알고 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일본 정부는 그의 심기를 긁기보단 일단 굽히는 쪽을 선택했다는 것.
유지하는 완전히 만족하진 않았으나 이 정도 선에서 멈추기로 했다.
더 이상의 응징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몰아붙이면 일본은 항복하지 않을 것이고 괜한 갈등만 불러오게 된다.
앞으로 처리할 일이 산더미인데 거기에 신경을 쓸 시간은 없었다.
일본 열도를 완전히 박살내는 게 아닌 바에야.
―일은 최대한 깔끔하고 빠르게. 그게 제일 중요해요.
루시아가 입버릇처럼 한 말이었고 그도 그녀의 영향을 깊게 받았다.
그는 통화를 끝낸 뒤 본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을 향해 선언했다.
“일본에 대한 블랙메탈 금수조치를 철회합니다. 앞으로 신라에너지는 직접적으로 일본에 블랙메탈을 수출할 것이며 적절한 수준의 투자를 받게 될 겁니다. 이상입니다.”
그 규모에 대해서 말하진 않았지만 어마어마할 것임을 모두가 짐작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기자회견이 끝나고 그가 등을 돌렸다.
“자, 잠깐만요!”
“유 사장님!”
기자들이 벌떡 일어서서 달려들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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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마틴 부보좌관은 오리발부터 내밀었다.
―레일건 실험을 지켜본 사람만 천명이 넘습니다. 입을 단속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건 그렇다 쳐도 한국 정부에 압력을 넣은 건 뭡니까?”
―압력이라는 말은 조금 과하군요. 백악관에서는 아무래도 중재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으니까요.
미국은 일본과 한국 중에서 편들 일이 생기면 항상 일본의 편을 들었다.
현실적인 국력의 차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말은,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나한테도 압력을 넣을 수 있다는 뜻 아닙니까?”
―그런 추측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백악관의 결정을 슬쩍 알려드려야겠군요. 대통령께서 직접 만나보길 원하십니다. 그 자리가 끝나면 실무진 회의에서 투자 결정도 내려질 거고요.
유지하는 폰을 잡은 채 투덜거렸다.
“투자사 목록에 미국 정부라고 한 줄 더 추가되는 것뿐이잖습니까.”
―규모를 알면 방금 말을 철회할 겁니다. 그건 그렇고 방문에 대한 답을 못 들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제가 맞춰야겠죠? 일정이 정해지면 알려주십시오.”
―하하, 차후에 일정을 의논해보죠. 참, 해군에서 블랙메탈 포신 5개를 원합니다. 최대한 빨리 부탁한다는군요.
“3일 뒤 오산기지에 보내겠습니다.”
유지하의 위기 아닌 위기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인 유경석은 심각한 고민을 떠안게 되었다.
이번 사태에서 자신이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아들의 인질이라···정말 꼴사납군.’
운 좋게 지진이 일어나고 블랙메탈이 사라졌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일본 정부에 보이콧을 당할 뻔했다.
재계서열 수위권의 그룹도 벌벌 떠는 판에 신라그룹 정도는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후우···’
유경석 회장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동시에 그런 위기를 아무 탈 없이 헤쳐 나온 아들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웠다.
‘10년 뒤에 그룹을 맡기려 했었는데···’
사람이 마흔 정도 되면 관록이 붙고 경험도 쌓인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아들은 고작 서른셋에 모든 일을 알아서 하고 있었다.
현재 신라그룹이 침체에서 벗어난 것도 사실은 아들의 공이었다.
“후···”
깊은 담배연기가 뿜어졌다.
유경석 회장은 이미 마음속으론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은퇴하기엔 이른 나이지만 이쯤에서 반 발짝 뒤로 물러서는 것은 나쁘진 않다.
그는 전화를 들었다.
“지하야. 괜찮으면 오늘 점심 때 밥이나 같이 먹자고 전화했다. 그래···뭐 대단한 일은 아니고.”
우주개발은 청소부터
한 기업인과 일본의 싸움은 싱겁게 막을 내렸다.
전 세계는 그제야 일본이 지저분한 짓을 했음을 알게 되었다.
계약하자고 불러놓고 창고에 처박아둔 뒤 30분 뒤에 나타난 토요타와 파나소닉.
그 장면을 CCTV로 찍어 조롱할 용도로 인터넷에 올린 언론사.
어떻게든 자국 기업의 손해를 막기 위해 부당한 보이콧을 발동했던 일본 정부.
마지막으로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한국의 기업인을 비난했던 일본 네티즌까지 실로 졸렬함의 연속이었다.
미튜브에 이 사태를 정리한 영상이 5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올라가자 엄청난 비아냥이 쏟아졌다.
―먼저 시비 걸어놓고 탈탈 털리는 거 보고 있자니 참 안쓰럽다 새끼들아.
―사람 불러놓고 망신 주는 거 진짜 음습하다니까. 초딩하고 비슷한 사고방식임.
―근데 유지하는 저걸 왜 받아줬냐? 나 같으면 끝까지 배제했을 건데.
―일본이 나름 힘 있는 나라임. 미국이 압력 넣었을 걸. 또 한국에도 지일파라고 설치는 놈들 있잖아.
―저거 이면합의 있을 거임. 일본 정부 손해 무지하게 봤을 걸.
―근데 예전에 유지하가 신라에너지 말아먹는다고 하던 놈들 다 어디 갔냐?
―걔네들 공매도 걸었다가 단체로 한강 갔을 걸. 종목토론방 가보면 생생한 역사 직관 쌉가능.
―그래서 개인 공매도 막아야 된다니까.
―개인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원 넣은 게 벌써 3년 전이야.
한편 위스퍼 신라그룹 게시판에서는 비난 대신 찬양이 넘쳐났다.
―일본이 그룹 보이콧했으면 우리 완전 망하는 각이었는데.
―최소 중공업 전자 오토는 초토화지. 국내 거래선 막혀서 일본하고 거래했잖아.
―근데 어떻게 일본 정부한테 너 아웃이라고 말할 수 있냐? 진짜 강심장이네.
―유지하 사장님 초반에 구내식당에서 밥 먹는거 쇼라고 한 거 죄성해여···
ㄴ님이 좀 잘못했음. 아직도 구내식당 가서 밥 먹으시잖아.
ㄴ근데 그 금발녀는 여친임?
ㄴ비서라는 말이 들리던데. 캬 나도 그런 애들 옆에 끼고 일하고 싶당.
ㄴ한 1조원 있으면 가능할듯?
―님들 지금 에너지 주식 50배로 폭등했자너. 그거 산 사람 있음?
ㄴ아니 님 왜 핵폭탄 날려요.
ㄴ씨발 그때 다 파는 분위기였잖아!
ㄴ솔까 폭등할거라 예상한 사람 아무도 없을 듯.
ㄴ사장님 빼고.
―하여튼 요즘 그룹 전체가 상승세라서 회장님 어깨가 춤을 추실 듯?
ㄴ에너지는 천상에 가 있고 오토도 뭐 장난 아니겠고 중공업도 채광선 때문에 슬금슬금 오르는 분위기고···
ㄴ아니 왜 하이텍은 안 오름?
ㄴ그건 님이 있기 때문임.
―근데 이번 보이콧 때문에 어떻게 되려나···회장님 아무것도 못하고 끌려다니기만 했잖아. 뭐 어쩔 수 없는 건 아는데 자존심 상하지.
ㄴ아들이 해결해준 거니까 괜찮지 않음? 나 같으면 되게 자랑스러울 텐데.
ㄴ이 정도면 부회장직 줘야 되는 거 아님?
―근데 유 사장님 경영은 좀 하시나?
ㄴ님 신라에너지 직원들 칼퇴하는 거 보면 놀라실듯.
ㄴ맞음. 업무지시 칼 같이 내려오고 그거 다하면 집에 가는 분위기임. 야근도 없고 회식도 점심때 함.
ㄴ이번에 연봉도 올랐자너. 완전 꿈의 직장이네.
ㄴ근데 자기가 부품이 된 것 같은 느낌은 있다고 함. 그냥 하라는 것만 하면 되니까.
ㄴ요즘 같은 시대에 안 짤리고 회사 다닐 수 있으면 좋은 거지.
―아 나도 에너지 다니고 싶다아~! 하이텍 진짜 답 없어···
ㄴ조금만 기다려요. 느낌인데 사장님 승진해서 하이텍 맡을 것 같음.
ㄴ설마 부회장? 서른셋에 부회장 한다고?
ㄴ재벌이자너. 우리 같은 서민하고는 입장이 완전히 다르지.
ㄴ근데 하이텍을 왜 맡음? 주가 팍팍 올라가는 오토나 전자를 맡으면 맡았지.
ㄴ하 내 미래 답 없고.
ㄴ힘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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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네가 마흔이 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식사가 끝난 뒤, 유경석 회장은 차를 권하며 진지한 이야기를 꺼냈다.
호로록.
따듯한 차가 아들의 뱃속에 들어가자 그는 깍지를 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많은 생각을 했다. 엄연히 내 그룹이 보이콧을 당했는데, 정작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 뭐냐.”
“제가 그렇게 나갈 수 있었던 건 운 좋게 그런 능력을 얻어섭니다.”
아들이 위로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만약 내가 같은 입장에 있었다면 제대로 대처도 못 했을 게다. 일본 정부가 보이콧하는데 누가 버텨. 그리고 빨리 마무리 지은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안 그러면 일본에 우호적인 인물들이 중재에 나선답시고 개입했을 테니까.
블랙메탈이 없다 해서 일본의 힘이 어디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중국에 비하면 손색이 있지만 국내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유지하는 조용히 아버지의 말을 기다렸다.
그가 할 말은 아마도···
“여러모로 판단했을 때, 난 네가 그룹의 일부를 이끌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니 나보다 더 출중해. 에너지 굴러가는 것만 봐도 잡음하나 안 나더구나. 업무분담이 어찌나 잘 되는지 야근도 없다고 하고.”
“시스템을 만들어서 직원들을 욱여넣은 것뿐입니다.”
“바로 그 시스템이 지금 그룹에 필요한 거야. 네가 부회장을 맡아줬으면 좋겠다.”
서른셋에 부회장이라.
확실히 이른 감은 있지만 한국 기업사에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글로벌 케미컬의 이홍준은 31살에 회장직을 물려받기도 했으니.
유지하는 한 번 거절하려 했지만 아버지가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괜찮은 제안 아니냐? 어차피 밖에서 그룹을 집어삼킬 거였으면 안에서 하는 편이 더 낫지.”
“알고 계셨군요.”
“기를 쓰고 해양개발을 밖에 두려 했던 걸 보면 알지. 신라에너지도 조만간 상장 폐지할 생각이었겠고.”
“하하, 아버지한테는 숨길 수가 없네요.”
“너도 바쁠 테니 짧게 말하겠다. 에너지와 오토, 그리고 전자를 맡아라. 지분은 내가 세금 정리해서 순차대로 넘겨주마.”
“더해서 방산까지 주셨으면 합니다.”
유경석 회장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하이텍을? 혹시 거기 사정 모르는 건 아니지?”
신라하이텍.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방산업체···는 아니고 최근 여러 사업이 좌초되어 기업 전체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특히 차세대 경계형 드론 시스템 사업에서 ROC를 맞추지 못해 1차적으로 물을 먹은 것이 컸다.
GOP의 병력을 대신해 철책 너머를 감시, 경계하는 용도인데 야간과 악천후에 운용하기가 까다로웠던 것이다.
한성이노텍은 ROC를 겨우 맞췄지만 육군 당국은 만족하지 못했다.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딱 맞는 아이디어도 가지고 있고요.”
유 회장은 멋쩍게 웃으며 볼을 긁었다.
“아이디어라···전에 네가 괜찮은 아이디어 하나 있다고 했을 때 속으로 웃었지. 그리고 넌 나한테 블랙메탈이라는 성과를 보여줬고 말이다.”
“실망하진 않으실 겁니다.”
“요즘은 말이다, 전경련 모임에 나가면 사람들이 네 칭찬하기 바쁘다. 내 어깨까지 절로 으쓱거리지 뭐냐.”
“자랑거리 하나 드렸으니 하나는 제 마음대로 해도 되죠?”
“무얼 말이냐?”
“계열사 하나 만들 겁니다. 스타필드라는 이름으로요.”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그건 우주 관련된 분야 같다만.”
“정확히 보셨습니다. 앞으로 우주에 진출할 겁니다.”
아이고 머리야.
유 회장은 이마에 손을 얹고 말했다.
“지하 너 작년 우리나라 우주관련 전체 예산이 얼마인지 모르지?”
“대충은 압니다. 320억이었던가요?”
“정부가 완전히 손 놨는데 거기서 어떻게 도움을 받겠다는 거냐?”
“도움 받을 일 없습니다. 아, 발사장은 빌려야겠네요.”
너무도 자신만만한 태도에 유 회장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조 단위로 쏟아 부어도 로켓 하나 만들기 어렵다. 한국의 스페이스X를 꿈꾸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미국이라서 가능했던 거야. 여기선 불가능에 가까워.”
“저도 어려운 건 압니다. 그래도 한 번 해보는 거죠. 본업에 지장이 가지 않게 작은 것부터 시작할 테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취미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니 그럭저럭 납득이 갔다.
“휴···알았다. 그리고 오늘 중으로 임원진 불러서 인사 나눠라. 다들 블랙메탈 공급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도 좀 언급해주고.”
“알겠습니다.”
유 회장은 밖으로 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얼마나 깨먹어야 포기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자기가 벌어온 돈이니 알아서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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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하는 자신에게 맡겨진 계열사의 임원들을 불러 모았다.
“승진 축하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부회장님.”
나이 서른 셋짜리 부회장에게 고분고분한 것은 그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보이콧을 시전하는 일본을 상대로 항복을 얻어냈을 정도니 일개 임원이 반항의 기미라도 보였다간 목이 날아갈 것이다.
다만 유지하는 시작부터 날을 세울 생각은 없었다.
“신라전자는 당분간 현 상황을 유지합니다. 오토 쪽은 예정대로 배터리 공급할 테니 시범생산품 받아 가시고요.”
“그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임상현 사장이 고개를 숙였다.
“참, 알고리즘도 예정대로 탑재할 거니 테스트 준비 해두세요. 사내 테스트, K-시티 테스트 전부 다 받을 겁니다.”
“모듈 들어오는 대로 선행생산 진행하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임 사장은 걱정이 앞섰다.
배터리 하나만 해도 앞으로 전개되는 사업이 어마어마한데 언제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적용할 수 있을까?
유지하의 능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하라니까 하는 수밖에.
“그리고 방산 쪽은···지금 문제가 많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는 사람은 사장이 아니라 오 상무였다.
전 사장이 사표 쓰고 나가버리는 바람에 그가 진두지휘를 맡게 된 것이다.
현재 하이텍은 드론 관련해서 사업을 두 개나 추진하고 있지만 지리멸렬했다.
나머지는 소총 개량이나 부품공급 등 자잘한 사업뿐으로, 사실상 방산업체라는 명맥만 유지하는 형편이었다.
유지하는 그에게 눈빛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