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24
“일단 방탄복 플레이트부터 맡으세요. 정부와 얘기가 된 거니까 공장에 컨택해서 물건 받으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차 탑재형 드론하고 감시형 드론 스펙시트하고 문제점 정리해서 비서실에 보고서 올리세요. 최대한 빨리.”
“예···예?”
오 상무는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들었다.
자율주행 알고리즘도 모자라서 그걸 하겠다고?
물론 하이텍이 애먹고 있는 부분도 알고리즘 쪽이긴 하지만 엄연히 분야가 달랐다.
몇 년 전 인공지능 연구하다가 때려 친 석사급 연구원이 손댈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상대는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 신임 부회장인데 첫 회의에서 찍힐 필요는 없었다.
그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유지하는 손을 가볍게 비비며 말했다.
“저는 어기적거리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 보고하고 피드백도 즉시여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회의도 화상으로 진행할 테니 준비 해놓으세요. 그리고 에너지 내부사정 들어서 알겠지만 업무지시도 내가 내릴 겁니다. 에너지 서버에 접속하면 업무관리 툴 있으니까 그거 다운받으세요.”
“···“
무슨 일을 80년대식으로 진행하지?
최근 유행하는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인적자원 관리 트렌드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지 않은가.
임원진들은 다소의 불만이 있었으나 차마 꺼내지는 못했다.
유지하는 그들의 얼굴을 한 번씩 둘러보고 일어섰다.
“오늘은 이만하고 일 시작합시다.”
그의 입에서는 끝내 회식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보통 부회장급이 새로 취임하면 취임식 겸해서 조촐한 회식이라도 하지 않나?
임원진들은 연이은 파격에 혀를 내두르며 일어섰다.
어차피 결과가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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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하는 아르마를 통해 감시형 드론 시스템을 보고받았다.
이 시스템은 GOP의 철책을 병력 대신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간 육군은 CCTV와 여러 기능형 철책을 통해 철책 너머를 경계했지만 오류가 속출해 더는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밤이 되면 무용지물이고 악천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프레임이 너무 끊겨서 감시병들이 제대로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센서가 너무 민감해서 나뭇잎 흔들리는 움직임에도 경보를 울리는 건 덤이다.
물론 민감도를 낮추면 되지만 그러다가 철책을 넘어 귀순하는 북한군 병사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해 욕을 엄청나게 먹었다.
귀순자가 막사까지 접근한 것이 드러나는 바람에 육군 전체가 발칵 뒤집혔고 총체적 방산비리라며 국감까지 열린 바 있었다.
그리하여 육군이 이를 갈며 추진한 것이 드론을 활용한 경계 시스템이다.
이 드론들은 스테이션에서 분리되어 주변을 감시하다가 특이한 동향이 있으면 즉각 상황실에 알린다.
배터리가 소모되면 자율적으로 스테이션에 복귀해 충전하는 신기한 녀석이었다.
문제는 그 과정이 매끄럽지가 않았다는 데에 있었다.
넓은 구역을 사각 없이 구석구석 살펴야 하는데 비행 알고리즘을 짜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아르마는 소스코드를 확인하곤 학을 뗐다.
“완전히 스파게티 코드네요.”
“그래서 현재 하드웨어로 될 것 같아?”
“완벽하진 않지만 구역을 나눠서 경계하는 것 정도는 충분하죠. 스테이션에 복귀할 때가 문제인데 이 하드웨어론 포지셔닝하는 게 쉽지 않아요.”
애초에 이 사업 자체가 무리수가 많다는 평이었다.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과 중국도 포기했는데 우리가 되겠냐는 비관론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육군 당국은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병력에 공포를 느낀 상태였다.
무인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GOP라인이 뻥뻥 뚫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다만 유지하의 목적은 약간 달랐다.
“팔을 하나 빼서 드론을 캐치하는 식으로 해봐.”
“그러면 단가가 올라가는데요?”
“상관없어. 그리고 하부에 기관단총도 하나 달아보고.”
그렇게 드론 모델링이 완성되었다.
자율적으로 비행하며 맡은 구역을 감시하고 국지적인 전투까지 가능하다.
여기에 소음저감 기술과 방수, 방탄 기능까지 갖추면 대인 살상용 드론이 완성된다.
아르마는 고개를 갸웃했다.
“안드로이드가 아닌 이걸로 병력을 대체하실 생각이신가요?”
“해외에 병력 보내는 건 어려워. 이걸로 스마트팜 지켜야지. 소스코드 암호화하고 양산할 수 있도록 설계해둬.”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장님, 그들이 왔습니다.”
우주개발에 투입될 안드로이드 직원들을 말하는 것이다.
아르마가 문을 열자 몇 명의 남성이 우르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유지하는 그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일단 겉으로 봐서는 한국인과 구분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흠···습관까지 구현된 것 맞지?”
“걱정 마세요, 사장님. 세세한 설정까지 다 짜놔서 절대 들키지 않을 겁니다.”
“좋아. 법인 만들고 정부와 접촉해. NASA하고 일본 JAXA에서 준 걸로 교본 만들고.”
유지하는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대가로 JAXA,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에서 데이터를 왕창 가져왔다.
거기엔 NASA가 주지 않았던 이온 엔진과 탐사선 설계 기술 등이 들어 있었다.
물론 유지하는 우주개발에 그런 낡은 기술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단지 우리가 맨땅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진짜는 플레이그를 재해석해 만든 이온 추진기와 블랙메탈 발사체가 담당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주선은 연료통도 부스터도 필요 없이 대기권을 돌파할 수 있다.
다만 그 모든 과정을 진행하려면 선행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유지하는 연구원들이 거의 떠나 방치되다시피 한 나로우주센터 전경을 바라봤다.
“청소부터 시작하자고. 업체 섭외해서 사람 보내.”
인수하겠습니다
비록 쓸쓸하게 방치된 나로우주센터지만, 엄연히 주인은 있었다.
유지하는 그 주인을 대표하는 사람에게 연락했다.
“대통령님, 나로우주센터를 통째로 사들이고 싶습니다.”
―음···
이현성 대통령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말이 통하는 몇 안 되는 젊은 기업가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치기어린 발언을 해서일까?
―유 부회장, 나로우주센터에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 압니까?
“최초 3,300억 정도가 투자됐고, 시설증축으로 500억이 더 투자됐죠. 발사체까지 하면 더 높아지겠지만요.”
―나로우주센터는 국가의 재산입니다. 의회의 허락 없이 함부로 팔수는 없어요.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대통령님께서 힘을 좀 써달라고 부탁드리는 겁니다.”
―후···일단 반대급부로 생각한 건 있겠죠. 들어보기나 합시다.
“레일건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밀리터리에 관심이 많은 대통령이 뭔지 몰라서는 아닐 거고 아마 당황했을 것이다.
―전에 언급한 적이 있었죠? 레일건 TF는 취소됐습니다. 연구원들도 뿔뿔이 흩어졌고 시설은 방치된 지 오랩니다.
“잘 압니다. 연구시설은 제가 인수하고 연구원들도 새로 고용할 겁니다. 1년 이내에 전력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1년 내에 전력화라는 달콤한 유혹이 대통령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물론 1년이 되기 전에 그의 임기는 끝나므로 레일건을 치적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야 했다.
―유 부회장이 허튼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군요. 우리의 기술수준은 미국과는 크게 다릅니다. 포신이나 축전지뿐만 아니라 문제가 산적해 있어요. 정말 가능한 겁니까?
처음부터 새로 만든다고 해도 상관없다.
1년은 최소한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일 뿐이었다.
“해군에서 요구하는 ROC를 맞추고 초도생산과 탑재까지 1년입니다. 그 뒤 시험평가와 전력화까진 여러 행정적 요소들이 남아 있겠지만 그건 빼고요.
―당장이라도 OK하고 싶지만 이건 혼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군요. 시간 좀 냅시다.
“얼마든지요.”
물론 유지하는 대통령이 좋은 답을 들고 올 것임을 알고 있었다.
우주센터를 놀리는 것보다는 민간에 이양해 어떻게든 써먹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방치하고 있다고는 하나 한 해 관리비만 20억 이상 들어가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다만 여기서는 약간의 반대급부를 더 제시해야 할 것 같았다.
대놓고 레일건 만들겠다고 공표할 수는 없으니까.
중국은 한국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예전의 미국 이상으로 간섭을 해 왔다.
언제든지 한한령을 발동할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에서 기침하는 시늉만 해도 바로 날아가는 정치인들이 한 트럭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걸려왔다.
―배터리 공장 부지 발표가 얼마 안 남았지요? 그거 변경할 수 있습니까?
“여당과 야당이 지정하는 지자체에 배려할 순 있겠죠.”
미래를 위해 가급적 남부에 건립하는 편이 좋겠지만 큰 상관은 없다.
이쪽이 비용을 내는 게 아니니까.
―다행이군요. 양당에서 배터리 공장 하나씩 유치하는 선에서 받아들이겠답니다. 물론 유 부회장과 함께 기공식에 참석해야 하는 조건입니다.
참 의전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그럼 허락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그런데 레일건을 개발하려면 신라하이텍만으로는 조금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최근 국내의 방산업체들은 계속되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었다.
경제 불황이 국방에까지 영향을 주어 각종 사업이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산업체를 가지고 있는 그룹들은 이걸 어떻게 떠넘길 수 없을까 고민하는 중이었다.
대통령이라면 그런 고충쯤이야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뭔가를 기대하는 은근한 목소리에 유지하는 생각하고 있던 것을 꺼냈다.
“사실 제가 방산업체 하나를 인수하고 싶은데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하더군요.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해외로 넘어가는 것만 아니면 상관은 없습니다. 유 부회장이라면 방산에 큰 투자를 해줄 테니까, 얼마든지 도와드리지요.
물론 그것은 궁극적으로 인류연합의 재건을 위해서다.
한국은 인류연합을 이루는 한 축이 되어야 했다.
“일단 제가 생각하고 있는 건 한성이노텍입니다.”
―그쪽은 규모가 상당히 크지요. 최근 매각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으니 적당한 조건만 제시하면 응할 겁니다.
“허락하신 걸로 알고 진행하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도 될 겁니다. 참, 이번에 설립한 법인···혹시 우주 관련인가요?
“예. 전에 말씀드린 겁니다. 대통령님께서 도와준다고 하셨죠?”
―방금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거 압니까? 이번에는 뭘 또 요구할까 싶어서.
그런 것치고는 꽤나 톤이 높다.
아마 대통령은 유지하와 대화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다.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치적에 도움이 되니 그러는 거겠지.
“대통령령 하나만 발표해주시면 됩니다. 한국의 민간이 얼마든지 우주 자원을 탐사하고 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 말이죠.”
―으음···별 제한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혹시 UN 우주조약 때문입니까?
“예. 미국은 몇 년 전에 그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표했더군요. 한국은 아무런 조치가 없어서 여쭤본 겁니다.”
애초에 진지하게 우주에 뛰어드는 민간업체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에서 법이란 온갖 부작용이 튀어나온 뒤 부랴부랴 추가되는 거니까.
시원스런 목소리가 폰에서 흘러나왔다.
―좋습니다. 비서관들하고 의논해서 대통령령을 발표하지요.
“하나 더 있습니다. 사실 이건 해군과도 관계된 겁니다.”
―어떤 거지요?
“사거리 500km 이상의 레일건을 2문 탑재하려면 세종대왕급의 출력이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전용 플랫폼을 만드는 편이 낫겠죠.”
―신규 사업이라···해군이 좋아하겠군요. 잠깐, 레일건이 2문이라면 함수와 함미에 탑재하는 겁니까? 그럼 2차 세계대전 때 쓰던 전함인데···
“미국은 줌왈트가 있지만 한국은 세종대왕급을 뜯어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배 하나가 입항해 있으면 작전에 차질이 생기는 판국이라 신규 플랫폼이 필요하다···레일건만 확실하다면 물론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저희 신라중공업에서 설계하고 건조한다는 조건이면 좋겠습니다.”
―허허, 왠지 개발해놨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아닙니까?
“조만간 좋은 소식 들려드리겠습니다.”
―나한텐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유 부회장이 어딘가에 영주권을 취득하지 않았나 하는···
워낙 엄청난 것들을 쏟아낸 장본인이라 다른 나라가 달콤한 유혹을 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저는 한국인이고 앞으로도 한국인일 겁니다. 그 점에 대해선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유지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국도 인류연합에 포함될 거니까, 결국 같은 말 아니겠는가?
―올해 들은 소식 중에 제일 기분 좋은 말이군요. 좋습니다. 내 유 부회장을 믿고 추
진하기로 하지요. 참, 늦었지만 승진한 것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전화가 끊겼고 그는 사무실을 나섰다.
이제부턴 한성그룹의 노인 한 명과 만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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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산업단지의 신라에너지 배터리 공장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오늘은 선행생산한 블랙메탈 배터리가 출고되는 날이다.
원래 새 제품이 출고되면 이런저런 행사를 하게 마련이지만 여기엔 일하는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다.
유지하는 마지막까지 공장에서 야근한 황선영을 불렀다.
“크응. 사장님 제 입으로 이 말하긴 그렇지만 저 진짜 고생 많이 했어요.”
그녀가 짐짓 우는체하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아닌 게 아니라 아르마가 설계한 공정라인 대부분을 그녀가 앞장서서 조정했다.
덕분에 지난 몇 개월 간 집에도 제대로 못 갔다고 한다.
아르마가 두툼한 봉투 하나를 건넸다.
봉투의 입구를 곁눈질한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대애박.”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약속대로 오늘부터 2주 동안 안 부를 테니 푹 쉬세요.”
“감사합니다아~! 책이나 사러 가야지.”
그녀가 후다닥 달아나자 교대하듯 검은색 대형 세단이 공장에 도착했다.
뒷좌석에서 내린 사람은 한성그룹의 신주호 명예회장이었다.
그는 아르마를 보더니 탄식했다.
“왜 하윤이를 쫓아 보냈나 했더니.”
“비서입니다. 그런 관계는 아니니까 억측은 마시고요.”
“물론 자네 일이니까 알아서 하겠지만 내 노파심에 한 마디 해도 되겠는가?”
“귀 담아 듣겠습니다.”
그는 유지하를 한적한 곳으로 부르곤 지팡이를 바닥에 딱 짚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왜 측근에 남정네만 두는지 아는가? 불필요한 구설수를 피하기 위해서일세. 세상에는 우리를 싫어하는 놈들이 아주 많거든. 그런 놈들에게 공격할 빌미를 줄 필요는 없잖은가.”
“상관없습니다.”
그런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세력을 만들게 될 테니까.
물론 그것은 개인의 욕망이나 쾌락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신주호 회장은 그의 대답이 마음에 안 드는지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긴 내 상관할 바가 아니로군. 그건 그렇고 저게 우리한테 오는 배터리지?”
“예. 샘플까지 해서 3만개가 조금 넘을 겁니다. 2주 안으로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거고요.”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나? 어젯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네.”
“뭐 그러실 필요까진···”
“아니야. 이거, 이거 보이나?”
그는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자네가 준 배터리를 갈아 끼운 게 일주일 전이야. 그동안 할 거 다했음에도 18%나 남았어. 이건···혁명이야.”
그 혁명이 조만간 한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된다.
신주호 회장은 지팡이를 쥔 손을 떨었다.
“세계 최초로 블랙메탈 배터리가 오리온에 탑재되는 걸세. 벌써부터 광고문구가 떠오르지 않나? 애플 녀석들이 신제품 낼 때까진 한참이란 말이지, 허허.”
유지하는 애플의 제안서가 뒤로 밀렸다는 것까진 말하지 않았다.
신 회장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자네 일본에 얼마 받았나?”
“무슨 말씀을···돈 받은 거 없습니다.”
“이 사람아, 나도 게이단렌에 귀가 좀 있다네. 2조엔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하던데, 맞나?”
정확히는 5년 동안 3조엔 이상이다.
일본은 블랙메탈을 완전히 상실했기에 한국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블랙메탈 공급을 거절했고 러시아에게는 말도 붙여보지 못했다.
오스트레일리아나 다른 국가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태라 빠른 시일 내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은 한국뿐이었다.
물론 투자금 전부가 투자되지는 않고 일부는 유지하의 몫이었다.
수수료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만한 금액.
“그건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자넨 참 특이해. 내 듣기로 차도 매일 저것만 타고 다닌다면서? 밥도 구내식당에서 먹고 말이야.”
“편해서 그러는 거지 대단한 신념이 있는 건 아닙니다. 참, 회장님.”
“내 맞혀볼까? 전에 자네가 언급한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타이밍이지?”
“맞습니다. 한성이노텍에서 추진하는 사업 중, 드론에서 완전히 손을 떼 주십시오.”
“드론? 그런 게 있었나?”
신 회장은 비서를 불러 이야기를 나누더니 고개를 끄덕했다.
“확실히 그런 게 있었군. 자잘한 사업이라는 말도 맞고. 지금 1차로 선정됐는데 거기에 자네들이 들어갈 건가?”
“맞습니다.”
“자네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방산은 할 게 못돼. 중소기업만 우대하는 주제에 이것저것 요구가 많아. 규제도 많고 외국에도 못 팔고 여러모로 골치 아픈 업종이야.”
“장기 프로젝트가 있어서 기술실증 개념으로 추진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