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316
315화 피는 흘리지 않는다
―유지하가 나타났다!
이 거대한 소식이 메가시티 퍼시픽을 뒤흔들었다.
평소 재미있는 뉴스 없냐며 돌아다니던 한량들도 이 소식에는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유지하가 누구인가?
희대의 독재자이자 인류연합의 지배자였다.
지금은 그 악명이 약간 희석되었지만 6년 전만 해도 유지하라고 하면 벌벌 떠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주로 우주감옥에 갔던 범죄자였다.
유지하가 아무나 우주감옥에 보내는 건 아니지만, 한 번 다녀온 사람들은 그 공포를 두 번 다시 맛보긴 싫다며 얌전해지곤 했다.
그런 철권통치를 펼친 그를 사람들은 이렇게 평하곤 했다.
―가장 확실한 범죄자 치료제.
―그 어떤 미친놈이라도 유지하 앞에서는 미친 짓을 저지를 수 없다. 왜냐하면 그가 더 미쳤기 때문에.
―유지하는 당신이 누구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주감옥으로 보내 버린다.
악명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인류연합이 한참 사람을 받아들일 때에도 범죄율이 0에 가깝게 떨어질 정도였다.
드론 시스템을 이용, 범죄가 일어나는 환경 자체를 차단하고 인공지능 판사로 강도 높은 처벌을 내렸다.
그래서는 범죄율이 낮아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던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실적으로 증명했다.
범죄율이 낮아질 때까지 잡아넣으니 버틸 도리가 없었다.
그가 사라진 뒤에도 그 악명이 여전해서 1, 2년 정도는 범죄율이 상당히 낮았다.
그에 대한 반동인지 최근에는 범죄율이 치솟았지만 말이다.
하여튼 유지하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메가시티에 숨어 있던 범죄자들은 벌벌 떨었다.
그 희대의 미치광이가 다시 나타났다는 건 드론과 안드로이드가 날아다니고 우주감옥이 다시 열린다는 것을 뜻한다.
누구도 우주감옥에서 가석방 없이 썩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지, 지금 바로 도망가야 되지 않나? 유지하가 왔다고!”
“소급 적용은 안 되잖아. 처벌받은 놈을 또 처벌한다고?”
“유지하가 그런 거 신경 쓰는 놈이야? 메가시티 깨끗하게 만든다면서 우리 같은 자택구금자들 우주감옥으로 보내고 시작할걸.”
“튀어야겠네.”
우주감옥이 폐쇄된 뒤 감옥이 부족해 자택구금제를 실시한 게 문제였다.
덕분에 범죄자들이 양산되었고 이는 배성민 정권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 주었다.
조금 기다려서 상황을 지켜볼 만도 하건만 유지하라는 이름이 너무 무서웠다.
그리하여 그가 돌아온 날 밤, 범죄자들은 개구멍을 통해 메가시티를 빠져나갔다.
재원 부족으로 감시 장비도 인력도 부족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한편 정치인들도 범죄자와 마찬가지의 심경이었다.
관료들은 그러려니 했지만 최고평의회의 의원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그 사람이 돌아왔다고요? 진짜입니까?”
“황금궁전 앞 광장에 100만 명이 모였답니다! 대통령이 상석을 내주었다니 유지하가 확실합니다!”
“그럼 어쩌죠?”
장자양을 비롯한 밀실에 모인 정치인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유지하가 복귀했다는 건 그들의 입지에 심각한 영향력을 끼치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건 멸망의 전조였다.
누군가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유지하 그 사람이 우리를 가만히 놔둘까요?”
“…어림없는 소립니다. 관료들이야 시키는 대로만 했으니 놔두겠지만 우리는…….”
말꼬리를 흐리는 것은 책잡힐 짓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편법을 이용한 공금 횡령과 뇌물, 청탁 등 온갖 범죄가 판을 친 게 지난 6년이었다.
유지하라는 강력한 독재자에게 짓눌려 있다가 갑자기 해방되다 보니 더더욱 활개를 친 면이 있었다.
배성민 대통령이 최대한 근절하려 노력했지만 수사력은 한정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정치권의 협조가 필요했기에 함부로 처벌할 수가 없었다.
시민들도 무엇보다 민생 안정이 중요하다고 공감했고 말이다.
그러나 유지하라는 인간은 그런 것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 드론으로 철권통치를 펼친 그는 인류연합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안티에이징 시술은 시민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고 식량과 각종 제품은 부족함 없이 공급되었다.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인간인데 부패한 정치인들이 뭐가 필요하겠는가 말이다.
그런 점에서 배성민의 뒤를 이어 차기 대통령을 노리던 장자양 의원은 금방이라도 이 섬을 뛰쳐나가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는 배성민에게 압력을 넣어 중국계 시민을 대거 입국시켰고 대가로 엄청난 양의 자금을 챙겼다.
뿐만 아니라 연합국과 연계하여 인류연합의 해체를 시도하기도 했다.
배성민은 몰랐지만 데이터를 확인할 유지하가 그걸 모를 것 같진 않았다.
“…후퇴합시다. 일단 메가시티 아메리카로 가서 이후 상황을 지켜봅시다.”
“거기보다는 일본이 낫지 않을까요?”
“그 사람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북태평양은 위험해서 안 되고 멀리 달아나는 게 최우선입니다.”
떨리는 목소리와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유지하에 대한 공포를 알 수 있다.
밀실에 모인 의원들은 아침이 되면 늦는다고 판단했고 몇 시간 후 자산가의 개인용 보트를 이용해 메가시티 퍼시픽을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
“하하! 우린 해냈어!”
“천하의 유지하라도 당일은 바쁠 수밖에! 우리가 그걸 제대로 찔렀습니다!”
그들이 성공하자 뒤를 이어 수십 명이 도주했다.
정치인뿐 아니라 뒤가 켕기는 사업가와 폭력배, 잡범들까지 한꺼번에 메가시티 퍼시픽과 사우스에서 빠져나갔다.
유지하와 같은 공간에 있는 걸 버티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다시 비서실장이 된 배성민은 이런 신호를 캐치하고 보고했으나 그의 상관은 대수롭게 여겼다.
“쫓아내고 싶었는데 제 발로 나가 주니 얼마나 좋습니까? 잘 된 겁니다.”
“저들이 가만히 있진 않을 겁니다. 당장 석유가 부족한 터라 어떻게든 해외 세력과 연계해서 이쪽의 약점을 파고들게 뻔합니다.”
유지하의 약점이 아니라 현 인류연합의 약점이었다.
그걸 빠르게 보완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유지하는 여유로웠다.
“상관없습니다. 이쪽의 약점은 없어질 테니까.”
대체 석유를 어디에서 가져올 셈일까?
배성민은 유지하를 굉장히 오래 모셨다고 자부하지만 가끔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을 발견하곤 했다.
‘아스테라는 본격적으로 석유를 시추할 단계는 아니라고 들었는데…….’
수많은 인구를 이주시킬 수단도 문제였다.
새로운 군단타격함대는 1,500척이라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수송용이 아니라서 탑승인원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류연합의 인구는 최소한으로 잡아도 2억을 넘는다.
그 인원을 다 옮긴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메가시티를 놔두고 가야 할 것 같은데 그 설비며 장비는… 아스테라의 거주시설도 문제가 되고…….’
그런데도 유지하는 걱정이 없는 것 같으니 이상한 노릇이었다.
일단 지켜볼 수밖에.
* * *
유지하가 복귀했다는 소식을 제일 먼저 알린 것은 원정함대의 일원이었다.
그들은 강제로 지구로 끌려온 후로 봉변을 당할 각오를 했으나 뜻밖에도 험한 일은 겪지 않았다.
거대한 규모의 함대는 그들을 비교적 얌전히 놓아 주었다.
덕분에 연합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유지하의 복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처음엔 의심했다.
6년 동안 사라졌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날 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망을 가동해 메가시티 퍼시픽 내부를 뒤진 결과 유지하라고 주장하는 인간이 등장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배성민이 대통령 자리를 내어주고 비서실장이 되었다는 것에서 정치인들은 그가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희대의 독재자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각국은 피의 바람이 불 것이라 예측하고 일제히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메가시티를 봉쇄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와 연결된 네트워크망까지 차단했다.
유지하에게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통합군에선 즉각 준비태세를 발령했고 언제든 반응탄을 발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유지하가 동원한 함대의 규모가 1,500척이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이 경악하기에 이르렀다.
―순양함 이상 함급이 1,500척이라고? 대체 6년 동안 어디서 뭘 했기에 그만한 함대를 만든 거지?
―저 행성에서 만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른 우주 플랜트가 보이지 않는다.
―정보국에 의하면 아스테라는 그리 대단한 문명은 아니라고 들었는데, 어디서 만든 건가?
그것이 최대의 의문점이었다.
1,500척이나 되는 대함대를 건조하기 위해선 엄청난 규모의 우주 플랜트가 필요했다.
태양계에도 화성과 달 등 여러 곳에 생산기지가 마련되어 있었고 그로 인해 군단타격함대가 탄생했다.
하지만 중력자 레이더로 탐색한 결과 아스테라엔 그런 것들이 없었다.
각국의 수뇌부는 반응탄을 재점검하도록 지시하고 일제히 회의에 들어갔다.
의제는 하나였다.
―보유하고 있는 반응탄으로 유지하의 함대에 타격을 줄 수 있는가?
현재 각국이 보유 중인 반응탄의 수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것으로 그의 함대를 저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기함이 처음 보는 클래스인데 출력이 엄청나다고 합니다. 1,500척을 이끌고 다닐 정도니까요.”
“6년 전 플레이그 전쟁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함선이 분명합니다.”
“그 함대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습니까?”
“…없는 것 같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말이죠. 저 행성도 그가 끌고 오지 않았겠습니까? 그런 사람에게 우리가 뭘 할 수 있는 겁니까? 무슨 의미가 있어요?”
“그러면 백기를 들어야 합니까? 피를 볼 게 뻔한데?”
이게 바로 유지하를 두려워하는 이유였다.
6년 동안 그들이 저지른 짓은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를 때가 왔다.
그런데 대가를 치르려고 보니 이게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인류연합은 여러 세력의 압박으로 만신창이였고 석유마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배성민이 그걸 일러바쳤을 게 뻔했고 유지하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 우려 때문에 현재 메가시티 퍼시픽에선 많은 인사가 망명길에 오르고 있었다.
오직 유지하에 대한 두려움만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프랭클린 대통령은 일단 이야기를 해보자고 결론을 냈다.
“우리에게 반응탄이 있는 이상 그 사람도 섣불리 움직이진 못할 겁니다. 정상회담 일정부터 잡아보세요.”
유지하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해 주고 자원 공급을 재개하면 그럭저럭 지난 6년간 있었던 일들을 무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인류연합의 응답은 없었다.
관계가 최악이더라도 외교부 차원에서는 응답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소식이 없었다.
답답해진 프랭클린 대통령은 핫라인을 연결하려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를 무시하겠다는 건가? 그럴 입장이 아닐 텐데…….”
반응탄이 있는 이상 유지하도 함부로 공격할 순 없을 것이고 인류연합의 고통은 그만큼 길어질 뿐이었다.
프랭클린 대통령은 이런 내용의 문건을 여러 메가시티에 돌렸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각국의 수뇌부는 유지하가 피바람을 일으키려 한다면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 이상 살인은 안 됩니다. 이건 그 앞에서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걸 그에게 알려야 합니다.”
요란한 행사를 개최해 기자들을 모으고 정상들끼리 사진을 찍는 등 법석을 피웠지만 유지하가 없으니 맥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쯤 되자 세간의 관심이 모조리 인류연합과 그에게 쏠렸다.
―유지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왜 저 행성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않고 퍼시픽에 틀어박혀만 있는가?
새롭게 나타난 행성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달 옆에 떡하니 있으니 궁금하게 여길 수밖에.
다들 인류연합에서 나온 소문만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키워가는 형국이었다.
―듣기로는 드래곤하고 엘프가 산다던데… 사실인가?
―인류연합의 아는 사람이 알려 준 건데, 유지하는 이미 아스테라를 정복했다더라.
―뭐? 그럼 우리도 엘프하고 결혼할 수 있는 거냐?
―속지 마. 그놈들 혐성 깐프니까.
반응이 폭발적임에도 유지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예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지구에 비행선 하이페리온호가 도착했다.
* * *
“여기가 레오볼드의 고향…….”
“젠장, 제롬을 수십 배로 확대해도 상대가 안 되잖아.”
“저기 비행선 봐요! 엄청나게 커요!”
하이페리온호에는 카밀라와 지갈레온을 포함한 아스테라인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다들 생전 처음 보는 메가시티 퍼시픽의 웅장한 광경에 감탄했다.
어지간한 시민은 학을 떼는 휘황찬란한 황금궁전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황제의 권위가 살아난다며 좋아한다는 걸 보면 지구와 아스테라의 생각 차이를 알 수 있다.
하여튼 이들은 메가시티 시민들의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레오볼드, 유지하를 만나게 되었다.
“파란 머리 저건 염색한 건가?”
“염색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라던데. 드래곤이라서 가능하다고.”
“드래곤이란 생명체가 세상에 있었다니…….”
“귀가 뾰족한 걸 보면 엘프인가? 내가 지금까지 본 여자들 중에서 제일 예쁜 것 같은데?”
“저렇게 보여도 성격은 더럽다잖아.”
차분한 성격을 갖고 있는 마르그레타가 들었으면 억울할 만한 이야기였다.
하여튼 지구인과 아스테라인은 서로를 보며 신기하게 여겼다.
지갈레온은 흑인을 보며 섀도우 엘프 같은 종족이냐고 물었다가 카밀라에게 한 대 맞을 뻔했다.
“쉿. 여기에서 피부색을 가지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면 안 돼요.”
“왜? 피부색이 다른 건 사실이잖아?”
“하여튼 안 되니까 말 좀 들으라고요.”
인류연합은 워낙 다양한 인종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었기에 초기에는 갈등이 극심했다.
기본적인 소양이 되는 시민을 선별했음에도 그런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나마 유지하가 원아웃 제도를 도입해 엄포를 놓고 세뇌에 가까운 교육을 시켰기에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떠난 후에는 묘하게 시민들 사이에서 동질감이 싹텄다.
외부에서 하도 공격하다 보니 우리는 인류연합의 시민이라는 정체성이 생겨난 것이다.
답답하다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 코스모폴리탄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숫자가 약 2억이었다.
유지하의 목표는 구 인류연합을 물질적, 정신적으로 재건하는 것이었고 배성민 대에서 비로소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세계 시민 육성에 성공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유지하의 비판자들이 겁을 먹고 빠져나가는 통에 현재 인류연합엔 진지하게 그를 환영하는 사람이 가득이었다.
무턱대고 추종하는 건 아니었고 더 이상 피를 흘려선 안 된다거나 드론은 철폐하자고 단호하게 주장하곤 했다.
그들이 목소리를 낸다는 건 유지하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결국 그가 원하는 건 구 인류연합 재건이었고 따라서 언젠가 최고평의회도 다시 구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내려놓는 일은 없겠지만 세부적인 정책은 위임해도 괜찮다는 입장이었다.
하여튼 아스테라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유지하의 집무실로 향했다.
거기엔 이미 배성민과 소냐, 파티마 등이 와서 그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아빠… 너무 오랜만이에요…….”
소냐는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안겨서 울먹였고 유지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이 광경은 카밀라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세상에 아빠라니.
“여보… 딸이 있었어요?”
그에 반해 소냐는 웬 은발에 갈색 피부의 여성이 여보라고 부르는 걸 보며 깜짝 놀랐다.
“아빠 결혼했었어요?”
“…….”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참으로 곤혹스러웠다.
유지하는 사람들을 자리에 앉혀 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여러분에게 확실히 하고픈 게 있습니다. 플레이그 사태 이후, 내 의무는 사라졌습니다. 그 의무란 인류를 보존하고 선지자를 만나는 것이었죠.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서 새로운 의무를 받았습니다.”
“그녀? 혹시 여자였나요?”
카밀라가 물었고 유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외형만 그렇다는 거지. 그녀는 많은 의식이 합쳐진 일종의 정신체였어. 그러니까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안 돼.”
“한 마디로 신이라는 거죠? 이해했어요.”
“선지자 라사가 만든 건 아스테라뿐만이 아닙니다. 나는 그녀가 만든 수많은 문명을 간접적으로 확인했고, 도우러 갈 겁니다. 머나먼 외우주로 떠나는 거죠.”
“갑자기 그런 말씀을 들으니 머리가 띵하네요. 우리가 태양계 밖으로 나간다니.”
황선영이 어질어질한 듯 머리를 흔들었고 지구인들은 대체로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외우주란 겨우 상상이나 해보는 공간에 불과했다.
인류는 이제 겨우 지구 밖으로 진출했고 그마저도 예산 때문에 차례차례 계획을 접어야 하는 실정이었다.
그걸 극복하려면 유지하가 가져온 함대 이상의 것이 있어야 한다.
한편 아스테라인들은 개의치 않는 듯했는데, 아는 게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은 아스테라에서 살 수만 있다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쪽이었다.
유지하는 손가락을 튕겼다.
“우리가 외우주로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건 선지자의 마지막 유산입니다. 크기도 크기지만 기능이… 아마 여러분들도 깜짝 놀랄 겁니다.”
그건 유지하도 깜짝 놀랐다는 얘기가 된다.
대체 뭘 받았기에 이런 반응일까?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초리를 하고 있을 때, 하늘을 쳐다보던 파티마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저건 고리… 인가요?”
순간 사람들은 지구에 고리가 생겼나 착각했다.
그 고리는 테라 행성보다 더 떨어져 있는 게 분명한데도 오히려 커 보였다.
아스테라인들은 그러려니 했지만 약간의 과학적 지식이 있는 지구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쩍 벌렸다.
“행성보다 더 큰 고리라니 이건 말도 안 되는…….”
“폭이 2만 km도 넘겠어요!”
폭이 그 정도이니 고리의 전체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고리가 하나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몇 개의 고리가 교차되는 것을 보고 말문을 잊었다.
“링 월드입니다. 선지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산이죠. 저게 우리를 아스테라로 데려다줄 겁니다.”
“어, 어떻게요?”
그때 메가시티 퍼시픽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링 월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에테르의 힘이 섬을 들어 올린 것이다.
약간의 진동과 고도가 높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위험도 없었다.
사람들은 어느덧 창가에 달라붙어 메가시티가 떠오르는 것을 구경하기 바빴다.
“진짜 말도 안 된다…….”
“메가시티를 통째로 들어 올리다니 뭐 이런…….”
퍼시픽뿐만 아니라 사우스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반이 빠져나간 공간에 바닷물이 천천히 들어찼고 두 도시는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공간으로 향했다.
이 사실이 해외에 알려지자 일제히 뒤집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