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139
#닥터 플레이어 139화
“한슨, 부탁할게.”
“네, 마스터.”
레이몬드는 수술 후 처치를 한슨에게 맡겼다.
남아서 끝까지 치료에 매달리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베라드 대공이 눈치채기 전에 어린 국왕과 함께 수도를 함락해야 했다.
‘아직 상태가 위중해 내가 남는 게 가장 좋겠지만, 어쩔 수가 없는 사정이니.’
란족과의 동맹은 전적으로 레이몬드에 의해 이루어진 거다.
그러니, 당사자인 레이몬드가 수도 점령에 빠지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한슨이 잘 해줘야 할 텐데.’
그런 시선을 느낀 걸까?
한슨이 말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십시오, 마스터.”
그는 결연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전 마스터의 첫 번째 수제자. 제 목숨을 걸어서라도 환자를 잃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뜻밖의 인물이 한쪽 팔을 거들었다.
“환자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방의 빛이여. 제가 함께 돕겠습니다.”
레이몬드는 놀란 얼굴을 하였다.
란족 최고 치료사였다!
‘이름이…… 쿠룬이라고 했던가?’
나이는 대략 30대 중반쯤 되는 인물인데, 족장의 후계자를 치료해 준 이후 레이몬드를 굉장한 선망의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어째 한슨2 같은 눈빛인데.’
레이몬드는 헛기침을 하였다.
어쨌든 무려 A+급의 힐러다.
라이프 공작의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다.
‘힐도 적절히 사용하면 환자 치료에 유용한 힘이니까.’
레이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부탁하겠습니다.”
그렇게 한슨과 란족 최고 치료사, 쿠룬에게 라이프 공작을 맡긴 레이몬드는 란족 전사들 앞에 섰다.
다들 레이몬드의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었다.
‘음, 뭐라고 하지? 난 군인이 아니라 전투 전 연설은 잘 모르는데.’
다행히 스킬들이 도움을 주었다.
[아군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장의 수호 의사’ 속성이 발현됩니다!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합니다!] [‘강철의 심장’ 스킬 효과가 강화합니다!] [‘의사의 카리스마’ 스킬 효과가 강화합니다!] [스킬, ‘일반병 지휘’가 발현됩니다!]‘전장의 수호 의사’ 속성 효과 덕에 여러 스킬의 효과가 강화되었다.
덕분에 레이몬드는 더욱 강력한 의지를 가슴에 품고, 굳건한 신뢰를 주는 카리스마를 뿜어내게 되었다.
덕분에 얼핏 보면, 대단한 의지를 지닌 철혈의 전사처럼 보이게 되었다.
란족 전사들은 단상에 서자 강인(?)함을 뿜어내는 레이몬드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이방의 빛.’
‘단순한 힐러가 아니야. 역시 저분은 존경할 만한 전사다!’
그런 시선을 받으며 레이몬드는 입을 열었다.
“제게 여러분께 부탁하고 싶은 건 하나입니다.”
스킬이 강화한 덕분일까?
강한 카리스마가 음성에 깃들었다.
란족의 전사들은 숨을 죽이고 레이몬드의 말을 들었다.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꼭 살아 돌아오십시오. 그게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자 하는 부탁입니다. 반드시 살아 돌아와 함께 승리를 만끽합시다.”
이건 레이몬드의 진심이었다.
그는 진실로 누구도 죽지 않기를 바랐다.
전쟁인 이상, 누군가는 죽고 다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 희생이 최소화하였으면 하였다.
그는 사람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힐러였으니까.
그런 그의 진심을 느낀 걸까?
란족의 전사들은 순간 가슴이 뭉클하여 침묵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와아아!”
“우리는 승리한다!”
“휴스톤의 왕자 만세! 이방의 빛 만세!”
떠날 듯한 함성이 사막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레이몬드는 란족의 거처를 떠났다.
그런 그의 뒤를 3,000명에 달하는 란족의 용맹한 전사들이 따랐다.
이제 어린 국왕과 함께 수도를 함락할 차례였다.
* * *
일단, 레이몬드는 마카펠 3세와 약속한 지점에서 합류하였다.
겨울 궁전에 남았던 린든의 간호 덕분인지, 마카펠 3세는 거의 다 회복한 상태였다.
그것 말고도 기쁜 소식이 있었다.
“휴스톤 왕국군의 빛, 페닌 남작을 뵙겠소이다. 드로튼의 멜릭 남작이오.”
“본인은 티스 자작이라고 합니다.”
마카펠 3세가 은밀히 연락을 돌린 덕에 드로튼의 몇몇 귀족이 합류한 것이다!
물론 함께 온 병사의 숫자가 많은 건 아니었다.
대략 500명?
그래도 란족의 전사들과 합치니 3,500명 정도 되었다.
그들은 사기충천하여 외쳤다.
“지금 수도는 텅텅 비어 있습니다!”
“곧바로 수도를 공략해야 합니다!”
레이몬드는 그들의 말에 동의했다.
베라드 대공은 뒤락 후작이 거둔 커다란 승리에 취해 직접 수도의 병사들을 이끌고 북진하였다.
덕분에 병사들이 텅 비어 드로튼 왕국 수도의 방어 태세는 엉망이었다.
‘시간 싸움이야. 베라드 놈이 눈치채 돌아오기 전, 당장 수도를 점령 후, 베라드 놈을 역적으로 선언해야 해’
그런 마음으로 수도로 진격했다.
웅장한 성곽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아니? 저건?”
“적의 침입이다!”
수도에 남아 있던 병사들이 난데없이 나타난 적들을 보고 놀라 외쳤다.
그때, 마카펠 3세가 말 위에 올라타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본인은 드로튼의 국왕 마카펠 3세이다! 짐이 귀환했으니, 너희는 모두 문을 열어라!”
“……!”
드로튼의 병사들은 눈을 부릅떴다.
정말 어린 국왕이었다!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정말 국왕 전하셔. 무, 문을 열어야 하나?”
“하지만…….”
그들은 지금껏 베라드 대공의 명령을 따랐다.
그런데 갑자기 정통 국왕 마카펠 3세가 나타나 호통을 치니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이 왔다.
그때, 성 위에서 한 기사가 나섰다.
친(親) 베라드 파의 기사로 지금껏 어린 국왕을 무시해 왔던 자였다.
“시끄럽다! 우리의 주인은 베라드 대공 전하! 이제 곧 폐위될 허수아비 어린 왕 따위가 어디서 감히 명령이냐?”
“……!”
“모두 동요하지 말고 방어 태세를 갖춰라! 조금만 버티면 지원군이 도착할 거다!”
그 명령에 수비병들은 주섬주섬 무기를 들었다.
국왕을 상대로 무기를 들어도 되는지 혼란스러웠지만, 당장 옆의 지휘관이 내리는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레이몬드 측은 인상을 찌푸렸다.
“예상대로의 반응이군요.”
“공성전을 벌여 함락해야겠습니다.”
그런데 그때였다.
레이몬드의 귓가에 뜻밖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커다란 전투를 앞두고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최소한의 피해로 성을 점령하라!](인술 퀘스트)
선행도 : 중의(中醫) 급
난이도 : 중
퀘스트 설명 : 곧 치열한 전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수많은 희생이 예고되는바. 전장의 수호 의사로서 희생을 최소화하여 아군의 피해를 줄이십시오.
클리어 조건 : 아군의 피해 최소화
보상 : 보너스 레벨 업×2, 스킬 포인트 50점
특전 : 병사들의 존경. 뜻밖의 커다란 공로(?)
퀘스트를 본, 레이몬드는 순간 멈칫하였다.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그는 곧 퀘스트의 내용을 이해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성을 공략하는 측이니까. 무작정 밀어붙이면 커다란 피해가 생길 거야.’
공성전이 벌어지면, 공격하는 측이 압도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생각해내야 했다.
‘그리고 이대로 공성전을 펼쳐도 성을 함락할 수 있다고 백 퍼센트 장담할 수는 없어.’
전력만 따지면 이쪽의 우위였다.
하지만 적들은 성벽에 의지하고 있다.
무작정 밀어붙이기만 했다가는 함락에 실패할 수도 있었다.
‘무언가 묘책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아군의 희생을 줄이려는 마음에 ‘전장의 수호 의사’ 속성이 발현됩니다!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합니다!] [지력 스탯이 10점 상승합니다!]그렇게 지력이 오른 덕분일까?
번뜩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전하, 혹시 왕궁과 성 밖을 연결하는 비밀 통로는 없습니까?”
유서 깊은 왕성에는 보통 이런 유의 비밀 통로가 존재한다.
성이 함락될 위기에 대비해서였다.
“비밀 통로 말인가요?”
마카펠 3세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대로 왕에게만 전해지는 비밀 통로가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건 왜? 혹시?”
마카펠 3세는 레이몬드의 의중을 깨닫고 눈을 크게 떴다.
레이몬드는 씨익 미소 지었다.
“이대로 공성전을 펼치면 큰 피해가 날 터. 비밀 통로를 이용해 양동작전을 펼치는 게 어떻습니까?”
* * *
밖에서 공성전을 벌이는 척 수비병들의 시선을 끄는 사이, 소수 정예 기사들이 안으로 잠입해 성문을 연다!
이게 레이몬드의 계획이었다.
‘이러면 희생을 최소화하며 성을 함락할 수 있어!’
다른 이들도 레이몬드의 계획에 동조했다.
“훌륭한 생각입니다. 병사들의 희생도 줄이며, 빠르게 성을 점령할 수 있을 듯합니다. 역시 휴스톤 왕국군 최고의 천재 페닌 남작님답군요!”
“우리 란족도 이방의 빛의 의견에 동의한다. 빛다운 훌륭한 의견이다.”
마카펠 3세, 드로튼의 귀족, 란족 할 것 없이 레이몬드의 계획에 감탄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전하께서 직접 행차하셔야 한다는 말입니까?”
“비밀 통로 중간에 드로튼 왕가의 왕족만 열 수 있는 마법진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가야 합니다.”
“그건…….”
왕이 직접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에 드로튼 측 귀족들은 난색을 보였다.
물론 마카펠 3세는 용감하게 나섰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비록 어리지만, 짐은 드로튼의 국왕. 왕성을 되찾는 일에 뒤로 빠져 있지 않을 거요.”
“하지만 전하께서는 아직 몸도 다 회복되지 않지 않았습니까?”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페닌 남작이 함께 갈 건데.”
레이몬드는 깜짝 놀라 마카펠 3세를 바라보았다.
‘아니, 내가 거길 왜 가?’
레이몬드는 결사대로 참석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무사안전제일주의자였으니까!
당연히 안전한 후방에 머무를 생각이었다.
‘결사대로 참가하면 위험하잖아. 위험한 건 싫다고.’
속으로 질색을 표하는 중이었다.
돌연 떠오른 생각에 레이몬드는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렸다.
‘잠깐. 결사대가 정말 위험한가?’
지금 성안을 지키는 병사는 한 줌이었다.
승리를 확신한 베라드가 병사란 병사를 모조리 끌고 북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성전이 시작되면 남은 병사들은 모조리 성벽으로 동원되어 방어에 매달릴 게 분명했다.
결사대가 향할 왕궁 안은 당연히 텅텅 비게 될 거고,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었다.
‘오히려 여기에 남아 있는 게 전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잖아?’
지금 그들의 병력은 3,500명.
적은 숫자의 병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군도 아니었다.
따라서 후미라도 크게 안전한 건 아니었다.
실제 전투가 벌어지면 다 함께 휘말릴 가능성이 높았다. 최악의 경우 성 위에서 쏜 눈먼 화살에 맞을 수도 있다.
‘심지어 결사대에 참가하면 추가적인 공로도 세울 수 있잖아? 수도 함락에 가장 큰 몫을 하는 셈이니까!’
곰곰이 따지니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
“저도 함께 참가하겠습니다.”
“페닌 남작님?”
“결사대에는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니, 힐러가 필요합니다. 힐러로서 제가 함께하겠습니다.”
위험은 무슨.
안전하다고 판단되어 나서는 거지만, 겉으로는 환자를 위하는 척을 하였다.
언제, 어느 때고 이미지 메이킹를 잊지 않는 레이몬드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