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138
#닥터 플레이어 138화
하지만 어떻게든 해내야 했다.
“지금 바로 응급 수술 진행하겠습니다. 준비해 주십시오.”
크리스틴, 한슨도 안 좋은 예후를 짐작한 걸까?
모두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수술 중 감염 확률을 낮추기 위해 가장 깨끗한 천막을 빌려 수술 준비를 하였다.
레이몬드는 절개를 시작하기 전, 가슴에 꽂힌 검날을 바라보았다.
‘그나마 얇은 세검이어서 다행이야.’
만약 넓은 날의 검이 관통되었다면, 온갖 중요 장기를 뚫고, 찢고 지나가며 손상을 주었을 거다.
그나마 얇은 날이어서 여러 장기에 손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적었다.
그렇다고 상처가 가볍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었다.
가슴의 관통상은 어디를, 어떻게 관통했느냐에 따라 바늘 같은 상처도 목숨을 잃게 할 수 있으니까.
‘상처 위치가 하필 심장이 자리한 가장 중앙이야.’
흔히들 하는 오해와 다르게 심장은 좌측에 자리해 있지 않고, 가슴 중앙에 있다.
왼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을 뿐이다.
그러니 지금 검은 라이프 공작의 심장이 자리한 부위를 관통하고 있는 거다.
‘아니야. 만약 심장이 관통되었다면,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도 지금껏 살아 있지 못했을 거야. 최소한 심장은 비켜 갔을 가능성이 높아.’
소독, 마취 등 수술에 필요한 조처를 하고 굳은 얼굴로 메스를 들었다.
‘스킬 사용!’
그나마 아까 서전의 손놀림을 아껴놔서 다행이었다.
감각 수치가 훌쩍 66.5로 상승하였다.
찌익.
긴장한 손으로 일단 피부를 절개했고, 그다음은 커다란 ‘칼’을 들었다.
톱날 같은 날을 지닌 칼로 가슴 정중앙의 뼈를 절개하기 위한 특수 칼이었다.
레이몬드는 손에 잔뜩 힘을 주어 뼈를 갈랐다.
우드득.
뼈를 가르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가 하얀 천 장갑에 튀었다.
“한슨, 가슴뼈 벌려줘.”
“네, 마스터!”
한슨이 철제 도구로 절개된 가슴뼈의 양옆을 벌렸다.
쩌억, 섬뜩한 소리와 함께 가슴 안의 공간이 드러났고, 레이몬드는 숨을 들이켰다. 한슨, 크리스틴도 마찬가지의 반응이었다.
‘흐읍.’
처참한 상태였다.
피와 고름이 가득 차 있었다.
터질 듯 고여 있는 피고름이 폐와 심장을 짓누르고 있었고, 무엇보다 심각한 건 검의 궤적이었다.
다행히 심장을 관통하진 않았다. 대동맥이나 대정맥도 관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심장의 바깥막을 길게 찢으며 중부 식도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식도 천공.’
레이몬드는 신음을 흘렸다.
‘저 식도 천공 때문에 이런 상태가 된 게 분명해.’
식도의 내용물이 흉강으로 새면 심각한 감염증이 온다.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거의 100퍼센트에 달한다.
‘식도 천공 수술은 굉장히 큰 수술이야. 과연 살릴 수 있을까?’
어쩔 수 없이 그런 마음이 다시 들었다.
당연하지만, 레이몬드는 지금껏 모든 환자를 살린 건 아니었다.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목숨을 잃게 된 환자도 많았다.
특히, 전장에 나오고선 그런 일이 빈번했다. 어떤 날은 살린 환자보다 사망한 환자가 더 많은 날도 있었을 정도니까.
그런 경험들을 거치며 레이몬드는 스스로 전능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아니야. 약한 생각하지 말자. 어떻게든 살리고 말겠어.’
굳은 의지로 손을 움직였다.
첫 단계는 일단 검날을 제거하는 거였다.
‘조심히.’
최대한 섬세하게 하지 않으면 제거하는 중 이차적인 상처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
검날이 심장 외벽에 얕게 박혀 있는 상태라, 실수하면 심장의 상처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꿀꺽.
한슨과 크리스틴은 긴장된 눈으로 레이몬드가 검날을 천천히 제거하는 걸 지켜보았다.
66.5에 달하는 감각 덕분일까?
레이몬드는 어떤 실수도 하지 않고, 검날을 빼낼 수 있었다.
‘하아.’
하지만 낮은 한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이변이 일어났다.
“마, 마스터! 심장이 갑자기!”
“……!”
흉골을 연 상태라 직접 육안으로 심장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는데, 파르르 불규칙적으로 진동하고 있었다!
‘심실세동!’
레이몬드의 얼굴이 하얘졌다.
원체 약해졌던 상태라 칼날을 빼내는 작은 충격만으로도 부정맥이 발생한 것이다!
찰나, 파르르 떨던 심장은 툭 움직임을 멈추어섰다.
심정지가 온 것이다!
“심폐소생술 시작합니다! 에피네프린 주입해 주십시오!”
“네!”
개흉 상태라 일반적인 심폐소생술과는 달랐다.
레이몬드는 직접 손으로 심장을 움켜쥐고는 펌프질을 하였다.
‘일시적인 충격에 의한 거니 버티면 돌아올 거야! 버텨야 해.’
문제는 그게 언제냐는 거다.
심장은 1분만 뛰지 않아도 뇌에 치명적인 손상이 온다.
소드 마스터의 신체라는 걸 고려해도 3분…… 늦어도, 5분 안에는 돌아와야 했다.
‘제길!’
레이몬드는 이판사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광전사 저주’도 걸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심장을 쥐어짠 다음, 아슬아슬한 순간에.
툭. 툭.
심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
레이몬드는 커다란 숨을 내쉬었다. 본인의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다시 수술 진행하겠습니다.”
간신히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도 수많은 고비가 남아 있었다.
투욱. 투욱.
심장의 움직임이 한결 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금방이라도 다시 멈출 것만 같았다.
‘오래 못 버텨.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야 해.’
레이몬드는 아이템을 구입했다.
‘아이템 구입, 스킬 숙련도 상승!’
[‘서전의 손놀림’의 숙련도가 C등급으로 상승합니다! (24시간 한정)] [감각 스탯이 15점 올라갑니다!] [스킬 포인트가 50점 소모됩니다!]‘한 번 더!’
[‘서전의 손놀림’의 숙련도가 B등급으로 상승합니다! (24시간 한정)] [감각 스탯이 20점 올라갑니다!] [스킬 포인트가 100점 소모됩니다!]합쳐서 150포인트가 소모되었다.
작지 않은 지출이었지만, 아낄 때가 아니었다.
다행히 메시지가 떠올랐다.
[절체절명의 환자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 중입니다!] [특전이 주어집니다!] [스킬 포인트 소모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다행히 포인트 소모는 75점에 그쳤다.
어쨌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저 꺼질듯한 심장의 움직임이 멈추기 전, 수술을 끝내야 했다.
“소독한 물을.”
다음 단계는 피고름으로 가득 찬 가슴 안을 깨끗하게 만드는 거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물로 씻어낼 뿐 아니라, 오염돼 감염이 생긴 조직을 모조리 쳐내야 하니까. 그것도 오밀조밀 모여 있는 심장과 대혈관 등을 피해서.
레이몬드는 손을 움직여 오염된 조직을 쳐나갔다.
서전의 손놀림 숙련도를 올려서일까? 아니면,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서일까?
평소보다 훨씬 뛰어난 손놀림이 펼쳐졌다.
레이몬드는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괴사 조직을 제거해내고는 기다란 숨을 내쉬었다.
‘이제 마지막 단계야. 관통된 식도를 수리해야 해.’
마지막.
가장 어려운 단계가 남았다.
‘상태를 봤을 때 일차 봉합은 어려워.’
구멍 난 식도를 치료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벌어진 단면을 실로 봉합하는 거다.
하지만 라이프 공작의 경우 불가능했다.
상처의 상태가 극히 불량했다. 이미 괴사가 진행되고 있어 봉합해 봤자 바로 벌어질 것이다.
‘이런 경우, 식도의 손상된 부분을 잘라낸 후 밑의 위와 연결해야 해.’
이게 가장 정석적인 치료였다.
참고로, 사람의 입에서 이어지는 장관의 구조는 이렇게 되어 있다.
입 → 식도 → 위
그러니, 식도를 자르면 밑에 위치한 위와 연결해 주어야 한다.
위와 자른 식도를 연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째, 밑에 자리한 위를 기다랗게 잡아 끌어올려 연결하는 법.
둘째, 배를 열어 다른 부위의 창자를 잘라와 중간 다리로 이식하는 법.
두 방법 모두 환자의 몸에 커다란 부담을 주는 술식이었다.
‘어떤 술식으로 하든 현재 라이프 공작 각하의 몸으로는 버티기 어려울 거야.’
레이몬드는 침음을 흘렸다.
‘제길. 어떻게 하지?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놔두면 죽는다. 그러니 무조건 식도를 잘라 위와 연결해야 했다.
하지만 두 술식 중 어떤 것도 만만한 게 없었다.
어떤 수술법을 선택해도 사망할 가능성이 높았다.
‘조금이라도 더 가능성이 높은 술식이 뭘까?’
중압감이 그를 짓눌렀다.
레이몬드는 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초조히 고민하였다.
그런 레이몬드의 고뇌를 느낀 건지, 크리스틴, 한슨도 침을 꿀꺽 삼켰다.
‘모르겠어. 방법이?’
레이몬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전문의의 판단’이 발현됩니다!] [지력 스탯이 5점 상승합니다!]지력이 추가로 상승하였지만, 뚜렷한 묘책은 떠오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절망적 상황이 지력이 높아진다고 희망적으로 변하는 건 아니니까. 두 방법의 위험성만 더 명확히 깨닫게 되었을 뿐이다.
‘더 시간을 끌 수는 없어. 뭐라도 해야 해.’
이를 악물며 메스를 움직이려는 순간이었다.
레이몬드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중압감에 자신이 지나치게 초조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래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몬드, 생각해. 다른 방법은 없을지. 환자의 몸에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해.’
거기까지 생각한 뒤였다.
한 가지 방법이 퍼뜩 떠올랐다.
‘식도를 자르고, 위와 연결하는 건 나중에 하면 돼! 지금은 응급 처치만 하는 거야!’
레이몬드는 속으로 생각했다.
요컨대, 두 단계로 수술하는 거다.
지금은 식도를 자르는 응급 처치만 하고 식도와 위를 연결하는 건 몸이 회복된 후에 하는 식으로.
이러면 라이프 공작의 몸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수술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레이몬드는 곧바로 메스를 움직였다.
식도를 절제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쓰윽, 메스로 자르고, 자른 단면을 실로 단단히 봉합하였다.
그런 레이몬드의 전격적인 처치에 크리스틴이 놀라 물었다.
“위와는 연결하지 않는 건가요? 그러면 영양 공급은 어떻게?”
식도와 위를 연결하지 않으면, 밥을 먹을 수가 없다. 굶어 죽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레이몬드는 간단히 해결책을 제시했다.
“주사를 통해 공급하면 됩니다.”
“아…….”
‘어차피, 밥을 먹을 수 있는 상태도 아니야. 당분간 필요한 영양은 수액으로 공급하면 돼.’
마지막 처치까지 끝낸 레이몬드는 깊은숨을 토해냈다.
“클로즈하겠습니다.”
그렇게 수술이 마무리되었다.
* * *
치료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직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을 뿐이다.
‘이제 남은 건 라이프 공작에게 달렸어.’
수술 후 처치뿐 아니라, 힐 등 모든 방법을 사용한 후 레이몬드는 무거운 눈으로 라이프 공작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생체 징후도 쇼크 상태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했으니, 이제 회복 여부는 전적으로 그에게 달렸다.
그나마 한 가지 희망을 품을 만한 건, 그가 소드 마스터란 것이다.
기초 체력이 월등하니, 이겨낼 가능성도 높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