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186
#닥터 플레이어 186화
‘……혹시 실드 마법을 쓰면 무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아묘의 후예, 미엔을 구하고 얻은 일시적 스킬 숙련도 상승 아이템이 남아 있었다.
‘힐러의 마나 사용’ 말고도 하나의 스킬 숙련도를 더 올릴 수 있는 거다!
‘A등급의 실드면 마나 폭주에서도 무사할 수 있을지도 몰라!’
레이몬드는 확인을 위해 물었다.
“마나 폭발이 일어나면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요? 최상급의 실드로도 막지 못할 정도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주변은 초토화가 되겠지만, 최상급의 실드 안에 있는 사람은 무사할 수 있을 겁니다. ”
레이몬드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좋아! 그러면 최악의 상황에도 내가 위험하지는 않을 거야!’
가장 중요한 안전이 해결되었으니, 나서기로 하였다.
물론 여전히 두렵긴 했지만, 실패했을 경우의 후폭풍을 생각하면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가 도와주겠습니다.”
모두 깜짝 놀라 레이몬드를 바라보았다.
“아니, 백작님?”
“그게 무슨?”
레이몬드는 짐짓 다른 이를 위하는 결연한 얼굴을 하였다.
‘이왕 목숨 걸고 도와줄 것. 좋은 인상을 남기면 좋으니까.’
특히 레이몬드는 라이나의 눈치를 힐끗 살폈다.
기회가 되었을 때 저 정의감 넘치는 대마법사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면 좋으리라. 마탑에 은혜도 입히고 말이다.
“저는 라팔드의 영지민들을 책임지는 몸. 이런 위기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역시나 라이나는 기대한 반응을 보였다.
고혹적인 눈매를 커다랗게 뜨며 놀란 얼굴을 한 것이다.
“대단하군요. 다른 귀족이면 도망갈 생각 먼저 했을 텐데. 역시…… ‘빛’인 건가요?”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아요. 당신은 힐러. 천부적인 마나 제어력을 가진 마법사가 아니라면, 도움이 되지…….”
거기까지 이야기한 라이나의 눈이 커졌다.
한 가지 사실이 떠오른 것이다.
‘페닌 백작님은 마탑을 부흥시킬 어마어마한 천재입니다!’
그녀의 동문, 샤메론이 마탑에 퍼뜨린 말이었다.
힐러가 마법에 재능이 있어 봤자이지, 하고 웃어넘겼는데, 설마?
“잠깐 기다려 보십시오.”
그렇게 말한 레이몬드는 속으로 외쳤다.
‘구입, 힐러의 마나 사용!’
[스킬 포인트가 1,000점 소모됩니다!]무려 1,000점!
레전드리 스킬답게 어마어마한 가격이었으나, 아낄 때가 아니었다.
다행히 그간 모아놓은 포인트가 많아 무리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
이후 곧바로 이어 외쳤다.
‘스킬 숙련도 상승, 힐러의 마나 사용!’
힐러의 마나 사용의 숙련도가 일시적으로 A등급으로 올라갔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느낌이 전신에 휘돌았다!
‘이 느낌이 바로 마나 제어력?’
‘체력’, ‘감각’ 스탯을 올렸을 때의 느낌이 아니었다.
바로 마나를 움직이는.
손발과 다른, 마법사들만이 가진 영적인 수족이 어마어마하게 예민해진 느낌이었다.
레이몬드는 그 느낌을 품은 채 하얀 수정의 거암에 손을 가져댔다.
‘이렇게 움직이면 되나?’
그러자 메시지와 함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환자를 위해 노력 중입니다! 강력한 마나 제어력을 발현합니다!]휘리릭.
그의 의지에 따라 사이한 마나가 춤을 추기 시작한 거다!
그 자리의 모두가 경악해 레이몬드를 바라보았다
“아, 아니! 저건?”
“어떻게 저런 마나 제어력을!”
외부의 마나를 저런 식으로 통제하는 건 아크 메이지급의 마법사나 가능한 기예였다.
그런데 저런 일을 해내다니!
레이몬드 본인도 놀랐다.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막상 그도 자신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지 몰랐다.
그냥 손발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듯, 마나가 움직여졌다.
‘무슨 이런 사기 스킬이?’
생각해 보니 ‘마나 호환’, 아니, 이제는 ‘힐러의 마나 사용’은 그가 가진 스킬 중 가장 사기 스킬이었다.
상, 중, 하단전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스킬이니까.
그런 사기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니 미친 효과를 보였다.
‘물론 환자를 위해서만 쓸 수 있다는 단서가 있지만.’
장내의 모든 이가 놀랐고, 특히 가장 놀란 건 아크 메이지 라이나였다.
“마, 말도 안 돼. 어, 어떻게 저런?”
라이나가 떨리는 음성으로 읊조렸다.
그녀는 아크 메이지. 마법의 조예가 깊은 만큼 지금 레이몬드가 해낸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폭주하는 마나를 저런 식으로 정교하게 움직이다니. 저건 그야말로 마나에 대한 재능을 드래곤 급으로 타고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잖아!’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라이나의 머릿속에 한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설마, 선천 마법사?’
선천 마법사!
천무지체에 비견되는 마법사의 전설적 재능!
그 전설적 재능을 타고나지 않으면 불가능한 기예였다.
‘하지만 그래도 말이 안 돼. 아무리 선천 마법사라고 해도 성장하지 않았는데 저런 일은?’
선천 마법사도 태어날 때부터 강한 건 아니다.
천천히 아기가 자라듯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저런 기예는 선천 마법사라도 어느 정도 성숙한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 ‘일반’ 등급의 마법사라고 알고 있는데? 그런데 어떻게 저런 기예를?‘
그때, 레이몬드가 답을 주었다.
“영지민들을 돕기 위해 간절한 마음을 품었더니, 잠시나마 이런 기적적인 능력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뭐라도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 같아 그냥 되는 대로 덴 변명이었다.
그런데 이 어설픈 변명이 라이나를 더욱더 경악시켰다.
‘선천 마법사가 보인다는 일시적 각성이야!’
각성!
선천 마법사가 어떤 절박한 마음으로 마법적 재능을 폭발시키는 현상이다.
지금 레이몬드는 영지민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각성을 이루어낸 것이 분명했다.
‘정말 영혼을 바칠 만큼 강렬히 염원해야, 각성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던데. 도대체 얼마나 영지민들을 위하는 마음이 커다랗길래 각성 현상을?’
그녀는 그렇게 경악했다.
‘어쨌든 저런 제어력이면 충분히 도움이 될 거야.’
그때, 마나의 요동침이 점점 커다래 졌다.
딱 봐도 시간이 없어 보였다.
다른 이들은 서둘러 광산을 벗어났다.
“이제 시작할게요. 마정석 안의 마나를 중화하는 건 제가 할 테니, 각하께서는.”
그녀는 자신의 가슴 쪽을 가리켰다.
심장. 마나 하트가 있는 위치였다.
“반작용으로 제 마나 하트 안의 마나가 요동치면 최대한 안정시켜주세요. 혹시 사용할 ‘매개체’는 없나요?”
“그게 뭐죠?”
“……지망생도 아는 매개체가 뭔지도 모르다니. 역시 크레이지한 천재이군요. 마법 지팡이 같은 거예요. 손에 익은 도구를 사용하면 마나 제어력이 올라가거든요.”
참고로, 라이나나 샤메론은 늘 들고 다니는 부채를 매개체로 사용했다.
레이몬드는 고민하다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그게 뭔가요?”
“청진기라고 합니다. 이게 제일 손에 익어서.”
메스도 익숙했지만, 그건 매개체로 사용하기가 그랬다.
마침, 마나 하트가 자리한 곳은 심장.
드워프표 청진기가 매개체로 딱 적당할 것 같았다.
“시작하겠습니다.”
라이나는 부채를 거석에 가져다 댔다.
그녀의 전신에서 강렬한 마나가 끓어올랐다.
“마나 중화(Neutralization)!”
나직한 외침과 함께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거석 안의 일렁이던 마나가 연기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건?”
“마나의 성질을 변화해 중화시키는 거예요.”
간단한 설명이었지만, 훨씬 복잡한 원리의 마법이었다.
마나가 폭주할 때 불안정성에 간섭해 인접한 마나의 성질을 양극단으로 변화시켜 산과 염기가 만나듯 중화시키는 초절예한 마법!
그야말로 아크 메이지만이 사용 가능한 궁극 마법이었다.
‘과연 아크 메이지!’
빠르게 줄어드는 마나에 레이몬드가 환호성을 뱉는 순간이었다.
라이나가 신음을 토했다.
“크윽.”
반작용으로 체내 마나 하트의 마나가 역류하기 시작한 거다!
“이, 이제 제 마나 하트의 마나를…….”
라이나가 덜덜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생각보다 반작용이 심했다.
이대로라면 마나가 역류해 죽음을 맞이할 거다.
레이몬드는 이를 악물었다.
‘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만, 자신 따위 당연히 없었다.
그저 이를 악물고 시도했다.
청진기가 그녀의 심장에 닿았다.
‘엉망으로 요동치고 있어!’
이를 악물고 마나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레이몬드는 놀라운 얼굴을 하였다.
‘심장이 함께 요동치고 있어! 부정맥이 발생했어!’
레이몬드는 심장의 상태를 파악했다.
‘부정맥이 발생하다니? 설마 마나 하트의 마나가 실제 심장에도 영향을 주는 건가?’
마나 하트.
심장에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마나를 축적하는 저장소다.
그러니 심장에도 영향을 주는 듯했다.
‘부정맥을 가라앉혀야 해!’
심장이 부정맥으로 진동하니, 심장 안에 자리한 마나 하트도 함께 요동쳤다.
간신히 억누른 마나가 다시금 날뛰기 시작했다!
“크, 크윽. 마나의 폭주가.”
라이나는 괴로운 신음을 흘렸다.
레이몬드는 곤혹스러운 얼굴을 했다.
‘어떻게 부정맥을 진정시키지? 그래야 마나도 안정시킬 수 있을 텐데.’
문제는 지금 부정맥을 안정시킬 방법이 없다는 거다.
‘항부정맥 효과가 있는 약초를 섭취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전격 마법으로 전기 충격?’
하지만 그것은 더 곤란했다.
전기 충격을 주었다가 라이나가 의식을 잃으면, 끝장이었다.
“큭!”
라이나가 괴로운 신음을 흘렸다.
레이몬드는 이를 악물었다.
‘생각해봐.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해야 해!’
레이몬드는 일단, 라이나에게 발생한 부정맥의 패턴을 파악했다.
‘규칙적인 빈맥야. 그중 종류가 무엇이지?’
부정맥의 종류를 파악하려면 심전도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확인할 수가 없었다.
레이몬드는 조금이라도 더 단서를 얻으러 청진기에 집중했다. 그러다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잠깐. 지금 이 부정맥 전기 신호 교란에 의한 게 아니잖아?’
레이몬드는 놀란 얼굴을 하였다.
심장은 심근의 전기 신호에 맥동한다.
그 전기 신호에 교란이 온 게 부정맥이다.
그런데 지금 라이나의 상태는 달랐다.
‘전기 신호가 아닌, 마나에 의해 심장이 움직이고 있어!’
마나가 심장의 신호 전도로(Pathway)를 따라 폭주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놀랐지만, 곧 이해했다.
마나는 무형이지만, 현실에 실제로 작용하는 힘.
전기 신호 대신 심장에 작용하는 것도 가능한 것 같았다.
‘설마 마법사들의 마나 하트 역류라는 게 마나에 의한 이 부정맥 현상을 말하는 건가?’
[마나가 폭주하면 심장이 요동쳐 사망하게 됩니다.]아까 마법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아마 이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해결해야 해! 먼저 부정맥의 종류 먼저!’
마나에 의한 것이어도 부정맥은 부정맥이다. 그러니 부정맥의 치료 원칙을 따라야 한다.
먼저 어떤 종류의 부정맥인지 확인해야 했다.
전기 신호의 방향을 파악하는 심전도 대신 마나가 흐르는 방향을 느꼈다.
곧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방실결절회귀성빈맥(AVNRT)이야!’
마나가 심장의 방실결절(AV node)에서 끝없이 회돌며 신호를 유발하고 있었다.
‘이 방실결절을 차단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