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187
#닥터 플레이어 187화
의학적으로 방실결절회귀성빈맥의 첫째 치료원칙은 아데노신 약물 투여였다.
신호가 회귀하는 방실결절의 반감기를 늘려 신호를 차단하는 거다.
하지만 마나에 의한 부정맥이니 다른 치료법이 필요했다.
레이몬드는 아까 메시지가 떠올랐다.
[특히 마나 역류 환자를 치료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마나 제어력으로 이런 상태를 치료하라는 뜻 같았다.
‘조심히.’
그는 마나 제어력을 발현해 방실 결절에서 회전하는 마나를 차단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심장의 요동이 멈추어선 것이다!
“……하!”
라이나가 깊은 탄식을 토해냈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이 안정되었다.
“괜찮으십니까?”
“아…… 네.”
라이나는 레이몬드를 커다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마나 하트의 역류를 이렇게 쉽게 가라앉히다니? 도대체?’
그녀는 놀람을 넘어 경악하였다.
의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그녀는 레이몬드가 어마어마한 마나 제어력을 발현해 마나 하트의 역류를 안정시켰다고 생각했다.
‘이 미친 마나 제어력은 도대체! 저자는 드래곤의 환생이라도 된단 말이야?’
지금 레이몬드가 보이는 마나 제어력은 유례가 없는 수준이었다.
“말도 안 돼! 어메이징! 그레이트! 크레이지!”
라이나는 얼마나 놀랐는지 기품있는 차림과 어울리지 않는 비속어(?)를 연신 외쳤다.
“이건 기적이야! 정말 선천 마법사?”
그녀가 혼비백산해 외치는 음성에,
‘……의술의 힘인데. 그리고 스킬발이고.’
레이몬드는 눈을 껌뻑껌뻑하였다.
귀부인의 눈빛이 무언가 심상치 않았다.
……데자뷔가 느껴졌다.
라이프 공작 때의 데자뷔 말이다!
더구나 더욱 모공이 송연한 이야기가 있었다.
‘……선천 마법사라니. 나 그런 것 아닌데.’
선천 마법사가 누구인가?
전설적인 마법사들이 타고났다는 체질이었다.
그는 그런 것 아니었다.
“저 그런 것 아닙니다. 그저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기적을 발휘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믿지 않는 듯했다.
레이몬드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 그래도 라이프 공작처럼 집요하진 않겠지? 나름대로 유명한 귀부인이니까.’
적혈의 귀부인.
잘 모르지만, 품위 있는 이일 거다. 별명이 귀부인이니까.
하지만.
“…….”
레이몬드를 보는 라이나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뭐랄까?
‘귀부인’의 눈빛 같았다.
욕심에 눈이 돌아간 탐욕스러운 귀부인의 눈빛 말이다. 흡사 세상에서 가장 탐나는 보석을 보기라도 한 것 같았다.
‘……이,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레이몬드는 슬그머니 그녀의 눈빛을 외면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라이나가 표정을 수습했다.
“어머, 제가 실례를. 각하를 보니 설레어 가슴이 뛰어서……. 이번 일이 끝나고 저녁 식사를 청해도 될까요? 꼭 한번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네요.”
예의를 차렸지만, 뭐랄까?
만나기 무서운 음성이었다.
만났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았다.
호호, 웃으며 희번뜩한 눈빛이 라이프 공작보다 더 무서웠다.
레이몬드는 못 들은 척 귀를 청진기의 귀마개로 막아버렸다.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이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라이나는 마법에 집중했고, 레이몬드는 그런 라이나의 마나 하트를 안정시키는 데 안간힘을 썼다.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얀 수정 안의 마나가 어마어마하게 줄어들었다. 과연 아크 메이지다운 궁극 마법!
‘잠깐. 이거 이대로 마나가 다 소멸하면, 저 하얀 수정은 그대로 쓸 수 있는 것 아니야?’
레이몬드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에 눈을 크게 떴다.
생각지도 않게 어마어마한 보물을 얻게 된 거다!
‘물론 마나가 다 사라졌으니 마정석으로의 가치는 없겠지만, 의료 산업에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의료 산업에 필요한 자원 중 하얀 수정을 구하는 게 가장 걱정이었는데, 해결한 것이다!
‘좋아, 이대로 슈퍼 리치의 길로……!’
하지만 늘 그렇듯, 하늘은 그렇게 쉽게 그에게 행복을 허락하지 않았다.
갑자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커억……!”
라이나가 갑자기 돌연 신음을 흘렸다.
“아크 메이지님?”
“더, 더는 무리예요. 이제 더는 사용할 수 있는 마나가…….”
그녀는 파리한 음성으로 말했다.
몇 시간째 중화 마법을 사용한 탓에 모든 마나가 고갈된 것이다!
‘계산 밖이야. 이렇게 마나가 많이 축적되어 있다니.’
그녀는 처음 마법을 펼칠 때 자신의 마나면 충분히 해결해 낼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중화 마법은 원리가 어려울 뿐, 많은 양의 마나가 필요한 마법은 아니었으니까.
특히 그녀는 일현(一賢) 급 아크 메이지 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마나를 보유하고 있었다.
적혈의 부채에 담긴 마나도 상당하니 충분할 것으로 여겼는데, 아니었다.
‘아직도 모자라.’
그래도 다행인 건 대부분 마나를 중화했다는 거다.
이제 남은 하얀 수정 안에 남은 마나는 1할 미만이었다.
문제는 남은 마나가 폭주할 듯 일렁이고 있었다는 거다.
가만히 놔두면 이제 곧 대폭발을 일으킬 거다.
‘처음보다는 약해진 폭발이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위력일 거야. 하지만 더는 마법을 쓸 기력이…….’
그때, 사태가 극적으로 변했다.
우우우웅!
커다란 소리가 하얀 수정 안에서 울려 퍼진 것이다!
“대폭발!”
라이나가 외쳤다.
결국, 최악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레이몬드가 보기에도 곧 터질 것 같았다.
‘실드를 사용해야 해!’
이럴 때를 대비해 준비해 둔 카드가 있었다.
‘숙련도 상승 아이템 사용! 실드!’
그런데 믿을 수 없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스킬, ‘마나 호환’의 숙련도를 올린 상태입니다! 하루 이내 아이템의 중복 사용은 불가능합니다!] [쿨타임 18시간 21분 25초 남음.]‘……뭐?’
레이몬드는 멍한 얼굴을 하였다.
지금 뭐라고?
‘거짓말! 이것만 믿고 있었는데! 나 어떻게 하라고!’
레이몬드는 현실을 부정하며 거듭 외쳤다.
‘아이템 사용! 아이템 사용!’
하지만 소용없었다.
메시지만 떠오를 뿐이었다.
[중복 사용 불가. (쿨타임 18시간 21분 17초 남음)] [중복 사용 불가. (쿨타임 18시간 21분 16초 남음)]레이몬드의 안색이 하얘졌다.
완전히 망한 것이다!
“라, 라이나 님? 폭발이 일어나면 위력이 어느 정도입니까? 일반 등급의 실드로도 막을 수 있을 정도입니까?”
그래도 마나의 양을 많이 제거했으니, 폭발의 힘도 약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절망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처음보다 약한 위력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강력할 거예요. 최소 ‘어드밴스드’ 등급의 실드는 필요해요.”
어드밴스드!
상급 마법사가 사용하는 B등급의 마법이었다.
물론 지금의 레이몬드는 사용 불가능했다.
‘으아아! 어쩌지?’
“방법이 없습니까, 아크 메이지시여?”
“전 지금 마나가 고갈되어 실드 마법을 펼칠 수가 없어요. 도망가기에도 시간이 없고요.”
레이몬드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안 돼! 난 이렇게 죽기 싫다고! 부귀영화도 누려보지 못했는데! 고생만 했는데!’
죽음을 직면하니, 그간의 개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플레이어로 각성한 이후에도 단 한 순간도 부귀영화를 누려본 적이 없었다. 죽으라 고생만 했을 뿐이다.
‘이렇게 죽으려고 그렇게 발버둥 친 게 아니야. 억울해서 부귀영화 누리기 전에는 못 죽어!’
레이몬드는 필사적으로 방법을 생각했다.
그는 일단 퀘스트의 내용을 다시 떠올렸다.
‘난이도 ‘상’이었으니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야.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이 있을 거야.’
지금껏 난이도 ‘상’의 퀘스트를 보면 그랬다. 불가능해 보였지만, 항상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어려울 뿐.
지금도 분명 그럴 거다.
더구나 퀘스트 내용도 이랬다.
[당신이 가진 능력을 활용해 영지에 발생할 재앙을 막으십시오!]‘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 내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어! 저 크레이지 귀부인의 능력이 아니라!’
레이몬드는 필사적으로 고민을 거듭했다.
살고 싶은 의지로 머리가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회전했다.
그리고 그는 답을 찾아냈다.
‘설마?’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힐러의 마나 사용’ 스킬의 내용을 다시금 열람했다.
[A : 환자를 위해 마정석 등 외부에 저장된 고농축 마나를 매우 매우 비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이 능력으로?’
생각해 보니 지금 폭주하는 마나도 마정석 안에 저장된 고농축 마나였다!
‘물론 이 능력의 의미는 환자를 위해 모자란 마나를 마정석에서 흡수하란 것 같지만.’
어쨌든 이것도 환자를 위한 일이니 흡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레이몬드는 침을 삼켰다.
‘그런데 저런 걸 어떻게 흡수해도 될까?’
한없이 불길한 마나였다.
닿기만 해도 썩어버릴 것 같은 기운.
저런 걸 흡수한다고?
‘흐, 흡수하면 죽을 것 같은데?’
레이몬드는 울상을 지었다.
그때, 상황이 다급하게 진행되었다.
고오오오오오-
섬뜩한 공명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딱 봐도 이제 터질 것 같았다.
그때, 라이나가 마지막 발악을 하였다.
“마나를 조금이라도……!”
마나 하트를 쥐어짜 실드 마법을 사용해 보려 한 거다.
레이몬드는 주먹을 움켜쥐고 그녀의 시도를 응원하였다.
하지만 레이몬드의 바람과 다르게 그녀의 무리한 시도는 도리어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크윽!”
버티지 못하고 도리어 외마디 신음과 함께 쓰러진 것이다.
“아크 메이지님!”
깜짝 놀라 확인해 보니 의식이 없었다.
‘심장에 무리가 와서 실신했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하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고오오오오!
마나가 더더욱 미칠 듯 진동했다.
‘젠장, 모르겠다! 어떻게든 해보자.’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레이몬드는 어떻게든 발버둥 쳐보기로 했다.
‘이렇게 죽을 수 없어! 살아서 부귀영화 누릴 거야!’
그런 마음으로 마정석에 손을 가져다 댔다.
‘흡수!’
사실 그런 외침을 뱉을 필요도 없었다.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방법이 떠올랐고, 손발을 움직이듯 자연스럽게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쿠웅.
묵직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진동하던 마나가 멈추어섰다.
마치 시간이 멈추어선 것처럼.
‘……아니?’
이 믿을 수 없는 이적에 레이몬드는 눈을 끔뻑 끔뻑거렸다.
“된 건가?”
아니었다.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다.
[혈맥에 마나의 흡수를 시작합니다.]“……!”
초침이 움직이듯, 멈추어선 마나가 일순 움직였고, 더욱 놀라운 현상이 일어났다.
우우우우우웅!
마치 커다란 소용돌이에 빠진 듯, 마나가 미친 듯 회전하며 쇄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석에 닿은 레이몬드의 손을 향하여!
진공의 공간이 공기를 빨아들이는 듯한 기세였다.
‘으아아악! 살려줘!’
레이몬드는 비명을 질렀다.
무시무시하게 쇄도하는 마나의 기세에 겁먹어 손을 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강력한 접착제로 붙인 듯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잘못 생각했어. 저런 마나를 받아들이면 죽을 거야!’
엄살이 아니었다.
저런 기세로 쇄도하는 마나를 받아들이고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렇게 죽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