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283
#닥터 플레이어 283화
‘역시 출혈이 심각해.’
레이몬드는 침음을 삼켰다.
간이 찢어져 깊게 벌어져 있었다.
벌어진 단면에서 크고 작은 혈관이 피를 뿜고 있었다.
‘간 절제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지만, 모두 지혈해 주어야 해. 하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레이몬드는 곤란한 얼굴을 했다.
역시 시간이 문제였다.
간은 혈관 덩어리.
그 안의 수 없는 혈관을 지혈하는 건 당연히 어렵고, 지리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해내야 해.’
레이몬드는 최대한 집중하여 손을 움직였다.
‘더 빠르게. 더 빠르게.’
타이. 타이. 응고 소작.
그의 손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벌어진 간 단면의 혈관을 지혈해 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빠르게 해도 한계가 있다.
한참 수술을 해나가던 중, 유적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30분 경과하였습니다! 제한 시간 경과 시 모두 ‘사망’ 처리됩니다!]초조함에 손이 더더욱 흐트러졌다.
순간, 레이몬드는 어쩔 수 없이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잘못 선택했나.’
1시간 안에 두 수술을 모두 해내겠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내가 뭐라고. 지구의 날고 기는 명의도 못 해낼 일을.’
레이몬드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곧 굳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난 그저 환자를 살리고 싶었을 뿐이야!’
그래, 눈앞에 환자가 있다.
고작 시험 인형을 치료하는 것 때문에 죽어가는 환자를 외면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걸 어떻게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든 해내겠어!’
레이몬드는 마켓을 열어보았다.
혹시나 지금 상황에 도움될 스킬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곧 한 가지 스킬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이거면?’
곧바로 외쳤다.
‘구입, 서전의 손놀림 숙련도 상승!’
[스킬 포인트가 300점 소모됩니다!] [스킬, ‘서전의 손놀림’의 숙련도가 영구적으로 C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서전의 손놀림]분류 : 속성 스킬
등급 : 유니크
숙련도 : C
-5일에 1회에 한해 능력의 한계 이상의 수술 실력을 발휘합니다!
초집중.
어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을 의미한다.
감각 스탯이 20 상승하였고, 레이몬드는 훨씬 첨예한 손놀림으로 혈관을 지혈해나갔다.
째깍, 째깍.
시간이 흐를수록 미칠 듯 초조해졌지만, 스킬 ‘초집중’이 그의 손이 흐트러지는 걸 막아주었다.
이윽고 그의 손가락이 춤을 추었고,
질끈!
가장 중요한 혈관의 지혈을 해냈다!
이제 손을 바꿀 차례다!
“크리스틴 제자님!”
“네, 네!”
크리스틴이 급하게 들어왔다.
“마스터?”
“마무리를 맡겨도 되겠습니까? 이제 잔가지 혈관을 지혈 후 마무리하면 됩니다.”
크리스틴은 긴장한 눈으로 나헬 경의 수술 부위를 바라보았다.
레이몬드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부탁합니다.”
“……!”
부탁합니다.
그 말이 크리스틴의 가슴을 크게 흔들었다.
‘마스터가 드디어 나에게.’
항상 뒤에서 따라가기만 했는데.
드디어, 레이몬드의 저런 말을 듣게 된 거다.
물론 아직 멀었지만,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네, 반드시 해낼게요.”
레이몬드는 인형이 있는 수술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둔 소독약으로 재빨리 손을 재소독하고 새 장갑을 꼈다.
이후, 수술대에 섰다.
레이몬드는 크리스틴이 해낸 흔적을 살폈다.
“프, 프링글 조작 후 일단 패킹을 하고 있었어요.”
린든이 말하였다.
패킹은 거즈로 강력하게 간 전체를 눌러 지혈을 시도하는 것이다.
프링글 조작은 간으로 향하는 큰 혈관 하나를 집게로 집어 마찬가지로 지혈을 시도하는 거고.
둘 다 어려운 테크닉 없이 효과적으로 간의 출혈을 멈출 방법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완벽한 처치야.’
레이몬드는 거즈를 떼었다.
잔가지의 혈관 중 상당수가 멎어 있었다!
‘이 정도라면 할 수 있어.’
레이몬드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크리스틴이 적절히 조처해 준 덕에 희망이 생겼다!
레이몬드는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아까 했던 것처럼 필사적으로 피가 나는 혈관을 지혈하였다.
그리고.
[남은 제한 시간 10분입니다!] [남은 제한 시간 5분입니다!] [남은 제한 시간 2분입니다!]경고음이 계속해서 울렸고.
미친 듯한 긴장감 속에서.
[제한 시간이 마무리되었습니다!]타임아웃이 되었다!
‘이런.’
레이몬드는 낭패한 얼굴을 하였다.
‘완전히 마무리 짓지 못했어.’
혈관은 다 지혈했다.
필요한 처치는 다 하였으나, 아직 배를 닫지 못한 거다.
유적이 어떤 판정을 내릴지 알 수가 없었다.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레이몬드는 긴장 속에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합격입니다! 당신을 환자를 치료할 능력을 입증하였습니다!]‘하아!’
레이몬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십 년 감수하였다.
그런데 메시지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또한, 숨겨진 관문, 인의(仁醫)의 관문을 통과하였습니다!]‘인의의 관문? 숨겨진 관문이라니?’
레이몬드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곧 알 수 있었다.
[당신은 본인에게 닥친 위기에도 환자를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세상을 구할 숭고한 의지의 소유자임을 증명하였습니다!] [모든 관문을 완벽히 통과하였습니다!]“……!”
환자를 외면하지 않고 치료하는 게 숨겨진 관문이었던 거다!
레이몬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잘 된 거지? 나헬 경도 구했고, 숨겨진 관문도 해결했으니.’
레이몬드는 위기가 끝나자 잿밥에 관심이 생겼다. 과연 어떤 보상을 줄까?
‘이렇게 거창한 시험을 치렀으니, 보상도 어마어마하겠지? 다른 건 필요 없고 제발 돈 되는 전설의 아티팩트. 보석. 보석.’
레이몬드는 그렇게 바라였고, 유적은 웅장한 음성을 발현했다.
[지도력, 대처 능력, 용기, 치유력, 헌신!] [당신은 구원자가 될 모든 자격을 증명해 내었습니다!]레이몬드는 별 감흥 없이 그 이야기를 들었다.
어차피 고대 시절 이야기다.
관심 없었다.
‘그런 것 말고 보상. 보상. 대단한 마도구 준다며?’
레이몬드는 처음 들어왔을 때 들은 설명을 떠올렸다.
무려 인류를 구원할 단서가 될 마도구를 준다고 했다.
‘팔아먹으면 얼마나 비쌀까?’
상상만 해도 두근두근하였다.
그때, 바라던 보상 말고 또 뜻밖의 이야기가 들렸다.
[영혼의 격 상승으로 당신에게 가해진 금제 일부가 해제됩니다!]“……?”
레이몬드는 인상을 찌푸렸다.
금제? 무슨?
‘나 그런 것 없는데?’
레이몬드는 제 몸을 살폈다.
별달리 변화한 건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정신이 번뜩 뜨이는 음성이 들렸다.
[구원자 후보가 된 당신에게 인류를 구원할 마도구, ‘불멸의 만드라고라’가 수여됩니다!] [해당 마도구를 이용해 인류를 구원할 단서를 밝혀내십시오!] [극한의 시험을 통과한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불멸의 만드라고라?’
레이몬드는 순간 싸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대단하게 느껴지지만…… 돈은 안 될 것 같은 명칭이었던 거다.
‘아니야. 분명 연금술사들이 천만 페나를 주고라도 사고 싶을 최고의 마도구일 게…….’
그때, 밖에 있던 제자들이 외쳤다.
“이게?”
“마스터!”
급히 나가 보니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땅에서 무언가가 솟구치고 있었다!
사람 형태의 뿌리를 가진 식물이었다.
“이건?”
“만드라고라?”
마법사들이 놀라 외쳤다.
레이몬드는 흉측한 표정을 지었다.
‘으, 뭐 저렇게 생긴 식물이?’
하지만 곧 표정을 풀었다.
‘어차피 팔 거니까. 당연히 최고위 만드라고라겠지?’
만드라고라는 마법사들의 영약이었다.
마물이 들끓는 마경에서 드물게 자라는데, 복용 시 중단전의 마나를 폭발적으로 증진하게 시킨다고 한다.
‘최하급 만드라고라도 1만 페나가 넘으니. 저건 어쩌면 100만 페나가 넘을지도 몰라.’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기대하던 보물에 비하면 못 치지만, 그래도 100만 페나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귀한 만드라고라겠지?”
넌지시 물었고, 룬이 가만히 만드라고라를 살피더니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런 가치도 없어요.”
“……응?”
“조금의 마나도 담겨 있지 않은 빈 만드라고라예요.”
레이몬드는 눈을 끔뻑끔뻑하였다.
그럴 리가?
‘저렇게 흉측하게 생겼는데, 마나가 안 담겨 있다고? 잘못 본 것 아니야?’
참고로 만드라고라는 못 생길수록 큰 마나를 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다른 마법사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신기하군요. 이렇게 마나가 전혀 담겨 있지 않다니.”
“저런 외양의 만드라고라는 보통 상품(上品) 이상인데.”
“내구성만 높아 가져다가 처리하기도 쉽지 않겠습니다.”
그 확인 사살에 레이몬드는 나라 잃은 표정을 지었다.
‘말도 안 돼! 내가 왜 이 고생을 했는데?! 이럴 수는 없어!’
포기하지 못하고 직접 만드라고라를 살피는 순간이었다.
메시지가 떠올랐다.
[특수 아이템, ‘불멸의 만드라고라’를 취득하였습니다!] [불멸의 만드라고라]종류 : 의학 아이템
등급 : 레전드리
아이템 레벨 : D
-의학 실험용 아이템입니다!
-만드라고라에게 약을 먹게 한 후 반응을 통해 실제 인체 반응을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해당 만드라고라고는 24시간마다 체질이 바뀌어 다양한 인체 반응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합니다!
-아이템 레벨 상승 시 더욱 다양한 상황의 반응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레이몬드는 눈을 크게 떴다.
약물 반응 확인!
이 만드라고라는 고대인이 만든 의약품 실험용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설마 신약을 개발 후 인간에게 나타날 반응을 미리 확인해 보는 용도인 건가?’
그런 것 같았다!
마침 지금 레이몬드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기존의 약초들 말고 연금술로 새로운 신약들을 개발해야 할 때가 됐어. 하지만 반응을 확인하는 게 문제였는데, 이런 아이템을 얻다니.’
대표적인 예가 탈모 치료제였다.
의학적 아이디어는 있지만, 실제 사람에게 어떻게 실험해 본단 말인가?
모든 신약은 결국 인체 실험이 필수였다.
하지만 실제 인간에게 실험해 보기에는 위험성이 많았는데, 대체 방법을 얻은 거다.
‘지금 꼭 필요한 마도구이긴 한데…… 돈은?’
레이몬드는 눈물을 삼켰다.
‘아니야. 어딘가 돈 되는 물건이 있을 가능성이 커!’
하지만 그때 유적의 음성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