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386
#닥터 플레이어 386화
참고로 그간 쌓은 스킬 포인트로 틈틈이 스킬 업을 해서, 현재 치료사의 호신술은 B등급, 생존 본능도 B등급이었다.
덕분에 스탯이 이렇게 뻥튀기되었다.
[스탯]체력 : 146 → 340
감각 : 138 → 345
무려 350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들!
‘이, 이건?’
레이몬드는 눈을 크게 떴다.
일찍이 경험한 적 없는 감각이 전신을 지배했다.
이런 상태면 그 누구에게도 질 것 같지…….
‘……는 않구나.’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스탯이 올랐음에도 블랙 드래곤은 여전히 무서웠다.
블랙 드래곤이 눈빛을 빛내자, 레이몬드의 간담이 오그라들었다.
‘스탯이 올라도 전혀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으아아!’
그때, 다시 블랙 드래곤이 공격하였다!
레이몬드는 허겁지겁 본능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다행히 피할 수 있었지만,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무, 무슨. 이렇게 스탯이 올랐는데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니. 얼마나 강하면?’
생각해 보니 계산상 맞는 일이었다.
과거 마에스트로와 싸울 때 그의 스탯은 250에 육박했고, 트리플 A급의 마물과 자웅을 겨루는 게 가능했다.
즉, 스탯 250이 트리플 A급이나 익스퍼트 최상급과 비슷한 힘인 것이다.
그런데 눈앞의 마물은 트리플 A급보다 두 단계는 높은 SS급의 마물이다.
350에 달하는 스탯으로도 힘이 모자랐다.
‘지금 내 힘은 일검격 소드 마스터를 살짝 넘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아. 그러면 저 마물을 이기는 건 불가능해. 으아아. 제발, 누가 도와줘!’
레이몬드는 간절한 눈빛으로 라이나의 스승 사인텔을 바라보았다.
빨리 마나 교란을 해결하고 자신을 도와주길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사인텔은 울컥, 울컥 피를 토하며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도움이 되기는 어려워 보였고, 도리어 레이몬드의 복장만 터지게 하고 있었다.
“허어, 저건 분명 천무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선천 마법사에 천무 지체라니! 아아, 어메이징!”
“쟤가 말씀드렸잖아요, 스승님. 전하께서는 정말 미라클하신 분이라고.”
“아니야. 그런 전설적인 재능을 두 개나 한 몸에 타고날 수는 없을 것이다. 저분은 천무지체가 아닌, 선천 마법사일 거야!”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외침이었다.
‘아니, 할머니! 그런 건 상관없으니까, 빨리 마나 교란이나 해결을……!’
레이몬드는 다급히 다른 이를 돌아보았다.
이 자리에서 두 번째 강자.
성 로제트 왕국의 이검격 소드 마스터, 카이스 경이었다.
하지만…… 그도 비슷한 상태였다.
마나가 강할수록 심각한 타격을 입는 건지, 그도 입가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사인텔과 마찬가지로 레이몬드의 복장을 긁는 이야기나 하고 있었다.
“히, 힐러라고 하지 않으셨나? 그런데 저런 움직임이라니? 미친! 말도 안 돼!”
카이스 경은 수하 기사들에게 고래고래 외쳤다.
“너희는 보이지 않느냐? 저 말도 안 되는 기적 같은 움직임이?!”
“저희도 보입니다. 어찌 저런?”
“그래, 어떤 무예의 동작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그런데 일검격 소드 마스터를 능가하고 있어! 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하다니!”
카이스 경은 흥분해 외쳤다.
“저건 어떤 천재도 불가능해! 오로지 천무지체나 가능한 움직임이다!”
그 말에 원래 레이몬드와 안면이 있던 소드 마스터들이 마나 교란으로 괴로워하는 와중에도 동조했다.
‘역시 카이스 경. 보는 눈이 있으시군. 스승인 이 라이프가 보증하거니와, 레이몬드 전하는 비록 지금은 길을 방황하고 있지만, 기사의 길을 걷기 위해 타고난 분이 확실하다!’
‘아아, 역시 마리아 님의 핏줄! 저토록 훌륭하시다니! 천무지체의 광명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같은 범인과 비교도 안 되시는 분.’
차례로 라이프, 나헬, 본슬론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소드 마스터들은 흥분해 열광하며 감탄하였고, 아크 메이지들은 레이몬드의 뛰어난 무예의 재능에 침울해했다.
마법사들의 보물이라 생각했는데, 뺏긴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뭐라 반박을 하진 못했는데, 지금 레이몬드가 보이는 모습이 정말로 경악스러웠다.
자연스러우면서, 강렬했다.
마치 무예의 극에 도달한다면, 깨닫게 된다는 자연지체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역시 천무지체!’
그런 시선이 레이몬드에게 쏟아졌고, 레이몬드는 속으로 와락 욕설을 내뱉었다.
‘다들 시끄러워! 하나도 도움 안 되면서!’
아크 메이지든, 소드 마스터든 속만 긁고 있었다!
‘왜 맨날 내가 이렇게 나서야 하는 거냐고!’
파창!
그런 마음과 다르게 몸은 자동으로 움직였다.
검이 움직여, 드래곤의 앞발을 쳐냈다.
스킬, ‘기초 검술’을 통한 그림 같은 튕겨내기였다.
다시 장내에 경탄이 스쳐 지나갔지만, 레이몬드의 얼굴은 좋지 않았다.
‘안 돼. 이대로는 피하고 막는 게 고작이야. 방법을 내야 해.’
레이몬드는 아까 퀘스트 시작 때 받은 아이템을 떠올렸다.
시간 연장 아이템은 1회성 스킬인 ‘힐러의 살신성인’에 사용했다.
그리고 숙련도 상승 아이템이 남아 있었다.
‘어떤 스킬에 사용해야?’
레이몬드는 필사적으로 고민했다.
이 아이템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임을 직감한 것이다.
‘생존 본능? 아니야. 이미 B등급이라 A등급으로 올려봤자 큰 효과가 없어.’
촤르륵 자신이 가진 호신 스킬을 훑어보았다.
하지만 대부분 스킬이 A등급으로 올리면 도움이 되겠지만, 대세에 큰 영향은 주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다 하나의 스킬에 눈이 갔다.
‘이거면 혹시?’
마물의 대적자!
일전 카탈 왕국 고대 유적에서 환영 속 드래곤을 해치우고 얻은 스킬이다.
‘드래곤도 마물이니, 이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는 게 가장 도움이 될 거야!’
곧바로 사용했다.
[스킬, ‘마물의 대적자’의 숙련도가 A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마물의 대적자]분류 : 호신 스킬
등급 : 유니크
숙련도 : D → A
-고등급 마물에 맞설 시 체력 감각, 스탯이 40%씩 상승합니다!
‘40%!’
어마어마한 효과였다.
곧바로 그거에 맞춰, 스탯이 상승했고, 한결 더 신체 능력이 강해졌다.
350 근처였던 체력, 감각 스탯이 380까지 상승한 것이다.
그런데 효과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런 문구가 이어졌다.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함에 따라, 추가 속성이 발현됩니다!] [속성, ‘드래곤 슬레이어’가 발현됩니다!]“……!”
드래곤 슬레이어!
무언가 큰 도움이 될 것만 같은 문구였다.
‘정확히 무슨 효과이지?’
설명이 이어졌다.
[드래곤 슬레이어 : 용족과 싸울 시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드래곤의 공격을 피한 레이몬드는 본능적으로 검을 움직였다.
그리고.
까앙!
그의 검이 드래곤의 몸통을 직격했다!
“……!”
레이몬드는 본인도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내, 내가 어떻게?’
이전과 다르게 드래곤이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효과로 스탯 이상의 힘을 발현하게 된 것이다!
‘이, 이길 수 있는 건가?’
레이몬드는 심장이 쿵쾅 뛰었다.
투사의 본능, 드래곤 슬레이어, 기초 검술이 어우러지니, 말도 안 되는 시너지 효과를 냈다.
블랙 드래곤을 밀어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크르르르!]분노한 드래곤이 다시 브레스를 뿜었다.
이번엔 허공에 분사하는 형식이 아닌, 독액을 한 점에 집중해 상대를 녹여버리는 브레스였다.
‘으아아.’
레이몬드는 겁쟁이답게 속으로 비명을 질렀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여유 있게 브레스를 피해냈다.
그리고 반격까지!
그의 검이 드래곤의 머리를 때렸다.
[크아아아아!]드래곤이 분노해 괴성을 질렀다.
“…….”
“…….”
사람들은 그 모습에 침을 꿀꺽 삼켰다.
흡사…… 레이몬드가 드래곤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보였다.
“천무지체라도…… 저 정도라니.”
“검을 배운 지 1년도 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내 제자는 내게 검을 배운 시간이 일평생을 통틀어 한 시간도 되지 않소이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무서운 재능.”
아크 메이지들은 침통한 얼굴이었다.
저건 누가 봐도 천무지체의 재능이 확실해 보였으니까.
“……왜 하늘은 선천 마법사에게 천무지체 재능까지 내리신 거지?”
“……제가 말했잖아요, 스승님. 하늘이 한 몸에 너무 많은 재능을 쑤셔 넣었다고.”
아크 메이지들은 레이몬드가 마탑의 빛이 되길 바랐다.
그래서 레이몬드의 모습을 확인하러 사인텔이 직접 온 것이다.
그런데…… 선천 마법사인 건 확실한 것 같은데, 하필 저런 무시무시한 기사의 재능까지 가지고 있다니.
한편, 또 경악한 사람이 있었다.
성 로제트 왕국의 왕녀, 피오네였다.
‘도, 도대체 저분은?’
피오네 왕녀는 유적에 들어오기 전까지 레이몬드를 의심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가식적이었으니까.
하지만 모두 그녀의 착각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유적의 인정을 받은 것은 물론, 시련에 맞닥뜨려 모두를 생각하는 마음, 심지어 저런 무시무시한 능력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완벽했다.
전해 들은 소문 이상의 위대한 영웅의 모습이었다.
‘저런 분을 오해하다니. 어찌 그런 잘못을.’
피오네는 자신의 그릇된 눈을 자책하며, 레이몬드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는 피오네뿐이 아니었다.
쥬드, 오르비아, 소른까지.
모두 선망의 시선으로 레이몬드를 바라보았다.
그런 수많은 이의 벅찬 시선을 받는 레이몬드는…….
‘도움도 안 되면서, 다들 조용히 좀 해!’
울고 싶은 마음을 참고 있었다.
‘지금 위험하다고!’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의외의 이야기였다.
지금 그는 일방적으로 블랙 드래곤을 밀어붙이고 있었는데, 위험하다니?
하지만 밀어붙이고 있는 건, 겉모습일 뿐이었다.
‘결정적인 타격을 못 주고 있어.’
지금 그가 들고 있는 건 예전에 기어스 왕국의 왕자에게 뺏었던 보검이었다.
따라서 드래곤의 비늘에 상처를 주고는 있었지만, 밑의 외피 층까지는 뚫지 못해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곧 소드 마스터들도 그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왜 오러를 사용하지 않으시는 건지?”
오러.
소드 마스터의 전유물인 검강을 뜻한다.
“그러게 말입니다.”
“오러를 사용하면, 진즉에 끝났을 승부인데.”
그 한가한 의문에 레이몬드는 울컥했다.
‘왜 안 쓰긴! 못 쓰니까 안 쓰지! 난 그냥 힘 조금 센 힐러일 뿐이라고!’
그가 지금 이런 위용을 보이는 건, 다 스탯발이다.
검술은 쥐뿔도 모르니, 검의 깊은 깨달음을 얻어야 사용할 수 있는 오러는 당연히 사용하지 못했다.
곧, 장내 사람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설마,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는 건?”
“그런가 봅니다. 허어, 천무지체의 재능으로 소드 마스터를 능가하는 검술 경지를 보이지만, 정작 오러는 사용하지 못한다니.”
“어떤 의미에서 더욱 놀랍군요.”
사람들은 레이몬드를 괴물을 보듯 바라보았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지도 못했는데, 단순히 천재적 재능만으로 소드 마스터를 능가하는 무위를 보이고 있는 거니까.
하지만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상황이 심각했다.
“비록 하위 용종이긴 하지만…… 저 마물을 잡으려면 오러가 필수입니다.”
“어떻게 해야?”
그때, 라이프가 방법을 찾았다는 듯,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전하께 오러의 사용법을 전수하겠습니다.”
“……지금 말입니까?”
다들 황당한 눈빛을 보냈다.
저렇게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 오러의 사용법을 전수하겠다니?
하지만 라이프는 진지했다.
“제가 아는 전하라면, 오러쯤이야 간단한 가르침만으로도 충분히 깨달으실 겁니다. 전 전하를 믿습니다.”
‘믿지 마! 미친!’
레이몬드는 욕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