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469
#닥터 플레이어 469화 – 외전 17
그 외침과 함께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콰르르, 굉음과 함께 마을의 땅이 커다랗게 진동한 것이다!
‘지진? 힘을 잃었는데 어떻게 이런 이적을?’
단순히 땅 일부를 흔들리게 한 게 아니라, 정말 지진이었다. 그것도 높은 강도의.
곧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크, 큰일입니다! 마을 뒤편 광산에서 마정석이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
뉴브위라가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내 또 다른 이명은 ‘피의 지배자’이지. 피를 머금은 마정석인 혈석을 내 뜻대로 폭주시킬 수 있다.]혈석(血石).
뱀파이어 마을 광산에 있는 마정석의 이름이었다.
최상급 마정석으로 하필 뱀파이어 마을 근처에 혈석 광산이 있는 건 이유가 있었다.
혈석은 이름처럼 피를 갈구하는 뱀파이어들에게 안정을 준다. 그래서 혈석이 있는 노천 광선 근처로 뱀파이어들이 이주한 것이다.
[앞으로 5분. 그 시간이 지나면, 혈석은 폭발할 것이다.]모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느껴지는 힘의 강도를 봤을 때 폭발이 일어나면 끝이었다. 모두 죽게 될 것이다.
‘안 돼!’
레이몬드는 다급히 생각했다.
‘막아야 해. 하지만 어떻게?’
남은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5분.
고작 그 짧은 시간 안에 혈석의 폭주를 막을 방법을 알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뉴브위라를 처단하라!](인술 퀘스트)
선행도: 중의급
난이도: 중
퀘스트 설명: 악독한 어둠의 존재가 재앙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어둠의 존재를 처단하여 재앙을 막아 환자들을 지키십시오!
보상: 보너스 레벨 업×2, 스킬 포인트 500점
특전: 로드의 자격
‘뭔 소리야! 내가 어떻게 뉴브위라를 처단해?!’
물론, 뉴브위라를 쓰러뜨리면 마정석 광산이 폭주하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힘을 잃었다지만 고작 5분 만에 어떻게 저 강대한 존재를 해치운단 말인가?
‘어쩔 수 없어. 일단 피해야 해.’
레이몬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막을 수 없다면, 폭발의 반경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5분이면 피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셔트폰……!’
레이몬드가 다급히 셔트폰을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이었다.
눈에 밟히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뱀파이어 환자들이었다.
“…….”
환자들 대부분이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피하기는커녕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으니 폭발이 일어나면 모두 몰살당할 것이다.
‘제길, 어쩌지.’
아무리 그라도 불가능한 일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검성과 고구마 제자들이 이를 악물며 나선 것이다.
“어쩔 수 없구나. 폐하께서 고집을 꺾으실 리가 없으니.”
‘응, 무슨 고집?’
레이몬드가 당황해 검성을 바라봤다.
엠무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스승님. 폐하께서 절대 환자들을 내버려 두고 몸을 피하실 리가 없지요.”
[냐옹, 냐옹.]“그래, 폐하의 뜻을 따라 우리가 저 악마를 처단해야 한다.”
레이몬드는 입을 다물었다.
‘아니, 그게?’
라이나도 나섰다.
“아아, 어메이징. 역시, 그레이트한 폐하. 혼돈의 군주를 상대로 싸울 결심을 하다니. 이 라이나도 함께하겠습니다.”
라이나가 부채에 마나를 모았고, 크리스틴조차 오랜만에 검을 꺼내 들었다.
“부족하지만, 저도 힘을 보태겠어요.”
“저, 저는 살고 싶은데! 그, 그러면 저는 뒤에서 응원할게요! 폐하 파이팅! 그런데 셔트폰을 타고 하늘에서 응원하면 안 될까요?”
린든까지.
모두 싸우기 위한 만전의 태세를 갖추었고.
“하압!”
싸움이 벌어졌다.
시작은 검성이었다.
파앗!
오라가 피어올랐다.
그런데 일반적인 오라와 모습이 달랐다.
투명한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보아라! 이것은 바로 영검(靈劍)! 오로지 3검 격의 소드 마스터만이 사용 가능한 본질에 직접 타격을 주는 오라다!”
이번에는 쉽게 경시하지 못하겠는지, 손을 들어서 막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라이나가 궁극 마법을 펼쳤고, 엘무드와 미엔도 강렬한 오라를 날렸다.
뱀파이어들도 합세했다.
프린스 콜린스, 프린세스 루디안이 앞장섰고, 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뱀파이어들이 뒤를 따랐다.
‘뱀파이어들의 힘도 대단하구나.’
루디안, 콜린스의 경우 엘무드, 미엔과 거의 비슷한 실력으로 보였다.
이검 격의 소드 마스터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화이팅! 이겨라!”
‘이겨라!’
린든과 레이몬드가 뒤에서 응원했다.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몰라!’
압도적인 아군의 공세에 레이몬드는 희망에 차서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공격이 통하지 않아?”
[후후, 제법 대단하구나. 하지만 그래도 무리이다. 시간은 나의 편이니.]뉴브위라가 여유 있게 웃었다.
일행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만약 이 싸움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시, 승리는 레이몬드 일행의 것이었다.
하지만 타임 리미트가 있었다.
고작 5분.
그 안에 뉴브위라를 쓰러뜨려야 하는데, 그녀를 감싼 반투명한 방어막을 뚫을 수가 없었다.
[이 결계는 혼돈의 군주인 내 영혼을 매개로 하여 만든 것. 너희가 강한 힘을 지녔다고 하지만, 고작 5분 안에 이 결계를 뚫는 건 불가능하지.]뉴브위라는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모두의 얼굴이 무거워졌다.
뉴브위라의 말이 옳음을 직감한 것이다.
아무리 그들이 강해도 혼돈의 군주가 자신의 영혼을 매개로 만든 결계를 5분 안에 파쇄할 수는 없었다.
“어, 어쩌죠? 폐, 폐하라도 몸을 피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제가 죽는 게 무서워서가 아니라! 폐하는 가난의 성자님이시니까! 제국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레이몬드는 린든의 말에 동의했다.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셔트폰으로 달려가지 않는 건, 하나 든 생각 때문이었다.
‘……저 방어막 내가 뚫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레이몬드는 눈을 끔뻑거렸다.
검성 등등이 집중 공격을 하여도 통하지 않는 방어막을 파훼할 수 있다니?
하지만 레이몬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 딱 맞는 스킬이 있잖아.’
레이몬드는 스테이스터스 창을 바라보았다.
[보조 직업: 메디컬 나이츠]메디컬 나이츠는 호신 스킬을 주로 익힐 수 있는 보조 직업이었는데, 지금 상황에 통할 스킬이 있었다.
‘……문제는 통할지 확신할 수 없다는 건데.’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실패하면?
탈출할 시기를 놓칠 수도 있었다.
‘으으, 이런 데서 죽기 싫은데. 지금껏 살면서 고생만 했다고.’
레이몬드의 머릿속에 지금껏 해온 온갖 고생이 스쳐 지나갔다.
부귀영화도 못 누리고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
창백한 안색의 뱀파이어들이 보였다.
피를 마시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뉴브위라의 명을 거절했으며 소를 사랑하는 이들.
저들은 다 죽을 것이다.
무엇보다.
‘……마정석 광산을 내 뒷주머니에 가져가는 것도 무산돼.’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레이몬드는 결정했다.
더 재볼 시간이 없었다.
해보기로.
저벅.
레이몬드가 뉴브위라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폐하?”
“위험합니다!”
[냐옹!]“저 악마는 이 검성이 어떻게든 해결하겠습니다!”
‘시끄러워! 맨날 도움도 안 되고! 귀만 아프게.’
스르릉.
검을 꺼내 들었다.
나름대로 황제가 들고 다니는 검답게 최고급품이었다.
동시에.
[스킬, ‘치료사의 호신술(S등급)’이 발현됩니다!] [위기 상황에 ‘생존 본능(A등급)’이 발현됩니다!] [힐러로서 타인을 지키고자 합니다! 스킬, 힐러의 살신성인(A등급)이 발현됩니다!].
늘 발동하는 일반 호신 스킬들이 발현되며 스탯이 뻥튀기되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레이몬드는 시선을 돌려 뱀파이어 환자들을 둘러보았다.
동시에 비장의 스킬이 발현되었다.
[메디컬 나이츠는 환자를 지키는 구호 기사!] [스킬, ‘환자는 나의 힘!’이 발현됩니다!] [지킬 환자의 상태가 안 좋을수록, 지킬 환자의 숫자가 많을수록 일시적으로 힘이 증폭됩니다!] [당신이 지켜야 할 환자의 숫자, 환자의 중증도를 파악합니다!] [경증 환자: 133명] [중증 환자: 158명] [최고 중증 환자: 73명]바로 환자의 상태, 숫자에 따라 가산치를 받는 스킬!
원래는 이렇게 많은 환자가 동시에 위험에 빠질 일이 없으니 약간의 가산을 받는 것에 그치지만, 이번엔 상황이 특수했다.
환자의 숫자도, 중등도도 심각했다.
덕분에.
[지켜야 할 환자의 상태, 숫자가 한계치를 초과하였습니다!] [환자를 위하는 당신의 필사적인 마음이 기적을 일으킵니다!] [일시적으로 ‘초월 상태’에 이릅니다!]레이몬드가 한 걸음, 한 걸음 뉴브위라에게 가까워졌다.
장내가 고요해졌다.
레이몬드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압도된 것이다.
특히, 뉴브위라는 경악한 얼굴을 하였다.
그녀는 혼돈의 군주답게 레이몬드에게서 느껴지는 힘의 크기를 제대로 느꼈다.
[너…… 너……? 인간이 어떻게?]“어떻게?”
레이몬드는 검을 들었다.
그는 힐끗 루디안과 콜린스를 바라보며 깨알 이미지 메이킹을 하였다.
“환자를 위하는 힘이다.”
파국을 예상한 뉴브위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 안 돼!]하지만 늦었다.
파아아앗!
레이몬드의 검이 결계를 내려쳤고, 잠시 정적 뒤에.
[크아아아아아아악! 안 돼!]찢어질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세상이 뒤흔들리듯 진동했다.
뉴브위라의 몸이 먼지가 되듯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 결계는 영혼을 매개로 한 것이어서 파훼될 시 그녀의 본질도 타격을 입는다.
그런데 레이몬드의 일격이 예상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위력이었던지라, 단순히 타격을 입는 걸 넘어 소멸의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
익숙한 메시지 이후.
마지막에 문구가 떠올랐다.
[혼돈의 군주를 처단하여 영혼의 격이 올라갑니다!] [혼돈의 군주 자격을 획득합니다!]“……응?”
레이몬드는 멍한 얼굴을 하였다.
쐐기를 박듯 이런 문구가 떠올랐다.
[당신은 혼돈의 군주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