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29
‘그건 제외하고 순수하게 진서(眞書)의 능력만 생각해 본다고 해도…….’
스승님의 조언은 참으로 맞는 말이었다.
단순히 백린의각으로 귀환하는 것뿐이 아니라.
‘후에 깨달음이 깊어져, 만약 하나라도 더 귀환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면?’
그때는 무슨 순간 이동 포탈마냥 그야말로 개사기가 될 테니.
컹컹컹!
그렇게 진천희는 싱글벙글 이동하다가 마침내 밤이 되었다.
“어디 보자… 이 근처에 예전에 만들어 둔 임시 야영지가 있었는데. 오케이, 저기다.”
남경성과 백릭의각의 중간쯤에 있는 야산.
그 야산의 한쪽.
예전에 진천희가 만든 야영지가 있었다.
큰 바위 하나를 살짝 안쪽으로 파서 만든 야영지로.
온돌 완비!
화장실 완비!
화덕 및 돌침대 완비!
수맥을 뚫어 놔서 샘물도 있다!
그리고 문도 달아 놔서 야생 짐승에게서도 안전!
진천희는 그렇게 야영지에서 짐을 풀고 준비를 했다.
“오우……. 앞 사람이 개판으로 썼네.”
누가 왔다 갔는지 모를 정도로 깨끗한 야영지가 있는가 하면.
이렇게 막 쓰고 간 흔적이 보이는 야영지도 있다.
진천희는 잽싸게 야영지를 청소하고는 우선 온돌과 연결된 화덕에 땔감을 던져 넣고 손가락을 튕겼다.
딱! 화르륵!
삼매진화로 단번에 불이 붙는다!
그 이후 흑갑오공 냄비를 올리고 물을 부은 다음, 끓기를 기다리면서 황구와 뇌진을 쓰다듬었다.
“카레 먹을래? 오구오구. 그래그래.”
삑삐삑!
컹컹커엉!
두 녀석이 신이 나서 몸을 흔든다.
주인이 해주는 밥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녀석들.
이 털복숭이들의 뺨을 적당히 쭈압쭈압 당겨준 다음 밥을 준비한다.
공간 주머니에서 야채를 잔뜩 꺼내고, 돼지고기도 꺼내서 다듬었다.
그다음 냄비를 하나 더 꺼내서 거기에 슬슬 볶아낸 다음. 그대로 물이 끓는 냄비에 투입!
그렇게 카레를 만드는 진천희.
이제는 카레 가루를 집어넣는다.
“저번에 담진에 갔다 올 때 강황을 잔뜩 구해 와서 다행이야. 강황의 모종을 가져와서 기르고 있기도 하고.”
다만 담진의 강황과 백린의각 텃밭 강황은 맛이 다르다.
이것만은 백린의각 텃밭에서도 그 맛을 못 낸다.
보글보글보글-
“음, 카레는 집 카레가 최고지.”
건더기가 큼지막한 게 좋다.
고기도 큼지막하게 들어간 게 좋고.
그렇게 카레를 만드는 중.
야영지 문이 벌컥 열리는 게 아닌가?
“호오?”
진천희는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문이 열리는 동안 기척도 못 느끼는 거?
그럴 수 있다.
요리 만드는 데에는 늘 진심이니까.
혼신을 다하다 보면 주변에 소홀해지기 마련.
허나, 황구도 뇌진도 눈치채지 못한 것은 의외였다.
그곳에는 일전에 만났던 자가 서 있었다.
‘무존?’
“이야! 맛있는 향이 나서 와 봤더니 이런 행운이 다 있을 수가 있나! 소형제가 아닌가!”
무존 광무백.
그녀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그곳에 서 있었다.
* * *
“이 음식을 카레라 부른다고?! 호오, 새외에 갈 때 강황 좀 집어 와야겠군그래! 저 서역의 요리라니. 음! 게다가 자네의 기운이 스며들어 있어서 그런지 오장육부에 스며드는구먼! 좋아. 아주 좋아!”
싱글벙글하면서 무존 광무백은 식사를 이어 나갔다.
그 체구 어디에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건지.
그녀의 뒤로 빈 접시가 수북하게 쌓였다.
얼마나 깔끔하게 먹었는지, 하나같이 설거지가 필요 없을 만큼 반들반들하다.
‘기운 운운하시는 걸 보면 공과격의 공능을 이분도 받는 건가? 그런데 그거, 영물만 가능한 거 아니었어?’
무존은 진천희의 생각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먹어 갔다.
“아, 뒷맛이 살짝 매콤해서 계속 들어가는군그래. 거기다 반숙 달걀을 위에 얹다니, 자네도 은근 악랄한 데가 있어. 계속 들어가게 되지 않나.”
그렇게.
거의 수십 인분을 소처럼 혼자 먹어 치우신 무존께서는 마지막 그릇을 내려놓고는 배를 두드리신다.
아주 호쾌하기 짝이 없는 행동.
하지만, 이렇게 먹였다면 마땅히 밥값을 받아야 하는 법.
과거 무존에게 받은 무학이 죽음의 위기에서 크게 살린 적이 있지 않던가.
‘어디 보자아~ 천일취이가아아아~ 어따 두었더라아아아~’
진천희는 느긋하게 천일취를 찾았다.
자고로 술기운이 올라야 떨어지는 콩고물도 큰 법!
어찌 되었건 상대는-
‘삼존 아닌가!’
그렇게 무존 광무백에게 뭔가를 더 먹이려던 진천희를 보면서 느긋해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또 거하게 대접을 받았구먼……. 내 속세에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아는 게 별로 없지만. 밥을 얻어먹은 김에 한 가지 이야기를 해 줌세.”
“?”
“자네, 요즘 화주의선에 대해 아는 거 없나?”
화주의선은 화주의각의 우두머리 아닌가.
실제로 만나 본 일은 없다.
애초에 백린의각 각주도 아니고, 소각주가 만날 일이 무어이 있겠나.
진천희가 갸우뚱하자 그녀가 흐흐 웃었다.
“조심하게나. 내 그치를 과거에 본 적이 있기에 하는 말인데 상당히 집요하거든. 하늘을 보아하니 그치가 자네를 주시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그런 게 보이십니까?”
“대충 보이지. 자. 그러면 이제 그 천일취나 주게나.”
그녀가 눈을 빛냈다.
대체 그녀가 보는 하늘은 무엇일까?
삼존.
가장 온건한 축(엄연히 말하면 방관자에 가까운)인 선존마저도 가지고 있는 저력이 어마어마했다.
무존은 특히나 무공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탐욕적인 자.
진천희가 천일취를 따라 건네자, 그녀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술 향이 기가 막히는군.”
“꿀에 절인 대추도 드셔 보시겠습니까? 속에 견과를 빵빵하게 넣고 졸였지요.”
그것도 꺼내 예쁘게 내려놓으니 흐뭇해했다.
“우리 소형제가 제법이군.”
역시나.
이쪽을 소형제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그만큼 기분이 좋으시다는 뜻이겠지.
무존은 그렇게 술 한 잔과 꿀 대추 절임을 하나씩 번갈아 가며 먹더니 뜬금없이 괴상한 소리를 했다.
“와웅공(臥熊功)이라는 게 있어.”
“?”
새로운 가르침인가.
진천희가 물었다.
“그게 뭔가요? 이름만 들어 보면 엎드린 곰이라는 의미 같은데.”
무존이 소탈하게 웃었다.
“곰은 겨울에 겨울잠을 자지. 알아?”
“그 정도는 알긴 하는데요.”
“그런 종류의 무공이야. 보통 상처 치료를 위해서 쓰지. 가사 상태에 빠져서 자기를 치료하는 거야.”
“그렇군요.”
“그러니 나는 이제 잔다. 여기는 좀 안전한 것 같으니까. 좀 지켜 주게나, 소형제.”
“예?”
그 순간.
그녀의 상체가 옆으로 기울더니 짚단처럼 풀썩 쓰러지는 게 아닌가.
“와악!?”
진천희는 화들짝 놀라 몸으로 그녀를 받았다.
의념을 썼다가는 무존의 호신기와 충돌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잔다고? 여기서? 겨울도 아니고 여름인데? 그리고 가사 상태? 뭐야, 대체?’
어안이 벙벙하다.
일단 진천희는 무존을 뒤집어 눕히고는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
숨은 제대로 쉬고 있다.
다만, 흡사 잠든 것 같은 호흡… 아니, 잠든 게 맞다.
“가사 상태로 상처를 치료하는 무공이라… 그러면… 이런 걸 쓸 만큼 크게 다쳤다는 건가? 겉으로 봤을 때는 그런 기색은 전혀 없었는데?”
진천희는 진기진맥을 위해 맥을 짚었다.
그러자-
우웅.
역시나 호신강기가 은은하게 일어나 진천희를 밀어내는 게 아닌가.
‘허……. 아무리 무존이라고 하더라도 혼절 상태일 텐데 이 정도로 강한 호신강기를 쓸 수 있다고? 무의식까지 무(武)로 꽉 차 있는 건가.’
하지만.
‘이대로는 진맥은 불가능하다.’
진맥이란 본디 환자의 동의를 받고 한다.
그게 아니면 동의를 받기 어려울 만큼의 응급상태에서 이루어지거나.
이렇게 호신강기를 쓰고 있는 환자를 상대로 진기진맥을 하는 건 개파조사께서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식…….
‘어, 아니야. 가능해. 오행신공이라면 가능해.’
삼국지 연의 월드에서 개파조사님은 뭘 어떻게 구르신 걸까.
‘왜 이런 걸 다 안배를 하셨어?’
생각해 보면 우리 스승님도 제자에게 ‘존귀한 자 앞에서 눈알 뽑기’ 같은 선택지를 안배해 주셨지 않나.
약간 평범한 사람 눈에는… 이게 무슨 짓인가 싶긴 하다.
보통 미래에 대한 안배라고 하면 ‘매달 저축하기’, ‘일주일에 세 번은 운동하기’, ‘자기 전에 이빨 닦기’…… 같은 것들이 전부 아닌가.
하지만 우리 스승님이 해 주신 안배들을 보면-
‘존귀한 자들의 지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장님으로 살아갈 각오하기’.
‘진서(眞書) 같은 기물을 봐도 미치지 않도록 현원전단신공 극성으로 익히기’.
‘강소성 무림 대회를 여는 김에 제자 방해물들 한 명씩 조져버리기’.
이렇게 모아 두니 뭔가….
“…….”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걸 ‘미래를 위한 대비’라고 부르지 않는다.
‘광기에 가까운 예지’라고 부르지.
아무튼.
개파조사께서도 ‘호신강기 쓰는 인사불성 환자를 상대로 진기진맥하기’를 대비해 주신 덕에 후손도 잘 쓸 수 있게 되었다.
현원전단신공과 함께 오행신공을 극성으로 돌린다면 가능할 것 같다는 답이 나온 것.
하지만 약간의 위험부담이 있기에 진천희는 망설였다.
“후우, 그냥 이대로 두면…….”
왜일까?
그냥 놔두기에는 꺼림직하다.
몇 번이고 죽어본 사람 특유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은 나서야 한다고.
분명 무존도 자신의 몸을 회복할 무공을 익힌 게 맞다.
하지만 그럼에도 왜인지 불길하다.
‘그래, 해 보자.’
그녀가 마지막으로 천일취를 원샷하고 진천희를 만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진천희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 다시 맥을 짚었다.
이번에는 단전에서 오행신공을 돌리며 구결을 속으로 읊었다.
‘세상 만물은 음양과 오행에서 나왔으니… 모든 것은 오행 안에 있음이라.’
그리고.
다시 호신강기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진천희의 오행진기와 호신강기가 다시 만난다.
전처럼 반발력을 일으켜 진천희를 밀어낼 태세.
허나.
스스스슥-
오행진기가 호신강기 속에 스며든다.
마치 처음부터 호신강기였던 것처럼 온전히 ‘융화’해서 내부로 진기가 파고들어 갔다.
그리고 진기진맥을 시작하기를 한참,
안쪽에서 검은 무언가가 달려와 진천희의 진기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크가가각-!
난폭하고 강맹한 검은 기(氣).
그리고.
—–!!
진천희가 손을 댄 손목 부근에서 검은 기운이 튀어나오더니 사방을 공격하는 게 아닌가!
‘헐!? 이게 뭐야?’
진천희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뜬다.
이 어두운 기가 생각 이상으로 흉폭했기 때문이 아니다.
아는 기운이다.
‘천마진기!?’
그때. 진기를 통해 의념이 들려왔다.
-무백아. 무백아. 이번에는 선을 넘었지 않으냐? 죽이고자 기운을 남겼으나. 또 끈질기게 살아남겠지?
-기왕이면 죽으면 좋겠구나. 그러면 더는 귀찮게 안 할 테지.
-그래도 죽지 않을 것을 안다. 허나, 여(余)와 본교가 일을 하나 처리할 동안에는 조용해지겠지.
-그래도 고통받거라. 여(余)를 귀찮게 한 벌이니라.
-여(余)는……. 호오. 이것은?
화악!
새카만 기운이 허공에서 크게 일어나 사람의 형상이 되는 게 아닌가!
‘실로 말도 안 되는 경지!’
단순히 무존에게 자신의 진기를 박아 인위적으로 주화입마를 일으키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 진기 자체에 의념을 박고.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내는 경지.
‘이건 그 어떤 무공서에서도 본 일이 없다.’
분명 이것은 천마의 초월심무.
대체 어떤 심상을 가지면 이런 이적이 가능하단 말인가!
이윽고 새카만 사람의 형상이 이렇게 말했다.
-반선의 씨앗. 혈린의 아해가 아니던가? 무백이 녀석이 네 녀석을 찾아갈 줄이야. 이건 즐거운 오산이로구나.
천마의 분신과 진천희가 눈이 마주친다.
“!”
-실로 오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