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04
제 204화
진주언가(晋州彦家).
무협지에 따라 설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은 구시술과 강시공으로 유명하다.
지존천마에서는 주술로 이름이 드높고, 무공도 한가락 하는 집단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었다.
하북성의 진주라는 동네에 위치한 세가로.
사업 영역은 장의사 및 주류업에까지 걸쳐 있다.
제사에서 술은 떼놓을 수 없어 함께 사업을 하게 된 것.
진주언가는 과거 대환난 때, 시신들을 가족의 품에 돌려주기 위해 어떤 선인이 구시술(俱尸術)을 배워 왔다는 전설이 그 시초다.
구시술(俱尸術)이 무엇인가?
시체를 일으켜 강시로 만드는 술법이다.
바로 일으켜 세운 시체는 동강시보다 약한 강시이나, 그렇다 해도 위력적인 주술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겠지.
무협판 네크로맨서라고 할까?
물론 일반적으로 강호에 알려진 강시도 제작하며 진주언가 최강의 무기가 바로 귀령강시.
진주언가는 무려 네 구나 되는 귀령강시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위력은 동, 철, 은, 금 중에서 금강시급으로 알려져 있지.’
즉, 무인들의 등급으로 치면 화경급의 강시가 4구나 있는 셈이다.
더 골 때리는 건 무협지에서 진주언가는 정파에 속한다는 거다.
‘이 유교 사회에서 시체 일으키는 세가가 어떻게 정파일 수 있나 싶다만.’
이쪽도 아무 시체나 강시로 만드는 게 아니라 돈을 주고 시체를 산다.
즉, 정당한 거래에 의한 시체 구매를 통해 강시를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
거기다가 지금도 혈사가 일어났을 때 시신들을 썩지 않게 가족들 품으로 보내고 장례를 지낼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진주언가의 도움을 받지 않은 문파와 세가가 드물 지경이다.
‘무공은 권법과 보법이 유명하던가. 언가권, 귀령신권, 부운귀령보, 몽혼귀령강시공…….’
독을 쓰지만 정파인 당가와 어째 포지션이 비슷하다.
그러나 그것도 이번 세대까지.
‘나중에 반란이 일어나 혈선교의 세작이 진주언가를 장악하게 되지.’
원작에서는 결국 진주언가가 혈선교의 강시 셔틀이 된다.
‘한마디로 저 중 누군가는 혈선교의 끄나풀인 거군.’
진주언가 인물과 천마가 정면으로 싸우질 않아서인지 무당파와 똑같이 끄나풀의 이름이 없다.
소설 지존천마에서는 그저 ‘배신자’라고만 표기되어 있었다.
천마가 싸운 건 귀령강시 네 구다.
그것을 천마 여하륜은 동시에 격파해 나갔다.
마침내 진주언가에 불을 지르고 가솔들의 목을 모두 쳐서 멸문을 시키는데 누가 배신자인지 알 수가 없기에 개 한 마리도 살려 두지 않고 전부 목을 쳤다.
‘지금 시점에서는 혈선교에 의해 장악된 건 아니지.’
그 끄나풀을 빨리 처리할 수 있다면 최소 앞으로 있을 혈사 네 곳 이상을 막을 수 있다.
‘그다음이 하북팽가(河北彭家)인가.’
하북팽가(河北彭家)
가문 명에 하북이라는 지명이 들어갈 만큼 하북성을 대표하는 가장 강력한 세가.
말 그대로 하북성을 지배한다는 표현이 허명이 아니다.
진주언가와는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아 동맹 관계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오호단문도법으로 유명한 진성 도법 덕후들이다.
‘보통 도제, 도왕 같은 도법 전문 최강자가 자주 출몰하는 가문이지. 하지만 지존천마에서는 도제도 도왕도 나오지 못했어.’
그 말은 즉, 천하 십 대 고수에 끼지는 못했다는 뜻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가문의 세력이 약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팽가가 워낙 마이너한 성씨라서 그런지 무협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일이 많지는 않지.’
환생물이나 회귀물에는 제왕검으로 유명한 남궁세가가 가장 많이 주인공으로 쓰인다.
‘그래도 진주언가보다는 낫지. 진주언가는 정말 마이너라…….’
진 교수는 잠시 마이너의 피가 들끓었다.
희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몸을 던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남궁 소저와 혈편왕님도 여기 계셨군요!”
“세 분을 뵙게 되어 이렇게 뵙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두 놈은 남궁 남매와 당아에게 정중히 인사했으나 합석한 진천희와 사마현은 싹 무시했다.
그 태도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사마현이 즐겁게 전음을 썼다.
[우와, 형. 쟤들 세 사람에게는 대가리 깨져 왔지만 우리한테는 안 깨져 봤나 봐. 인사하는 법을 모르네~]사마현의 하얗고 마디가 또렷한 손이 꿈틀거렸다.
저게 사람 대가리를 두부처럼 부순다는 것을 모를 진천희가 아니었다.
[내버려 두자. 밥이나 먹어. 이러다 다 식겠다.] [하지만 형. 형을 무시하는데~? 자기들 이름도 소개 안 하고 형 이름도 아직 안 물어보고 있잖아~?]약간 달뜬 눈으로 사마현이 속삭였다.
그랬다.
언정무.
팽천식.
둘은 남궁운, 남궁연 남매와 이미 아는 사이였다.
물론 사천당가의 여식인 당아와도 마찬가지.
용봉지회도 꾸준히 참석하고, 서로 대가문이니 교류가 없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서로 통성명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상당한 무례.
본래 강호에서는 만나면 ‘본인은 어느 가문의 아무개요.’ 하고 소개하고서는 ‘귀하는 어느 가문/문파의 분이시오?’ 하고 묻는 게 보편적.
이런 통성명을 아예 하지도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무례이며 실례였다.
‘나는 너희들을 무시하고 있다!’라고 대놓고 보여 주는 그런 행동인 것이다.
당연히 자아비대증에 걸린 데다, 유아독존적이고 존심 하나로 먹고 살아가는 강호인들은 이런 대우를 받으면 참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사마현도 불쾌함을 표현했다.
물론 진천희는 그렇지 않았다.
나이 사십 먹고서 어린 아해들이 도토리 키 재기 하는 모습을 봐도 ‘허허… 젊음의 혈기란……’ 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이니까.
거기다가 결정적으로 진천희는 무인이 아니었다.
그는 의사다.
이렇게 힘자랑하는 것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괜히 사마현이 형을 위해 나선다고 머리통이라도 깰까 봐 걱정은 된다.
‘그래. 사파에게는 사파식 설득이 필요하지.’
[현아. 쟤들도 세가 애들이라 어디 한 곳이 박살 나면 어디로 오겠니. 백린의각으로 달려올 거고, 나는 저거 치료하려면 매우매우 귀찮아지겠지. 너는 그걸 할 거야? 형이 할 일을 더 만들 거야?]불쌍하니까 두개골 깨지 말라는 말을 사파식으로 번역했다.
[에효~ 형은 왜 의원이라서…… 아니 생각해 보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그때 팽천식이 진천희를 향해 말했다.
“저희 대화가 지루하신 모양이십니다? 진 소협.”
그제야 진천희는 감이 왔다.
‘시비 걸러 왔구나. 이거.’
진천희를 모르는 게 아니었다. 알고 그렇게 무시를 했던 것이었다.
‘그렇군. 이것이 바로 무협지의 꽃, 후기지수의 시비 털기인가!’
그래도 황보무휘보다는 머리가 좀 돌아가긴 했다.
대놓고 밥투정을 하지는 않았으니까.
‘음, 소설 보면 꼭 주인공에게 시비 털다가 뚝배기 깨지고 개망신당하던데… 나도 그렇게 해 주면…… 할 거면 살살해야겠군. 창상도 골절도 피하자.’
그동안 이렇게 주인공에게 시비를 거는 무리들을 보면서 저놈들은 뇌가 없나, 작가는 개연성 버리고 스토리를 쓰는 건가 생각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강호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TV도 라디오도 갓튜브도 없는 이 시대에서 믿을 것은 누군가의 풍문뿐.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에도 유사 과학과 안티 백신이 판을 치는 판국에.
강호의 풍문도 잘못된 부분이 많다 보니 신용이 안 가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그것을 믿는다고 해도 결과는 다를 바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강호인은 자아가 강하다.
남이 시켜서 억지로 수행을 해 봐야 하수까지가 한계.
자발적으로 맨손으로 바위를 향해 주먹질을 하고, 달구어진 모래에 손을 찔러 넣는 인간들이 갖게 되는 자아란 흡사 칼날 같은 것.
그나마 나이가 들면 세상을 깨닫고 조금은 자중하기 마련이나 젊은 무인들은 그런 것도 없다.
비대해진 자아는 강호의 무서움을 모른다.
아무리 세가의 어르신이 젊은이에게 경고한다고 한들 듣는 무인은 거의 없다.
어느 세가이든 자식 교육에 고생하는 게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객잔에서 시비라. 꽤 고전적이군.’
벌써부터 무림맹 ER 분점의 일을 늘릴 필요가 있나.
‘좋아. 유유기탄으로 세 번 파바박 줘 패고, 어깨 한 번씩만 돌려서 뽑아 줄게! 나 후유증 없이 잘 뽑을 수 있어!’
두근두근.
그때 남궁운이 빠르게 나섰다.
“사해(四海)가 동도라는데 대회 시작하기도 전에 다투어서야 쓰겠소? 서로 적당히 좋게 좋게 인사나 나눕시다.”
“남궁 형의 말이 옳구려. 언성이 높아진 것을 내 사과하리라.”
순순히 사과를 할 줄은 몰랐다.
‘어라? 웬일로 순순히 물러선대?’
강호 무인들의 생리상 이렇게 물러날 거였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남궁운의 얼굴을 봐서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일 수도?’
그러나 곧바로 방금 생각을 부정했다.
언정무의 표정은 여전히 투지로 차 있었기 때문. 그는 이렇게 말했다.
“대신 이 언 모가 술을 한잔 대접할 테니. 내 사과를 받아 주시구려.”
그러고는 술잔에 술을 따라 진천희를 향해 살짝 손목을 까딱였다.
“자. 받아 주시구려.”
술에 내력을 담아 진천희를 향해 던졌다.
‘이렇게 나오는군. 이 정도면 도발치고는 꽤 멋스럽지 않은가.’
마음에 들었다.
내력이 담긴 술잔은 회전을 하며 진천희를 향해 날아왔다.
기이한 것은 술잔 안에 들어 있는 술은 조금도 넘치지 않았다는 것.
잘못 받으면 술잔이 폭발하며 조각들이 작은 찰과상을 만들 것이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술을 얼굴로 뒤집어쓰는 개망신을 당하게 된다는 것.
‘그래. 여기서 그냥 물러나면 젊은 강호인이 아니지.’
진천희의 소매가 살짝 부풀어 올랐다.
오행진기, 현원전단신공, 그리고 태청산수의 묘리가 담겨 있는 손이 아무렇지도 않게 회전하는 술잔을 받아내었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평범하게 잔을 잡아챈 것으로 보일 터.
탁.
남궁운, 남궁연, 당아와 언정무 패거리들이 각기 다른 표정을 짓는다.
무학의 깊이만큼 보이는 것이겠지.
그중 가장 속을 모르겠다 싶은 건 사마현이었다.
사마현은 전과 똑같은 표정으로 그저 히죽대고만 있었다.
진천희는 한 번에 술을 삼켰다.
‘크으, 역시 맛없어.’
불혹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는 술이, 이제 와서 좋아질 턱이 없다.
하지만 이 또한 낭만이니.
이번에는 이쪽에서 벌주(罰酒)를 권할 때.
골골골-
가볍게 술을 잔에 담았다.
‘회탄(回彈)이 좋겠군.’
탄지천통의 회전의 묘리를 담으며 진천희가 미소 지었다.
“잘 마셨습니다. 그러면 답주를…….”
진천희 손을 떠난 잔이 회전하며 날아간다.
겉으로 보아서는 언정무가 쏘았던 잔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딱 하나 기이한 게 있었다.
“…….”
느렸다.
묘리에 따라 내력을 넣어 던졌으니 속도가 빠를 건 당연했다.
그러나 진천희가 날린 것은 그런 당연함을 무시하고 있었다.
언정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면 받겠습니다.”
그는 손에 내력을 담아 금나수를 펼쳤다.
자신만만하게 붙잡는 것도 잠시, 잔이 멈추질 않는다.
손가락과 함께 말려 들어가는 감각을 분명 느꼈다.
‘이런……!’
당황하며 내력을 북돋는 순간, 회전이 멈추며 균형이 깨진다.
콰창!
잔이 박살 나며 사방에 술이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