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195
두 사람이 동시에 튕겨 날아가자 긴장한 채 지켜보고 있던 춘매가 몸을 날렸다.
그녀가 잽싸게 낚아챈 사람은 기수가 아닌 진유룡이었다.
기수는 동매가 달려들어서 받아 안았다.
춘매는 진유룡을 끌고 뒤로 물러서면서 말했다.
“적을 막아!”
그러자 남은 추매, 풍매, 설매가 앞으로 나섰다.
동창 무사들은 그녀들보다 반응이 약간 늦었다.
진유룡은 빼앗긴 뒤에야 달려들어서 자신들의 지휘관을 되찾으려 했지만 세 명의 여인에 맞서 싸우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물러선 춘매는 위쪽의 산적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기문진을 가동시켜!”
진이 가동되자 세 사매도 싸우면서 조금씩 퇴각하여 모두 안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동창 무사들은 닭 쫓던 개꼴이 되었고, 일부 따라서 진 안으로 들어온 자들은 모두 사매들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궁주는 어때?”
동매가 기수의 맥을 짚으며 춘매에게 물었다.
“진천호는 어떻게 됐어?”
“죽었어. 즉사야.”
그러면서 그녀는 진유룡의 몸을 들어 보였다.
그의 가슴엔 주먹도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춘매가 그의 시신을 챙겨 온 것은 사부와 사숙의 영전에 제사 지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사매들의 관심은 기수에게 쏠렸다.
동매가 진맥 결과를 얘기했다.
“숨은 붙어있지만 맥이 굉장히 약해.”
그녀들은 기수를 산채로 데리고 올라가 침상에 뉘었다.
“궁주! 죽으면 안 돼! 절대로…”
모두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진유룡을 상대로 엄청난 능력을 보였고, 마침내 그를 죽이기까지 했는데 양칠이 죽어버린다면 그건 너무나 허망한 일이 될 것이었다.
기수는 한참 만에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으으아아악…..!”
“궁주!”
“왜 그래? 괜찮은 거야?”
기수는 진유룡의 일격에 고스란히 맞은 후 정신을 잃었다. 그런데 온몸을 휘젓고 다니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기절한 상태를 유지할 수도 없었다.
“내가 살았나? 으으….”
“일어나려고 애쓰지 마. 안정이 중요해.”
“진유룡은?”
“죽었어. 궁주가 이겼어!”
“아! 다행이다…”
기수는 고통스러운 중에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신이 해낸 일에 뿌듯한 자신감을 느꼈다.
‘나보다 강한 자와 싸워도 이길 수 있구나!’
그것은 커다란 진전이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에는 통증이 너무 심했다.
“지금 내 몸 상태가 어때?”
고개를 들기도 힘드니까 사매들에게 대신 묻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외상은 없어. 가슴에 붉은 손자국이 남은 것 말고는…”
“외상이 없다고? 그럴 리가…. 뼈가 부러진 거 아냐?”
“아니. 부러진 뼈는 없어.”
“그럼 이 통증은 뭐지?”
기수는 조심스럽게 내력을 끌어올려 보았다.
그러자 더욱 극심해지는 통증 때문에 신음이 저절로 나왔다.
기수는 마지막 순간을 돌이켜보았다.
분명 자신의 파천강기가 진유룡의 심장을 박살낸 게 먼저였다.
뱀파이어의 가슴에 말뚝을 박듯이 정확하게 구멍을 낸 것이다.
맞은 것은 그 다음.
그렇다면 뼈가 부러지지 않은 게 당연한 일이었다.
진유룡이 그 상태에서 정타를 날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 고통은….’
마지막에 그가 내뿜은 붉은 기운 때문임이 분명했다.
기수는 차분히 통증의 원인을 찾아보았고, 몸 안에 이질적인 기운이 파고든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기수는 조심스럽게 운기하여 그 기운의 배출을 시도해보았다.
그런데 자신의 진기에 얽혀서 잘 분리되지 않았다.
‘지독한 수법이군.’
자신을 기절하게 만들었고 지금은 몸조차 가누기 힘들게 하는 정체불명의 암경.
기수는 일단 그것을 조심스럽게 중단전으로 모았다.
분리는 힘들지만 자신의 진기를 따라 이동시키는 것은 가능했다.
그렇게 한 곳에 집중시키자 사지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기수가 상체를 일으키자 사매들이 깜짝 놀랐다.
“괜찮아? 무리하지 마.”
“이 자세가 편해. 지금 바깥 상태는 어때? 난 아무래도 당분간 무공을 쓰지 못하고 운공요상 해야 할 것 같은데.”
“놈들은 아직 물러가지 않고 있어. 지원군을 불렀나 봐. 그래도 기문진이 지켜주고 있으니까 시간은 꽤 벌 수 있을 거야. 마음 편히 가지고 내상을 치료해.”
사매들 모두 근심을 던 표정이었다.
이제 원수를 갚았으니까 기수의 내상이 치료되어 경공술을 시전할 수만 있게 되면 기문진 한 쪽을 열고 빠져나가는 것으로 동창과의 악연을 끝낼 수 있었다.
“으으…. 배고파.”
암경으로 인한 통증이 약간 가시자 다른 신호가 왔다.
추매가 말했다.
“잠깐 운기조식 하고 있어. 제사가 끝나고 나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거야.”
“무슨 제사?”
“사부님과 사숙의 제단을 만들었어. 준비 끝나면 부르러 올 테니까 넌 그동안 상처 치료하고 있어.”
사매들은 기수의 등에 이불과 베개를 받쳐주고 자세를 바로 앉혀준 후 모두 나갔다.
혼자가 된 기수는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힌 후 신을 불렀다.
[또 한 건 했습니다.]
신은 즉시 응답했다.
[대단했어. 아주 훌륭해.]
[네번째네요.]
[그렇다.]
[도대체 그놈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어떻게 그렇게 단기간에 내상을 모두 치료하고 예전보다 강한 내공을 가질 수 있었던 거죠?]
[그것은….]
[아! 잠깐만! 방금 건 질문 아닙니다.]
[질문이 아니라고?]
[예.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은 이겁니다. 나의 시대로 돌아갈 때 나 혼자 가야 합니까? 이곳의 여자들을 데리고 갈 수 없습니까?]
[정말 진유룡이 갑자기 강해진 이유보다 그 답을 듣기 원하나?]
[예.]
물론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살아남고, 목표를 달성하는데 꼭 필요한 정보라면 신이 1+1로 알려줄 것 같았다.
[너 이외의 사람을 데려갈 수는 없다.]
[아, 놔…. 치사하게…]
[나한테 하는 말인가?]
[뭐, 알아서 들으십시오.]
신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가 사라졌다고 생각할 즈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쪽 진영에 아주 강한 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진유룡을 치료해준 것도 아마 그일 것이다. 조심하기 바란다.]
[좀 솔직해 지십시오.]
[무슨 뜻이지?]
[강한 자가 아니라 저쪽 편의 신이 치료해 준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나한테도 공평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의 어조가 격앙되었다.
[너는 도대체….!]
기수는 살짝 쫄았지만 기죽기 싫었다.
[날 고른 건 당신입니다.]
[끄응!….]
[헤헤…. 삐지셨어요?]
[우리는 인간계에 간여할 수 없다. 그것은 분명한 율법이다. 저쪽에서 자질이 뛰어난 인간을 잘 선택한 것뿐이다.]
[내 자질이 뛰어나다고 했잖습니까?]
[너보다 더 뛰어난 인간도 있을 수 있지.]
[그건 좀 자존심 상하는데요.]
[자질보다 노력이나 의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으니까.]
기수는 입맛을 다셨다.
자신이 천재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노력이나 의지를 놓고 보자면 최고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어쨌거나 남은 8명의 사도들도 전부 인간이고, 스스로 키운 능력이란 말이죠?]
[그렇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도움 필요 없습니다!]
[좋은 자세다. 다음에 또 만나자.]
그 이후 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젠 익숙해져서 기수도 기대하지 않았다.
적막함 속에 혼자 생각에 잠겼던 기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집엔 나 혼자 돌아가야 한단 말이지….’
이곳에 와서 만난 미녀들의 면면이 좌르르 스쳐 지나갔다.
‘그냥 여기 살까? 컴퓨터나 스마트폰 좀 없으면 어때?’
그러나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애초에 돌아가고 싶어 한 이유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엄마 혼자 고생하는데 자기만 여기서 미녀들에 둘러싸여 헬렐레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아들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빨리 알려드리고, 효도도 해야 했다.
‘일단 내상부터….’
기수는 중단전에 뭉쳐둔 암경을 조심스럽게 움직여 보았다.
곧바로 극심한 통증이 전해져 왔다.
기수에게 그것은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호기심이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내공을 이런 식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 몹시 궁금했다.
‘이런 비슷한 게 있었는데….’
예전에 사부에게 당했던 고문학습법이 떠올랐다.
기수는 조심스럽게 암경을 분석하면서 그걸 자신의 내공으로 복제해 보려고 시도했다.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면 해체는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한참 그렇게 골몰하고 있는데 설매와 풍매가 들어왔다.
“준비 다 됐어.”
그리고 두 사람이 양쪽에서 팔을 부축해 일으켰다.
기수는 팔꿈치에 닿는 가슴의 탄력을 즐기며 밖으로 나갔다.
커다란 제단엔 북궁천과 백문조의 위패가 놓여 있었다.
기수는 팔꿈치 장난을 멈추고 경건한 표정이 되어서 사매들이 시키는 대로 추도문도 읽고 향도 피웠다.
그러자 춘매와 추매가 상 한가운데 두 개의 머리를 갖다놓았다.
바로 진유룡과 하매의 잘린 목이었다.
기수는 약간 흠칫했다.
진유룡은 상관없는데, 머리만 남은 하매는 좀 그랬다.
그러나 그녀가 한 짓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물을 올리고 나머지 의식이 끝나자 다섯 사매가 울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훌쩍거림이 점점 커져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엄하고 무서운 사부였지만 그래도 자기들을 돌봐준 은혜가 생각난 것이다.
기수도 북궁천 생각에 콧등이 시큰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기분은 아주 좋았다.
‘복수는 바로 이 맛에 하는 거였구나.’
기수는 하늘을 한 번 쳐다봤다.
제가 끝나고 거처로 돌아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 기수가 물었다.
“하매는 어떻게 죽인 거야?”
그러나 춘매가 대답했다.
“아마 듣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동매도 한 마디 했다.
“우리 모두 만족한 방법이었어.”
기수는 더 묻고 싶지 않았다. 왠지 사매들에 대한 이미지가 더 나쁘게 굳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궁금한 건 있었다.
“두 사람의 목 이외의 부분은 어디 있어?”
“산짐승들 먹으라고 뿌렸어.”
기수는 진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뿌렸다는 단어에서 대충 감이 잡혔다.
그날 밤부터 기수는 암경 복제에 집중했다.
몸속에 불청객이 들어와 있어서인지 몸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고, 집중력도 떨어진 것 같았다. 자정을 넘기자 못 견디게 피곤했다.
그나마 중단전에 봉인해놓은 덕분에 고통 없는 숙면은 가능했다.
아침이 되어 기수는 기이한 감각 때문에 눈을 떴다.
아랫도리가 시리면서 동시에 따듯했다.
아래를 내려다 본 기수는 어이가 없었다.
“야! 너희들!…..”
“궁주 깼다!”
“몸은 좀 괜찮아?”
다섯 사매가 기수의 몸 한 부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나마 풍매는 입에 뭐가 가득 들어 있어서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야! 나 환자야. 아주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고!”
“알아. 그래서 보살펴주고 있잖아.”
“그게 보살피는 거냐? 당장 다들 나가!”
“호호…. 얘는 우릴 내보낼 마음이 없는 것 같은데? 힘이 잔뜩 들어가 있어.”
“나 환자라고… 쫌!”
“알았어. 오래 안 할게.”
그러더니 설매의 지휘에 따라 순번이 정해졌다.
먼저 이 상황을 만든 사람은 바로 설매였다.
그녀는 사부와 사숙의 복수를 하고 기쁜 마음과 쾌감, 성취감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딱 한 가지를 마음껏 하면서 자축하고 싶었다. 그러나 기수는 내상을 입은 상태.
그래서 그냥 단지 그의 안부가 걱정되어서 새벽에 그의 방으로 갔다.
기수가 정신없이 자고 있기에 그냥 단지 상태만 확인해보려고 바지를 내렸고, 육안 검사 결과 저장 주머니가 굉장히 부풀어 있는 것 같아서, 그냥 단지 무게를 좀 줄여주면 편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입을 좀 댔을 뿐이었다.
그런데 기수의 몸은 주인이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잠들 줄을 몰랐다.
그래서 잘하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풍매가 들어왔고, 조금 있다가 추매와 동매까지 들어오더니 마지막 춘매까지 모두 모이게 된 것이다.
기수는 올라타고 겨냥 맞춰서 앉는 설매를 밀어내려 했다.
“야! 쫌 나중에… 으음….”
“심하게 안 할게… 아아!… 들어왔어…아아!…”
기수는 그냥 포기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