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440
명나라는 이전의 제국들과 달리 재상이 없고 황제가 6부 상서를 임명하고 직속으로 명령내리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6부 상서는 신하들 중 최고의 자리인 것이다.
그들 중 한 명이 모반을 꾸민다면 상황은 심각했다.
기수는 풍매와 설매에게 물었다.
“이부상서는 어떤 사람이지?”
그녀들은 동창 출신답게 관리들에 대한 기본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마원은 협서성 부풍현 출신인데, 권문세가의 자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문에 능하고 머리가 좋아서 급제 이후 탄탄대로를 승승장구한 사람이야.”
풍매에 이어 설매가 덧붙였다.
“언변이 뛰어나고 대인관계도 좋다고 알려져 있지.”
기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협서성이라면 촌동네잖아?”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권문세가 출신도 아닌데 이부상서까지 올라갔다고?”
그건 현대에서도 힘든 일이었다.
증조부는 친일파였고, 조부는 독재정권에 빌붙었고, 아버지는 부동산투기로 돈 벌었어야 강남 학원에 다니면서 시험 잘 보는 기술 배워 좋은 대학도 가고, 고시도 붙고 하는 게 대한민국의 이른바 사회지도층 아니던가.
하물며 고대 중국에서 집안 배경 없이 상서 벼슬까지 한 것은 특이했다.
“황상께서 마상서의 재주를 아끼신다고 들었어.”
“무슨 재주?”
“아까 얘기했잖아. 시문에 능하다고.”
“흐음… 그는 지금 몇 살이지?”
“예순 정도 되었을 걸?”
뭔가 맞지 않았다. 한 사람이 황제가 총애할 만큼 글공부도 열심히 했고, 사도 수준의 무공까지 익힌다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풍매가 물었다.
“궁주. 뭘 그렇게 생각해?”
“황제의 총애까지 받고 있는 사람이 왜 역모를 꾸몄는지 이해가 안 되서…”
“야망이 큰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하지만 황족은 커녕 성이 주씨도 아니잖아. 게다가 가문도 별 거 없다면 자기가 뭐라고 황제 자리를 노려? 사람들이 그걸 받아들이겠어?”
“듣고 보니 그러네…”
설매가 말했다.
“어쨌거나 적의 소굴을 확인했으니까 이제 낙양으로 다시 돌아가야지?”
“그래야겠지. 아! 너희 세 명은 여기 있어. 나 혼자 다녀올게. 그 편이 빠를 거야.”
“하지만 탁매 쪽이 돌아오려면 며칠 시간이 더 걸릴 텐데…”
기수는 씩 웃었다.
설매가 그 얘기 하지 않아도 밤을 그냥 보낼 마음은 없었다.
어찌 보면 열등반 특강을 맡은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확실히 진도를 나갈 작정이었다.
기수는 점소이를 불러 욕실이 갖춰진 방을 두 개 잡았다.
그리고 방에서 음식과 술을 시켜다 먹으면서 첫날 연공을 시작했다.
8명을 상대하는 것과 3명을 상대하는 것은 확연히 달랐다.
풍매, 설매, 아투사 각각의 매력을 좀 더 심도 있게 탐험할 수 있었다.
사매들도 대기시간이 짧아서 좋아했다.
3차전까지 돌아간 다음엔 한 명씩 대법 연공의 시간을 가졌다.
3명에게 충분한 내공증진의 기회를 제공한 기수는 잠깐 자고 일어나 옷을 입었다.
“궁주. 어디 가?”
“이부상서에 대해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안 돼! 위험해. 괜히 들어갔다가 적이 떼거지로 덤비면 어쩌려고? 모두 모인 다음에 들어가도 되잖아.”
“하하! 걱정 마. 담을 넘을 생각은 아니니까.”
“그럼 뭘 어떻게 확인하려고?”
“이부상서라면 매일 조정에 출근할 거 아냐? 길거리에서 관찰만 할 거야.”
사매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해서 뭘 알 수 있나 궁금했던 것이다.
“너희들은 걱정 말고 운기조식 열심히 하고 있어. 이따 돌아와서 검사할 거니까.”
“검사? 어떻게?”
“음양대법 또 하면서 어제와 비교하는 게 검사지 뭐.”
“어제하고의 차이를 알 수 있어?”
“내 감각이 얼마나 예민한지 얘기 안 했던가? 후후…. 어쨌거나 기대만큼 진척이 없는 사람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열심히 하라고.”
“아, 알았어.”
사매들은 곧장 일어나 옷을 걸치고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검사에 대비하여 즉시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기수는 그런 모습을 보고 미소 지은 후 밖으로 나갔다.
거리로 나선 기수는 이부상서의 집 대문 근처를 오고 가면서 만두도 사먹고 양고기 꼬치도 사먹으면서 그가 출근하기를 기다렸다.
그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
이부상서가 사도냐 하는 것이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그의 가마 근처에 서있기만 하면 심장이 답을 알려줄 것이다.
기다린 지 30분쯤 지나자 장원의 대문이 열렸다.
먼저 무관 몇 명이 앞장서고, 하인들이 가마를 들고 나왔다.
이부상서가 등청하는 것이었다.
행인들은 길을 비켜서서 머리를 조아렸다.
기수도 그들 사이에 섞여서 똑같이 행동했다.
가마가 앞을 지나가는 순간 절로 긴장이 되었다.
만약 사도라면 뛰쳐나와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떨림이나 심장의 두근거림이 전혀 없었다.
기수는 허탈감을 느꼈다.
‘사도가 아니잖아. 그럼 고총관은 뭐지?’
그는 분명 고수이고 청탑산 출신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기수는 잠시 생각한 후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래. 제갈세가처럼 이용하는 걸 거야.’
제갈세가에는 사도가 없었다.
하지만 주군을 향해 충성을 다하고 있었다.
뭔가 약속받은 게 있음이 분명했다.
이부상서 역시 관리들의 인사를 총괄하는 자리.
제갈세가를 난세 무림의 브레인으로 이용하듯이, 이부상서를 자기 심복 관원들을 찔러 넣는데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기수는 허탈감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적의 뿌리를 찾아냈다고 좋아했는데, 백호 4진과 고총관의 관계처럼 이부상서도 점조직의 줄기에 불과했다.
‘그래도 줄기는 결국 뿌리에 이어져 있겠지.’
그 정도의 위로가 최선이었다.
이부상서를 잡아다 족칠 수도 없거니와, 그래봤자 몸통은 숨어버릴 게 분명했다.
길고 지루한 잠복근부 생각을 하니까 벌써부터 좀이 쑤셨다.
객잔으로 돌아간 기수는 사매들과 밥을 먹고 오후 내내 대법에 열중했다.
그리고 저녁 먹고 대법, 밤새도록 대법을 한 뒤 다음날 아침 사매들에게 말했다.
“우리 낙양으로 가자.”
“이부상서는 어쩌고?”
“확인해 본 결과 저 자도 고총관이나 마찬가지로 하수인에 불과해. 주모자가 아냐.”
“그래도… 감시는 해야 하지 않나?”
“어디 도망갈 것도 아닌데 뭐. 나중에 동창한테 시키면 되지.”
신중한 놈들의 성향으로 봤을 때, 줄기가 뿌리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혈매궁이 그런 감시임무에 투입된다는 것은 낭비였다.
물론 명령권자는 기수가 아닌 공주지만, 인력 풍부한 동창이라면 잠복근무를 훨씬 더 잘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떠날 건데?”
“지금 바로.”
“왜 그렇게 서둘러? 좀 더 있어도 좋잖아.”
“후후…. 답답한 객잔 방 말고 천천히 배를 타고 가면서 놀면 더 재미있을 거란 생각 안 해봤어?”
“배를 타고 논다고?”
“그래. 올 때는 육로로 배를 따라오느라 고생했잖아. 우리도 뱃놀이 좀 해봐야지.”
“와! 신난다.”
세 사매는 즉시 짐을 챙겼다.
기수의 말처럼 이부상서가 어디 갈 것도 아니니까 굳이 자기들이 계속 이곳에 붙잡혀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포구로 간 기수는 적당한 배를 찾아 흥정했다.
낙양까지 닷새 정도 걸려서 천천히 가고, 네 명을 제외하면 더 이상의 승객도 화물도 싣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예상보다는 배 삯이 약간 비쌌지만 기수는 아낌없이 지불했다.
네 명의 사공이 교대로 젓는 배는 술과 음식을 넉넉히 싣고 출발했다.
배가 강으로 들어선 지 한 시간쯤 지나자 기수가 사공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잠시 선실 안에서 지낼 거니까 방해하지 마시오.”
그러자 힘깨나 쓸 것으로 보이는 선장이 능글맞게 웃으며 물었다.
“미녀를 셋이나 선실에 가두고 뭘 하려고 그러시오?”
사매들은 미행 임무가 끝났기 때문에 예쁜 비단옷을 사 입고 있었다.
다들 워낙 미모가 빼어났기 때문에 뱃사람들 눈이 돌아가는 게 당연했다.
탈 때부터 그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기수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네 사람 모두 무림인인데, 무공 연마를 할 것이니 방해하지 말아주시오.”
“그러니까… 무슨 무공을 연마할 거냔 말이요. 흐흐흐….”
기수는 네 사람의 표정을 통해 그들이 강도로 돌변할 수 있음을 감지했다.
본래 배라는 것이 일단 항해를 시작하면 그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것이라서 사공들은 언제든 피해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었다.
수로맹 시절에 하던 일이 그거라서 기수도 잘 알았다.
육지에서 사람을 죽이면 시체가 남지만 강 위에선 깔끔한 뒤처리가 가능했다.
기수는 무림인이라고 해도 눈에 힘을 주는 선장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갑판 구석에 있는 굵은 장대를 집어 들었다.
“뭐 하자는 거야?”
선원들이 불량스런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기수가 막대기를 들자 한 판 해보자는 줄 알고 선장을 도우러 온 것이다.
기수는 뼈를 하나씩 부러뜨려줄까 생각했지만, 그리 하면 배를 저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 후 말했다.
“무슨 무공을 연마할 거냐 하면 말이지…”
기수는 왼손으로 장대를 잡고 오른손으로 칼질 하듯이 그 위를 연달아 두드렸다.
“바로 이런 걸 연공하는 중이거든.”
사공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가 싶더니 곧 하얗게 질렸다.
장대가 마치 당근 썰듯이 얇은 두께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기수가 장대를 부러뜨렸다면 그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맨손을 갖다 댔는데 단단한 나무 장대가 야채처럼 썰리는 것은 평생 듣고 보도 못한 신기한 일이었다.
그들은 비로소 기수가 절정 고수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선장이 금세 달라진 표정으로 손바닥까지 비비며 말했다.
“그, 그러셨군요. 그럼 저희들은 찍소리도 하지 않고 열심히 노만 젓겠습니다.”
“그러면 안 되지.”
“예? 안 되다니요?”
“낙양까지 닷새 걸려 가기로 했는데 열심히 저으면 안 되지.”
“아! 그, 그렇군요. 그럼 열심히 젓고 밤에는 물결 따라 흘러 내려오도록 놔두면 되겠네요. 헤헤헤…”
“놀면서 돈을 벌려고 하면 쓰나? 20리를 젓고, 배를 돌려서 10리를 되돌아 젓는 식으로 하는 게 어때?”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선장과 선원들은 이미 기수의 능력에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희들은 그저 눈과 귀 다 가리고 열심히 노만 저을 테니 네 분은 아무 걱정 말고 연공하십시오.”
“눈을 가리면 앞은 어떻게 보려고?”
“아!… 귀만 막겠습니다.”
기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별절강기 스푼컷 변형 연습을 하던 장대를 갑판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선장에게 물었다.
“큰 물통이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선장은 잽싸게 달려가서 큰 나무통을 가져왔다.
“다른 건 필요한 거 없으십니까? 식사는 언제 하시도록 할까요?”
“우리끼리 해먹어도 되는데.”
“아닙니다. 크고 싱싱한 생선을 잡아서 요리를 해 올리겠습니다.”
“그럼 세 시진 뒤에 먹도록 하지.”
“예! 준비해놓겠습니다!”
사공 네 명이 부동자세까지 취하며 큰소리로 말했다.
기수는 통에 물을 가득 담아 들고 선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선실에 난 작은 들창을 열고 강변 구경에 열중하던 사매들과 본격적으로 연공을 시작했다.
밖의 선장과 사공들은 선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선실로 남자가 들어간 이후 쥐 죽은 듯 조용하기만 할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람이 다 죽거나 잠든 건 아닌 것 같았다.
배가 어떤 박자를 타고 진동을 하는 게 미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공과 선원들은 그것을 무공 연마의 진각이라고 생각했다. 그것 말고는 아무 소리 없이 배에 규칙적인 진동을 가하는 행동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약속대로 세 시진 뒤에 네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선원들은 직접 잡은 커다란 잉어를 찌고 밥도 새로 해놓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기수는 일단 선원들과 뇌파를 동조해서 요리가 안전한지부터 확인했다.
힘으로 안 되면 독을 탈 수도 있고, 아니면 홧김에 침이라도 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대로 겁을 먹은 네 사내는 정말 정성을 다해 요리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밥상에 함께 앉지도 않았고, 기수나 사매 쪽으로 시선이 가지 않도록 고개를 푹 숙인 채 열심히 노만 저었다.
기수는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까지 저자세로 나온다면 내릴 때 혼내주지 않아도 되겠군.’
상대가 자기 분수를 알고 알아서 긴다면 기수도 그들을 마음 편히 대할 수 있었다.
밥을 먹고 잠시 쉬던 기수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상의를 벗어던졌다.
그리고 물에 뛰어들었다.
수영은 약간 할 줄 알지만 능숙한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엔 배의 속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몇 번 하다 보니까 요령이 붙어서 점점 속도가 빨라졌다.
그렇게 1시간 정도를 물속에서 놀다 보니까 드디어 배보다 빠른 속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기수는 한 손으로 배 난간을 잡고 가면서 다른 손을 물속에 넣어 화류의 태포련을 발사해 보았다.
사매들 좋은 일만 시켜줄 게 아니라 자기도 제대로 연공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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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은 일단 500화 정도를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물론, 전개 상황에 따라 안팎으로 짧아질 수도,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