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23
323화
콰콰콰쾅!
용의 숨결에 맞은 아벨이 공중에서 아래로 추락했다.
쿠구구궁!
날아올라 어느 정도 이동한 상태라, 그의 몸은 제국 주둔군 영역을 벗어나 게토 지역 안으로 떨어졌다.
지크는 곧장 아벨이 떨어진 곳으로 쫓아갔다.
아벨이 떨어진 곳은 오래전에 버려진 마을이 있던 자리였는데 흙벽으로 만든 집들이 모두 부서져 있어, 오래전 사람들이 살던 흔적만 남아 있었다.
지크는 부서진 마을에 착지한 뒤 주변을 훑어보며 추락한 아벨을 찾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서 아벨을 처리해야 한다.’
지크가 유령병을 소환해 흩어져서 아벨을 찾도록 했다.
유령병과 시선을 공유한 지크는 곧 아벨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절대 놓치지 않는다.’
지크는 곧장 비행보를 펼쳐 아벨이 떨어진 곳으로 몸을 날렸다.
쿠구구구!
천장이 무너진 집터 안에 아직 헤르시온을 장착한 아벨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지크는 바하무트를 들고 침착하게 안쪽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그는 어느 정도 거리를 좁힌 후, 용의 발톱 스킬로 아벨을 공격했다.
촤아아악!
용의 발톱이 아벨과 함께 뒤에 있는 흙벽을 갈랐다.
콰칭!
흙벽이 무너지면서 흙먼지가 강하게 피어오르며 먼지구름이 시야를 가렸다.
지크가 안쪽으로 더 다가가려는 찰나 먼지구름을 뚫고 검붉은 화염탄이 날아왔다.
콰쾅!
지크는 바하무트를 세워 방(防)의 의지를 펼쳐 날아온 화염탄을 막았다.
화르르륵!
혼신기의 힘에 흩어진 화염탄이 사방으로 퍼져, 검붉은 불꽃이 주변의 흙벽을 태우며 불타올랐다.
아벨이 던진 화염탄은 권능에 의해 만들어진 불꽃이었기에 마법이나 오러로는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혼신기로는 권능의 힘을 막을 수 있다.’
혼신기가 어떤 원리로 권능을 막는지는 지크 역시 알 수 없었다.
전생의 스승이었던 나이젤을 찾아가지 않는 이상에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터였다.
‘……잊혀진 자들의 숲. 이번 생에는 다시는 갈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날아오는 화염탄을 막으며 지크는 서서히 아벨이 있는 곳으로 다가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지크를 향해 거대한 검은 불꽃이 피어올라 그를 집어삼켰다.
콰콰콰콰!
강력한 화염의 폭풍이 지크를 휘감았지만 소용없었다.
아벨이 발현하는 권능으로 만들어 낸 화염 공격으로는 혼신기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
지크가 화염 폭풍마저 떨쳐 내자 무너진 잔해 사이에서 아벨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투구가 해제된 아벨이 긴 적발을 휘날리며 붉은 안광을 빛냈다.
“……지크, 네놈이…….”
헤르시온이 직접 움직이던 아까와 달리 아벨의 목소리가 들렸다.
‘의식을 찾은 건가.’
헤르시온이 아벨을 치료하고 있다는 지크의 추측이 맞은 셈이었다.
그런데 천천히 다가온 아벨을 살핀 지크는 그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한 것을 발견했다.
‘저건…….’
오른쪽은 원래의 얼굴이었는데, 왼쪽 얼굴에는 검붉은 비늘이 돋아 있었다.
지크가 용린갑을 펼쳤을 때와는 달리 피부 자체가 변화한 느낌이었다.
지크는 아벨이 일반적인 용인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례의 부작용인가. 아니면 용의 힘이 아닌 다른 뭔가를 받은 건가.’
아벨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왼손의 건틀렛을 해제했다.
그는 자신의 왼손 역시 얼굴처럼 끔찍하게 변한 것을 깨달았다.
검붉은 비늘과 마수의 것처럼 날카로운 손톱이 나 있었다.
아벨이 고개를 들고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지크를 노려봤다.
“네놈만큼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여기서 반드시 죽여 주마.”
순간 아벨의 몸에서 검붉은 기운이 솟구쳤다.
그러며 그의 가슴팍에서 붉은색 문양이 서서히 떠올랐다.
지크와는 다른 형태의 문양이었다.
‘저건?’
아벨의 가슴에 떠오른 문양에서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는데, 지크는 어쩐지 그것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저거…… 처음 바하무트의 심장에서 흘러나왔던 기운이랑 똑같잖아.’
지크가 도서관 지하에서 바하무트의 심장을 처음 발견했을 때 붙어 있던 명칭은 바로 ‘저주받은 광룡 바하무트의 심장’이었다.
마왕을 몸에 가둔 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연인인 테라칸 드레이커의 검에 스스로 죽었던 바하무트.
스스로 마왕의 저주를 담았던 바하무트의 심장에는 강력한 저주가 새겨져 있었다.
지크는 굳건한 정신 방어 스킬로 광룡의 저주를 이겨 냈지만, 만약 힐러 클래스의 패시브 스킬이 없었다면 용의 심장에 새겨진 강력한 저주로 인해 정신이 오염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지크는 지금 아벨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광룡의 심장에서 흘러나오던 그 저주받은 기운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벨도 저주받은 광룡의 심장을 몸에 이식했다는 건가? 세례라는 것이 그걸 뜻하는 거라면…….’
지멘스와 나락은 상급 악마들을 지상으로 불러오는 것뿐만 아니라 용의 심장을 인간에게 이식해 용인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비록 호쉬가르나 지크처럼 시스템을 쓰지는 못하더라도 적색 기사를 단번에 흑색 기사로 만들 정도의 힘을 부여할 수 있는 일이었다.
‘혈루석처럼 이걸 양산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에게 허락된 방법은 아닐 듯했으나, 피와 광기의 기수와 같은 성좌의 도움을 받으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지크가 이곳에서 반드시 아벨을 없애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났다.
광기의 기사인 아벨 드레이커가 광룡의 심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했다.
전생에서 봤던 것보다 더 끔찍한 학살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지크는 아벨에게서 흘러나오는 광룡의 저주를 저주 반사로 튕겨 내며 그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그러자 아벨이 이를 갈며 지크를 향해 외쳤다.
“어떻게, 어떻게 네놈은 내 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냐!”
아벨은 이제 점점 지크가 가지고 있는 미지의 힘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인간을 초월했다 생각한 자신의 힘이 지크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숨겨 둔 힘을 제대로 쓰기만 한다면 라몬 지멘스는 물론이고 드레이커의 가주인 아서 드레이커까지도 무릎 꿇릴 수 있다 믿고 있었기에 충격이 엄청났다.
게다가 원래부터 아벨은 정신력이 강한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이 믿어 왔던 힘이 지크에게 소용이 없다는 것을 느끼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던 그의 정신력이 빠른 속도로 허물어져 갔다.
광룡의 심장에 새겨진 저주가 그 틈을 놓칠 리가 없었다.
아벨이 마음속 깊숙한 곳에 가둬 놓았던 어두운 기억들이 쏟아지며 그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아벨의 숨이 점차 가빠지더니 이내 식은땀을 흘리고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의 얼굴이 더욱 추악하게 일그러지며 피부가 더 빠르게 변화했다.
일반적인 용인의 모습이 아닌 사악한 힘이 깃든 마룡인(魔龍人)의 모습이었다.
아벨이 지크를 향해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콰콰콰콰!
용족 스킬을 쓴 것처럼 사방에 손톱자국이 새겨지며 토벽들이 모두 부서졌다.
하지만 힘이 제어되지 않고 있어, 공격은 지크 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아벨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지크를 향해 소리 질렀다.
“크아아아아!”
콰콰콰콰!
그의 포효에 무형의 힘이 마을 일부를 휩쓸며 날려 버렸다.
“헉, 헉, 헉.”
제어되지 않는 상태에서 마룡의 힘을 쓴 아벨은 점점 더 몸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지크는 그런 아벨을 보며 자신이 다루지 못하는 힘을 손에 쥐었을 때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아벨이 아니라 카인이 이 힘을 얻었다면 더 위협적이었을 수도 있겠군.’
전생에서는 그가 모르는 사이에 카인이 이 광룡의 힘을 얻었을 수도 있었다.
지크의 활약 때문에 조급해진 마음으로 흑색 기사의 힘을 얻기 위해 세례를 받고 광룡의 힘을 받아들인 것이 아벨에게는 오히려 패착의 원인이 된 셈이었다.
아벨은 점차 자신에게 다가오는 지크가 괴물처럼 보였다.
아벨이 이빨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괴물 놈! 내가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하지만 광기 어린 목소리와 달리 그는 미세한 떨림과 함께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지크가 아벨을 향해 말했다.
“아벨, 더 이상 그 힘을 쓰면 네놈은 이성을 완전히 잃고 광인이 될 거다. 그만하고 깨끗하게 기사로서 죽어라.”
아벨의 귀에는 지크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가 다시 자하크를 소환해 지크를 향해 휘둘렀다.
“죽어라! 죽어!”
지크는 정신이 무너져 버린 아벨을 보며 바하무트를 들었다.
미래에 수많은 이들을 비참한 죽음 속으로 몰아넣는 학살의 기사.
그를 살려 둘 이유는 없었다.
지크가 검을 들고 혼신기의 힘을 불어넣었다.
우우웅!
절삭의 의지가 실린 바하무트가 그대로 아벨을 향해 날아갔다.
“죽여 버릴―”
서걱―
아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목이 그대로 잘려서 바닥에 떨어졌다.
쿵!
목이 잘린 아벨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지크는 쓰러진 아벨을 보자 여러 가지 기억이 스쳐 지나감을 느꼈다.
전생에서 아벨과 제국 때문에 잃었던 많은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크는 흙바닥에 굴러떨어진 아벨의 목을 주워 들고 몸체 위에 올려 뒀다.
부패의 권능으로 흔적도 없이 한꺼번에 녹여 버릴 생각이었다.
지크가 아벨을 향해 권능을 쓰려 할 때였다.
이이이잉―
공간이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공간 이동 능력자인 라힘이 나타나 빠르게 아벨의 시신을 붙잡았다.
‘저놈이!’
지크는 서둘러 부패의 권능을 사용했다.
츠츠츠츠―
부패의 권능이 발동되자마자 다시 공간에 균열이 가더니 공간 이동 능력자와 함께 아벨의 시신이 사라졌다.
“제길!”
지크가 재빨리 용안을 펼쳐서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주변 어디에도 공간 이동 능력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시야를 벗어나는 곳까지 이동 한 것이 틀림없었다.
‘부패의 권능이 발동은 했지만, 아벨의 시신을 모두 녹여 버렸을 것이라고는 확신을 못 하겠군.’
그래도 아벨의 죽음은 확실하게 확인했다.
설사 나락이라 하더라도 죽은 자를 살릴 방법은 없을 테니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혹여 데스나이트로 부활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가진 것이 무력뿐이라면 지크에게는 크게 위험 대상이 아니었다. 드레이커로서의 아벨은 죽었으니 만족할 만했다.
‘일단 아벨이 죽었으니 드레이커 가문은 칼리 누님이 후계자로 자리 잡을 테고. 제국 놈들도 함부로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하겠지.’
그럼에도 왠지 마음 한구석에 껄끄러운 느낌이 남아 있었다.
아벨의 시신을 완전히 처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리치몬드에게서 연락이 왔고, 지크는 찜찜한 기분을 떨쳐야만 했다.
‘주인님!’
리치몬드의 다급한 목소리에 지크가 응답했다.
‘무슨 일이냐 리치몬드.’
‘폭군이 너무 강해서 요새를 무너뜨리는 바람에 몬스터들이 주둔군 안까지 들어가 버렸습니다요.’
용종화된 발록인 폭군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제국의 축성술이 뛰어나기는 했지만, 공중에서 폭격하는 폭군의 공격을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지크는 요새에 제국 계승권 1순위인 2황자가 머물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2황자가 이곳에 있다면…… 제국을 압박할 카드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지크는 리치몬드에게 제국군을 붙잡아 두라고 명령한 뒤 부케팔로스를 소환했다.
“가자. 부케팔로스.”
지크는 곧장 요새 쪽으로 날아갔다.
* * *
쿵!
지멘스의 지하 미궁 안에 마련된 세례실 안으로 라몬 지멘스가 들어왔다.
“어딨나.”
지멘스 전략본부의 본부장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라몬에게 말했다.
“제단 위에 있습니다.”
라몬은 굳은 표정으로 제단이 있는 계단 위로 올라갔다.
제단 아래에는 지크로부터 부패의 권능에 맞아 몸의 절반이 흐물흐물하게 녹아 버린 라힘이 벽에 기댄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라몬은 그런 라힘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니 놀랍게도 라힘의 몸을 녹이던 부패의 권능이 사라졌다.
“헉, 헉.”
부패의 권능에서 벗어난 라힘은 품속에서 포션을 꺼내 들이켜고 녹아내린 상처에 뿌렸다.
치이이익―
녹아내린 피부에 포션이 닿자 거품이 일었다.
라몬이 본부장을 향해 손짓을 했고, 그의 뜻을 이해한 요원들이 다가와 라힘을 부축해 세례실에서 나갔다.
홀로 남은 라몬은 제단으로 다가가 석단 위에 누워 있는 아벨의 시신을 바라봤다.
반쯤 녹아 버린 아벨의 얼굴과 몸에는 마룡인이 되어 버린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츠츠츠―
부패의 권능 때문에 아벨의 시신 역시 조금씩 부패하고 있었다.
라몬이 이를 바라보다가 아벨의 시신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마치 시간을 되돌린 듯이 부패하던 아벨의 시신이 다시 원래의 모습대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룡인의 상태는 그대로였지만 떨어졌던 목도 다시 몸에 붙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은 아벨의 시신이 깨어나지는 않았다.
라몬이 그런 아벨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어둠 한구석을 응시했다.
그의 시선에 답하기라도 하듯 그곳에서 사도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라몬이 그를 향해 손을 들자 사도의 몸을 무형의 기운이 휘감았다.
“크으윽.”
사도의 몸이 저절로 끌려와 라몬의 손아귀에 목이 잡혔다.
라몬은 사도의 목덜미를 쥔 채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제사장을 불러라.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