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47
447화
지크 드레이커라는 이름이 나오자 만나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구원의 기사 말씀이시구려. 듣기로는 나이젤 시주의 제자가 되었다 하던데.”
그의 말에 나이젤이 신경질을 냈다.
“제자는 뭔 제자야! 하도 실력이 X 같아서 대충 검 잡는 법 정도나 알려 줬을 뿐이다!”
그 말에 나부가 코웃음을 쳤다.
“자기 밑천 다 뺏기고서 허세는.”
나이젤이 다시 나부를 향해 살기를 내뿜었다. 그러자 만나가 합장을 하는 자세로 손뼉을 마주했다.
쿵!
순간 만나의 몸에서 오오라가 퍼져 나가더니 나이젤의 살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오래전 전승이 끊긴 대라교 최후의 승려인 만나가 절대 방어의 결계를 펼친 것이었다.
만나가 짧게 염불을 외고는 말했다.
“옴 아라남 아라다 사바하…… 그래서 나부 시주. 어째서 구원의 기사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까.”
살기는 사라졌으나, 나부는 나이젤에게 목이 졸린 상태로 입을 열었다.
“케헥! 으으윽. 그러니까 그게…… 저곳에 카르마의 상한선이 걸려 있어.”
카르마의 상한선이라는 말을 듣고 나이젤이 손에 쥔 나부의 목을 탈탈 흔들었다.
“어물쩍 넘어갈 생각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이 능구렁이 놈아!”
나부는 괴로운 표정을 짓더니 간신히 부채를 펼쳐 들었다.
츠츠츠―
순간 사라진 나부의 모습이 어느새 만나의 뒤에서 나타났다. 그가 나이젤을 피해 만나 뒤에서 말했다.
“성질 더러운 할망구 같으니. 어쨌든 그게 뭔 소리냐면. 저곳에 가면 카르마가 우리의 존재를 깨닫고 도원향으로 가는 길을 열 수도 있다는 뜻이야.”
나부의 말에 만나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원향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라…… 수장이 우리에게 걸어 놓은 맹약의 제한이 풀릴 수도 있다는 뜻이구려.”
나이젤이 이를 갈며 말했다.
“도원향은 무슨. 그딴 노인정 같은 곳에 갈까 보냐!”
그 말에 나부가 혀를 찼다.
“나이젤 할망구는 사실 언제든 거기 가도 이상하지 않지. 솔직히 저런 괴물이 현상계에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우우우웅!
나이젤이 다시 기운을 일으키자 만나가 펼쳐 놓은 절대 방어의 결계가 일렁였다.
만나가 나이젤을 말려서 겨우 그녀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나부는 길게 누운 자세로 공중에 둥둥 뜬 채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아무튼 우리가 가면 곧장 도원향 직행이니까 믿을 만한 대행자가 필요하다는 소리야.”
그런 나부에게 만나가 물었다.
“하이랜더 중에서 적정 인원을 뽑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것이오?”
그 말에 나부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으음, 이렇게 말하면 그렇지만 우리 애들이라면 저기 도착하기도 전에 다 죽을 거야.”
나부의 단호한 말에 만나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이야기의 은자라는 이명을 가진 나부는 평소에는 가벼워 보이기는 하지만 결코 틀린 말을 하는 법이 없었다.
거기에 나부는 사람 보는 눈이 상당히 까다로웠기에 그에게 인정받았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실력자라는 소리였다.
“나부 시주가 이렇게 말할 정도라니. 구원의 기사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는구려.”
나이젤이 불만 어린 표정으로 나부를 노려보며 말했다.
“젠장, 일단 뭔 말인지는 알겠다. 그럼 빨리 지크 녀석을 불러. 그 녀석이 저곳을 파괴한 뒤 우리가 나머지 마수들을 쓸면 되는 거 아냐.”
그 말에 나부가 다시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게. 지크에게 계속 연락하긴 했는데, 얘가 뭘 하고 다니는 건지 이게 연결이 안 되네.”
나이젤은 나부의 말에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이 새끼가! 지금 바쁜 사람 불러 놓고 장난하나!”
“아, 왜 나한테 성질이야! 네 제자가 연락 안 되는 게 내 책임이냐! 하여간 스승이나 제자나 제멋대로인 건 똑같다니까!”
다시 나이젤과 나부가 아옹다옹하는 사이 만나가 고개를 돌려서 막사 바깥쪽을 바라봤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나이젤과 나부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닌 것 같구려.”
나부와 나이젤이 고개를 돌리고 만나가 살펴보고 있는 곳에 신경을 집중했다.
이내 두 사람이 동시에 깜짝 놀랐다.
“뭐야, 이거? 상급 마족…… 아니, 이건 최상급 마족의 기운인데?”
나락은 인조 혈루석을 이용해 상급 마족들을 현상계로 소환하는 방법을 구상해 냈다.
하지만 인공 혈루석으로 소환할 수 있는 최대의 한계는 상급 마족까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마족의 기운은 분명히 최상급 마족이었다.
나부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거기에 이건…… 온전한 자신의 힘을 모두 가진 상태로 소환된 거야. 느껴지는 파장 자체가 달라.”
나이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검을 뽑아 들고 말했다.
“나락 새끼들이 하다 하다 이제는 최상급 마족까지 소환했구나. 목숨이 열 개쯤은 있는 놈들인가. 만나, 너는 방어 결계 안 깨지게 단단히 붙잡고 있고, 나부 너는 딴짓 하지 말고 지크와 연락이 될 때까지 시도해서, 연락 닿으면 빨리 여기로 튀어 오라 해.”
우우우웅!
그녀의 몸이 공중에 떠오르면서 강신체의 힘이 나이젤을 휘감았다.
“저 마족 새끼는 내가 잡는다.”
쿠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나이젤의 몸이 막사를 벗어나 마족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내달렸다.
폭풍 같은 나이젤의 기운을 느끼며 나부는 식은땀을 흘렸다.
“어휴, 할망구가 힘도 좋아.”
뒤를 돌아보니 만나는 이미 막사에 정좌를 한 채 염불을 외우며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마수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절대 방어벽을 굳건히 지키기 위함이었다.
나부가 품에서 거울을 꺼내 들었다.
“으으, 지크 이놈아 연락 좀 받아라. 빨리.”
* * *
『솔로몬은 불멸의 힘을 손에 넣었다.』
엘더 드래곤의 말을 들은 지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크 역시 어떻게 불멸의 힘이 만들어진 것인지, 어떻게 그 힘이 솔로몬에서부터 시작해 드레이커 가문으로 대를 이어 연결이 된 것인지에 의문을 가졌었다.
‘최초의 불멸자. 그 힘은 운명을 벗어난 균열이 만들어 낸 어긋남의 흔적이었던 건가.’
혼돈의 신이 만들어 낸 이레귤러라는 작은 균열.
그 균열이 여러 요소와 결합하여 불멸의 힘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지크가 잠시 생각하다가 엘더 드래곤에게 물었다.
“솔로몬 왕이 처음부터 불멸의 힘을 얻으려 했던 것은 아닙니까?”
『불멸의 힘은 본래 필멸자가 가질 수 없는 모순 그 자체다. 아무리 솔로몬이라 하더라도 일부러 그런 모순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혼돈의 신이 만들어 낸 균열이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것이지.』
유일하게 성좌를 죽일 수 있는 힘을 지닌 불멸자가 단순하게 우연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때 엘더 드래곤이 말을 이었다.
『솔로몬은 불멸자가 된 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길은 나조차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지.』
지크는 엘더 드래곤의 말을 듣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짐작했다.
“설마 그때부터 신살행을 시작한 것입니까?”
『솔로몬은 자신이 소멸되지 않는 불멸자가 된 것을 알고 지상을 성좌들의 손아귀에서 구원하고자 했다.』
결국 같은 얘기였기에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벤토리에서 솔로몬의 반지를 꺼냈다.
“그렇다면 이 반지 역시 신살행을 시작하며 받은 것입니까?”
『솔로몬은 아카식 코드를 이용해 시스템의 초기 형태를 만들었다. 그시스템을 공유받은 뒤 나 역시 카르마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 반지는 내가 카르마를 다루면서 만든 최초의 아티팩트였으며, 사악한 존재들을 봉인하기 위한 것이었지.』
엘더 드래곤의 말을 듣고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지크가 물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추락한 성좌들을 봉인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던 겁니까?”
『성좌의 시대에는 성좌들뿐만 아니라 지상에도 위험한 존재들이 많았다. 솔로몬은 자신의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성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나서서 그 존재들과 싸우고 영혼을 반지에 봉인했지.』
시스템상의 설명에서, 솔로몬의 반지에는 추락한 성좌들과 상급 마족들을 봉인하는 것이라 적혀 있었기에, 다른 용도가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본래는 다른 영혼들도 봉인이 가능했었나 보군.’
그런데 그때 갑자기 바닥과 벽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지크가 거대한 진동을 느끼며 엘더 드래곤에게 물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지지지지직―
옥좌 위에 올려진 엘더 드래곤의 조각상이 깜박이며 형태가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놈들이다.』
옥좌 위에 올려진 드래곤 상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파지지지직―
지크가 드래곤 상으로 다가가려 하자 엘더 드래곤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나에게 남은 인과성을 너무 많이 쓴 듯하구나.』
스파크가 더 강하게 튀면서 사방으로 전류가 튀었다.
드래곤 상이 깜박거리면서 엘더 드래곤의 말이 끊어지듯 이어졌다.
『이곳 카르코사는……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시공간의 파편 속에 존재…… 인과성이 부족……놈들이 침범할 수…….』
엘더 드래곤의 끊어진 말을 들은 지크가 그 단어들을 되뇌었다.
‘시공간의 파편 속? 놈이라는 것이 대체……?.’
키이이이익―
끔찍한 소리가 대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 소리는?’
대전의 천장과 벽 틈으로 무엇인가가 스멀스멀 기어들어 왔다.
벽 틈으로 산성 체액을 뚝뚝 흘리는 촉수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지크는 이 촉수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저건 외부종?’
촉수의 한 부분이 부풀어 오르더니 그 안이 갈라지며 눈알이 튀어나왔다.
촉수에서 튀어나온 눈알들이 지크를 노려봤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외부종의 촉수들이 점차 대전의 기둥을 휘감으며 내려왔다.
그러고는 뱀 대가리처럼 꼿꼿하게 몸을 세운 뒤 지크가 있는 곳으로 서서히 다가왔다.
외부종이 나타나자 옥좌 위, 드래곤상을 휘감은 전류의 폭풍이 더 심해졌다.
엘더 드래곤의 목소리가 깜박이며 다시 들려왔다.
『접속이…… 지크 드레이커…… 도시의 북쪽으로…… 그곳에 신전이…….』
그 말과 함께 드래곤상이 완전히 사라졌다.
지크는 완전한 말을 듣지는 못했지만, 이동해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그는 그 즉시 롤랑을 꺼내 들고 헤르시온을 장착했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수십 가닥의 촉수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어디 와 봐라.”
케에에에엑―
촉수들이 일제히 지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 롤랑에서 성광기의 기운이 솟구쳤다.
파지지지지직―
지크의 머리 위로 떠오른 성광기에서 하얀빛의 전격이 사방으로 뻗어 갔다.
키에에에엑―
빛의 전격을 맞은 촉수들이 까맣게 타들어 갔지만, 금세 다시 재생되어 여러 개의 촉수로 늘어났다.
그 모습을 보며 아가멤논의 마스크를 장착한 지크는 찬란한 빛의 칼날을 일으킨 뒤 촉수들을 쳐 냈다.
촤아아악―
베어 낸 단면에서 산성 체액이 튀어나왔다.
치이이이익―
어찌나 독한지 체액이 떨어진 곳의 돌이 부식되어 우수수 부서져 내렸다.
지크가 아무리 잘라 내도 촉수들은 계속 자라나 더 숫자만 늘어날 뿐이었다.
‘이래서는 끝이 없군.’
지크는 우선 촉수들의 움직임을 멈추기 위해 동결의 권능을 사용했다.
츠츠츠츠츠―
그의 몸을 중심으로 동결의 권능을 품은 냉기가 퍼져 나갔다.
쩌저저저저적―
냉기에 닿은 촉수들이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지크는 동결의 권능으로 촉수들의 움직임을 막는 데는 성공을 했다.
‘이 틈에 북쪽으로 가야겠…….’
그때 얼어 있던 촉수 하나가 갑자기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그러더니 놀랍게도 권능으로 만들어진 냉기를 풀어내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치이이익―
다른 촉수들도 붉게 물들더니 하나둘 동결의 권능을 풀어내고 지크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카아아아악―
‘권능을 스스로 풀어내다니 어떻게 된 놈들이야? 이런 건 또 처음인데…….’
지크는 곧장 동결의 권능을 풀고 촉수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는 날아드는 촉수들을 피하며 용족 스킬과 혼신기를 동시에 내질렀다.
콰콰콰콰-
용의 발톱과 절의 의지가 촉수들을 가르고 지나갔다.
하지만 잘린 촉수들은 변함없이 재생하고 더욱 숫자를 늘려 갔다.
처음보다 촉수의 숫자가 확연히 늘어나 있었다.
‘짜증 나는 놈들이네.’
그런데 그때 지크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외부종이 튀어나오려던 테이아 여신의 성녀상을 고칠 때 엘리멘탈 소드의 원소력을 사용했던 것이 기억난 것이다.
‘혹시 엘리멘탈 소드라면?’
지크가 그 즉시 롤랑을 쥐고 엘리멘탈 소드의 힘을 일으켰다.
“후우우우.”
엘리멘탈 소드는 워낙 강력해 지크로서도 힘 조절이 쉽지 않았다.
그 때문에 자칫 폭주할 수 있었기에 이를 제어하는 것이 중요했다.
지크는 엘리멘탈 소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화력의 장을 일으켰다.
화르르르륵―
그의 검에서 순수한 불이 일어났다.
‘여기까지는 조절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검을 휘두를 때다.’
촉수들이 눈동자를 굴리며 벽과 바닥, 천장을 타고 지크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촉수들이 쏜살처럼 튀어 올랐다.
카아아아악―
지크가 그 즉시 검을 쥐고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엘리멘탈 소드
화력의 장
백염난무(白炎亂舞)
작열하는 백염이 대전 전체를 하얗게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