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44
544화
용살법의 자세를 취하고, 그 검초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괴기사들.
마치 거울을 마주 보고 있는 듯 지크와 괴기사들은 완벽히 똑같은 자세를 취하며 서로 공격할 틈을 찾고 있었다.
지크는 그런 괴기사들을 보며 그들의 자세에서 전혀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다.
아카데미에서 용살법의 교본으로 써도 될 만큼 완벽한 자세였다.
지크는 그런 괴기사들을 노려보며 아스칼론을 치켜들었다.
그때 괴기사들이 먼저 지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휘이이이이익―
그들은 능숙한 용살법의 검초를 펼치며 지크를 향해 검격을 내질렀다.
콰콰콰쾅!
지크가 검을 들어 괴기사들의 검격을 흘리고 앞으로 나아가 금력의 장을 펼쳤다.
쿠구구구구!
강력한 중력의 힘이 뻗어 나가면서 괴기사들의 몸을 짓눌렀다.
순간 괴기사들의 몸이 움찔하며 동작이 멈췄다.
지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스칼론에 깃든 대정화의 힘을 끌어 올렸다.
우우우웅!
황금빛 오오라가 검에서 뿜어져 나오며 검은 물론 지크의 몸 전체를 휘감았다.
지크는 용살법의 자세를 취한 뒤 괴기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용살법 특전식(特典式)
성령기(聖靈技)
광파참(光破斬)
강력한 황금빛 오오라가 압축되어 칼날의 형태로 괴기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콰드드드드!
그대로 날아간 광파참은 괴기사들의 허리를 단숨에 동강 내 버렸다.
괴기사들의 잘린 상체 단면에서 대정화의 힘에 의해 정화된 마기들이 검은 연기로 화해 재가 되어 흩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지크는 일도양단된 괴기사들을 향해 대정화의 힘을 더욱 강하게 불어넣었다.
츠츠츠츠―
그러자 괴기사의 신체 중 오오라에 닿은 부위는 재가 되어 흩어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우우웅!
단상 위에 서 있던 제사장이 양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그의 몸에서 보랏빛 오오라가 퍼져 나오더니 이내 그 빛무리가 괴기사들에 흡수됐다.
꾸르르르륵―
그렇게 제사장이 불러낸 기운에 닿은 괴기사의 잘린 단면에서 촉수들이 튀어나오더니, 그것들이 잘린 신체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정화되어 흩어진 신체 부위도 부풀어 오른 유기질에 의해 금세 차올라 다시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쿠쿵!
아까보다 더 흉악한 모습으로 되살아난 괴기사들을 보며 지크가 어금니를 꽉 물었다.
‘마수와 외부종, 키메라의 힘을 모두 갖춘 불사의 괴물이라…….’
지크가 여태까지 봤던 모든 마수와 괴물들의 힘을 모두 갖춘 셈이었다.
다시 용살법의 자세를 취한 괴기사들이 옆으로 늘어서더니 지크를 향해 거리를 좁혀 왔다.
지크는 괴기사들로부터 고개를 들고 단상 위의 제사장을 바라봤다.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왜 놈은 보조하기만 하고 앞으로 나서지 않는 거지.’
마치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제사장은 뒤에서 괴기사들을 회복시키기만 할 뿐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았다.
자신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제사장이 뒤로 한 발 물러나 있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뭘 기다리고 있는 거지?’
지크는 어쩌면 제사장이 자신을 유인해 이곳으로 끌어들인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눈을 빛내며 레바테인을 꺼내 쥐었다.
‘설사 함정이라 해도 상관없다. 여기서 놈을 죽이고 이 전쟁을 끝낸다.’
그가 손에 쥔 레바테인을 치켜들었다가 그대로 바닥에 꽂았다.
동시에 레바테인에 깃든 권능 혼돈기를 일으켰다.
쿠구구구구!
성좌의 권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궁극의 권능.
그런 혼돈기 일어나 레바테인을 중심으로 공간 전체를 휘감았다.
츠츠츠츠츠―
혼돈기가 펼쳐진 공간 곳곳에 왜곡이 일어나며 일렁이는 아지랑이가 피어났다.
지크는 레바테인을 바닥에 꽂아 둔 채 혼돈기를 유지했다.
그러고는 그림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츠츠츠츠―
그에 따라 그림자가 지크의 손에 모여들며 검의 형태를 만들어 냈다.
그림자 검 칼라드볼그.
지크는 칼라드볼그를 쥐고 용살법의 자세를 잡았다.
쿠구구구―
혼돈기 안에서는 권능을 쓸 수 없었기에 지크 역시 순수한 검의 힘만을 사용해야 했다.
시스템 창은 물론 고유 권능 역시 쓸 수 없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지크가 가라앉은 눈으로 칼라드볼그를 들고 흑검기를 취하자 의형강기의 폭풍이 일어났다.
쿠구구구구―
이내 혼돈기로 권능이 제한된 공간을 지크의 의형강기가 채웠다.
그는 그와 마찬가지로 용살법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괴기사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권능이자 권능이 아닌 순수한 검의 힘.
지크가 심연 속에서 깨우친 심검이 칼라드볼그를 통해 발현됐다.
우우우우우웅!
검과 완벽히 하나가 된 지크가 칼라드볼그를 들고 괴기사들을 향해 흑검기의 검격을 내질렀다.
무한검결 특전식(特典式)
흑검기(黑劍技)
흑룡출수(黑龍出水)
칼라드볼그에서 튀어나온 그림자 용이 포효하며 괴기사들을 휘감았다.
콰콰콰콰콰콰!
괴기사들을 단숨에 집어삼킨 흑룡이 폭풍처럼 날뛰며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쿠구구구구!
몸피를 키우며 사방으로 날뛰는 흑룡은 괴기사들뿐만 아니라 제사장이 있는 단상까지도 집어삼키며 포효했다.
괴기사들은 흑룡의 힘을 당해 내지 못해 그 몸체가 사방으로 찢긴 채 널브러졌다.
단면에서 촉수가 잔뜩 돋아나 어떻게든 몸을 회복시키려 했지만, 혼돈기의 범위 안에서는 권능이 제한되기 때문에 외부종의 힘 역시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지크는 다시 검을 들고 이번에는 혼신기의 힘을 일으켰다.
쿠구구구!
혼신기는 권능이 없는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강력한 기술 중 하나였다.
칼라드볼그에 혼신기의 기운이 몰려들었다.
우우우우웅!
지크가 분쇄된 괴기사들을 향해 혼신기를 내질렀다.
혼신기
트리플스펠
대소멸(大掃滅)의 의지
괴기사들의 남은 잔해들까지 완벽하게 없애 버리겠다는 지크의 의지가 담긴 공격이었다.
지크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대소멸의 의지가 꿈틀거리는 괴기사들의 몸체를 완벽하게 쓸어버렸다.
츠츠츠츠츠―
유기체로 증식해 재생하지 못하고 있던 잔해들은 대소멸의 의지에 닿자, 검은 재로 화해 바람에 휘날렸다.
고오오오오오!
대소멸의 의지와 심검의 힘을 품은 흑룡이 공간 전체를 휘감으며 지크는 적들을 완전히 분쇄해 버렸다.
곧 의형강기의 폭풍이 잦아들며 초토화된 공동의 모습이 드러났다.
도열해 있던 수백의 괴기사들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자리에 굳건히 선 지크는 칼라드볼그를 쥔 채 공백이 되어 버린 공동을 바라봤다.
아직 레바테인이 바닥에 꽂혀 있었기에 혼돈기의 힘은 유지된 상태였다.
지크는 기감을 일으켜 제사장의 흔적을 찾았다.
‘놈이 이 정도로 죽을 리가 없다.’
수백 년 동안 대륙의 그림자 속에서 나락의 명맥을 이어 온 이가 바로 제사장 하비 웨스트였다.
혼돈기가 펼쳐져 있는 이상 바깥으로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지크는 이곳에서 그와의 악연을 끊으려 했다.
지크가 제사장의 흔적을 찾고 있는 그 때였다.
츠츠츠츠―
갑자기 지크 앞에 검은 그림자가 일어나더니 누군가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제사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와는 달랐다.
로브를 둘러쓰고 두건을 푹 눌러써 얼굴을 가린 의문의 인영.
지크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아벨을 죽인 놈?’
노스트라 패밀리가 회복시키고 있던 아벨의 심장을 꺼내서 그를 죽게 만든 정체불명의 인영.
그가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었다.
‘설마 놈이 나락 측 인원이었던 건가?’
하지만 그건 말이 맞지 않았다.
제사장은 오랫동안 아벨을 마왕의 그릇으로 쓰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에게 광룡의 심장을 이식하고, 흉신의 힘에 잠식된 라몬 지멘스를 먹이로 먹여 잠들어 있던 영혼을 부활시켰다.
그런 제사장이 일부러 아벨의 심장을 꺼내 놈을 죽일 리가 없었다.
그 때문에 지크는 또 다른 세력이 나락과 손을 잡았고, 둘이 손을 잡은 건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했다.
아벨의 심장을 빼 간 인물이 여기 나타났으니,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츠츠츠츠―
제사장이 정체불명의 인영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지크를 보며 말했다.
“지크 드레이커, 너는 오늘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지크가 그 말에 검을 치켜들며 말했다.
“내가 할 소리를 대신하는군.”
그의 몸에서 다시 심검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그가 앞으로 달려 나가 제사장에게 검격을 날리려 했다.
후우우우우웅!
그 순간 정체불명의 인영이 지크를 향해 뛰어들며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앙!
그의 검이 지크의 검과 충돌을 일으키며 거대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상당한 충격이 칼라드볼그를 타고 지크에게 전해졌다.
그는 뒤로 물러서며 자신을 막아선 인영을 바라봤다.
호리호리한 몸체의 사내였다.
‘검에서 느껴지는 힘이 보통이 아니다.’
최소 흑색 기사를 넘어서는 실력임이 분명했다.
흑색 기사의 실력이라면 대륙에 이름을 날리는 기사일 텐데 알려진 기사 중에서는 이와 맞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 그에 대해 추측해 보는 그때 정체불명의 기사가 먼저 지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후우우웅!
그는 위에서 아래로 지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에 지크가 검을 들고 기사의 검을 막았다.
파칭!
검과 검이 부딪치며 강한 충격파의 파동이 일렁였다.
그 어떤 성좌의 권능도 개입하지 않은 순수한 검과 검의 대결이었다.
그때 지크와 검을 맞대고 있던 정체불명의 기사가 순간적으로 힘을 주며 앞으로 치고 나섰다.
쿠구구구―
순간 지크는 기사의 검이 묵직해진 것을 느꼈다.
지크는 이를 옆으로 흘리며 반격을 하려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기사의 검이 유연하게 물처럼 흐르며 지크의 검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더니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지크의 어깨를 치고 갔다.
촤아아악―
호선을 그린 검격이 지크의 어깨에 상처를 남겼다.
주르르륵!
혼신기로 권능이 제한된 상황이었기에 지크의 상처는 바로 아물지 않고 피를 흘렸다.
지크는 어깨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미간을 찌푸렸다.
‘적응이 안 되는군.’
불멸지체를 얻은 뒤로 거의 대부분 모든 상처가 곧바로 회복됐고, 체력 역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던 지크였다.
고통을 겪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이런 육체적 상처에 의한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뒤집힌 탑에 들어가 권능을 제한당했을 때의 경험이 아니었다면 이 상황에서 상당히 당황했을 터였다.
하지만 지크는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 역시 마친 채로, 혼돈기를 펼친 것이었다.
그는 품속에 넣어 둔 아공간 주머니 속에서 미리 챙겨 둔 회복 약을 꺼내 곧장 팔에 주사했다.
치이이이익―
나가들의 회복 약은 빠른 속도로 지크의 상처를 치료했다.
회복약에는 포션 기능까지 있었기에 떨어진 체력도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었다.
“후우우.”
지크가 호흡을 가다듬고 검을 다시 쥐었다.
경지는 초월자인 지크가 더 높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검술은 상대방이 더 뛰어날 수도 있었기에 더욱 집중을 할 필요가 있었다.
츠츠츠츠―
혼신기의 힘을 일으켜 강신체의 힘을 몸에 두른 지크가 적을 향해 앞으로 빠르게 나아갔다.
후우우웅!
혼신기에 의해 강화된 지크의 칼라드볼그가 정체불명의 기사를 향해 날아갔다.
동시에 그 기사가 아까처럼 물결과 같은 움직임으로 부드럽게 그의 검격을 튕겨 냈다.
지크는 그 검을 받아치며 뒤로 물러났다.
불현듯 지크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이 기술은……?’
아까부터 지크는 계속 뭔가 이상한 기시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공격이 제대로 통하지 않고 계속 튕겨 나가는 듯한 느낌.
동시에 이런 느낌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쿠구구구구!
정체불명의 기사가 기세를 몰아 흐름을 만들어 지크를 향해 검격을 내질렀다.
콰콰콰콰콰콰!
마치 거대한 파도가 그를 휘몰아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크는 정체불명의 기사가 쓴 기술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엘리멘탈 소드, 수력의 장…… 파도검?’
오로지 지크만이 영웅왕에게서 전수받은 기술을, 그래서 지크만이 쓸 수 있는 그 기술을 정체불명의 기사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크는 자신을 향해 몰아치는 파도검을 보며 앞으로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그의 검에 물의 힘이 깃들며 자신을 향해 휘몰아치는 파도검의 흐름을 역으로 되받아쳤다.
엘리멘탈 소드
수력의 장
역파도검(易波濤劍)
파도의 힘이 반대로 바뀌며 정체불명의 기사와 나락의 제사장을 덮쳤다.
콰콰콰콰콰콰!
모든 것을 휘감은 거대한 물결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가운데 나락의 제사장을 지키고 선 기사의 모습이 보였다.
두건이 벗겨진 기사의 얼굴을 본 지크의 눈동자가 커졌다.
‘……카이시르 사부님?’
놀랍게도 정체불명의 기사는 엘리멘탈 소드의 주인이자 영웅왕 카이시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