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06
606화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지크가 레바테인을 들고 흑무대원들을 거느리고 있는 바론을 노려봤다.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바론, 여기서 이런 식으로 보게 될 줄은 몰랐군.”
그런 지크의 말에 바론이 손을 가슴께에 대고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지크 경, 상황이 이렇게 되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바론의 말에 지크가 미간을 그러모으며 말했다.
“안타깝다라. 나에게 충성을 맹세해 놓고서 뒤통수를 친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러자 바론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저의 유일한 주인은 단 한 분뿐입니다.”
바론을 비롯해 흑무대원들에게 드레이커라는 이름을 내리고 새 시대의 신인류가 되라 명한 자.
바로 아서 드레이커를 이들은 신처럼 여기고 있었다.
지크를 보며 바론이 말을 이었다.
“지크 경, 주인께서는 경의 능력을 높이 사고 계십니다. 지금이라도 세례를 받고 진정한 드레이커로 거듭나신다면 새 시대의 신인류가 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지크가 서늘한 미소를 흘렸다.
“진정한 드레이커라…….”
순간 지크가 용안을 번뜩이며 무시무시한 압박감을 드러냈다.
쿠구구구구구구!
신격을 얻었음에도 카르마의 제재를 받지 않는 지크의 힘은 초월자인 하이테이블들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가 격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힘이 공간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를 본 바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경과 함께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이상이 있기에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바론이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그러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잉겔의 몸이 들썩였다.
지크의 검에 베인 목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더니 놀랍게도 그 연기가 뭉쳐서 잉겔의 목을 만들어 냈다.
쿠드드득!
목이 다시 만들어진 잉겔이 기괴하게 몸을 꺾으며 일어났다.
그러고는 독안을 번쩍 뜨며 지크를 노려봤다.
“후아! 후!”
숨을 크게 들이쉰 잉겔이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이 더러운 사생아 새끼가 감히!”
잉겔은 악귀처럼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그러고는 지크를 겨누며 다시금 악을 쓰듯 외쳤다.
“당장 저놈을 죽여라! 당장!”
잉겔의 명령에 하이테이블들을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갖추고 있던 흑무대원들이 방향을 바꿔 지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지크의 시선이 흑무대원들이 있던 곳에 머물렀다.
그곳에는 힘을 개방해 카르마의 제재를 받아 인과율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나이젤의 모습이 보였다.
나부와 만나가 그녀를 치료하고 있었지만, 인과율의 후폭풍은 계속 커지고 있었다.
지크는 잉겔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나는 나를 배신한 놈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서늘한 그의 목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주변에서 솟구쳤다.
동시에 검은 기운에 휩싸인 흑무대원들이 지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콰콰콰!
바닥에서 솟구친 그림자의 힘이 흑무대원들을 향해 검은 칼날을 휘둘렀다.
콰드드득!
검은 칼날에 맞은 흑무대원들의 몸이 부서지며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카아아악!
그 와중에 그림자를 뚫고 들어간 흑무대원들은 손등에서 자라난 세 갈래의 칼날을 휘두르면서 지크에게 달려들었다.
지크는 그들을 향해 혼신기의 힘이 깃든 레바테인을 들고 휘둘렀다.
콰콰콰콰콰!
단번에 십수 명의 흑무대원들이 부서져 나가면서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잉겔이 이를 보고도 조소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츠츠츠츠―
검은 기운이 일렁이며 부서진 검은 조각들이 다시 본래의 형태로 합쳐졌다.
지크는 혼신기의 힘도 통하지 않는 흑무대원들을 보며 용안을 번뜩였다.
그리고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들에게는 이미 혼이 없는 거구나.’
세례를 받아 그 안에 의문의 검은 기운이 차 있을 뿐 혼의 흔적을 느낄 수가 없었다.
지크가 가만히 서 있자 잉겔이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광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
“지크 드레이커! 빌어먹을 사생아야! 드레이커의 이름을 더럽히는 네놈을 내가 직접 죽여 주마!”
흑무대의 첩보 부서장인 잉겔은 지크가 아서 드레이커의 친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잉겔의 축 늘어뜨린 손에서 다시 검은 액체가 뚝뚝 흘렀다.
이내 그 액체가 꿈틀거리더니 놀랍게도 잉겔의 모습을 본뜬 분신으로 변화했다.
어느새 다섯 명의 잉겔이 지크를 노려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는 죽여도.”
“죽지 않는다.”
“새로운 신인류의 힘을.”
“보여 주마.”
“죽어라!”
다섯의 잉겔이 지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의 손에서 가는 실 같은 것이 뻗어 나와 사방에서 지크의 몸을 붙잡으려 했다.
츠츠츠츠―
지크는 잉겔의 손에서 튀어나온 실들을 쳐 내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오히려 실들은 지크의 검에 달라붙더니 팔까지 휘어 감아 그의 움직임을 붙들었다.
지크는 기운을 끌어올려 검과 팔을 휘어 감은 실을 끊어내려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검을 휘어 감은 실이 지크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이었다.
츠츠츠츠―
지크가 내뿜은 오러를 실이 흡수하면서 더 강하게 그의 팔을 휘어 감으며 올라왔다.
이를 본 다섯의 잉겔들이 입을 쩍 벌리며 광기 어린 말을 뱉어 냈다.
“멍청한 사생아 놈아!”
“절대 이걸 끊어 낼 수 없을 거다!”
실을 내뻗은 채로 다섯의 잉겔이 날카로운 손톱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동시에 지크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촤아아아아악!
잉겔이 뻗어 낸 날카로운 손톱이 사방에서 날아와 지크의 몸 곳곳에 꽂혔다.
퍼버버버벅!
지크의 목이 잘리고, 사지가 떨어져 나가면서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사방에 흩뿌려졌다.
“크크크, 크하하하!”
잉겔이 온몸에 피를 묻힌 채 광소를 터트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잉겔!”
바론 드레이커가 잉겔을 향해 소리쳤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잉겔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독안이 커졌다.
방금 자신이 죽인 지크가 멀쩡한 모습으로 하이테이블들이 있는 곳에서 나이젤을 치료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이 새끼가!”
순간 잉겔이 도륙한 지크의 사체가 일렁이더니 검은 그림자로 화했다.
검은 그림자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 다섯 잉겔의 몸을 휘감았다.
“크으으윽!”
그림자에 휘감긴 다섯 잉겔들이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쉽지 않았다.
“크아아악!”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잉겔이 결국 인상을 쓰며 손가락을 딱 하고 부딪치자 본체를 제외한 다른 분신들이 검은 액체가 되어 흩어졌다.
동시에 그를 휘감았던 그림자의 힘이 그 액체들과 상쇄되면서 잉겔은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후우, 후우!”
잉겔이 숨을 몰아쉬며 지크가 있는 곳을 노려봤다.
“이 빌어먹을 사생아 놈이…….”
그녀가 이를 갈며 뒤에 있는 흑무대원들을 향해 손짓하자 이들의 몸을 휘감은 검은 물질이 다시 바닥으로 흘러나오더니 잉겔의 몸으로 되돌아왔다.
동시에 검은 물질을 잃은 흑무대원들의 몸은 가루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세례로 잉겔이 얻은 능력은 매우 강력하긴 했지만, 매개체가 될 희생물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결국 많은 흑무대원들이 그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잉겔은 뻘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지크를 노려보며 거친 숨을 뱉어 냈다.
“사생아 놈. 저놈은 내가 죽인다. 내가 죽일 거다.”
광기 어린 읊조림과 함께 잉겔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다시 흡수한 검은 물질이 잉겔의 몸을 뒤덮더니 그녀의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검은 물질을 뒤집어쓰고 머리카락이 살아 움직이는 잉겔의 모습은 흡사 성좌의 피로 만들어진 네피림처럼 보였다.
모습이 변화한 잉겔이 몸을 공중에 띄우고서 지크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신인류로서 각성한 진정한 드레이커의 힘을 보여 주마.】
잉겔이 각성을 하는 동안 지크는 카발라 시스템을 통해 나이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인과성의 후폭풍을 안정화시키고 있었다.
그는 뒤틀린 인과율을 카르마 포인트로 상쇄시켰던 것처럼 나이젤의 후폭풍 역시 카르마 포인트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그가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하자 나이젤의 몸에 일어난 후폭풍이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다.
스스스스스―
후폭풍이 가라앉고 기운이 안정화되자 나이젤은 본신의 모습이 아닌 소녀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위험한 상황은 넘겼지만,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한 나이젤을 바라보던 지크가 나부에게 말했다.
“은자님, 스승님을 부탁합니다.”
나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그가 몸을 일으켜 네피림의 형태가 된 잉겔을 향해 앞으로 나섰다.
사방으로 세침과 같은 머리카락을 휘날려 대는 잉겔을 보며 지크가 말했다.
“그게 네가 말한 진정한 드레이커의 모습이더냐.”
지크는 잉겔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강력한 외부종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서 드레이커가 스스로를 신으로 지칭하기 위해 끌어들인 위험하고도 부정한 힘.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에 지크는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꼈다.
잉겔은 그런 지크를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네놈과 같은 가짜와는 다르다! 신인류의 힘을 경배하라!】
잉겔의 머리카락이 솟구치며 지크를 향해 날아왔다.
그와 동시에 지크가 손을 뻗었다.
우우우우웅!
그의 몸에서 성좌명 의 신격이 흘러나왔다.
파지지지직!
현상계에서 신격을 드러내자 지크의 몸 주변에 인과성의 후폭풍이 일어났다.
하지만 지크는 카르마의 제재를 받지 않는 몸이었기에 이를 무시하고 계속 힘을 일으켰다.
그러자 지크가 내뿜은 힘의 영역에 닿은 잉겔의 머리카락이 먼지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잉겔이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어, 어떻게?】
지크가 잉겔처럼 몸을 공중으로 띄우며 말했다.
“잉겔, 어리석구나. 너는 가짜 신에게서 받은 가짜의 힘을 휘둘렀을 뿐이다. 가짜들 사이에선 강력했을지 모르나, 진짜 성좌의 힘 앞에서는 결국 그 실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순간 지크의 몸에서 황금빛 후광이 비치며 사방으로 대정화의 힘이 뻗어 나갔다.
츠츠츠츠츠―
【크으으윽!】
지크가 내뿜은 대정화의 빛에 노출되자 잉겔의 몸을 휘감은 검은 물질들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결국 잉겔이 지크가 내뿜은 빛을 피해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지크는 이를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그가 손을 뻗자 황금빛으로 이루어진 검들이 나타났고, 그대로 잉겔을 가리키자 황금의 검들이 빠르게 앞으로 날아갔다.
슈슈슈슈슉!
잉겔이 머리카락을 뻗어 지크가 날린 황금의 검을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검들이 잉겔의 머리카락을 녹이고 뚫고 지나가 몸을 관통한 것이다.
콰드드드드!
잉겔의 몸을 휘감은 검은 물질들은 지크가 날린 황금의 검은 막아 내지 못했다.
그렇게 온몸에 검이 꽂힌 잉겔이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아악!】
그사이 황금의 검에서 흘러나온 대정화의 빛이 그녀가 지닌 부정한 힘을 정화했다.
결국 잉겔의 몸에서 검은 물질들이 더러운 진흙처럼 흘러내렸다.
【아아아악!】
흘러내린 검은 물질들이 허물어지자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잉겔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녀는 피부가 모두 벗겨진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이럴 리 없어!】
잉겔이 발광하며 자신의 안대를 젖혀 버렸고, 그로 인해 가려져 있던 그녀의 눈이 드러났다.
곧 실로 꿰매어져 있는 잉겔의 왼쪽 눈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쿠드드득!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잉겔의 눈을 꿰매고 있는 실들이 터져 나갔다.
봉인되어 있던 무언가가 번뜩이며 그 안에서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모습을 비쳤다.
곧 잉겔의 눈과 연결된 그 어둠 속에서 검은색의 부정형 물질이 흘러나왔다.
그 물질은 현상계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지독한 악취와 함께 몸피를 부풀리며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키아아아아―
검은 물질의 표면에 무지갯빛이 일렁였고, 형체가 정해지지 않은 끈적한 살덩어리 속에서 날카로운 이빨과 기이한 모양의 눈동자, 아이의 손과 발이 생겨났다.
【커허어어억!】
눈에서 부동체가 흘러나올수록 잉겔은 괴로운 듯 꺽꺽거리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잉겔의 몸 역시 점차 흐물거리며 액체화가 되더니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부정형 물질들에게 흡수되어 갔다.
곧 잉겔의 몸은 사라지고 그곳에 악취가 가득한 거대한 살덩이만 남았다.
지크는 잉겔이 만들어 낸 거대한 살덩이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 살덩이 속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종말의 나팔수.’
검은 살덩이에게서 느껴진 것은 다름 아닌 천사의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