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03
0102 壺羚羚羚?
“음, DM이 너무 많이 오네.”
아웃스타를 한 번 확인했다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몰려온 DM에 고개를 내저었다.
뮤튜브 구독자 수가 천만을 넘어서고, 초대형 인플루언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상황이 되니 아웃스타의 DM이 매일매일 터져나가는 상황이었다.
그런 DM에는 광고도 있고, 미친 놈들이 지껄이는 헛소리도 많이 있지만 사이사이에 있는 여러 좋은 이야기들이 많아 한 번씩 보는 재미가 있었다.
뭔가, 더럽게 많은 것들 사이에서 보물 같은 것을 하나씩 찾아낸다는 느낌이 들었으니 묘하게 재미가 있는 것이었다.
간간히 좋은 글인 줄 알았더니 드리프트 선수라도 된다는 듯 내용을 180도 돌려버리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그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다.
“어?”
그리고, 수 많은 DM 사이를 뒤적이며 괜찮은 이야기를 찾던 나는 어느 한 DM에서 멈칫하게 되었다.
[신수님 큰일났어요! 어떤 미친놈들이 신수님이 동물학대한다고 개소리하고 있어요!]“내가 동물학대를 한다고?”
나는 DM에 적힌 내용을 보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로봇청소기 위에 누워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나태, 어찌나 편하게 여기고 있는지 소파 팔걸이에 널부러져서 배를 까고 자고 있는 페엥, 간식이 들어 있는 서랍을 털기 위해 애쓰는 라쿤들, 색색거리며 자고 있는 소은이를 보며 스스로 힐링하는 청호와 토끼즈.
그 어딜 봐도 내가 녀석들을 학대한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동물학대를 한다는 소리를 가볍게 무시했다. 말 그대로 대응할 가치가 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내 팬들은 그렇지 못했다.
[신수가 동물학대 한다는 놈들이 머저리인 eu] [듣보잡 아이돌 하나가 관심 끌려고 아웃스타에서 야랄함 좌표 ㄱㄱ] [머리에 똥 밖에 없는 놈들은 인터넷 금지시켜야 함] [신수님이 동물학대 하는 거면 우리나라에서 동물 키우는 인간들 절반은 동물학대자임]내 팬들은 팬 카페를 기준으로 해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동물학대를 한다는 소리를 지껄이는 인간들이 쓴 게시물 같은 것을 찾아내어, 반대나 비추천 폭탄을 던지는 것은 물론이고 수 많은 신고를 남발하여 게시글 자체를 지워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단순히 육두문자를 이용해 나를 싫어하는 게시글이라면 건드리지도 않지만, 내가 동물학대를 한다는 소리만 했다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패버리는 것이었다.
‘내 욕하는 것도 막아주면 안 되냐…….’
순간 아쉬움이 들긴 했지만, 그건 정말 잠깐이었다. 이대로 놔두면 통제 불가능한 이 인간들이 어떤 짓을 벌일 지 모른다.
나는 곧바로 뮤튜브와 팬 카페에 글을 남겨,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멈출 것을 당부했다.
“원래 빠가 까를 만든다고. 쓸데없는 이유로 날 싫어하는 사람들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어.”
유명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들이 벌이는 패악질에 학을 떼며, 그 연예인을 싫어하게 된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내 팬들은 나름대로 괜찮은 사람들인지, 내 당부에 금세 조직적인 움직임은 멈춰주었다.
대응할 가치가 없는 말에 하나하나 대응하다보면 귀중한 내 시간만 빼앗긴다 같은 내용의 글을 썼더니 다들 동조하며 따라준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동물학대를 한다고 주장하는 인간들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내 팬 까지도 아무런 반응을 보여주지 않으니 더 발악하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나는 방송을 켜서 해명을 하기로 했다.
하지도 않은 것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을 해야 한다니, 유명인의 삶이란. 이게 바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의 느낌인가?
“헛소리하지 말고.”
“칫.”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며 말한 누나는 나를 찍는 카메라 앵글을 다시 맞춰주었다. 잔디밭 쪽에서 하다보니, 순간 불어온 바람에 살짝 흔들린 것이었다.
카메라에 제대로 나온다는 듯한 모습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방송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들어오며 채팅창이 난리났다.
동물학대 관련에 대한 논란을 종지부 찍을 해명을 한다고 하니, 온갖 사람들이 다 몰려온 느낌이었다.
해명할 게 뭐 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서 해명하라는 사람도 있었으며 무슨 말을 해도 동물학대한 것은 바뀌지 않는다고 이미 답을 정해놓은 놈도 있었다.
“자, 진정하시고. 오늘은 게스트가 있습니다.”
[게스트? 처음 아님?] [따지면 처음은 아니지 카페 직원들 간간히 출연하잖아. 동물들한테 시달린 후기 같은 걸로. 마루가 레전드였지. 한달만에 12키로 감량 ㅋㅋㅋ] [일반인은 게스트라고 하기에 애매하지 않나?] [오늘 게스트라고 일반인이 아니란 보장은 없잖아.] [근데 해명 방송에 웬 게스트? 증인인가?]게스트라는 말에 사람들이 술렁였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미리 준비한 사람들을 불러냈다. 총 세 명의 남자였다.
“자. 여기 이 분들은 제가 동물학대를 한다고 직접 카페까지 찾아온 사람들입니다.”
내 말과 함께 등장한 사람들의 모습에, 채팅창이 다시금 타올랐다.
대부분 지금 등장한 사람들을 욕하는 채팅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게, 뭔 자신감으로 여기까지 기어나와.
“너무 욕하지는 마세요. 각도기 아시죠? 잘 재고 채팅하시기 바랍니다.”
“……싹 다 고소할 겁니다. 무슨 고양이가 채팅을 해.”
“왜 못 해요? 남캣! 와서 채팅좀 쳐봐.”
기분이 더럽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의 말에, 나는 곧바로 남캣을 불렀다. 도도하게 다가온 남캣의 앞에 노트북을 놓아주니, 남캣이 바로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qtqtqtqtqtqtqtqtqtqt]양쪽 앞발을 파바바바박, 움직이며 채팅을 친 남캣은 곧바로 도도하게 사라졌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영키 눌러뒀으면 레전드인데 ㅋㅋㅋ] [이건 판사도 인정해야한다.] [남캣에게 훌륭한 악플러의 자질이 보인다! 역시 냥아치!] [ㅈㄴ 대충치는 거 같은데 딱 두글자만 치네]나는 그 똥 씹은 듯한 표정을 보며 즐거움을 얻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무어라 말을 하려하기 전에, 곧바로 다음 내용으로 넘어갔다.
“일단, 이 사람들을 불러낸 이유는 하나입니다. 이 사람들이 주장하는, 제가 동물학대를 한다는 것이 착각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죠.”
먼저 이야기하실 분? 하고 물으니 세 명 모두 우물쭈물하며 눈치를 보았다. 그래도 그 중에서 나름 철면피 기질이 있는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일단, 저는 다른 걸 다 제쳐놓더라도 청호에 대한 학대는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못 해도 10킬로가 넘는 무게입니다. 그런 무게를 개의 허리에 태운다는 것은 학대나 다름없습니다. 인간으로 치면 어깨에 자기 체중의 절반에 가까운 무게를 얹는 거란 말입니다.”
길게 말했지만, 요약하면 청호의 허리에 소은이를 태우고 있으니 그게 학대라는 것이었다.
“그건 학대라고 볼 수도 있긴 하겠네요. 하지만, 중요한 건 개체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인 것만 고려한 소리라는 게 문제입니다. 군대를 예로 들어볼까요? 완전군장을 하고 행군을 쉽게 끝마치는 사람도 있고, 단독군장도 힘겨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럼, 완전군장을 하고 동료의 군장까지 들어주고도 힘이 남는 사람에게 단독군장 하나만 얹힌다면 그게 학대일까요?”
“그건 인간의 기준입니다.”
“아니죠. 청호도 똑같거든요. 저 녀석은 제가 올라타도 무거워하지 않는 녀석이거든요. 게다가, 소은이를 태우는 건 순전히 청호 저 녀석이 원하는 겁니다. 오히려 틈만나면 태우려고 해서 귀찮을 정도니까요.”
“헛소리하지 마십시오. 어떤 개가 성인 남성의 무게를 버팁니까! 그리고, 청호가 원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다 본인이 주장하는 내용일 뿐이잖습니까!”
나는 그 소리를 듣고서 씩-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가 딱 원하던 대답이었다.
곧바로 청호와, 카페에서 제일 떡대가 좋은 두 직원을 불러냈다.
“무슨 일임까? 줄은 왜 묶는 검까?”
청호와 직원들을 불러낸 나는, 곧바로 청호에게 하네스를 채우고 그 줄을 두 직원이 꽉 붙잡게 만들었다.
그리고, 살짝 거리를 띄운 다음에 입을 열었다.
“청호야! 이 사람이 너한테 소은이를 두 번 다시는 태우지 마라고 하네? 절대로! 무조건! 죽어도! 어떻게 생각해?”
“생각할 가치도 없슴다. 죽여버리겠슴다! 놔라! 너 일로 와! 넌 뒤졌슴다! 놔봐 좀! 저 새낀 내가 족칠 거야! 감히 아가씨를 태우지 말라고 해? 죽었다고 복창함다!”
청호는 미친듯이 컹컹컹 짖어대며 달려들려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녀석에게 연결 된 줄을 붙잡고 있는 건장한 성인 남성 두 명을 질질 끌어당기고 있었다.
“뭐, 뭐하는 겁니까!”
“뭐긴요. 그냥 제 주장이라면서요? 그걸 그대로 전해준 것 뿐이잖아요. 쟤가 열받은 게 당신 책임이지, 제 책임이예요? 그러게 누가 헛소리 하라나.”
침을 질질 흘려대며, 조금 미안한 표현이긴 하지만 광견 그 자체의 모습을 보이는 청호였다.
그런 청호가 성인남성 두 명을 질질 끌며 다가오는 모습에, 청호를 학대한다 주장한 사람은 겁에 질려서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이라도 도망칠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차마 도망치지도 못하고 있었다.
“저래도 제가 청호를 학대하는 걸로 보이나요?”
“그, 그렇지만…….”
“저 덩치 좋은 사람 둘이 당기는데도 오히려 질질 끌면서 오고 있는 청호가 소은이를 버티지 못할까요? 하지 말라고 하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데도 제가 억지로 시켰다고 보이나요?”
내 말에 자존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놓으라는 검다! 저 새낀 족쳐야 함다! 너 딱 기다려!”
“제, 제가 오해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그 침묵도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덧 청호가 두 직원을 질질 끌며 가까이 다가오니, 그 두려움에 굴복해버린 것이었다.
“청호야. 뻥이래.”
“아, 그렇슴까?”
내 말에, 청호는 언제 미친듯이 흥분했냐는 듯한 표정으로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몸을 묶던 하네스까지 풀어주니, 청호는 호다닥 달려가서 소은이 곁에 자리를 잡았다. 은근슬쩍 올라타라는 듯이 엉덩이를 들이밀기도 했다.
“저걸 보고도 제가 저 녀석을 학대한다는 소리가 나오나요?”
“……죄송합니다.”
그는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그대로 도망쳐버렸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남아 있는 두 명을 바라보았다.
“따로 하실 말씀 있나요?”
두 사람이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그리고 동물들에게 잔반처리를 시키는 건 학대입니다. 아이가 편식한다고 안 먹는 걸 동물들에게 주면 어떡합니까.”
“동물들을 너무 돈벌이에 이용하면서 학대하고 있잖습니까. 간식 자판기에서 판매해서, 사람들이 동물에게 주는 간식들은 일반적인 동물들의 식사량을 한참 웃도는 수준의 양입니다. 이건 먹이를 통한 학대입니다. 확대 같은 말장난이 아니라, 진짜 학대라는 겁니다.”
두 사람은 얼핏보면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를 말했다. 그리고, 이 부분은 내가 미리 예상한 것이었다.
“일단, 소은이가 먹지 않는 걸 잔반처리 시킨다는 건 오해입니다. 이것도, 자기들이 원해서 먹는 거지, 제가 강제로 먹이는 것도 아니고요. 먹으면 안 되는 건 주지 못하게 하기도 하고 말이죠.”
“잘 먹는 먹이가 있는데 동물들이 원한다는 게 말이 되는…….”
내 말에 반박하려던 사람은, 카페 안에서 보이는 광경에 입을 다물었다.
“베에에.”
“저리 꺼져! 이건 내가 먹을 거야!”
“감히 형님을 밀쳐? 넌 죽었어!”
“너희들은 싸워라. 이건 내가 먹을 꺼에엑!”
“핫햐! 먼저 먹는 거위가 임자야!”
음식에 들어 있던 브로콜리를 뱉어낸 소은이의 옆에서, 거위들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소은이가 뱉어낸 브로콜리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였다.
“저래도 제가 억지로 먹인다고 생각해요?”
“…….”
“그리고, 일반적인 동물들의 식사량을 한참 웃돈다고 하는데……. 그래서, 우리 카페에 있는 동물 중에서 비만인 녀석이 있나요?”
“라쿤들이…….”
“걔들 살 뺀게 언젠데요.”
내 말에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대로 질 수 없다는 듯이 무어라 더 말하긴 했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것들은 하나같이 대응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동물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내일은 동물병원에서 동물들의 검진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라이브로 보여드릴테니, 내일도 많이 보러오세요!”
동물들의 건강을 이유로 학대라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까지 막아버리기 위해, 나는 동물들의 건강검진을 하기로 했다.
이미 가까운 곳에 위치한, 대형 동물병원의 협조도 받은 상태였다.